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의 일상]하울을 부르며, 스트라스부르

파리에서의 일상 #4



프랑스 동부, 알자스 지방의 도시, 스트라스부르의 다녀오기로 했다. 고백하건대 사실 나는 그러한 곳이 있는지도 몰랐다. 운 좋게 스트라스부르에 위치한 호텔 숙박권이 생겼고, 바람도 쐴 겸 그 도시에 가보기로 했다. 찾아보니 스트라스부르는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이 된 아름다운 도시라고 했다. 하울과 소피가 처음 만나던 바로 그곳,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가 귓가를 맴돌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고작 몇 장의 사진으로만 보아도 스트라스부르는 파리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는 듯했다.


버스로 7시간을 달려 마침내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34도나 되는 뜨거운 날씨가 나를 반겼다. 1박 2일 단출한 일정이지만, 욕심을 부린 탓에 짐이 많아 트램을 타고 호텔로 향했다. 트램은 스트라스부르에선 흔한 교통수단인 듯했다.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는 트램을 타고 차창 밖으로 보이는 시내를 구경했다. 호텔은 중심지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었다. 이런 곳에 호텔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한적한 가정집들 사이에 떡 하니 있었다. 3층에 위치한 객실은 무척 쾌적하고 깨끗했다. 짐을 내려놓고 창을 활짝 열었다. 평화롭고 조용했다. 사람들의 말소리, 차 소리 대신 새들의 지저귐이 들렸다.



스트라스부르는 꽤나 독특한 지역이었다. 독일의 국경과 맞닿아 있어선지 확실히 독일의 영향을 받은 듯했다. 마치 독일식 목조 건물에 프랑스식 디테일을 끼얹은 느낌이랄까? 화려한 파리와는 대비되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깃든 곳이었다. 짐을 풀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오후 4시가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였기에 일단 밥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다시 트램을 타고, 알자스 지방 전통 음식을 맛보기 위해 미리 찾아 놓은 식당으로 향했다. 날이 무척 더웠지만, 테라스 자리는 포기할 수 없었다.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들이켜며 땀을 식혔다. 뭘 먹을까 고민을 하다, 스트라스부르 스타일의 슈크르트를 먹어보기로 했다. 슈크르트는 본래 독일의 전통 요리로, 소시지나 베이컨을 양배추 절임과 함께 곁들여 먹는 요리인데, 스트라스부르 스타일은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다고 했다. 함께 나온 양배추 절임이 무척 시큼하긴 했지만, 과연 우리 입맛에 잘 맞는 것 같았다. 23유로가 전혀 아깝지 않은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스트라스부르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쁘띠 프랑스라는 곳을 가기로 했다. 스트라스부르는 무척 작은 도시여서 가볼 만한 곳들이 대부분 걸어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쁘띠 프랑스는 옛 구시가지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곳으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이 된 주인공이기도 했다. 계속 걸음이 멈출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동화 속의 한 장면이 내 눈 앞에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일부러 골목골목을 쏘다니며 ‘하울 짱’을 불러 보기도 했다. 무척 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자꾸만 걷게 됐다.



걷다가 좀 힘이 들면 운하 근처에 걸터앉아 가져온 책을 읽거나, 메모장에 글을 끄적이거나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새삼 이곳에 있다는 것이 꿈결처럼 느껴졌다. 비록 1박 2일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곳에 오지 않으면 후회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곳, 스트라스부르. 함께 앉아 책을 읽는 백발에 노부부를 바라보며, 나중에 나이가 들어 이곳에 다시 한 번 오고 싶단 생각을 했다. 그때는 꼭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였으면 좋겠단 바람과 함께.





글/사진 당신의봄

콘텐츠 에디터. 취미는 사랑. 특기는 공상.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해 쓴다. 낯선 곳에서 여행이 아닌 일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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