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삶으로]음악으로 기억되는 스페인 Part. 1

여행에서 삶으로 #8



“음악은 장소와 사람을 기억하게 하는 힘이 있어요.”


내가 투어 때마다 손님들을 향해 웃으며 건네는 말이다. 그리곤 장소에 어울리는 노래 한 곡을 수신기를 통해 손님들의 귓속으로 흘려보낸다, 여운 있는 멘트를 덧붙이며.


“여러분, 지금 듣고 있는 이 곡을 여행을 마치고 돌아간 한국의 일상 속에서 우연히 다시 듣게 된다면, 분명 노래를 듣던 스페인에서의 지금 이 시간이 자연스럽게 떠오르실 거예요. 노래와 함께 스페인을 오래오래 추억해 주세요.”


이런 멘트를 하게 된 건 오롯이 내 경험에서 비롯된 일이다. 혼자 스페인에 거주하게 되면서 내겐 멋진 취미가 하나 생겼는데, 바로 혼행, 혼자 하는 여행이다. 그리고 혼자 낯선 길을 나설 때마다 내 곁을 채워주었던 것은 늘 음악이었다. 그리고 그게 그렇게 좋았더랬다.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와서 다시 그 음악을 들으면 그 도시가, 그날의 바람이, 그날의 냄새가 다시 한 번 떠오른다는 것이.


그래서 추천을 해보려 한다. 이 글을 읽고, 언젠가 스페인을 여행할 당신이 꼭 들었으면 하는 노래들을. 들을 때마다 스페인을 추억하게 될 노래들을.




Part1. 바르셀로나 그라시아 거리Passeig de Gracia를 걷는 당신에게 : Ed Sheeran - ♫‘Barcelona’


스페인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은 곳은 단연코 바르셀로나일 테다. 물론 한국인에게도 가장 사랑받는 도시다. 그렇다면 바르셀로나 안에서는? 아마도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역작, 성가정 성당Templo Expiatorio de La Sagrada Familia에 이어 바르셀로나 최대의 번화가 그라시아 거리가 아닐까?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를 떠올리게 하는 탁 트인 대로와 그 양쪽으로 자리 잡은 명품 브랜드숍들.


활기찬 그라시아거리


그러나 그라시아 거리를 빛내는 건 단연코 가우디의 전성기 작품 까사 바뜨요Casa Batllo와 까사 밀라Casa Mila다. 10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현대인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해버린 가우디 작품에 한번, 쇼윈도 속 화려한 의상들에 한번, 전 세계에서 날아온 수많은 관광객 인파에 또 한 번 가슴이 뛸 때쯤 이 노래를 들어보자. 심지어 노래 제목도 바르셀로나다. 바르셀로나라는 도시에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이니만큼, 멜로디도 상큼하고 가사마저 흥미롭다. 


“Las Ramblas, I’ll meet you. We’ll dance around la Sagrada Famailia, Drinking sangria..Barcelona, Barcelona, Barcelona..”

(람블라스 거리에서 너를 만날 거야. 우리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주변에서 춤을 추고, 샹그리아를 마실 거야..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에드 시런이 노래에서 이야기하는 대로 바르셀로나를 즐겨보자. 노래와 함께라면 바르셀로나의 매력에 빠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테니. 




Part2. 빛나는 8월의 바르셀로네타 해변에 앉은 당신에게 : The Chainsmokers - ♫‘Something Just Like This’


뜨거운 태양, 그 작렬하는 태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천카페에 앉아 와인 한잔에 즐거운 사람들, 현대와 전통이 조화롭게 아름다운 도시 바르셀로나를 나는 무척이나 사랑했다. 그리고 내 바르셀로나 사랑의 5할은 바르셀로나의 아름다운 바다 ‘바르셀로나네타Barceloneta’ 덕분이었다.


서울 촌사람인 내게 바다란 일 년의 연중행사 같은 곳 여름 휴가 때나 며칠 머무는 특별한 곳이었다.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바르셀로나에 푹 빠지게 된 것은. 바르셀로나에는 이름처럼 예쁜 바르셀로네타라는 바다가 지척에 있다. 


특히 내가 바르셀로나에서 전담하던 ‘가우디 투어’는 점심식사 장소가 바르셀로네타였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점심을 먹는 장소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바닷가였으니 어찌 바르셀로네타에 정들지 않을 수 있을까.


한 시간 반의 점심시간, 난 늘 같은 자리에 앉아 이 음악을 들었다. 체인 스모커스의 ‘Something Just Like This’. 전주만 들어도 눈앞에 그림이 그려진다. 푸르디푸른 바다, 백사장 앞까지 몰려와 부서지던 파도,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웨이크보드를 타던 사람들, 거추장스런 옷은 모두 벗어던지고 모래사장에서 선글라스 하나만 걸친 채 잠이 든 사람들, 알록달록한 파라솔 아래 책을 읽던 사람들, 그리고 이 모든 걸 행복하게 바라보던 내 모습까지. 



Part3. 피카소가 걷던 그 거리, 시간의 흔적을 가득 품은 고딕지구를 걷는 당신에게 : Quizas, Quizas, Quizas - Andrea Bocelli(Feat.Jennifer Lopez)

 

바르셀로나는 도시의 중심 카탈루냐광장Plaza de Catalunya를 기준으로 위쪽으로는 200여 년 전 새로 구획된 신시가지 엑샴플레Eixample가, 아래쪽으로는 그 기원이 기원전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도시의 가장 오래된 지역, 그래서 멋이라는 것이 가장 넘쳐흐르는 지역 고딕 지구Barrio de Gotico가 자리 잡고 있다. 


연중 관광객들로 붐비는 ‘보케리아 시장’도, 15세기에 완성된 바르셀로나의 큰 어른 ‘대성당’도, 발품을 팔다보면 멋진 핸드메이드 패션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는 편집숍들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찾았던 나의 단골 바르Bar와 까페테리아Cafetetia도 모두 이 고딕 지구에 모여 있다. 


고딕지구 곳곳에 걸린 까딸루냐 독립에 대한 염원


그러나 고딕 지구의 진정한 매력은 밤에 있다. 땅거미가 짙게 내려앉은 고딕 지구, 14~15세기 건물로 둘러싸인 좁디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어느샌가 나는 시간 여행자가 되어 중세 시대에 불시착한 착각을 느낀다.


내가 걷고 있는 이 아비뇽거리Carre d’Avinyo를 열여섯의 치기 어린 피카소도 걸었을 테다. 그리고 나처럼 골목 곳곳을 눈에 새겼을 테고, 이러한 그의 기억은 훗날 본격적인 현대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아비뇽의 처녀들」을 탄생시킨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15세기 귀족의 마차 바퀴가 굴러갔을 이 거리, 19세기 피카소가 바쁜 걸음을 재촉했을 이 거리, 21세기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핫한 츄러스 가게가 있어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이 거리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을 꼽아보자면 단연코 안드레아 보첼리가 부른 ‘Quizas Quizas Quizas’다. 중후한 안드레아 보첼리의 음색에, 무엇을 물어도 늘 ‘아마도Quizas’라는 애매한 대답뿐인 여인에 대한 쓸쓸한 남자의 마음을 담은 스페인어 가사가 덧붙여져 고딕 지구의 운치가 배가 될 것이니.


바르셀로나 야경투어 때 고딕 지구에 접어들면 난 늘 이 곡을 틀어더랬다. 슬픈 탱고를 춰야 할 것 같은 Quizas의 선율이 흐르면 지금도 스무 명 남짓한 손님과 매일밤 시간 여행을 떠났던 그날이, 그 시간이, 그 밤이 선명해진다. 그리고 선명해지는 기억만큼 너무나 그리워진다. 여행을 떠날 때인가 보다, 이번에는 바르셀로나 고딕 지구로. 


고딕지구에서 맥주와 따빠




글/사진 이진희

2014년 강렬했던 스페인 여행의 마력에 빠져 무대뽀로 스페인에 터를 잡아버린 그녀. 현재는 스페인 현지 가이드로 활동중입니다.

https://www.instagram.com/lee.jinny_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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