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잔 비엔나][여행] 비엔나에서 고양이와 아기, 함께 키우기

하루 한 잔 비엔나 #14



해외 생활을 거의 20년에 가깝게 해 오며 그중 1년 반 정도를 제외하고는 항상 내 주변에 고양이가 있었다. 처음에는 한 마리, 키우다 보니 어느새 둘에서, 셋, 넷까지 되었던, 북적북적한 고양이들과의 생활.


남편과 결혼했을 당시에도 집에 네 마리의 고양이가 있었다. 남편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갖 케어를 담당하며, 고양님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우리가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한 마리가 노령으로 떠났고, 아들이 태어나기 전 또 한 마리가 고양이 별로 떠났다. 마치 남편과 아들과 교대라도 하듯, 1년 터울로 두 마리가 고양이 별로 떠나버린 것이다.


가장 먼저 고양이 별로 간 첫째 고양이


아들이 태어나기 전 고양이 별로 간 고양이


아들은 태어나자마자 고양이 둘과 함께 자랐다. 남은 두 고양이는 성격이 다른 편이었다. 좀 더 언니였던 미체는 순둥순둥한 성격이었지만, 소심한 편이라 슬쩍 와서 쓱 보고 가는 편이었다. 


막둥이 자리를 맡았던 누누는 흔히 말하는 개냥이. 사람을 정말 좋아하고,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조차 우리 집에 놀러 와서 “누누의 마력에 빠졌다.” 말할 정도로 고양이스럽지 않은(?) 성격이었다. 그런 성격 덕에 어릴 때 아들과 가장 많이 놀아준 누나는 단연코 누누였다.


미체와 누누


누누의 움직임을 봐서 그랬을까? 아들은 기는 것을 건너뛰고 바로 잡고 서고, 무려 9개월 차에 걸음마를 뗄 정도로 – 사실 남편도 걸음마가 빨라서 돌 때 이미 음식을 들고 걸어갔다는 시어머님의 후기가 있었다. – 움직임이 빨랐다. 누누를 잡으려고 빨리 걸은 것 아니냐는 게 우리 부부의 추정.


앞의 두 고양이처럼 미체도 고령으로 인해 고양이 별로의 긴 여행을 떠났다. 아들이 자는 새 남편은 새벽의 동물병원으로 미체를 데려갔고, 아들을 재운다고 같이 가지 못한 나는 영상통화로 미체와 마지막 인사를 했다.


미체와 아들


아직 어렸던 아들은 미체의 부재를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들의 기억 속에는 지금도 함께하고 있는 누누가 인생 최초의 고양이로 남을 듯하다. 아들에게 “미야옹!”을 상징하는 건 친숙한 누누 누나니까.


누누와 아들


오스트리아 가정집에서 태어났을 때부터 형제자매와 북적이며 자랐던 누누는 우리 집에 왔을 때도 경계하던 언니들의 냥펀치를 맞으면서도 엄청난 사교성으로 금세 합사해 성공했었다. 그래서 그럴까, 마지막으로 함께 하던 냥 언니 미체가 고양이별로 간 이후, 누누에게 아들은 또 다른 고양이로 느껴지는가 보다. 잘 때도 딱 붙어 자는 등 항상 옆을 지키고 있다.


요즘도 아들 옆에 꼭 붙어 있는 누누


장난기 넘치는 아들이 뒹굴다가 온몸으로 깔아뭉개도 손톱 한 번 세우지 않고, 꼬리를 잡아당겨도 하악질 한번 하지 않는 누누는 우리 집에 놀러 온 아들의 친구들에게도 그야말로 이상적인 고양이상을 보여주는 최고의 누나다. 아들처럼 누누가 첫 고양이인 아이들이 다른 집에 가서도 똑같이 고양이를 대하려다가 고양이가 할퀴어서 놀랐다는 후기도 가끔 들려온다.


2개월령에 우리 집에 왔던, 정말 작고 작은 고양이였던 누누가 어느새 8살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되었고, 태어나자마자 함께 자랐던 아들은 누누를 보며 “고양이!”를 외치는 40개월이 되었다. 좀 더 나이가 들면 아들의 기억 속에는 누누와의 헤어짐이 자신의 첫 고양이와의 헤어짐으로 남게 될 것 같다. 엄마의 작은 욕심으로, 아들이 누누와의 헤어짐을 아주 나중에, 한참 더 늦게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글/사진 비엔나의 미리작가(마이네포토 대표)

피아노를 전공했고, 스냅작가로 활동 중이다.
E로 오해받지만 사실 I가 2% 더 많은 INFP. 2006년부터 유럽에서 살았고, 2009년부터 시작한 비엔나 스냅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은 일 벌리기 능력자 워킹맘. 주력은 디지털 사진이지만 아날로그 느낌의 필름카메라 작업도 즐겨하며, 요즘은 아이패드 드로잉에 재미를 붙였다.
현재 마이네포토(MeineFotos)라는 이름으로 비엔나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고 있으며, 한 마리의 고양이, 내성적인 연하남, 다소 엄마를 닮아 집중 받기 좋아하는 아들과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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