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유럽 여행]코로나 시대의 유럽 여행 #3 - 콜마르

코로나 시대의 유럽 여행 #3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오스트리아 도른비른, 독일 퓌센을 지나 다시 프랑스로 돌아온다. 다음 목적지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영감을 줬다고 알려진 작은 도시, 콜마르이다.


늦은 오후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풀고 근처를 산책했다. 대도시였던 스트라스부르와 달리 이곳은 인구 7만 명 정도 되는 소도시라 훨씬 더 아기자기한 느낌이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로슈Lauch강 주변에 길게 늘어선 목조 가옥 앞으로 한가로이 떠다니는 작은 배들이 보인다. 콜마르의 운하는 이탈리아 베니스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작은 베니스, 라 프티트 베니스La Petite Venice라고도 불린다.

 


여기도 단체 관광객을 비롯한 여행객들로 북적거렸다. 스트라스부르에서 꼬마 열차를 타고 주요 관광지 주변을 한 바퀴 돌았는데, 여기도 똑같이 생긴 열차가 다니고 있다.



9월 하순이 다 되어가는 시기이다 보니 일몰이 빨라지고 있었다. 7시 반에 벌써 사위가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다음 날 일정을 위해 일찍 들어가기로 했지만, 사람들은 아직 숙소로 돌아갈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다음 날은 오전 일찍부터 사람들이 더 많이 보였다. 귀여운 꼬마 기차가 지나가는 뒤로 파스텔 톤의 아기자기한 목조 건축물들이 어우러지니 내 어릴 적 상상처럼 만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온 것만 같았다. 


광장은 여느 프랑스 관광지와 다르지 않게 식당으로 가득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눈부신 햇살 아래 한가로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전날 예약해 둔 프랑스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3가지 코스로 된 ‘오늘의 메뉴’ 두 가지를 시켰는데 적당한 가격에 맛도 훌륭했다. 알자스 지역 음식들이 파리 지역 음식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았다.



콜마르를 걷다 보면 바닥에 붙은 자유의 여신상 표식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콜마르의 볼거리들을 잘 찾아다닐 수 있게 방향을 일러주는 용도였다.



뉴욕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이 미국의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에서 기증한 거대한 건축물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자유의 여신상을 만든 프레데릭 바르톨디가 바로 이곳 콜마르 출신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자유의 여신상 얼굴이 바로 그의 어머니의 얼굴이라는 것이다.


바르톨디 사망 100주년을 기념하여 2004년 그의 고향인 콜마르에도 5분의 1정도 크기의 자유의 여신상이 세워졌다. 도시의 북쪽 입구에 서 있다고 들었지만, 뉴욕과 파리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을 모두 봤던 우리는 콜마르에선 여신상까지 찾아가지 않았다.


자유의 여신상 표식을 따라 가며 콜마르의 유명 건축물이나 명소를 찾아다녔다. 처음 마주한 이곳은 생 마르탱 성당이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에 비할 규모는 아니었지만, 성당 외관 색상이 다른 프랑스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당과 달라서 눈길이 갔다.



걷다보니 사람들이 위를 향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초록색 지붕을 얹은 이 특이한 집은 16세기에 지어진 부유한 상인의 집으로 콜마르에 지어진 첫 번째 르네상스 건축물이다. 무엇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이 건물이 실제로 등장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건물이기도 하다. 색감이 어두운 목조 건축물이라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형태가 독특한 건물임에는 틀림없었다.



여신상 표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걷다보니 특이한 건물이 또 한 채 눈에 들어왔다. 창 주변으로 얼굴 조각들이 매우 많이 붙어 있는데, 총 106개의 머리(tête) 조각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름 또한 라 메종 데 테트(La Maison des têtes)이다.


이 건물은 1602년, 안톤 버거라는 상인이 지은 르네상스식 건물인데, 제일 위쪽에는 자유의 여신상의 조각가인 바르톨디가 조각한 와인 잔을 들고 있는 청색 인물상이 붙어 있다. 예전에는 와인교환소였다고 한다. 이 건물도 1898년에 국가에서 관리하는 역사적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다시 로슈강 주변으로 왔다. 이곳에 올 때마다 아내는 탄성을 지르며 손에서 카메라를 내려놓지 못한다. 이곳은 내가 봐도 많은 사람들이 이끌려 올 만한 매력적인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한껏 사진을 찍은 후, 알자스 지방의 전통 케이크인 ‘구겔호프(Gugelhopf)’를 먹기 위해 빵집으로 향했다. 프랑스에서는 ‘쿠글로프(Kougelhopf)’라고 하는데, 독일 남부, 스위스, 오스트리아, 러시아 등에서 모두 즐겨 먹기 때문에 나라마다 이름이 조금씩 다르다. 반죽에 건포도나 말린 과일을 섞어 구겔호프 틀에 넣어 만든 구운 왕관 모양의 발효빵인데, 알자스에서는 예로부터 온 가족이 모이는 크리스마스나 결혼식, 아이가 태어난 날 등을 기념하며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빵 집에 들어가서 찾아보니 예상보다 묵직해 보이고 크다. 아, 케이크였지?


구겔호프의 맛은 프랑스에서 먹던 여느 케이크들처럼 달지 않고 담백해서 내 입맛에 잘 맞았다. 물론 아내도 만족했다. 역시 프랑스는 빵이다.


저녁이 되자 핑크 빛 노을이 마을을 감싸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환상적이고 아름다웠던 마을이 점점 더 비현실적인 색채로 바뀌고 있었다.





글/사진 서신석

한국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프랑스에서 항공기 관련 데이터 분석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좋아하는 유럽 축구를 시차 상관없이 마음껏 볼 수 있고, 여유로운 유럽의 일상과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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