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의 일상]긴 여행을 앞두고



파리에서의 일상 #1



긴 여행을 앞두고, 제일 먼저 준비해야 할 건 뭘까?


저마다 여러 가치를 우위에 두겠지만,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준비는 바로 '마음가짐'이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조금씩 마음을 다잡고 준비하는 나의 마음가짐.



이번 여행을 앞두고 변수가 많았다. 처음에는 일 년 동안 프랑스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파리에서 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작년에 한 달 동안 다녀온 파리를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다녀온 11월부터 프랑스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기 위해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비자 발급에 필요한 각종 서류들을 준비하고,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보기 좋게 어그러졌다. 여러 이유가 있었으나 가장 큰 이유는 테러의 일상화였다. 더 이상 파리는 테러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아니었다. 파리 도심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테러들이 날 불안하게 만들었다. 결국 ‘파리에서 일 년 동안 살아보자!’는 파리에서 두 달 살아보는 계획으로 변경됐다.


떠나는 날은 다가오는데 좀처럼 마음이 다잡아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 굉장히 가벼운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여행이 아닌, 낯선 곳에서 나를 오래 두고 보고 싶었다. 새로운 문화를 접하며 느낄 그 설렘과 떨림은 떠나는 날이 다가올수록 점점 옅어져 갔다.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이라는 게 한 순간에 다 잡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작년 11월, 파리로 가는 비행기 표를 다시 끊었을 때를 떠올려 본다. 그땐 마냥 기뻤다. 다시 그곳에 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반복되는 일상의 지겨움을 이겨낼 만큼 행복하고 기뻤다. 그리고 1월과 2월, 혹독하고 지겨운 겨울을 보내며 점차 그 기대감과 행복감은 희미해져 갔다. 스물일곱. 젊지만, 결코 어린 나이는 아니다. 현실적인 것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창 사회 초년생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주변 친구들을 생각하면 내가 너무 이상주의자인가, 내 자신이 작아지는 것도 같았다.



여행을 가고자 하는 이유가 명확해야 하는데, 별로 명확하지 않다. 가서 확실히 무엇을 하겠다는 다짐도 없다. 단지 내 인생의 젊은 한 날을 그곳에서 보내고 싶은 마음이 전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을까? 단지 그 정도가 이 긴 여행의 목적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하루하루를 흘려보냈다. 애인과 보내는 시간이 점점 애틋해질수록 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일상이 깨지는 것도 두려웠다. 내가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변함없이 이 사랑이 지속될 수 있을까. 그의 어깨를 바라볼 때마다 눈물이 났다.


긴 겨울을 지나 봄이 왔다. 4월, 나는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마음을 다잡아 갔다.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곳에 가야만 했다.


같이 여행을 준비하는 언니에게 물었다. 이번 여행이 언니에게 뭘 가져다주면 좋겠느냐고. 언니는 이번 여행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싶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깊은 공감을 표하면서, 한편으로 나는 이 여행을 통해 뭘 배우고 싶으냐고 스스로 되물었다. 여전히 이렇다 할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지금 긴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충실하게 내 삶을 살아내고 있다.


어떤 불운과 시련이 닥쳐도 견딜 수 있을 의연하고 단단한 마음이 내게도 생겨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 긴 여행이 내게 가져다 줄 무수한 영향력에 대하여. 비록 처음에는 그것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조금씩 내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그리고 지금의 이 시간은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라는 것도. 그저 이 마음이 긴 여행에서도 지치지 않고 지속되길 바란다.





글/사진 당신의봄

콘텐츠 에디터. 취미는 사랑. 특기는 공상.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해 쓴다. 낯선 곳에서 여행이 아닌 일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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