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잔 비엔나][여행] 비엔나의 새해맞이와 신년 목표 세우기

하루 한 잔 비엔나 #11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의 시작은 뭐니 뭐니 해도 목표 세우기가 아닐까. (많은 분이 헬스장에 등록하는 것으로 한 해를 열겠지만, 올 한 해 목표를 다이어리에 끼적이며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 국룰 아니겠는가.)


매번 작심삼일로 끝나지만, 그럼에도 예년과 다르게 올해는 꼭 이뤄보자, 새로이 지킬 다짐을 헤아릴 때마다 걸음에 설렘이 샘솟는다.


비엔나 신년의 길 축제


신년 목표를 만천하에 공개하기 전에 비엔나의 새해맞이 풍경부터 살펴보자.


크리스마스 마켓이 끝나자마자 비엔나 거리는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단장으로 분주해진다. 미처 다 떼어내지 못한 크리스마스 장식은 새해까지 화사하게 비춘다. 한 장소에 모여 크리스마스 마켓을 이루던 가게들이 해가 바뀌면 새해맞이 팝업스토어로 이름을 바꾸어 거리 곳곳에 세워진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유럽에서도 돼지는 행운의 상징이다. 온갖 행운을 담은 굿즈를 파는 가게에서 ‘핑크 돼지’가 적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알고 보니 뒷걸음질을 할 수 없는 돼지의 특성이 앞으로 나아간다는, 나아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라고.


유럽에서는 네 잎 클로버를 화분째로 만날 수도 있다. 행복을 상징하는 세 잎 클로버들 사이에서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눈이 빠져라 찾던 향수를 핑계 삼아 꽃집과 슈퍼로 네 잎 클로버 화분을 만나러 간다. 네 잎 클로버 화분에는 굴뚝 청소부 인형이 꽂혀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는 굴뚝 청소부와 만나거나 악수를 하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굴뚝 청소부를 찾아보기 힘드니 대신 이렇게 귀여운 인형을 만드는 것이다. 영화 《메리 포핀스》에 나오는 굴뚝 청소부들의 흥겨운 노랫소리를 들으며 새해를 맞이하는 것도 복을 부르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네잎클로버 사이로 무당벌레 인형도 보인다. 무당벌레는 독일어로 ‘Marienkaefer’, 그러니까 ‘(성모)마리아의 딱정벌레’라고 명명되어 있다. 중세 시대 진딧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포도밭 농사꾼들이 성모마리아에게 도움을 구하는 기도를 하자 어디선가 무당벌레들이 날아와 진딧물로부터 포도나무를 보호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가끔 무당벌레가 손이나 옷 위에 날아와 앉으면, 복권을 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비엔나는 지금 북적거린다. 인기 카페 ‘자허(Cafe Sacher Wien)’ 앞에는 이제껏 본 적 없는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시내 곳곳에 무대가 설치되어 공연이 펼쳐지고, 제야의 종소리는 없지만 자정이 되면 폭죽이 터져 밤하늘을 수놓는다. 한국처럼 철저히 준비된 고퀄리티의 폭죽 쇼는 아니라 하더라도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환호성은 흥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나의 새해 목표는? 올 한 해 필름 카메라 작업을 더 많이 하는 것. 하루의 한 장면을 필름 사진으로 기록해 보기도 재미있을 듯. 필름 카메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싶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굳어가는 손가락을 다시 풀기 위해 최소 피아노 5곡을 마스터하는 것도 나의 새로운 목표다. 연습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인제 그만, 쪼개고 쪼개서 연습 시간을 만들어 봐야지. 


유럽살이는 어느덧 18년 차, 비엔나살이는 15년 차에 접어들었다. 올해 연말에는 신년 목표를 얼마만큼 이루었다고 적게 될까. 벌써부터 궁금한 2024년 새해가 밝았다.





글/사진 비엔나의 미리작가(마이네포토 대표)

피아노를 전공했고, 스냅작가로 활동 중이다.
E로 오해받지만 사실 I가 2% 더 많은 INFP. 2006년부터 유럽에서 살았고, 2009년부터 시작한 비엔나 스냅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은 일 벌리기 능력자 워킹맘. 주력은 디지털 사진이지만 아날로그 느낌의 필름카메라 작업도 즐겨하며, 요즘은 아이패드 드로잉에 재미를 붙였다.
현재 마이네포토(MeineFotos)라는 이름으로 비엔나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고 있으며, 한 마리의 고양이, 내성적인 연하남, 다소 엄마를 닮아 집중 받기 좋아하는 아들과 살아가는 중이다. 

https://instagram.com/photo_by_miri_vienna
https://blog.naver.com/miri_in_vie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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