하루 한 잔 비엔나 #33

봄이 오더니, 나물이 그리워진다. 예전에는 나물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나이가 들었나, 아니면 외국 생활에 젖어서 그런 건가, 나물 반찬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한국에 가게 되면 당연히 양식보다는 한식, 반찬으로 나오는 나물은 꼭 싹싹 비운다.
오스트리아에서 차나 기차로 여행을 하다 보면 나무 위에 동글동글한 무언가를 쉽게 볼 수 있다. 잘 몰랐을 때는 나무 위에 새 둥지가 있는 건가 싶었는데, 그러기엔 둥지 사이즈도 제각각이고 한 나무에 둥지가 여러 개 붙어 있기도 했다. 나중에야 ‘겨우살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겨우살이가 한국에서는 꽤 고가에 팔리는 약재라는데 여기에서는 나무마다 주렁주렁 가득 열려 있다. 약으로 쓰이는 귀한 풀이 무심하게 널려 있는 풍경.
흥미롭게도 여기 사는 사람들도 나물을 뜯으러 다닌다. 가장 흔하게 캐러 다니는 건 명이나물. 사실 채집은 불법이지만, 꾹꾹 눌러 한가득 따는 것까지는 모르겠고 그냥 잠깐 먹을 한 줌 정도 따오는 건 눈감아주기도 하나 보다. 집에 정원이 있고, 원예의 능력자인 분들은 한 편에서 나물을 재배하기도 한다. 아무 데나 던져 놓으면 쑥쑥 큰다는 돌나물도 키우고, 깻잎은 정말 많이 키운다. 그러나 나는 화분에 깻잎 모종이며 씨를 받아와 열심히 애써 보지만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마의 손을 가졌다.
한국에서도 명이 값이 꽤 비싸던데, 여기도 마찬가지다. 슈퍼에서 샐러드에 넣을 명이를 쉽게 살 수 있긴 한데, 한 줌도 안 되는 양이 꽤 비싸다. 그래서 그런가, 봄이 오면 지인들도 어머님들도 산책처럼, 소풍처럼 그들만이 알고 있는 명이나물 포인트로 가서 슥슥 나물을 뜯어다가 주변에 나눠 준다. 나도 몇 번 받아먹었다. 간장에 푹 절인 명이나물 장아찌도, 양념에 조물조물 무친 나물 무침도. 구운 고기를 싸 먹는 쌈 채소에 곁들이기도 하고.
명이 나물은 생김새가 은방울꽃과 흡사하다. 은방울꽃은 독초라 먹으면 큰일! 한국에서는 은방울꽃을 보기 쉽지 않겠지만, 여기서는 공원을 다니다 보면 간간이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주는 팁. 명이는 가까이 가면 맵싸한 마늘향이 진동한다고 한다. 그러나 막눈인 나는 그 잎이 그 잎 같아서 그냥 얌전히, 가끔 받는 나물에만 만족하고 산다.

가물가물한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봄마다 가족 소풍 겸 바람 쐬러 산과 들판으로 떠나 할머니가 지천에 널린 쑥을 한 움큼씩 캐던 기억이 난다. 쑥을 좋아하진 않아도, 한줌 캐온 쑥을 넣고 된장을 탁 풀어 끓인 된장국이 생각난다. 그 기억이 지금은 겨울에 오며가며 만나는 겨우살이와 봄마다 한줌 건네받는 명이나물로 바뀌고 있다.
글/사진 비엔나의 미리작가(마이네포토 대표)

피아노를 전공했고, 스냅작가로 활동 중이다.
E로 오해받지만 사실 I가 2% 더 많은 INFP. 2006년부터 유럽에서 살았고, 2009년부터 시작한 비엔나 스냅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은 일 벌리기 능력자 워킹맘. 주력은 디지털 사진이지만 아날로그 느낌의 필름카메라 작업도 즐겨하며, 요즘은 아이패드 드로잉에 재미를 붙였다.
현재 마이네포토(MeineFotos)라는 이름으로 비엔나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고 있으며, 한 마리의 고양이, 내성적인 연하남, 다소 엄마를 닮아 집중 받기 좋아하는 아들과 살아가는 중이다.
https://instagram.com/photo_by_miri_vienna
https://blog.naver.com/miri_in_vienna
https://mirivienna.com
하루 한 잔 비엔나 #33
봄이 오더니, 나물이 그리워진다. 예전에는 나물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나이가 들었나, 아니면 외국 생활에 젖어서 그런 건가, 나물 반찬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한국에 가게 되면 당연히 양식보다는 한식, 반찬으로 나오는 나물은 꼭 싹싹 비운다.
오스트리아에서 차나 기차로 여행을 하다 보면 나무 위에 동글동글한 무언가를 쉽게 볼 수 있다. 잘 몰랐을 때는 나무 위에 새 둥지가 있는 건가 싶었는데, 그러기엔 둥지 사이즈도 제각각이고 한 나무에 둥지가 여러 개 붙어 있기도 했다. 나중에야 ‘겨우살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겨우살이가 한국에서는 꽤 고가에 팔리는 약재라는데 여기에서는 나무마다 주렁주렁 가득 열려 있다. 약으로 쓰이는 귀한 풀이 무심하게 널려 있는 풍경.
흥미롭게도 여기 사는 사람들도 나물을 뜯으러 다닌다. 가장 흔하게 캐러 다니는 건 명이나물. 사실 채집은 불법이지만, 꾹꾹 눌러 한가득 따는 것까지는 모르겠고 그냥 잠깐 먹을 한 줌 정도 따오는 건 눈감아주기도 하나 보다. 집에 정원이 있고, 원예의 능력자인 분들은 한 편에서 나물을 재배하기도 한다. 아무 데나 던져 놓으면 쑥쑥 큰다는 돌나물도 키우고, 깻잎은 정말 많이 키운다. 그러나 나는 화분에 깻잎 모종이며 씨를 받아와 열심히 애써 보지만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마의 손을 가졌다.
한국에서도 명이 값이 꽤 비싸던데, 여기도 마찬가지다. 슈퍼에서 샐러드에 넣을 명이를 쉽게 살 수 있긴 한데, 한 줌도 안 되는 양이 꽤 비싸다. 그래서 그런가, 봄이 오면 지인들도 어머님들도 산책처럼, 소풍처럼 그들만이 알고 있는 명이나물 포인트로 가서 슥슥 나물을 뜯어다가 주변에 나눠 준다. 나도 몇 번 받아먹었다. 간장에 푹 절인 명이나물 장아찌도, 양념에 조물조물 무친 나물 무침도. 구운 고기를 싸 먹는 쌈 채소에 곁들이기도 하고.
명이 나물은 생김새가 은방울꽃과 흡사하다. 은방울꽃은 독초라 먹으면 큰일! 한국에서는 은방울꽃을 보기 쉽지 않겠지만, 여기서는 공원을 다니다 보면 간간이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주는 팁. 명이는 가까이 가면 맵싸한 마늘향이 진동한다고 한다. 그러나 막눈인 나는 그 잎이 그 잎 같아서 그냥 얌전히, 가끔 받는 나물에만 만족하고 산다.
가물가물한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봄마다 가족 소풍 겸 바람 쐬러 산과 들판으로 떠나 할머니가 지천에 널린 쑥을 한 움큼씩 캐던 기억이 난다. 쑥을 좋아하진 않아도, 한줌 캐온 쑥을 넣고 된장을 탁 풀어 끓인 된장국이 생각난다. 그 기억이 지금은 겨울에 오며가며 만나는 겨우살이와 봄마다 한줌 건네받는 명이나물로 바뀌고 있다.
글/사진 비엔나의 미리작가(마이네포토 대표)
피아노를 전공했고, 스냅작가로 활동 중이다.
E로 오해받지만 사실 I가 2% 더 많은 INFP. 2006년부터 유럽에서 살았고, 2009년부터 시작한 비엔나 스냅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은 일 벌리기 능력자 워킹맘. 주력은 디지털 사진이지만 아날로그 느낌의 필름카메라 작업도 즐겨하며, 요즘은 아이패드 드로잉에 재미를 붙였다.
현재 마이네포토(MeineFotos)라는 이름으로 비엔나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고 있으며, 한 마리의 고양이, 내성적인 연하남, 다소 엄마를 닮아 집중 받기 좋아하는 아들과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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