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잔 비엔나][여행] 사계절 비엔나를 즐기는 방법

하루 한 잔 비엔나 #3



유럽 여행의 중심지 중 하나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오스트리아와 수도 비엔나. 1년 365일 비엔나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특별하고, 추억에 남는 도시로 만날 수 있을까?


공연과 야경의 봄

사계절이 한국만큼 또렷하지 않은 오스트리아이지만, 봄은 이곳에서도 변덕스러운 날씨를 보여준다. 3월, 4월에도 눈 소식이 종종 들릴 정도로 늦봄의 따뜻한 날씨가 갑자기 초겨울로 변하고는 한다. 그럼에도 나무에 싹이 오르고 점점 공원에 파릇한 잔디가 돋아나며 비엔나의 봄이 시작된다.


비엔나의 유명 건축물 중 하나인 오페라극장에서는 여름 시즌을 제외한 300일가량 매일 공연이 펼쳐진다. 유럽 3대 극장 중 하나인 비엔나의 오페라극장에서 유명 가수들의 오페라를 구경해도 좋고, 무대 위를 화사하게 날아다니는 발레리나, 발레리노들의 공연을 보아도 좋다.


비엔나 오페라극장


단순히 클래식의 고장이라고만 여겨지는 비엔나이지만, 뮤지컬 또한 매일 밤 관람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뮤지컬 〈엘리자벳〉의 배경이 비엔나이며, 비엔나에서 초연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모차르트〉, 〈캣츠〉, 〈레베카〉 등 쟁쟁한 뮤지컬이 시즌을 돌아가며 라이문트(Raimund)나 로나허(Ronacher) 극장에 오른다.


아직 해가 길어지지 않은 봄날이라 야경 관광을 하기도 좋다. 유럽 다른 나라의 야경보다 인지도는 떨어질지언정 비엔나의 야경도 그 화려함으로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오페라극장 맞은편에 위치한 알베르티나(Albertina)는 미술 전시관으로도 유명하면서 동시에 오페라극장의 야경을 보는 포인트로도 알려졌다. 오페라 극장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곳으로 추천.


알베르티나와 오페라극장의 야경



박물관 찾기 좋은 여름

여름의 비엔나는 오후 8시, 9시가 넘어야 해가 질 정도로 낮이 길다. 한국보다 건조하고 햇볕이 따가워 오후 2시에서 4시 정도가 가장 덥다. 너무 기온이 오른 날에는 시원한 실내를 다니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과거 합스부르크 왕가의 소장품을 모아둔 미술사 박물관은 쌍둥이 같은 자연사 박물관과 함께 웅장한 외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건물 내부는 선선한 온도를 유지하며 뜨거운 열기를 잠시 식혀주기도. 화려한 주 계단, 구스타프 클림트가 그린 벽화, 『플랜다스의 개』의 네로의 로망이었던 화가 루벤스의 작품들, 농민화가로 유명한 브뤼겔의 〈바벨탑〉 등 미술사 박물관에는 볼거리가 많다.


뿐만 아니라 입구 쪽 이집트 전시관도 큰 규모를 자랑하며, 합스부르크 왕가의 소장품도 봐야 하니 구석구석 다닌다면 반나절이 모자랄 수도 있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유료로 대여해 주니까 감상의 폭을 넓히기도 좋다.


미술사 박물관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한다면 자연사 박물관도 좋은 선택지이다. 미술사 박물관이 조용하고 정숙한 분위기라면, 자연사 박물관은 조금 더 생동감 넘치는 장소로 아이들만이 아니라 자연과학에 관심 있는 여행자들에게도 흥미롭다.


마리아 테레지아의 남편인 프란츠 1세가 설립한 이곳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자연사 박물관으로 건너편 미술사 박물관과 같은 구조로 건설되었다. 인류 최초의 비너스 상으로 알려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상이 여기에 소장되어 있으며,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정교하게 만들어 낸 로봇 공룡, 관람자가 직접 펌프질을 하여 일으키는 화산 폭발 등 단순히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체험할 게 많은 교육적인 곳이다.


자연사 박물관


극장들이 휴식에 들어가는 7, 8월에는 시청 앞에서 필름 페스티벌을 연다. 해가 지면 시청사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클래식이나 유명 가수들의 공연 영상, 뮤지컬을 볼 수 있다. 해가 떠 있는 주간에도 양쪽에 설치된 팝업 레스토랑과 맥주 판매대에서 야외 식사를 할 수 있으니 여름 비엔나를 즐기기에 아주 좋다.


여름의 필름 페스티벌



가을의 공원

가을의 비엔나에서는 공원으로 나들이를 가야 한다. 호프부르크 왕궁 양쪽에 위치한 왕궁 정원과 시민 정원은 가을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풀밭에 앉아 잠시를 여유를 즐기는 것도 특별한 여행이 될 것이다.


시민 공원은 시청사와 자연사 박물관, 팔라멘트(국회의사당), 호프부르크 왕궁과 왕궁 극장이 둘러싸고 있어 비엔나의 메인 스폿들을 둘러보며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분수와 시민 공원에 가득 핀 꽃들, 그 건너편으로 보이는 자연사 박물관과 시청사의 위용이 비엔나의 화려한 모습을 함축한다.


가을, 비엔나의 공원



크리스마스마켓이 열리는 겨울

겨울의 비엔나는 해가 짧아 오후 4시 정도면 이미 어둡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중 가장 화려한 도시를 볼 수 있는 시즌이 바로 겨울이다. 11월 중순부터 시내 광장들에는 크고 작은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시청사 앞에 오픈하는 마켓이 가장 유명하다. 가게마다 푼쉬(punsch)를 따뜻하게 끓여 머그잔에 담아 마실 수 있다. 푼쉬는 프랑스의 뱅쇼(글뤼바인)와 비슷한 겨울 음료로 럼이나 와인에 차나 과일, 계피를 넣어 끓인 술이다. 알코올을 못 마시는 사람이라면 ‘킨더푼쉬’라는 무알콜 버전으로도 마실 수 있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매해 컵의 디자인이나 무늬가 약간씩 바뀌는데, 음료 구매 시 컵값으로 따로 보증금을 추가해 지불하기 때문에 컵을 반납하지 않고 기념으로 가지고 갈 수도 있다. 


추운 겨울바람을 피해 비엔나 카페에서 몸을 녹이는 것도 여행의 묘미가 될 것이다. 비엔나 카페 문화는 유네스코에도 등재된 문화유산으로, 비엔나 대부분의 유명 카페들이 100년 역사는 훌쩍 넘겼다. 국내에서 ‘비엔나 커피’로 알려져 있는 멜랑쥐와 아인슈패너를 본고장 비엔나에서 맛보지 않을 수 없다.


비엔나 크리스마스 마켓


국내 아인슈패너가 단맛이 있는 편이라면, 비엔나의 커피들은 단맛이 없다. 아인슈패너에 올라간 크림도 그렇다. 그래서 비엔나의 대표 디저트로 알려진 초콜릿 케이크 ‘자허 토르테’도 커피와 잘 어울리지만, 사과와 계피, 건포도를 졸여 만든 사과 파이 압펠슈트루델(Apfelstrudel)도 커피와 궁합이 좋다. 아무 소스를 추가하지 않고 먹어도 맛있고, 진하게 졸인 바닐라 소스를 부어 먹으면 단맛이 배가 된다. 카페에 따라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추가해 내어주는 곳도 있으니 놓치지 말자.


비엔나와 카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다음 편에는 비엔나의 카페를 집중 조명해 보려 한다.


비엔나에서 달콤한 겨울을




글/사진 비엔나의 미리작가

피아노를 전공했고, 스냅작가로 활동 중이다. E로 오해받지만 사실 I가 2% 더 많은 INFP. 여기저기 다니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일 벌리기도 좋아하지만, 잔잔한 음악 틀어두고 집에서 작업하는 것도 좋아한다. 언젠가 사진을 담은 책을 내어보고 싶다. 오늘도 스냅을 찍고, 클래식을 듣고, 글을 쓰고, 엄마껌딱지 아들과 성격 정반대의 남편과 느긋한 두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비엔나에서 살아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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