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이 찌들어 보입니다. 흠을 잡자는 건 아니지만, 튀김기는 꽤 오래전부터, 모르지요, 또, 처음 들여놓은 후부터 한 번도 청소를 하지 않았을지도요. 그 안에서 꽈리 고추와 전갱이가 튀겨지고 있습니다. 기름 역시 보기 좋은 색은 아니지만 라드인 것 같습니다. 별 문제 없다 치기로 했어요. 오사카 츠루하시에서 2차로 온 곳입니다. 선술집 겐지, 정말로 서서 마십니다.
츠루하시는 일본에서 가장 큰 한인타운입니다. 일본이 산업화 과정에서 노동력이 부족해 조선, 중국, 대만에서 노동자들을 유입시키는데, 물론 그 안에는 징용이라는 살인에 버금가는 노동 착취도 있었고요, 노동자라고 해서 징용과 대우가 크게 다르지도 않았습니다. 외국인 노동의 기본은 자국민이 하지 않는 일이니까요. 한국전쟁을 계기로 일본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일본에 남은 조선적 재일한인들이 츠루하시를 기반으로 시장과 주거지를 형성합니다. 그리고 1960년대 한인타운으로서의 정체성이 형성되지요.
츠루하시에 가려면 츠루하시 역에 내리면 됩니다. 하지만 츠루하시는 행정구역이 아닙니다. 이 지역의 이름은 이쿠노입니다. 츠루하시는 한인들이 주도하는 상업, 문화 지역의 별칭일 뿐입니다. 그래서 츠루하시에 한인이 몇 명이다, 그런 통계가 없습니다. 이쿠노구 인구가 10만이 넘고 이중 재일한인 인구가 반 정도 된다, 그렇게 추정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실제로는 더 많은 재일한인들이 사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이곳으로 많은 한인이 몰려오기 때문입니다. 김치를 산다든가, 삼겹살에 소주를 마신다든가.
그렇다고 연간 200만 명에 달하는 츠루하시 관광 인구가 전부 설명되는 건 아닙니다. 츠루하시가 오랜 세월 쌓아온 문화적 특수성이 있다 보니 2020년대 들어 K-문화, 음식을 찾아 젊은 일본인 방문객들이 엄청나게 찾아오게 된 것이지요. 진짜, 맛있어! 하면서요. 10년 전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김치, 김밥, 잡채, 전 같은 한국 전통 음식이 이 지역 정체성의 핵심처럼 보였다면, 이제는 한국에서 즐기는 모든 음식들이 이곳에 있는 듯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게 두바이 초콜릿과 쿠키라서 흠, 하며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 온 분들이라면 이 분위기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동행하고 있는 오사카 아저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영 탐탁지가 않습니다. 일단 가격이 두 배 정도 올랐고, 한류 장사를 하기 위해 새로 유입된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드나 봐요. 나이 들면 자연스레 그러하기 마련이지만, 그래서 이 오사카 아저씨는 갈 곳이 다 없어졌다며, 그나마 몇 곳 남은 가게만 다닙니다. 이곳만은 변하면 안 된다, 더럽거나 말거나, 가격은 조금만 올리고 그 자리에서 계속 그대로 있어주기 바란다, 그런 음식점들입니다.

먼저 허기를 채우려 초밥집 스시요시로 갑니다. 츠루하시 시장에 있는 이 가게는 노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스시 오마카세 집입니다. 가게도, 음식 맛도 아주 정갈합니다. 가격은 점심부 2500엔에서 8800엔까지, 저녁부 3500엔에서 12500엔까지. 차완무시로 시작해 참치, 도미, 연어, 새우, 성게알, 장어 다들 알 만한 스시들이 나옵니다. 앞에 앉은 오사카 아저씨 말로는 이 정도 코스에 이 가격이면 비싼 게 아니다, 괜찮다 하십니다. 벽에는 젊은 시절 추성훈 선수의 사진이 보이는데 그때도 참 큰 시계를 차고 있었네요.

2차로 간 집은 츠루하시 역 아래 겐지, 구글평을 보면 얼룩진 가게에 서서 오뎅을 먹는다고 나오는 가게입니다. 오뎅도 있고, 쿠시카츠, 쿠시야키, 도테야끼, 어지간한 안주는 다 있습니다. 결코 청결하지 않은 가게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여기 사장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부터 40년 넘게 다녔어, 이런 말을 하시는 분이 주위에 있다면 같이 서서 마실 만합니다. 그래도 개운치 않은 기분이 떨쳐지지 않는다면 생맥주는 포기해야지요. 병맥주는 어딜 가나 그 맛이니까요.


요새 일본에는 테이블에 휴지를 두지 않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여기는 과감하게도 행주 하나를 올려 놓았지요. 너도 닦고, 나도 닦고, 그런 용도입니다.
마지막은 츠루하시를 떠나 신세카이 잔잔요코초 근방으로 갑니다. 이곳은 쿠시카츠가 온천처럼 솟아나는 동네이지만 온갖 쿠시카츠 가게들이 다 관광객으로 가득 차 있어 오사카 아저씨는 눈살을 찌푸리며 눈 옆을 가린 경주마처럼 츠텐카쿠 탑 아래를 얼른 벗어나 도무츠엔마에 역으로 걸어갑니다. 그리고 내가 왔다, 하고 문을 열어젖힌 곳은 스시 약코奴寿し입니다. 퇴근하는 아재들이 맥주 한 병에 간단한 음식을 먹고 돌아가는 곳인데, 분명 서로 얼굴을 아는 단골들일 텐데 서로 눈 인사조차 없습니다. 여기만의 문화인가 하며 맥주 한 병을 시킵니다. 여기서는 기린 라거, 일본에 와야만 마실 수 있는 술이라 귀하게 한 잔 따릅니다.

첫 번째 안주는 유도후, 두부 탕인데, 자기에 담겨 나옵니다. 뚜껑을 뒤집으면 접시가 되고 주전자 형태 입구로 국물을 따릅니다. 그리고 이어 나오는 안주는 이 집에 오는 이유, 밧테라バッテラ입니다. 이 스시는 나무틀에 밥과 생선을 넣고 꾹 누른 다음 반듯하게 잘라서 나오는, 오사카식 누름 스시입니다. 밧테라는 밥 위에 고등어 초절임을 올리고 그 위에 아주 얇게 깎아낸 다시마 절임을 올려 꾹 누릅니다. 얇게 깎여 투명하기에 하얀 다시마라 불립니다. 다시마 초절임이 한국인에게 낯선 음식이긴 하지만, 어지간한 일본 음식에 다들 익숙해진 만큼 누구나 이 만한 맥주 안주가 또 없구나 싶어지실 겁니다.

밧테라
3차까지만 하려고 했는데, 오사카 아저씨의 흥이 올라 기어이 쿠시카츠를 먹으로 가기로 합니다. 시시할 수도 있지만, 아저씨들이 가는 곳은 다루마 본점입니다. 다루마는 별 뜻 없이 그냥 '달마'고, 1930년대 중반 처음 이 집 문을 여신 분이 중간에 인기 배우에게 가게를 팔았는데, 이후 맛이 떨어져 2000년대 들어서는 맛이 변했다, 예전 같지 않다는 이유로 외면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사이 이런저런 수많은 쿠시카츠 집들이 오사카 쿠시카츠의 유명세를 다 가져가고 말았지요.
오사카 아저씨가 이 집을 다시 가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살아났다, 그 맛이 돌아왔다. 다루마 본점은 8명 정도 들어갈까 싶은 아주 작은 가게이지만, 오사카에만 15개 분점이 있고, 오사카 사람들의 소울 푸드, 쿠시카츠 100년 역사를 간직한 곳입니다. 맛이 돌아왔고, 젊은 관광객 대부분은 다른 곳으로 흩어졌으니, 1970년대부터 이곳에서 술을 마셔온 아저씨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지요.
맛이야, 청결이야?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청결이지, 기분이 나빠지면 안 되니까, 하다가, 맛없는 음식을 먹었을 때, 게다가 맛이 가격에 터무니없이 모자랐을 때 치미는 감당 못할 분노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맛인가 하고 맙니다. 맛있고, 청결하면 좋겠지만 둘 중 하나라면 오사카 아저씨를 따라 맛으로 가 볼까 합니다. 6개월에 한 번 꼬박꼬박 구충제를 챙겨 먹으면서요.
글 · 사진 | 이주호

브릭스 매거진의 편집장. 『정말 있었던 일이야 지금은 사라지고 말았지』『무덤 건너뛰기』 『도쿄적 일상』『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 등을 쓰며 맥주를 마셨다.
많이 찌들어 보입니다. 흠을 잡자는 건 아니지만, 튀김기는 꽤 오래전부터, 모르지요, 또, 처음 들여놓은 후부터 한 번도 청소를 하지 않았을지도요. 그 안에서 꽈리 고추와 전갱이가 튀겨지고 있습니다. 기름 역시 보기 좋은 색은 아니지만 라드인 것 같습니다. 별 문제 없다 치기로 했어요. 오사카 츠루하시에서 2차로 온 곳입니다. 선술집 겐지, 정말로 서서 마십니다.
츠루하시는 일본에서 가장 큰 한인타운입니다. 일본이 산업화 과정에서 노동력이 부족해 조선, 중국, 대만에서 노동자들을 유입시키는데, 물론 그 안에는 징용이라는 살인에 버금가는 노동 착취도 있었고요, 노동자라고 해서 징용과 대우가 크게 다르지도 않았습니다. 외국인 노동의 기본은 자국민이 하지 않는 일이니까요. 한국전쟁을 계기로 일본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일본에 남은 조선적 재일한인들이 츠루하시를 기반으로 시장과 주거지를 형성합니다. 그리고 1960년대 한인타운으로서의 정체성이 형성되지요.
츠루하시에 가려면 츠루하시 역에 내리면 됩니다. 하지만 츠루하시는 행정구역이 아닙니다. 이 지역의 이름은 이쿠노입니다. 츠루하시는 한인들이 주도하는 상업, 문화 지역의 별칭일 뿐입니다. 그래서 츠루하시에 한인이 몇 명이다, 그런 통계가 없습니다. 이쿠노구 인구가 10만이 넘고 이중 재일한인 인구가 반 정도 된다, 그렇게 추정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실제로는 더 많은 재일한인들이 사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이곳으로 많은 한인이 몰려오기 때문입니다. 김치를 산다든가, 삼겹살에 소주를 마신다든가.
그렇다고 연간 200만 명에 달하는 츠루하시 관광 인구가 전부 설명되는 건 아닙니다. 츠루하시가 오랜 세월 쌓아온 문화적 특수성이 있다 보니 2020년대 들어 K-문화, 음식을 찾아 젊은 일본인 방문객들이 엄청나게 찾아오게 된 것이지요. 진짜, 맛있어! 하면서요. 10년 전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김치, 김밥, 잡채, 전 같은 한국 전통 음식이 이 지역 정체성의 핵심처럼 보였다면, 이제는 한국에서 즐기는 모든 음식들이 이곳에 있는 듯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게 두바이 초콜릿과 쿠키라서 흠, 하며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 온 분들이라면 이 분위기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동행하고 있는 오사카 아저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영 탐탁지가 않습니다. 일단 가격이 두 배 정도 올랐고, 한류 장사를 하기 위해 새로 유입된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드나 봐요. 나이 들면 자연스레 그러하기 마련이지만, 그래서 이 오사카 아저씨는 갈 곳이 다 없어졌다며, 그나마 몇 곳 남은 가게만 다닙니다. 이곳만은 변하면 안 된다, 더럽거나 말거나, 가격은 조금만 올리고 그 자리에서 계속 그대로 있어주기 바란다, 그런 음식점들입니다.
먼저 허기를 채우려 초밥집 스시요시로 갑니다. 츠루하시 시장에 있는 이 가게는 노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스시 오마카세 집입니다. 가게도, 음식 맛도 아주 정갈합니다. 가격은 점심부 2500엔에서 8800엔까지, 저녁부 3500엔에서 12500엔까지. 차완무시로 시작해 참치, 도미, 연어, 새우, 성게알, 장어 다들 알 만한 스시들이 나옵니다. 앞에 앉은 오사카 아저씨 말로는 이 정도 코스에 이 가격이면 비싼 게 아니다, 괜찮다 하십니다. 벽에는 젊은 시절 추성훈 선수의 사진이 보이는데 그때도 참 큰 시계를 차고 있었네요.
2차로 간 집은 츠루하시 역 아래 겐지, 구글평을 보면 얼룩진 가게에 서서 오뎅을 먹는다고 나오는 가게입니다. 오뎅도 있고, 쿠시카츠, 쿠시야키, 도테야끼, 어지간한 안주는 다 있습니다. 결코 청결하지 않은 가게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여기 사장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부터 40년 넘게 다녔어, 이런 말을 하시는 분이 주위에 있다면 같이 서서 마실 만합니다. 그래도 개운치 않은 기분이 떨쳐지지 않는다면 생맥주는 포기해야지요. 병맥주는 어딜 가나 그 맛이니까요.
요새 일본에는 테이블에 휴지를 두지 않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여기는 과감하게도 행주 하나를 올려 놓았지요. 너도 닦고, 나도 닦고, 그런 용도입니다.
마지막은 츠루하시를 떠나 신세카이 잔잔요코초 근방으로 갑니다. 이곳은 쿠시카츠가 온천처럼 솟아나는 동네이지만 온갖 쿠시카츠 가게들이 다 관광객으로 가득 차 있어 오사카 아저씨는 눈살을 찌푸리며 눈 옆을 가린 경주마처럼 츠텐카쿠 탑 아래를 얼른 벗어나 도무츠엔마에 역으로 걸어갑니다. 그리고 내가 왔다, 하고 문을 열어젖힌 곳은 스시 약코奴寿し입니다. 퇴근하는 아재들이 맥주 한 병에 간단한 음식을 먹고 돌아가는 곳인데, 분명 서로 얼굴을 아는 단골들일 텐데 서로 눈 인사조차 없습니다. 여기만의 문화인가 하며 맥주 한 병을 시킵니다. 여기서는 기린 라거, 일본에 와야만 마실 수 있는 술이라 귀하게 한 잔 따릅니다.
첫 번째 안주는 유도후, 두부 탕인데, 자기에 담겨 나옵니다. 뚜껑을 뒤집으면 접시가 되고 주전자 형태 입구로 국물을 따릅니다. 그리고 이어 나오는 안주는 이 집에 오는 이유, 밧테라バッテラ입니다. 이 스시는 나무틀에 밥과 생선을 넣고 꾹 누른 다음 반듯하게 잘라서 나오는, 오사카식 누름 스시입니다. 밧테라는 밥 위에 고등어 초절임을 올리고 그 위에 아주 얇게 깎아낸 다시마 절임을 올려 꾹 누릅니다. 얇게 깎여 투명하기에 하얀 다시마라 불립니다. 다시마 초절임이 한국인에게 낯선 음식이긴 하지만, 어지간한 일본 음식에 다들 익숙해진 만큼 누구나 이 만한 맥주 안주가 또 없구나 싶어지실 겁니다.
밧테라
3차까지만 하려고 했는데, 오사카 아저씨의 흥이 올라 기어이 쿠시카츠를 먹으로 가기로 합니다. 시시할 수도 있지만, 아저씨들이 가는 곳은 다루마 본점입니다. 다루마는 별 뜻 없이 그냥 '달마'고, 1930년대 중반 처음 이 집 문을 여신 분이 중간에 인기 배우에게 가게를 팔았는데, 이후 맛이 떨어져 2000년대 들어서는 맛이 변했다, 예전 같지 않다는 이유로 외면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사이 이런저런 수많은 쿠시카츠 집들이 오사카 쿠시카츠의 유명세를 다 가져가고 말았지요.
오사카 아저씨가 이 집을 다시 가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살아났다, 그 맛이 돌아왔다. 다루마 본점은 8명 정도 들어갈까 싶은 아주 작은 가게이지만, 오사카에만 15개 분점이 있고, 오사카 사람들의 소울 푸드, 쿠시카츠 100년 역사를 간직한 곳입니다. 맛이 돌아왔고, 젊은 관광객 대부분은 다른 곳으로 흩어졌으니, 1970년대부터 이곳에서 술을 마셔온 아저씨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지요.
맛이야, 청결이야?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청결이지, 기분이 나빠지면 안 되니까, 하다가, 맛없는 음식을 먹었을 때, 게다가 맛이 가격에 터무니없이 모자랐을 때 치미는 감당 못할 분노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맛인가 하고 맙니다. 맛있고, 청결하면 좋겠지만 둘 중 하나라면 오사카 아저씨를 따라 맛으로 가 볼까 합니다. 6개월에 한 번 꼬박꼬박 구충제를 챙겨 먹으면서요.
글 · 사진 | 이주호
브릭스 매거진의 편집장. 『정말 있었던 일이야 지금은 사라지고 말았지』『무덤 건너뛰기』 『도쿄적 일상』『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 등을 쓰며 맥주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