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잔 비엔나 #8
얼마 전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직장인 라이프를 시작했달까? 그동안 프리랜서로, 자유롭게 시간을 조율하며 일하던 나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긴 것. 사실 그전에도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가장 걱정되던 문제는 이거다.
“과연 내가 아침 일찍부터 시간을 지켜가며 꾸준히 출퇴근할 수 있을까?”
프리랜서의 장점은 아무래도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고정적인 출퇴근 시간을 지켜 일해 본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이 아닌 단기간이었다. 최근 주로 진행하던 촬영도 여유 있는 출근 시간을 자랑했다.

예전에는 ‘촬영을 메인으로 한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던 반면, 이번에 온 기회는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과거에는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남편과 안정성에서는 남편보다 떨어지지만 그래도 자리를 잡아가던 프리랜서 나, 이렇게 둘만 고려하면 되는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 구성원이 하나 더 생겼고, 남편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안정적인’ 가계를 꾸릴 수 있을까 고심하고 있었다.
막 프리랜서로 하던 촬영 일이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있던 와중에 이제껏 해 보지 않은 새로운 일, 전공이었던 음악과도 무관한 일을 한다는 것도 걱정이었다. 내가 일을 잘 배울 수 있을까? 오히려 회사에 손해가 되지 않을까? 남편, 그리고 한국에 있는 가족과 한참을 끙끙대며 의논했다.
그런 오랜 고민 끝에 시작한 직장인 라이프. 사무실이 비엔나 국제공항 쪽에 있어 아침마다 공항 가는 기차를 타는데 기분이 묘하다. 해외 촬영을 다니거나 한국에서 방문한 가족을 마중하러 1년에 두세 번은 공항에 오긴 했었다. 그런데 그 길이 출퇴근길이 될 줄이야. 그래서 그럴까, 아침마다 큰 가방을 메고 캐리어를 끄는 사람들 틈에 끼어 함께 공항 기차를 타고, 공항역에서 내려 북적거리며 올라가고 있자니 매일 여행같이 두근거리는 느낌이다.


새로운 일은 어떠하냐고? 능숙함과 노련함은 몇 달 뒤의 나에게 맡겨두기로 하고 아직은 머릿속이 뒤죽박죽이기만 하다. 생전 처음 보는 용어와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숫자 속에서 이게 뭐야, 한참 눈싸움만 하지만 다행히 다들 좋은 분들이라 아직은 어리바리한 신참 라이프를 살고 있다. 최근 인스타에서 유행한 여성 아이돌이 가사를 씹어버린 짤처럼 전화가 울릴 때마다 나 역시 어버버하고 있긴 하지만.
무언가를 시작하는 일에는 두려움도 있지만, 그래도 설렘이 먼저다. 무작정 비행기를 타고 유럽행을 나섰던 순간도, 카메라를 잡고 첫 고객을 만났던 날도, 그리고 이제 꼬박꼬박 출퇴근 시간을 즐기는 직장인 라이프도. 아, 가족 구성원을 하나 더 늘게 만든 임신과 출산 역시 새로운 도전이었지.


어떤 일이든 두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면서 인생 첫 비행기로 유럽을 밟았던 것, 내 사진을 좋아해 주실까 완성본을 전달할 때마다 드는 걱정,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하다가도 그래도 이 부분은 좀… 하며 욕심이 드는 엄마의 걱정. 그리고 이제 추가된 얼른 직원 한 사람 몫을 제대로 해야 할 텐데 하는 걱정도.
그래도 주변에서 “잘하고 있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으니, 새로운 시작도 으쌰으쌰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 더 크다. 새로운 도전, 잘해 보자!

글/사진 비엔나의 미리작가(마이네포토 대표)

피아노를 전공했고, 스냅작가로 활동 중이다.
E로 오해받지만 사실 I가 2% 더 많은 INFP. 2006년부터 유럽에서 살았고, 2009년부터 시작한 비엔나 스냅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은 일 벌리기 능력자 워킹맘. 주력은 디지털 사진이지만 아날로그 느낌의 필름카메라 작업도 즐겨하며, 요즘은 아이패드 드로잉에 재미를 붙였다.
현재 마이네포토(MeineFotos)라는 이름으로 비엔나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고 있으며, 한 마리의 고양이, 내성적인 연하남, 다소 엄마를 닮아 집중 받기 좋아하는 아들과 살아가는 중이다.
https://instagram.com/photo_by_miri_vienna
https://blog.naver.com/miri_in_vienna
https://mirivienna.com
하루 한 잔 비엔나 #8
얼마 전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직장인 라이프를 시작했달까? 그동안 프리랜서로, 자유롭게 시간을 조율하며 일하던 나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긴 것. 사실 그전에도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가장 걱정되던 문제는 이거다.
“과연 내가 아침 일찍부터 시간을 지켜가며 꾸준히 출퇴근할 수 있을까?”
프리랜서의 장점은 아무래도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고정적인 출퇴근 시간을 지켜 일해 본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이 아닌 단기간이었다. 최근 주로 진행하던 촬영도 여유 있는 출근 시간을 자랑했다.
예전에는 ‘촬영을 메인으로 한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던 반면, 이번에 온 기회는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과거에는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남편과 안정성에서는 남편보다 떨어지지만 그래도 자리를 잡아가던 프리랜서 나, 이렇게 둘만 고려하면 되는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 구성원이 하나 더 생겼고, 남편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안정적인’ 가계를 꾸릴 수 있을까 고심하고 있었다.
막 프리랜서로 하던 촬영 일이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있던 와중에 이제껏 해 보지 않은 새로운 일, 전공이었던 음악과도 무관한 일을 한다는 것도 걱정이었다. 내가 일을 잘 배울 수 있을까? 오히려 회사에 손해가 되지 않을까? 남편, 그리고 한국에 있는 가족과 한참을 끙끙대며 의논했다.
그런 오랜 고민 끝에 시작한 직장인 라이프. 사무실이 비엔나 국제공항 쪽에 있어 아침마다 공항 가는 기차를 타는데 기분이 묘하다. 해외 촬영을 다니거나 한국에서 방문한 가족을 마중하러 1년에 두세 번은 공항에 오긴 했었다. 그런데 그 길이 출퇴근길이 될 줄이야. 그래서 그럴까, 아침마다 큰 가방을 메고 캐리어를 끄는 사람들 틈에 끼어 함께 공항 기차를 타고, 공항역에서 내려 북적거리며 올라가고 있자니 매일 여행같이 두근거리는 느낌이다.
새로운 일은 어떠하냐고? 능숙함과 노련함은 몇 달 뒤의 나에게 맡겨두기로 하고 아직은 머릿속이 뒤죽박죽이기만 하다. 생전 처음 보는 용어와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숫자 속에서 이게 뭐야, 한참 눈싸움만 하지만 다행히 다들 좋은 분들이라 아직은 어리바리한 신참 라이프를 살고 있다. 최근 인스타에서 유행한 여성 아이돌이 가사를 씹어버린 짤처럼 전화가 울릴 때마다 나 역시 어버버하고 있긴 하지만.
무언가를 시작하는 일에는 두려움도 있지만, 그래도 설렘이 먼저다. 무작정 비행기를 타고 유럽행을 나섰던 순간도, 카메라를 잡고 첫 고객을 만났던 날도, 그리고 이제 꼬박꼬박 출퇴근 시간을 즐기는 직장인 라이프도. 아, 가족 구성원을 하나 더 늘게 만든 임신과 출산 역시 새로운 도전이었지.
어떤 일이든 두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면서 인생 첫 비행기로 유럽을 밟았던 것, 내 사진을 좋아해 주실까 완성본을 전달할 때마다 드는 걱정,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하다가도 그래도 이 부분은 좀… 하며 욕심이 드는 엄마의 걱정. 그리고 이제 추가된 얼른 직원 한 사람 몫을 제대로 해야 할 텐데 하는 걱정도.
그래도 주변에서 “잘하고 있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으니, 새로운 시작도 으쌰으쌰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 더 크다. 새로운 도전, 잘해 보자!
글/사진 비엔나의 미리작가(마이네포토 대표)
피아노를 전공했고, 스냅작가로 활동 중이다.
E로 오해받지만 사실 I가 2% 더 많은 INFP. 2006년부터 유럽에서 살았고, 2009년부터 시작한 비엔나 스냅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은 일 벌리기 능력자 워킹맘. 주력은 디지털 사진이지만 아날로그 느낌의 필름카메라 작업도 즐겨하며, 요즘은 아이패드 드로잉에 재미를 붙였다.
현재 마이네포토(MeineFotos)라는 이름으로 비엔나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고 있으며, 한 마리의 고양이, 내성적인 연하남, 다소 엄마를 닮아 집중 받기 좋아하는 아들과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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