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의 일상]몽마르트 산책, 좁은 골목골목을 걷는다는 것

파리에서의 일상 #3



언제부터였을까, 좁은 골목을 좋아하게 된 건.


대로변을 걸을 때면 왠지 걸음이 빨라지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오로지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고 싶다는 마음뿐. 그러다가 골목 안으로 접어들게 되면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지고 걸음이 느려진다. 크고 복잡하고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성향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좁은 골목에 길게 늘어선 상점들, 특색 있는 간판들, 그곳에 터를 잡은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면 걷기만 해도 마냥 좋았다.


파리의 7월은 그야말로 걷기 좋은 계절이다. 따사로운 햇볕을 맘껏 받으며 걸을 수 있다. 얼마 안 가 이마에 살짝 땀이 배면 그늘로 들어선다. 그늘 아래는 서늘할 정도로 시원하다. 지칠 때쯤 멋진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 앉아 ‘카페 글라세(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신다. 때로는 가까운 공원 벤치에 앉아 땀을 식히기도 한다. 처음에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다음에는 사람이 들어온다. 그러다 산책을 재개하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게 하려 애쓴다. 오로지 걷는 데만 집중하고 싶은 것이다. 그럴 때마다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살아, 있다, 는 느낌.



파리의 골목들 중에서 산책하기 가장 좋은 동네가 어디야? 아직 그런 걸 물어 봐 준 사람은 없지만, 대답은 미리 준비돼 있다. 가장 걷기 좋은 동네는 단연 몽마르트다. 파리 시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몽마르트는 오래 전부터 젊은 예술가들이 사랑한 동네였다. 우뚝 솟은 사크레 쾨르 성당을 중심으로 귀엽고 특색 있는 상점들이 즐비한 곳.


걸으면 걸을수록 매력이 넘치는 몽마르트의 골목은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산책로를 내어 준다. 꼬불꼬불 이어지는 골목엔 1930년대 이곳을 배회하던 예술가들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고, 분위기 좋은 카페와 멋진 상점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걸어 다니기만 해도 절로 영감이 떠오르는 것 같다.


하지만 골목이 늘 멋지고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곳은 풍경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나와 담배를 태우며 잠깐 땀을 식히는 주방장, 큰 개와 함께 골목에 사는 걸인, 술병을 들고 아무 데나 오줌을 갈기는 청년. 그렇게 사뭇 대조되는 풍경도 많다. 아름다움에는 늘 이면이 존재한다. 며칠 머물다 떠나는 관광객에겐 그저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이겠지만, 그 이전에 누군가에겐 지겹고 답답한 생활공간일 테니까. 그렇다고 생활하는 사람만이 우선일 수 있을까? 골목을 걸으며 보고, 느끼고,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몽마르트의 골목에는 비좁은 길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할 만한 매력이 분명 있다. 몽마르트의 중심인 사크레 쾨르 성당에 올라서니 파리 시내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다채로운 매력에 이끌려 밤낮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의 아름다움은 해질녘에 절정에 이른다. 성당 계단 아래에선 음악 소리가 끊이질 않고, 사람들은 계단에 아무렇게나 앉아 술을 마시거나 대화를 나눈다. 그야말로 생동감 넘치고 활기찬 풍경이다.


번화가에서 벗어나 좁은 골목을 산책한다. 소소한 풍경 안을 걷는다. 나의 삶이 이곳에서 멀리 있지 않다는 걸 느낀다.





글/사진 당신의봄

콘텐츠 에디터. 취미는 사랑. 특기는 공상.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해 쓴다. 낯선 곳에서 여행이 아닌 일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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