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여행] 50년 전 편지를 따라간 여행 - 파독: 소라에게 #2 루트비히스부르크

50년 전 편지를 따라간 여행 - 파독: 소라에게 #1 슈바인푸르트, 오버진 먼저 읽기


공순향의 앨범 속에는 그녀가 런던, 파리, 벨기에, 로마 등 다양한 나라에 다녀온 사진이 있었다. 독일에 있을 당시 긴 휴가 동안 그녀는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말했다. 나는 그곳을 모두 방문하고 싶었지만, 체류 기간이 길지 않았기에 이번엔 독일에만 머물기로 했고, 가장 가까운 여행지인 루트비히스부르크로 향했다. 루트비히스부르크는 슈바인푸르트에서 기차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관광지에서 찍힌 사진들은 대체로 그곳이 어디인지 찾기가 어렵지 않다. 궁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그녀의 사진 속 장소가 기다리고 있었다. 핼러윈 시즌이라 호박과 나무로 장식되어 있었고, 정원은 많이 달라졌지만 입구에 있는 울타리와 그 뒤로 보이는 궁전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루트비히스부르크 궁전 입구


그녀가 앉아 있던 자리를 정확히 알기에는 궁전 내부 정원의 모습이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정원의 이쪽저쪽을 오가면서 그녀의 자리를 찾았다. 이번 여정에서 내가 수집한 이미지를 만나게 될 그녀를 떠올리며 그녀가 있던 자리에서 지금 눈에 보이는 풍경을 사진에 담고, 그곳의 소리를 녹음했다. 


궁전 내부


루트비히스부르크 궁전의 현재


궁전은 꽤 넓었다. 이곳에서 찍은 사진도 여러 장 있었다. 사진 속 장소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진에 등장하는 '라푼젤의 성' 앞에 도착했다. 반가움이 나를 가득 채웠다. 정원과 마찬가지로 성 주변은 꽤 변했지만, 성만큼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라푼젤의 성 앞에서 찍은 사진


넓은 궁전 안을 계속해서 돌아다녔지만 몇 장의 사진 속 장소는 찾지 못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궁전을 떠나는 길에 그녀가 서 있었던 가로수길이 나왔다. 왼쪽 담장을 보고 분명히 이곳이라고 생각했다. 


사진을 본 뮤지션 시와는 옛날 사진 속 나무의 나이가 현재의 나무보다 훨씬 많아 보이는 것을 의아해했다. 나무 가까이 가보니 밑동 주변으로 풀이 없는 자리가 있었다. 나무가 새로 심어진 모양이었다. 다른 계절, 다른 나무에도 담장과 길은 그대로라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자취를 따라 그 길을 걸어 궁전을 빠져나왔다.


루트비히스부르크 궁전 가로수길의 옛날


이 글의 처음에 나는 우연이면서 동시에 필연적인 어떤 관계가 나를 독일로 향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 관계에 대해 잠시 설명을 해보자면, 슈바인푸르트 시립병원에 근무했던 간호사 공순향은 뮤지션 시와의 어머니이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공연 ‘이른 열대야’의 사진을 찍기 위해 시와를 처음 만났고, 시와의 앨범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를 함께 작업하며 시와와의 인연을 이어가던 나는, 시와의 어머니 공순향 여사의 칠순을 기념해 만들어진 책 ‘선물 같은 날들’을 편집하게 되었다. 어머니의 시, 일기와 편지, 젊은 날의 사진 몇 장이 들어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편집하며 나와 동명인 친구 ‘소라’에게 보낸 편지를 발견했다. (게다가 소라의 본명은 ‘순희’로 나의 어머니의 이름이기도 하다.)


‘소라’, 나를 부르는 소리에 이끌려 나는 낯선 땅으로 왔다. 앞서 이 나라에 도착한 간호사 공순향의 자취를 따라가는 사이 어느새 나를 부르는 소리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글/사진 PPS소라(김소라)

음악가, 사진가, 디자이너.
https://www.instagram.com/sora_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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