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삶으로]아름답고 뜨거운 그곳, 똘레도

여행에서 삶으로 #5



내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근교에는 아름다운 도시들이 많다. 2천 년 전 로마인들의 숨결을 간직한 수도교가 있는 세고비아Segovia, 돈키호테가 거인으로 착각하여 싸움을 벌였던 풍차마을 콘수에그라Consuegra, 절벽 위 매달린 집으로 유명한 꾸엥까Cuenca.


풍차마을 콘수에그라


쿠엥카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마드리드 근교 도시 중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곳은 마드리드에서 차로 한 시간 떨어진 곳에 있는 똘레도Toledo다. 스페인 사람들도 이야기한다, 여행자들이 스페인에서 단 하루만 머물 수 있다면 똘레도로 가야한다고. 가장 스페인다운 도시, 과거와 현재가 가장 이상적으로 공존하는 도시,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의 흔적들이 조화롭게 어지러운 도시. 


똘레도 전경


무엇보다 똘레도는 과거 천 년 동안 스페인의 수도 역할을 했던 도시다. 마드리드가 스페인의 새 수도가 된 것은 1561년. 500년이 되지 않았다. 그 이전까지 스페인의 수도는 줄곧 똘레도였다. 스페인의 천년고도! 1986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었고,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도 불린다. 


6월의 똘레도는 유난히 아름답고, 유난히 뜨겁고, 유난히 특별하다.


똘레도의 거리


수도로서의 기능은 마드리드에 모두 내어줬지만 아직까지 똘레도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기능이 하나 있다. 스페인의 종교적 중심지. 1227년부터 1493년까지 무려 266년이라는 긴 시간의 공사 끝에 완성된 성당이자, 스페인의 모든 성당들을 대표하는 수석 성당이다. 똘레도 대성당은 세비야 대성당에 이어 스페인에서 두 번째로 크다.  일 년 내내 크고 작은 종교적 행사들이 이루어지는데, 이 행사들 중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건 ‘성체 성혈 대축일’이다. 이날은 예수 그리스도의 몸(성체)과 피(성혈)로 이루어진 성체성사의 제정을 기념하는 날인데, 동방정교에서는 성찬이 예수의 살과 피를 상징만 하는 반해 로마 가톨릭에서는 이 빵과 포도주가 몸에 들어가 실제로 예수의 피와 살로 변하다고 믿는다.  


똘레도 대성당


삼위일체 대축일 후 첫 번째 목요일, 성체 성혈 대축일이 올해는 6월 20일이었다. 일 년에 단 하루, 똘레도 대성당의 보물 중 하나인 ‘성체현시대’가 성당 밖으로 나오는 날이다. 성체현시대는 일반 사람들에게 성체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중세 시대에 만들어진 용구인데, 똘레도 대성당의 현시대는 스페인에서 가장 중요한 보물로 손꼽힌다. 16세기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중남미에서 가져온 금과 은, 보석들로 만들었으며 총180kg에 달하는 그 존재감이 보는 사람들을 압도한다. 대성당 주변 골목들은 알록달록한 깃발과 꽃다발로 장식된다. 수많은 인파는 기본. 이 인파 속에서 투어를 진행하는 것이 다소 힘에 부치긴 했으나 한편으로는 똘레도에서 가장 중요한 축일에 함께한다는 것이 설레기도 했다. “무이 보니따Muy bonita!” 거리 곳곳에서 아름답다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똘레도 대성당 내부에서


성체현시대


하지만 내게 6월의 똘레도가 더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바로 날씨! 말로만 듣던 스페인의 폭염을 경험했다. 한국에서는 물론 지난 3년간 바르셀로나에 살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무더위, 태양은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강렬하고 최고 기온이 43도까지 오른다. 마치 건식 사우나 안 들어가 있는 것처럼 숨쉬기도 어려웠다. 습한 기후가 아닌 덕분에 그늘에 들어가면 언제 뜨거웠냐는 듯 바로 시원해지기에 “이제 살 것 같다!” 는 기분을 느끼러 수시로 그늘을 찾아 다녔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 그늘께 자리 잡은 바르Bar 테라스에 앉아 스페인의 여름을 대표하는 음료 중 하나인 달콤한 띤또 데 베라노Tinto de verano 한잔을 곁들였다. 눈앞에는 똘레도 전경. 이것이 스페인 여행 중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다. 너무나 뜨거운 6월의 똘레도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스페인을 대표하는 여행지로 똘레도를 적극 추천한다. 



달콤 쌉쌀한 띤또 데 베라노와 같은 6월의 똘레도에서 진정한 스페인을 경험해보시길! 





글/사진 이진희

2014년 강렬했던 스페인 여행의 마력에 빠져 무대뽀로 스페인에 터를 잡아버린 그녀. 현재는 스페인 현지 가이드로 활동중입니다.

https://www.instagram.com/lee.jinny_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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