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추럴하게]스페인에서 보낸 나흘 #1

본, 내추럴하게 #14



1. 바르셀로나


이번 봄은 유난히도 날씨가 안 좋습니다.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는 5월도 단호하게 ‘비바람’으로 가나싶던 어느 날. 밤에도 오리털 이불을 누에고치마냥 둘둘 말고 자려던 저는 나흘의 휴가가 코앞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인지하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컴퓨터를 켭니다. 삼국유사의 〈구지가〉가 생각났기 때문이죠.


거북아 거북아… (중략) 번작이끽야燔灼而喫也 하리라!


머리를 내지 않으면 구워먹는다는 선조님들의 이 정신!


계승해야죠. 태양과 좋은 날씨가 저를 찾지 않는다면 제가 찾아 가는 겁니다. 바로 스페인 북동부 ‘시체스’ 해변으로 3박 4일의 광합성 여행을 떠나려는 겁니다.



몇 년 전 하루 일정으로 스쳐 지나갔던 카탈루냐의 보석 같은 도시 시체스. 순전히 일광욕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와이프와 함께 급히 짐을 꾸려 떠납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항까지는 제가 사는 지역의 쾰른 본 공항에서 두 시간이 조금 넘게 걸립니다.



공항부터 독일과는 클라스가 다른 스페인의 태양!! 역시 스페인은 절대 배신을 안 합니다. 내리 쪼이네요. 불과 몇 시간전만해도 부슬부슬 비에 덜덜 떨며 독일에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저희의 최종 목적지인 시체스까지는 이곳 바르셀로나에서 버스로 약 삼십분. 체크인 시간까지 여유가 있으므로 바르셀로나 시내를 정신없이 돌아다닙니다. 



이곳 바르셀로나의 경제를 백년이상 홀로 케어하신다는 천재 건축가 가우디 아저씨의 주옥같은 장소들은 이미 몇 년 전의 휴가로 섭렵한 바, 바로 바르셀로나의 해변 "바르셀로네따"로 이동합니다.


일광욕은 "비치"에서니까요!


역시 감동의 도가니에요. 바닷가에 앉아 스페인 맥주 ‘에스뜨레야’를 영접해봅니다. 첫 모금에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요.


"네가 구원 받았다"


아멘으로 화답해 봅니다.



남유럽 사람들이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같은 유럽"이란 말이랍니다. 인정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날씨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독일을 비롯해 북, 서유럽에 딱 한 달만 계시면 알게 됩니다. 대한민국도 복 받은 거죠.

아, 미세먼지….

말이지만겠습니다.



여행천재이신 와이프께서 이미 찾아놓으신 타파스 집에 상륙, 신선한 생선들을 흡입합니다. 냉동상태의 아이들만 상대했던 저희들은 감탄사만 연발하며 부드러운 생물의 식감을 즐깁니다.


제가 특히 사랑하는 주례 전문 문어. 가격도 독일대비 결코 과하지 않는 만족감 최대치의 가성비 대마왕!



바르셀로나 최대의 전통시장 보케리아를 한 바퀴 돌고 목적지인 시체스로 향해봅니다. 예상대로라면 도착하자마자 두어 시간은 일광욕을 즐길 수 있겠네요.



노는 건 왜 이리 시간이 빨리만 가는지 새벽비행으로 왔건만 벌써 오후 3시가 되어갑니다. 일 분 일 초도 허투루 멍 때리면 안 되는 겁니다. 입병이 날 때까지 잘 놀다 가겠노라 다짐하며 발길을 서둘러봅니다.



남국의 자유로움이란…. 벽에 묻은 묵은 지 꽤 되어 보이는 손때도 파란 하늘과 내리쬐는 햇볕 때문인가 아름다워 보이네요. 무엇보다 제가 남유럽을 특히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남국의 여유, 그리고 바다가 보여주는 강인함입니다.



이곳을 다녀오면 자신감이 뿜뿜. 뭐 얼마 못가는 저질 기억력의 소유자인 제가 안타깝지만요.


그리고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시체스예요.



다음 편에 계속




글/사진 프리드리히 융

2003년 독일유학 중 우연히 독일 회사에 취직하여 현재까지 구 서독의 수도(현재 독일의 행정수도)인 본에 거주중인 해외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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