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추럴하게 #13



독일 생활 15년 하면서 내린 결론 중 하나는 “독일넘들은 해장을 몰라.”입니다. 전날의 숙취를 가득 안고 오전 일찍 콩나물 국밥집에 들러 뜨거운 국물을 들이키던 지난 여름. 그 순간이 얼마나 감격스러웠던지요.



보이시죠.. 저 위 얼핏 보이는 초록색 영롱함의 이슬스러운….


이거거든요. 숙취의 끝, 해장술! 국과 더불어 저기까지 가 줘야 화룡점정 음주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여긴 독일인 거죠. 뭐 이들도 사람인지라 나름 해장을 하긴합니다만, 피자와 파스타 등 택도 없는 해장의 길을 걷고 있더군요. 이런 미개한 인간들..


다시 베를린 이야기로 돌아와 어제 화려했던 밤을 보내고 무거운 뒷골과 속쓰림으로 아침을 맞이합니다.


“자, 가자. 해장하러!”


헐. 제가 뭘 들은 건가요. 뭔 해장이야, 이 미개한 나라에서…?


암튼 미친 척하고 슈테판을 따라 나섭니다. 그리고 이곳, 에그크나이페. 직역하면 “계란 선술집”



네, 해장국집 맞네요. 작은 평수지만 나름 내공 보이는 주방장과 사람 좋아 보이던 사장. 좀 여성스럽다 싶었는데 무지개 회원이셨어요. 아, 저 차별주의자 아닙니다. 제 주위에 무지개 분들 많아요!



계란 야챗국입니다. 사실 저랑 이 친구는 운동으로 만난 사이라 일단 만나면 같이 운동 합니다. 여기 가게도 이 친구 사업장 바로 옆에 있던 가게였죠. 전날 숙취에 절었음에도 두어 시간 같이 운동하고 바로 방문한 해장국집 되겠습니다.



빵도 구워줍니다. 찍어 먹으면 별미. 냄새는 전형적인 토마토 소스맛입니다. 문제는 입이 짧고 야채를 안 먹는 제게 엄청난 양의 야채와 특히 가지가 들어 있었다는 것이….



하, 그러나 이게 왠일입니까. 속이 타들어가서인가 평생 처음으로 이 아삭이는 야채들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놀라운 역사가 이루어집니다!


순식간에 흡입 완료! 자, 다음 순서는 해장 소주 대신 해장 맥주!!



귀신 같이 숙취가 나가버리네요. 역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맥주엔 맥주가 진리인 겁니다.


자, 이제 베를린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갑니다. 집까지 겨우 600Km인 걸요!


일요일 오후라 안 막힙니다, 인줄 알았는데 뭔 놈의 공사 구간이….





글/사진 프리드리히 융

2003년 독일유학 중 우연히 독일 회사에 취직하여 현재까지 구 서독의 수도(현재 독일의 행정수도)인 본에 거주중인 해외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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