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음 위의 사랑앓이]아이슬란드 여행을 마치며

불과 얼음 위의 사랑앓이, 아이슬란드 #4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다 보면 지구의 신비와 경이로움에 연신 감탄하게 된다.
냉혹한 날씨 때문에 먹을 것 하나 재배할 수 없던 아이슬란드의 자연은 이제 인간들에게 축복처럼 다가온다.


흐베리르에 가면 이 모든 게 확실해진다.
뜨거운 증기가 솟아 나오는 땅을 보고 있으면 살아있는 지구의 모습을 두 눈으로 목도하는 것 같다.
뜨거운 증기가 폭발하면서 생겨난 웅덩이를 한 바퀴 돌고 나면 신발은 온통 진흙투성이가 되게 마련인데,
발을 잘못 디뎌 화상을 입는 사람도 종종 있다고 한다.


흐베리르에서 나오는 유황은 화학 제조용으로 유럽 등지에 수출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의 삶에 도움은 되겠지만 그것이 하필 무기라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그나마 이곳에서 나오는 증기를 활용해 난방을 하기도 한다니
인간이 앞으로도 자연을 지혜롭게 활용하기만 바랄 뿐이었다.


사람들이 많은 지역으로 이동하니 따뜻한 온천이 하나 나타났다.
용암 밭과 그 사이를 흐르는 온천수가 장관인 이곳.
희뿌연 청록색 분위기가 바다 같기도 하고,
몽환적 분위기가 나에게 당장 뛰어들라고 속삭이는 것 같기도 했다.
물빛이 항상 우윳빛 푸른색을 띠는 것은 다양한 광물질을 포함하고 있어서라고 한다.


겨울철 아이슬란드의 온천은 여행의 피로를 씻어내고 다음 여행지로 새롭게 떠날 수 있는 활력을 준다.
하늘을 보며 사색에 잠기기에도 좋다.
두 시간가량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설계하기도 했다.


아이슬란드엔 오로지 오로라를 보기 위해 오는 장기 여행자들이 많다.
그들을 ‘오로라 헌터’라고 부른다.
나 또한 그렇게 여기에 왔지만 장엄한 오로라를 보며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이상으로
홀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사색하는 시간은 감격스러웠다.


척박한 땅과 혹독한 기후라는 조건 속에서도 아이슬란드의 삶은 계속된다.
이곳 바이킹의 후예들은 자연에 지지 않고, 자연과 하나 되어 그렇게 살아남았다.


이번 아이슬란드 여행기에서는 아이슬란드의 풍광을 묘사하는 데 주력했지만,
언젠가 현재까지 생생하게 살아있는 아이슬란드의 신화, 역사, 그리고 문화를 소개해 보고 싶다.
그때까지 불과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의 전설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Sjáumst síðar, Iceland!




글/사진 조대현

54개국, 162개 도시 이상을 여행한 여행 작가.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편에 저서 <아이슬란드 링로드>가 소개되기도 했다. 강의와 여행 컨설팅, 여행 칼럼 기고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최근의 <비지트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다수의 여행 서적을 출간했다. 출판사 '해시태그'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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