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팀은 난색을 보였다. 한 팀이 나간다 싶으면 또 다른 팀이 들어왔다. 어둑어둑한 뒷골목 안쪽이라 입간판마저도 잘 안 보이는 곳인데, 대체 어떤 요리가 나오기에 이러나 호기심이 일었다. 눈치 없이 음식이 기대된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미리 협조는 구했다. 실내외 촬영, 점장과 짧은 인터뷰. 누군가 잠깐이라도 그 시간을 만들어 주면 좋으련만, 식당의 모든 사람이 우리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한참 공연 중인 극장 안에 잘못 들어온 느낌이었다. 서로 ‘협조’의 선을 긋는 거리가 달랐던 건가?
마침내 매뉴얼대로 점원이 다가왔다. 횡단 신호를 기다리는 러너가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기다리시는 동안 식사를 먼저 하시는 게 어떻겠어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나 좋은 선택지 아닌가. 다른 이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나, 반짝이는 눈빛들이 메뉴판으로 몰려들었다. 이곳은 ‘사케토하카타메시 산산(酒と博多飯 燦々)’. 줄여서 ‘산산’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사케토하카타메시 산산
⁂
산산의 모토는 “이자카야 이상, 갓포 미만”이다. 이자카야 이상은 그렇다 치고, 갓포 ‘미만’은 또 뭔가. 설령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는 갓포 수준을 추구합니다, 대차게 치고 나가는 배포가 요즘 트렌드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저희가 갓포에는 못 미쳐 ‘이하’도 아니고 ‘미만’이라 자청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겸손함으로 읽을까 말까 싶은 이 신선한 어법을 해석하려면 일본 고대 문헌에도 나온다는 ‘갓포’의 의미를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갓포(割烹)에서 할(割)은 재료를 칼로 썰거나 손질해 날로 먹는 것이고, 팽(烹)은 구이, 조림, 찜 등 불로 가열해 먹는 것이다. 음식을 만드는 거의 전부인 방법, 즉, ‘요리’의 고대어 버전인 셈이다. 요리가 음식을 만든다는 동사이자 음식 자체를 뜻하는 명사도 되는 것처럼 갓포도 음식, 특히 고급 요리나 고급 식당을 부르는 말로 쓰인다. 갓포 요리는 손님의 기호에 따라 눈앞에서 직접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코스 요리 ‘가이세키(会席料理)’와 구분되었다. 손님이 원하는 즉석요리를 만들어야 하는 만큼 요리사의 솜씨가 뛰어나다는 전제도 당연히 따라붙었다.
분주한 직원들
산산을 둘러보면 어느 정도 유행에 발맞추려 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복층 구조인 것도 그렇고, 타일 벽, 스테인리스스틸 행거, 큼지막한 오븐이 앙상블을 이루는 서구풍 오픈 키친도 그렇다. 어디선가 샤미센 연주 소리가 들려올 것 같은 ‘요릿집’에서 격식을 많이 덜어 낸, 굳이 세대의 선을 긋자면 3~40대들이 취흥과 체면의 밸런스를 맞추는 ‘레스토랑’ 쪽이었다. 산산이 갓포 미만을 자처한다면, 바로 이 적당히 젊고 캐주얼한 공기 때문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음식도 캐주얼할까?
산산의 내부
⁂
기본 안주는 고마사바를 비롯해 한 젓가락씩 집어 먹기 좋은 감자샐러드, 다마고야키, 연근 무침이었다. 김 한 장 깔고 앉은 두툼한 고마사바는 본인이 오토시의 주연이라는 기세가 있었다. 탄탄한 식감, 흔한 생선이라는 편견을 넘어서고자 새로운 풍미를 품은 고등어. 아삭아삭한 연근에도 자꾸 손이 갔다. 안 되겠다, 여기 술은 뭐가 있나요?
산산의 오토시
슬슬 우리를 외부인이 아니라 손님으로 인식하게 된 점원이 주류 메뉴판을 들고 왔다. 역시나 술은 한국어 메뉴판이 있다. 산산은 지자케(地酒,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술)도 여러 종 취급한다는데, 그만큼 다채로운 술을 대접하는 데 진심이라는 이야기다. 추천을 부탁하자 소규모지만 인지도가 높다는 스미카와 주조의 ‘도요비진 준마이긴조(東洋美人 限定純米吟醸 醇道一途 白鶴錦)’를 첫 잔으로 권했다.
도요비진 준마이긴조 준도이치즈 하쿠츠루니시키
홀 한쪽, 사방이 유리로 된 작은 방에 일본술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장식장인 줄 알았던 그곳에서 점원이 술을 꺼내 왔다. 천장에 달린 에어컨이 온도를 조절하는, 일종의 사케 셀러였다. 심미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아이디어잖아? 이것이 술을 보관하는 최적의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보는 사람 홀리는 공간 연출임은 분명했다.
산산의 사케 보관실
끄트머리에 과실 향이 감도는 첫 잔을 비우자 다음 잔은 다마데이즈미 준마이(玉出泉 純米酒). 이곳 후쿠오카 소재 오가 주조에서 빚은 술이란다. 거의 동시에 모둠회도 등장했다. 제일 먼저 손이 가는 것은 역시 고등어다. 이 섬에 참깨 소스를 끼얹지 않은 고등어회도 있다는 듯 선도가 최상이었다. 제주에서 한 접시 가득 먹을 수 있는 고등어회야 이쪽 사람들이 놀러 와서 감탄할 우리의 자랑이지만, 이렇게 한 점 한 점 아껴 먹는 것도 묘미가 있다.
다마데이즈미 준마이와 산산의 모둠회
다음 메뉴는 ‘우니 와규’다. 이름에서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정확하다. 구운 소고기에 성게알을 그대로 올린, 날것으로 손질하는 ‘割’과 불을 쓰는 ‘烹’을 합친 ‘갓포’의 직설 화법 같은 음식이었다. 땅과 바다의 귀한 것들을 한 접시에 소담하게 담았으니, 여기에 인간이 다른 맛을 더하려고 애쓸 이유가 없었다. 재료만으로 승부가 났다.
우니 와규
우니 와규 다음에 나오는 바람에 피치 못할 사정처럼 평범해진 와규 스테이크를 지나 세 번째 잔은 차갑게 식힌 모리노쿠라 준마이(杜の蔵 純米酒). 후쿠오카산 쌀로 빚은 지자케로 균형감 있는, 사케다운 사케였다. 그리고 한 모금 부드럽게 넘기고 잔을 내려놓을 때 깨달았다. 이런 술과 음식이 줄기차게 나오는데 촬영 감독은 단 한 잔의 술도 마시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카메라를 들 기회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반대편에서 제자리걸음 중인 나는 최선을 다해 먹고 마시기라도 하고 있을까.
와규 스테이크와 모리노쿠라 준마이, 산산에 진열된 일본술들
⁂
마무리는 게살 솥밥이었다. 미리 밥을 짓고 식힌 다음 연어알을 올리기 때문에 뚜껑을 열어도 김이 훅하고 올라오지 않아 이 나름의 문화 충격을 받는다. 연어알은 얼마나 탱글탱글한지, 따끈한 밥과 차갑게 맑은 연어알의 줄다리기에서 재료 본연의 맛을 선택한 결정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요리를 대하는 것일까? 카운터 너머로 훤히 드러난 주방이지만, 그 안에서 보이지 않게 끓어오르고 있을 고심과 분투는 어떤 것일지 궁금해졌다.
연어알 올린 게살 솥밥
어느새인가 그렇게 이름 지어진 ‘후쿠오카 식도락’ 취재를 진행하며 지금까지 그 어느 곳도 주방 안으로 들어가 촬영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다. 주방이 노출된 구조인 경우 바깥에서 찍는 것은 흔쾌히 허락했지만, 아무튼 주방의 선을 넘을 수는 없었다. 오너가 따로 있는 곳도 사장이 점장이나 주방장을 설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우리와 다르게 해석하는 협조의 선이 마음에 들었다. 위생 문제도 있겠거니와 협조의 선을 바투 그은 만큼 최선의 한계선을 더 멀리 잡고 매진하는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2시간 가까이 흐르고 라스트 오더까지 끝나자 점장이 등장했다. 점원을 통해서만 겨우 몇 마디 말을 전할 수 있던 사람이 하필 어제 넘어지는 바람에 얼굴을 찧었는데 카메라에 흉하게 나올까 미안하다며 사람 좋게 웃고 있었다. 최선을 다하고 온 사람만 지을 수 있는 표정이었다.
주방은 요리하는 사람들의 영역이라는 자부심은 신뢰를 준다. 연극에서도 관객은 암막 뒤를 들여다보면 안 되는 법이다. 공연도, 한 접시 음식도, 무대 위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것만이 목적이다. 눈부시게 빛나는 모양을 뜻하는 ‘산산(燦々)’, 이곳의 이름처럼.
에디터 T의 식도락: 사케토하카타메시 산산
⁂
“모쪼록 다른 손님들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촬영팀은 난색을 보였다. 한 팀이 나간다 싶으면 또 다른 팀이 들어왔다. 어둑어둑한 뒷골목 안쪽이라 입간판마저도 잘 안 보이는 곳인데, 대체 어떤 요리가 나오기에 이러나 호기심이 일었다. 눈치 없이 음식이 기대된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미리 협조는 구했다. 실내외 촬영, 점장과 짧은 인터뷰. 누군가 잠깐이라도 그 시간을 만들어 주면 좋으련만, 식당의 모든 사람이 우리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한참 공연 중인 극장 안에 잘못 들어온 느낌이었다. 서로 ‘협조’의 선을 긋는 거리가 달랐던 건가?
마침내 매뉴얼대로 점원이 다가왔다. 횡단 신호를 기다리는 러너가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기다리시는 동안 식사를 먼저 하시는 게 어떻겠어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나 좋은 선택지 아닌가. 다른 이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나, 반짝이는 눈빛들이 메뉴판으로 몰려들었다. 이곳은 ‘사케토하카타메시 산산(酒と博多飯 燦々)’. 줄여서 ‘산산’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사케토하카타메시 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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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의 모토는 “이자카야 이상, 갓포 미만”이다. 이자카야 이상은 그렇다 치고, 갓포 ‘미만’은 또 뭔가. 설령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는 갓포 수준을 추구합니다, 대차게 치고 나가는 배포가 요즘 트렌드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저희가 갓포에는 못 미쳐 ‘이하’도 아니고 ‘미만’이라 자청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겸손함으로 읽을까 말까 싶은 이 신선한 어법을 해석하려면 일본 고대 문헌에도 나온다는 ‘갓포’의 의미를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갓포(割烹)에서 할(割)은 재료를 칼로 썰거나 손질해 날로 먹는 것이고, 팽(烹)은 구이, 조림, 찜 등 불로 가열해 먹는 것이다. 음식을 만드는 거의 전부인 방법, 즉, ‘요리’의 고대어 버전인 셈이다. 요리가 음식을 만든다는 동사이자 음식 자체를 뜻하는 명사도 되는 것처럼 갓포도 음식, 특히 고급 요리나 고급 식당을 부르는 말로 쓰인다. 갓포 요리는 손님의 기호에 따라 눈앞에서 직접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코스 요리 ‘가이세키(会席料理)’와 구분되었다. 손님이 원하는 즉석요리를 만들어야 하는 만큼 요리사의 솜씨가 뛰어나다는 전제도 당연히 따라붙었다.
분주한 직원들
산산을 둘러보면 어느 정도 유행에 발맞추려 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복층 구조인 것도 그렇고, 타일 벽, 스테인리스스틸 행거, 큼지막한 오븐이 앙상블을 이루는 서구풍 오픈 키친도 그렇다. 어디선가 샤미센 연주 소리가 들려올 것 같은 ‘요릿집’에서 격식을 많이 덜어 낸, 굳이 세대의 선을 긋자면 3~40대들이 취흥과 체면의 밸런스를 맞추는 ‘레스토랑’ 쪽이었다. 산산이 갓포 미만을 자처한다면, 바로 이 적당히 젊고 캐주얼한 공기 때문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음식도 캐주얼할까?
산산의 내부
⁂
기본 안주는 고마사바를 비롯해 한 젓가락씩 집어 먹기 좋은 감자샐러드, 다마고야키, 연근 무침이었다. 김 한 장 깔고 앉은 두툼한 고마사바는 본인이 오토시의 주연이라는 기세가 있었다. 탄탄한 식감, 흔한 생선이라는 편견을 넘어서고자 새로운 풍미를 품은 고등어. 아삭아삭한 연근에도 자꾸 손이 갔다. 안 되겠다, 여기 술은 뭐가 있나요?
산산의 오토시
슬슬 우리를 외부인이 아니라 손님으로 인식하게 된 점원이 주류 메뉴판을 들고 왔다. 역시나 술은 한국어 메뉴판이 있다. 산산은 지자케(地酒,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술)도 여러 종 취급한다는데, 그만큼 다채로운 술을 대접하는 데 진심이라는 이야기다. 추천을 부탁하자 소규모지만 인지도가 높다는 스미카와 주조의 ‘도요비진 준마이긴조(東洋美人 限定純米吟醸 醇道一途 白鶴錦)’를 첫 잔으로 권했다.
도요비진 준마이긴조 준도이치즈 하쿠츠루니시키
홀 한쪽, 사방이 유리로 된 작은 방에 일본술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장식장인 줄 알았던 그곳에서 점원이 술을 꺼내 왔다. 천장에 달린 에어컨이 온도를 조절하는, 일종의 사케 셀러였다. 심미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아이디어잖아? 이것이 술을 보관하는 최적의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보는 사람 홀리는 공간 연출임은 분명했다.
산산의 사케 보관실
끄트머리에 과실 향이 감도는 첫 잔을 비우자 다음 잔은 다마데이즈미 준마이(玉出泉 純米酒). 이곳 후쿠오카 소재 오가 주조에서 빚은 술이란다. 거의 동시에 모둠회도 등장했다. 제일 먼저 손이 가는 것은 역시 고등어다. 이 섬에 참깨 소스를 끼얹지 않은 고등어회도 있다는 듯 선도가 최상이었다. 제주에서 한 접시 가득 먹을 수 있는 고등어회야 이쪽 사람들이 놀러 와서 감탄할 우리의 자랑이지만, 이렇게 한 점 한 점 아껴 먹는 것도 묘미가 있다.
다마데이즈미 준마이와 산산의 모둠회
다음 메뉴는 ‘우니 와규’다. 이름에서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정확하다. 구운 소고기에 성게알을 그대로 올린, 날것으로 손질하는 ‘割’과 불을 쓰는 ‘烹’을 합친 ‘갓포’의 직설 화법 같은 음식이었다. 땅과 바다의 귀한 것들을 한 접시에 소담하게 담았으니, 여기에 인간이 다른 맛을 더하려고 애쓸 이유가 없었다. 재료만으로 승부가 났다.
우니 와규
우니 와규 다음에 나오는 바람에 피치 못할 사정처럼 평범해진 와규 스테이크를 지나 세 번째 잔은 차갑게 식힌 모리노쿠라 준마이(杜の蔵 純米酒). 후쿠오카산 쌀로 빚은 지자케로 균형감 있는, 사케다운 사케였다. 그리고 한 모금 부드럽게 넘기고 잔을 내려놓을 때 깨달았다. 이런 술과 음식이 줄기차게 나오는데 촬영 감독은 단 한 잔의 술도 마시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카메라를 들 기회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반대편에서 제자리걸음 중인 나는 최선을 다해 먹고 마시기라도 하고 있을까.
와규 스테이크와 모리노쿠라 준마이, 산산에 진열된 일본술들
⁂
마무리는 게살 솥밥이었다. 미리 밥을 짓고 식힌 다음 연어알을 올리기 때문에 뚜껑을 열어도 김이 훅하고 올라오지 않아 이 나름의 문화 충격을 받는다. 연어알은 얼마나 탱글탱글한지, 따끈한 밥과 차갑게 맑은 연어알의 줄다리기에서 재료 본연의 맛을 선택한 결정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요리를 대하는 것일까? 카운터 너머로 훤히 드러난 주방이지만, 그 안에서 보이지 않게 끓어오르고 있을 고심과 분투는 어떤 것일지 궁금해졌다.
연어알 올린 게살 솥밥
어느새인가 그렇게 이름 지어진 ‘후쿠오카 식도락’ 취재를 진행하며 지금까지 그 어느 곳도 주방 안으로 들어가 촬영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다. 주방이 노출된 구조인 경우 바깥에서 찍는 것은 흔쾌히 허락했지만, 아무튼 주방의 선을 넘을 수는 없었다. 오너가 따로 있는 곳도 사장이 점장이나 주방장을 설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우리와 다르게 해석하는 협조의 선이 마음에 들었다. 위생 문제도 있겠거니와 협조의 선을 바투 그은 만큼 최선의 한계선을 더 멀리 잡고 매진하는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2시간 가까이 흐르고 라스트 오더까지 끝나자 점장이 등장했다. 점원을 통해서만 겨우 몇 마디 말을 전할 수 있던 사람이 하필 어제 넘어지는 바람에 얼굴을 찧었는데 카메라에 흉하게 나올까 미안하다며 사람 좋게 웃고 있었다. 최선을 다하고 온 사람만 지을 수 있는 표정이었다.
주방은 요리하는 사람들의 영역이라는 자부심은 신뢰를 준다. 연극에서도 관객은 암막 뒤를 들여다보면 안 되는 법이다. 공연도, 한 접시 음식도, 무대 위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것만이 목적이다. 눈부시게 빛나는 모양을 뜻하는 ‘산산(燦々)’, 이곳의 이름처럼.
글, 사진 | 에디터 T
브릭스 매거진의 에디터. 이런저런 사람들과 후쿠오카 식도락 길에 올랐다.
『진실한 한 끼』『꽃 파르페 물고기 그리고 당신』를 냈고, 『홍콩단편, 어쩌면 익숙한 하루』를 함께 썼다.
https://www.instagram.com/ecrire_lire_vivre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