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잔 비엔나][여행] 비엔나는 지금 해피 크리스마스!

하루 한 잔 비엔나 #10



올해 달력을 한 장만 남겨둔 가운데, 유럽은 지금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한창이다.


오스트리아도 다르지 않다. 11월이 되자마자 시내 매장들은 크리스마스트리와 다양한 선물 포장으로 매장을 한껏 꾸몄고, 시내 곳곳은 분주히 조명을 달았다. 그리고 11월 중순이 되자 크리스마스 마켓이 하나둘 오픈하기 시작했다.


비엔나 시청사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유럽의 크리스마스! 정말 1년 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시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유럽의 크리스마스는 화려하다. 작고 소박한 도시들도 앞다투어 도시의 가장 크고 가장 중심지에 위치한 광장에 화려한 마켓을 설치한다.


비엔나는 크리스마스 마켓에 진심이다. 한 군데가 아니라 도시 여러 곳에 크리스마스 마켓을 설치한다. 겨울철 비엔나 투어 테마를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잡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터이다.


벨베데레 궁전의 크리스마스 마켓


쉔부른 궁전의 크리스마스 마켓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정말 이곳은 꼭 가봐야 한다! 추천하는 곳이 바로 시청사 앞의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2021년 시청사 앞 크리스마스 마켓


금빛으로 웅장히 빛나는 시청사 광장이 환한 조명으로 가득 찬다. 광장 옆 공원 나무 사이로는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이 흥겹게 얼음 위를 미끄러진다. 더군다나 코로나 시기에 마켓 문을 닫는 등 이슈가 많아서 그랬는지 작년부터 새로운 디자인으로 크리스마스 마켓을 리뉴얼하기도 했다.


중앙에 자리 잡은 거대한 카루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크리스마스 하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목마 오르골 아닌가. 마치 거대한 오르골을 가져다 둔 듯한 화려한 모습에 사람들은 탄성을 지른다.


리뉴얼된 시청사 앞 크리스마스 마켓


유럽은 세계대전을 치르는 와중에도 크리스마스 마켓을 열었다고 한다. 무려 전쟁통에도 열렸던 마켓이, 코로나라는 역병으로 열리지 못하다니! 매년 크리스마스 마켓을 찾았던 내가 출산을 앞두고 한 가지 아쉬웠던 게 출산 기간이 크리스마스 마켓 오픈 기간과 맞물린다는 것이었다. 올해는 마켓을 못 보고 보내겠구나… 했는데, 웃프게도 그해 크리스마스 마켓 역시 코로나로 락다운을 했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의 유럽 곳곳의 크리스마스 풍경


그다음 해인 2021년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열렸다가, 닫혔다가, 마스크를 착용한 백신 접종자에 한해 오픈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환한 대낮에 문이 닫혀버린 크리스마스 마켓을 지나가는 건 묘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해서 그해 열긴 열었나 싶을 정도로 가물가물한 느낌. 아, 얼핏 입구에서 백신 접종 확인증을 보여주고 마켓을 보러 들어갔던 기억이 나긴 한다.


그리고 2022년, 코로나가 거의 물러갔다!! 더욱 화려하게 보여주고 싶은 걸까, 뚝딱뚝딱 마켓을 짓는 모습이 예년과 달랐다. 세상에, 저 회전목마는 뭐야! 너무 예쁘잖아?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던 크리스마스 마켓이 오픈하고 사람들의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 나도 마치 시청사 크리스마스 마켓을 처음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여담이지만, 2021년 크리스마스 마켓 순위에서 비엔나가 3위 밖으로 밀려났다는 뉴스가 있었다. 그래서 절치부심, 더욱 화려하게 꾸민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리뉴얼된 시청사 마켓은 완전히 취향 저격. 만약 크리스마스 기간에 비엔나를 여행한다면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풍경이다.


미술사 박물관의 크리스마스 마켓


올해도 작년의 디자인을 다시 만났다. 몇 년 만에 북적이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사실 매해 몇 번이고 스냅 사진을 찍으러 크리스마스 마켓에 간다. 누군가 “매년 보는 모습인데 익숙하지 않으냐” 물을 때마다 나는 “그제 보고 어제 봐도 오늘 또 사진을 찍게 된다”라고 대답한다. 전쟁과 락다운을 거쳐 더더욱 아름다워진 크리스마스 마켓은 영원히 내 마음 한구석에 빛을 발하고 있을 것이다.





글/사진 비엔나의 미리작가(마이네포토 대표)

피아노를 전공했고, 스냅작가로 활동 중이다.
E로 오해받지만 사실 I가 2% 더 많은 INFP. 2006년부터 유럽에서 살았고, 2009년부터 시작한 비엔나 스냅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은 일 벌리기 능력자 워킹맘. 주력은 디지털 사진이지만 아날로그 느낌의 필름카메라 작업도 즐겨하며, 요즘은 아이패드 드로잉에 재미를 붙였다.
현재 마이네포토(MeineFotos)라는 이름으로 비엔나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고 있으며, 한 마리의 고양이, 내성적인 연하남, 다소 엄마를 닮아 집중 받기 좋아하는 아들과 살아가는 중이다. 

https://instagram.com/photo_by_miri_vienna
https://blog.naver.com/miri_in_vie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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