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년 전 편지를 따라간 여행 - 파독: 소라에게 #1 슈바인푸르트, 오버진 먼저 읽기
:: 50년 전 편지를 따라간 여행 - 파독: 소라에게 #2 루트비히스부르크 먼저 읽기
독일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친구 집에 이틀간 머물렀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꼭 가보고 싶었던 곳들만 방문했다.
누군가가 오랜 시간 사진을 담았을 액자를 얻고 싶어 친구와 함께 플리마켓에 갔다. 조금 늦은 시각에 도착하는 바람에 문을 닫은 곳들도 있었지만, 꽤 많은 액자를 구할 수 있었다. 선물할 작은 포크와 브로치, 그리고 100년이나 되었다는 사진들을 구입했다.

플리마켓에서 구입한 100년 된 사진
독일 어딘가에서 찍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들이 10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서 나에게 왔다. 이 작은 사진이 잠시 100년 전 장소로 나를 데리고 간다.
다음날은 친구가 적어준 루트대로 움직였다. 여행을 가면 늘 서점을 찾곤 하는데, 친구가 서점 가기 좋은 루트를 추천해 주었다. 손수 적어준 메모를 들고 길을 나섰다.

친구가 적어준 메모
필자의 루트를 재구성한 프랑크푸르트 시내 지도


시장으로 가는 길
하우트바헤(hauptwache)역에 내려 클라인마르크트할레(kleinmarkthalle)라는 시장으로 갔다. 시장 입구에는 분수가 하나 있었는데, 슈바인푸르트 광장에서, 그리고 프랑크푸르트로 오기 전 들렀던 슈투트가르트에서 보았던 분수가 생각나 반가웠다.



독일에서 자주 만난 분수들
입구에서 엽서를 사고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빵과 고기, 씨앗 같은 것들을 팔고 있었고, 활기가 돌았다. 나는 중간쯤 위치한 곳에서 커피와 에그타르트를 사서 길에 앉았다.

시장 내부 풍경

시장 끄트머리에서 만난 문구
시장 끝에는 가고 싶었던 서점이 있었다. 서점에 가면 사진집이나 화집을 주로 찾는다. 이 서점에는 재밌는 사진집이 많았다. 아주 얇은 사진집과 크기가 작은 사진집 몇 개를 사고 친구들에게 선물할 책도 구입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좋았던 공간 중 하나여서 돌아오는 날 아침에도 이 서점을 한 번 더 방문했다.

시장 끝에 있는 서점. 그 앞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서점을 지나 조금 더 걸으면 갤러리가 늘어선 거리 파가세(Fahrgasse)가 나오는데 대부분 문을 닫아 지나가면서 창문 너머로 구경했다.

문을 닫은 갤러리
강을 건너면 빈티지 가게들이 모인 거리가 나온다. 오래된 바이닐을 파는 가게도 있고, 공예품을 파는 가게도 있었다.

빈티지한 상품이 넘치는 거리
친구가 추천해 준 에그타르트 가게에도 들렀는데 월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아 먹지는 못했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사진을 주웠다. 누군가가 흘린 걸까, 버린 걸까? ‘H’라는 글자가 박힌 초록색 모자 사진을 보며 나는 누가 이 사진을 찍었을지, 왜 찍었을지, 누구의 모자이고 H는 어떤 의미일지 상상하며 잠시 타인의 세계를 방문했다.

길에서 주운 사진
마지막으로 친구가 추천한 아이스크림 가게 Bizziice에 도착했다. 커피 한 잔과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가게 앞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한참 시간을 보내는데 한 손님이 강아지와 함께 방문했고, 강아지와 눈이 마주쳤다. 사진을 찍었다.


아이스크림 가게 Bizziice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지하철에서 누군가가 흘린 메모도 주웠다. 독일에서 우연히 방문했던 시골 마을과 플리마켓에서 만난 100년 된 사진, 길에서 주운 폴라로이드 사진과 누군가가 지하철에 흘린 메모.

지하철에서 주운 메모
공순향이 소라에게 보낸 편지는 나를 독일로 향하게 했고, 그녀의 자취를 따라가며 신기한 우연의 만남들이 계속되었다. 그녀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교차하는 여정 속에서 나는 공순향의 사진 속 공간을 밟고 그녀에게 닿는 것 같았다. 또, 어떤 순간에는 그녀가 여기 없음이 너무나 선명해 한없이 멀게 느껴지기도 했고, 종종 ‘소라’, 나라는 존재가 짙어지기도 했다.
사진은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데리고 간다. 어딘지 알 수 없는 세계, 그곳에 진입하기 위해 나는 낯선 누군가의 사진을 손에 쥔다.

글/사진 PPS소라(김소라)
음악가, 사진가, 디자이너.
https://www.instagram.com/sora_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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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친구 집에 이틀간 머물렀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꼭 가보고 싶었던 곳들만 방문했다.
누군가가 오랜 시간 사진을 담았을 액자를 얻고 싶어 친구와 함께 플리마켓에 갔다. 조금 늦은 시각에 도착하는 바람에 문을 닫은 곳들도 있었지만, 꽤 많은 액자를 구할 수 있었다. 선물할 작은 포크와 브로치, 그리고 100년이나 되었다는 사진들을 구입했다.
플리마켓에서 구입한 100년 된 사진
독일 어딘가에서 찍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들이 10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서 나에게 왔다. 이 작은 사진이 잠시 100년 전 장소로 나를 데리고 간다.
다음날은 친구가 적어준 루트대로 움직였다. 여행을 가면 늘 서점을 찾곤 하는데, 친구가 서점 가기 좋은 루트를 추천해 주었다. 손수 적어준 메모를 들고 길을 나섰다.
친구가 적어준 메모
시장으로 가는 길
하우트바헤(hauptwache)역에 내려 클라인마르크트할레(kleinmarkthalle)라는 시장으로 갔다. 시장 입구에는 분수가 하나 있었는데, 슈바인푸르트 광장에서, 그리고 프랑크푸르트로 오기 전 들렀던 슈투트가르트에서 보았던 분수가 생각나 반가웠다.
독일에서 자주 만난 분수들
입구에서 엽서를 사고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빵과 고기, 씨앗 같은 것들을 팔고 있었고, 활기가 돌았다. 나는 중간쯤 위치한 곳에서 커피와 에그타르트를 사서 길에 앉았다.
시장 내부 풍경
시장 끄트머리에서 만난 문구
시장 끝에는 가고 싶었던 서점이 있었다. 서점에 가면 사진집이나 화집을 주로 찾는다. 이 서점에는 재밌는 사진집이 많았다. 아주 얇은 사진집과 크기가 작은 사진집 몇 개를 사고 친구들에게 선물할 책도 구입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좋았던 공간 중 하나여서 돌아오는 날 아침에도 이 서점을 한 번 더 방문했다.
시장 끝에 있는 서점. 그 앞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서점을 지나 조금 더 걸으면 갤러리가 늘어선 거리 파가세(Fahrgasse)가 나오는데 대부분 문을 닫아 지나가면서 창문 너머로 구경했다.
문을 닫은 갤러리
강을 건너면 빈티지 가게들이 모인 거리가 나온다. 오래된 바이닐을 파는 가게도 있고, 공예품을 파는 가게도 있었다.
빈티지한 상품이 넘치는 거리
친구가 추천해 준 에그타르트 가게에도 들렀는데 월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아 먹지는 못했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사진을 주웠다. 누군가가 흘린 걸까, 버린 걸까? ‘H’라는 글자가 박힌 초록색 모자 사진을 보며 나는 누가 이 사진을 찍었을지, 왜 찍었을지, 누구의 모자이고 H는 어떤 의미일지 상상하며 잠시 타인의 세계를 방문했다.
길에서 주운 사진
마지막으로 친구가 추천한 아이스크림 가게 Bizziice에 도착했다. 커피 한 잔과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가게 앞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한참 시간을 보내는데 한 손님이 강아지와 함께 방문했고, 강아지와 눈이 마주쳤다. 사진을 찍었다.
아이스크림 가게 Bizziice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지하철에서 누군가가 흘린 메모도 주웠다. 독일에서 우연히 방문했던 시골 마을과 플리마켓에서 만난 100년 된 사진, 길에서 주운 폴라로이드 사진과 누군가가 지하철에 흘린 메모.
지하철에서 주운 메모
공순향이 소라에게 보낸 편지는 나를 독일로 향하게 했고, 그녀의 자취를 따라가며 신기한 우연의 만남들이 계속되었다. 그녀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교차하는 여정 속에서 나는 공순향의 사진 속 공간을 밟고 그녀에게 닿는 것 같았다. 또, 어떤 순간에는 그녀가 여기 없음이 너무나 선명해 한없이 멀게 느껴지기도 했고, 종종 ‘소라’, 나라는 존재가 짙어지기도 했다.
사진은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데리고 간다. 어딘지 알 수 없는 세계, 그곳에 진입하기 위해 나는 낯선 누군가의 사진을 손에 쥔다.
글/사진 PPS소라(김소라)
음악가, 사진가, 디자이너.
https://www.instagram.com/sora_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