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추럴하게]축제의 문을 열어라

본, 내추럴하게 #3




독일 와인은 사실 이태리나 프랑스에 비해 그다지 유명하진 않지만 나름의 독특한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본의 바로 남쪽 라인란트팔쯔Rheinland-Pfalz 주의 북방이 독일 와인의 한계선인데요, 와인 마니아(정확히는 알코올 마니아 혹자는 알코올 중독자라고도…)인 저로선 가히 “성지”로 부를 만한 곳입니다. 온갖 감언이설로 아내를 꼬드겨 이곳을 방문하러 갑니다. 왜냐면, 와인축제를 하거든요!!!



일단 매뉴얼대로 와인축제가 열리는 건 아내에게 비밀로 하고 마치 산책을 나온 마냥 와인 밭을 거닙니다. 축제 장소는 우연히 발견되어야 하므로 매우 순수한 척 산책을 합니다. 아, 저 산에 펼쳐진 포도들! 도대체 제가 지금까지 마신 와인 밭이 도대체 몇 마지기나 될까요.



이곳은 직접 와인을 재배하고 바로바로 판매하는 와인집입니다. 간판을 보니 전에 수도원이었네요. 여담으로 유럽 알코올의 기원은 거의가 수도원에서 시작됩니다. 유명한 와인, 맥주는 구도를 위해 절제해야 했던 수도사들의 삶에서 기원한다지요.


아무튼, 정말 바글바글하더군요. 줄을 서야 하면 뭐가 됐든 안 먹고 안 마시는 저로서는 일단 사진만 찍고 패스합니다. 그리고 작전대로 바로 “시내 가서 커피나 할까?”하며 와인축제가 열리는 아바일러Ahrweiler 시내로 갑니다.



한국에도 유럽 여행 열풍으로 많은 관광 명소가 소개되었지만 사실 진짜 예쁜 곳들은 교통의 불편함이나 이런저런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많이 안 알려져 있다 생각되는데요, 이곳 아바일러 구시가지 또한 그런 맥락에서 볼 때 가히 ‘독일적’이라 생각되는 예쁜 마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덩치는 산만한 인간들이 사는 모습은 얼마나 아기자기한지 모릅니다.



계획대로 와인 축제 장소에 도착하고 마치 우연인 듯 놀란 탄성을 자아내며 시내를 돌다 와인 시음회 장소에 도착합니다. 잘 생긴 청년이 서비스를 하네요. 그래도 힘은 내가 셀걸!


뭐 하나라도 잘하면 되는 겁니다. 열두 시가 넘은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다들 얼근하시네요! 좋아요 이런 분위기!!



근데…, 이게 뭔가요. 독일인들은 늘상 맥주며 와인을 시도 때도 없이 끼고 살지만 좀처럼 취할 때까지 마시진 않는 편인데 역시 시애비도 못 알아본다는 낮술엔 장사가 없네요. 한국에서는 초딩 3년 이후엔 절대하지 않는다는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스킬이 들어옵니다.


솔직히 저도 살짝 술기가 오른 상태라 저 끝 칸에 끼어갈까 아주 잠시 고민하다가 저의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있는 바, 그냥 자기들끼리 놀게 놔두기로 합니다. 전 관대하니까요!





글/사진 프리드리융

2003년 독일유학 중 우연히 독일 회사에 취직하여 현재까지 구 서독의 수도(현재 독일의 행정수도)인 본에 거주중인 해외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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