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잔 비엔나 #4
비엔나에서만 거의 14년을 살아온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꼽으라고 한다면 역시 ‘비엔나 카페’를 빼놓을 수 없다.
“비엔나 카페 어디요?” 하고 되묻는다면 딱 하나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비엔나에는 정말 여러 콘셉트를 가진 카페들이 넘쳐 나고, 100년 넘게 한 군데에서 영업을 해 온 곳도 흔하디흔하다.
비엔나의 카페, 데멜
예전에 비엔나 한 카페에서 커플 스냅 촬영을 한 적이 있다. 그분들께 여기도 이제 100년 막 넘은 카페라고 말씀드렸더니, “와, 그럼 조선 시대부터 카페를 했다는 거네요?”라고 답하시는 게 아닌가. 땡! 가벼운 충격. 한 번도 매치해 보지 못한 생각이었다. 고종 황제가 커피를 처음 마셨을 그때 여기 사람들은 신문을 펼쳐놓고 멜랑쥐를 홀짝였던 것 아닌가.

카페에서 신문은 필수
비엔나를 대표하는 3대 카페는 카페 자허, 데멜, 그리고 센트랄(첸트랄)이다. 이 중에서 첸트랄 카페는 웨이팅 없이 쉽게 들어갈 수 있어 커피 마시려도 자주 가고 촬영 장소로도 즐겨 찾던 곳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긴 줄이 늘어서기 시작해 요즘은 잘 찾지 않게 되었다. 옛날의 첸트랄 느낌이 참 좋아 아쉽긴 하지만,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다른 카페들도 워낙 다양한 편이라 다행이다.




카페 자허, 카페 첸트랄
그러면 스타벅스는 없을까? 지금 당장 비엔나 시내 안에서 내가 기억하는 곳만 세 군데이다. 오페라극장 건너편, 호프부르크 왕궁 건너편, 그라벤 거리의 페스트탑 맞은편. 아, 시청사를 지나 빈 대학교 앞에도 하나 있구나. 지도로 비엔나 전체를 펼쳐 보면 열 곳이 넘는 스타벅스가 영업 중이다.
비엔나는 워낙 카페가 유명한데 웬 스타벅스인가?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고객의 취향은 다향하다. 밖에서 비엔나 카페를 들여다보면 서빙하는 분들이 나이도 지긋하시고 정장도 입고 있으시고 뭔가 선뜻 들어가기 힘들다는 분들도 많다. 반면 스타벅스는 아는 메뉴도 있고 반가운 것이다.
비엔나의 스타벅스
지금이야 커피를 시키며 얼음을 요청하면 센스 있게 같이 내어주는 현지 카페들도 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얼음도 따로 주세요”라는 말에 “아이스크림(Eis)?”이라고 되묻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비엔나의 ‘아이스커피는’ 커피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한 덩이 넣어주는, 일종의 ‘아포가토’ 같은 형식이다. 스타벅스의 콜드 브루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더운 날 벌컥벌컥 차가운 커피를 들이켜고 싶은 우리에게 그야 말과 꿀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더운 여름 날의 필수품, 스벅 콜드 브루
낡고 오래되고 묵직한, 많은 이의 손을 거치며 모서리가 반들거리게 닳은 대리석 테이블과 빛바랜 소파, 빈티지한 나무 의자. 정장에 나비넥타이를 맨 나이 지긋한 서버는 은쟁반에 멜랑쥐나 아인슈패너를 올려 물 한 잔과 함께 다가온다. 작은 머그잔에 담긴 커피를 천천히 마시며 카페에 비치된 신문과 잡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비엔나 카페만의 분위기에 동화된다. 동행한 사람들과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참 좋다.


이것이 내가 사랑하는 비엔나의 카페, 비엔나 카페에서 보내는 고요한 시간.

글/사진 비엔나의 미리작가

피아노를 전공했고, 스냅작가로 활동 중이다. E로 오해받지만 사실 I가 2% 더 많은 INFP. 여기저기 다니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일 벌리기도 좋아하지만, 잔잔한 음악 틀어두고 집에서 작업하는 것도 좋아한다. 언젠가 사진을 담은 책을 내어보고 싶다. 오늘도 스냅을 찍고, 클래식을 듣고, 글을 쓰고, 엄마껌딱지 아들과 성격 정반대의 남편과 느긋한 두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비엔나에서 살아가는 중.
https://instagram.com/photo_by_miri_vienna
https://blog.naver.com/miri_in_vienna
하루 한 잔 비엔나 #4
비엔나에서만 거의 14년을 살아온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꼽으라고 한다면 역시 ‘비엔나 카페’를 빼놓을 수 없다.
“비엔나 카페 어디요?” 하고 되묻는다면 딱 하나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비엔나에는 정말 여러 콘셉트를 가진 카페들이 넘쳐 나고, 100년 넘게 한 군데에서 영업을 해 온 곳도 흔하디흔하다.
예전에 비엔나 한 카페에서 커플 스냅 촬영을 한 적이 있다. 그분들께 여기도 이제 100년 막 넘은 카페라고 말씀드렸더니, “와, 그럼 조선 시대부터 카페를 했다는 거네요?”라고 답하시는 게 아닌가. 땡! 가벼운 충격. 한 번도 매치해 보지 못한 생각이었다. 고종 황제가 커피를 처음 마셨을 그때 여기 사람들은 신문을 펼쳐놓고 멜랑쥐를 홀짝였던 것 아닌가.
비엔나를 대표하는 3대 카페는 카페 자허, 데멜, 그리고 센트랄(첸트랄)이다. 이 중에서 첸트랄 카페는 웨이팅 없이 쉽게 들어갈 수 있어 커피 마시려도 자주 가고 촬영 장소로도 즐겨 찾던 곳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긴 줄이 늘어서기 시작해 요즘은 잘 찾지 않게 되었다. 옛날의 첸트랄 느낌이 참 좋아 아쉽긴 하지만,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다른 카페들도 워낙 다양한 편이라 다행이다.
카페 자허, 카페 첸트랄
그러면 스타벅스는 없을까? 지금 당장 비엔나 시내 안에서 내가 기억하는 곳만 세 군데이다. 오페라극장 건너편, 호프부르크 왕궁 건너편, 그라벤 거리의 페스트탑 맞은편. 아, 시청사를 지나 빈 대학교 앞에도 하나 있구나. 지도로 비엔나 전체를 펼쳐 보면 열 곳이 넘는 스타벅스가 영업 중이다.
비엔나는 워낙 카페가 유명한데 웬 스타벅스인가?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고객의 취향은 다향하다. 밖에서 비엔나 카페를 들여다보면 서빙하는 분들이 나이도 지긋하시고 정장도 입고 있으시고 뭔가 선뜻 들어가기 힘들다는 분들도 많다. 반면 스타벅스는 아는 메뉴도 있고 반가운 것이다.
지금이야 커피를 시키며 얼음을 요청하면 센스 있게 같이 내어주는 현지 카페들도 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얼음도 따로 주세요”라는 말에 “아이스크림(Eis)?”이라고 되묻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비엔나의 ‘아이스커피는’ 커피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한 덩이 넣어주는, 일종의 ‘아포가토’ 같은 형식이다. 스타벅스의 콜드 브루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더운 날 벌컥벌컥 차가운 커피를 들이켜고 싶은 우리에게 그야 말과 꿀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낡고 오래되고 묵직한, 많은 이의 손을 거치며 모서리가 반들거리게 닳은 대리석 테이블과 빛바랜 소파, 빈티지한 나무 의자. 정장에 나비넥타이를 맨 나이 지긋한 서버는 은쟁반에 멜랑쥐나 아인슈패너를 올려 물 한 잔과 함께 다가온다. 작은 머그잔에 담긴 커피를 천천히 마시며 카페에 비치된 신문과 잡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비엔나 카페만의 분위기에 동화된다. 동행한 사람들과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참 좋다.
이것이 내가 사랑하는 비엔나의 카페, 비엔나 카페에서 보내는 고요한 시간.
글/사진 비엔나의 미리작가
피아노를 전공했고, 스냅작가로 활동 중이다. E로 오해받지만 사실 I가 2% 더 많은 INFP. 여기저기 다니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일 벌리기도 좋아하지만, 잔잔한 음악 틀어두고 집에서 작업하는 것도 좋아한다. 언젠가 사진을 담은 책을 내어보고 싶다. 오늘도 스냅을 찍고, 클래식을 듣고, 글을 쓰고, 엄마껌딱지 아들과 성격 정반대의 남편과 느긋한 두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비엔나에서 살아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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