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체험] 히로시마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은 일본술의 도시, 사이조

2024-09-25

| Hiroshima - Saijo |



히로시마현 히가시 히로시마시(東広島市)에 위치한 인구 20만의 소도시 ‘사이조(西条)’는 효고현 나다(灘), 교토부 후시미(伏見)와 더불어 일본주(日本酒)의 본고장으로 손꼽힌다. 이러한 명성에 걸맞게 사이조역 근처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양조장이 많이 남아 있다. 또, 근대식 서양 건축물과 노포가 옹기종기 모여 있어 고즈넉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대도시 중심의 일본 여행에 질렸거나 맑고 깊은 일본주를 맛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소도시 사이조. 히로시마에서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아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도 좋은 사이조를 양조장을 중심으로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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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에서 사이조로 가는 법


사이조는 히로시마에서 1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가까운 도시이다. JR 히로시마역 5번 플랫폼에서 산요혼센(山陽本線) 시라이치(白市)행 완행열차(590엔)를 타고 40분가량 달리면 사이조역에 도착한다. 


서일본여객철도주식회사의 홈페이지에서 완행열차 스케줄 확인이 가능하다. 영문으로 출발역은 ‘hiroshima’, 도착역은 ‘saijo’로 검색하면 된다.


서일본 여객철도 주식회사: https://www.westjr.co.jp/glob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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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조 양조장 거리(西条酒蔵通り)


사이조역을 나와 왼편으로 들어서면 흰 외벽에 빨간 굴뚝이 높이 솟은 양조장이 모인 거리가 나타난다. 사이조 양조장 거리, '사카구라 도오리(酒蔵通り)'라 부르는 큰 길에 8곳의 유서 깊은 양조장이 있다.


이중 역 기준 서쪽에 자리한 1곳을 빼고 나머지 7곳은 역 기준 동쪽에 몰려 있다. 이 양조장들이 모인 동네는 1633년 에도 시대부터 오카야마현과 돗토리, 야마구치 등 주고쿠 지방(中国地方) 주요 도시를 잇는 숙박 마을로 번영했다.


사이조의 마을 풍경


사람이 모여들자 몇몇 양조업자들은 지역의 질 좋은 쌀과 맑은 물, 주조에 적합한 기후(분지 지형) 조건을 활용해 술을 빚기 시작했다. 1894년 산요 철도 개통과 함께 사이조역이 문을 열며 유통망도 확보된다. 이어서 이웃 동네인 아키쓰 마치에서 양조업을 하던 미우라 센자부로라는 사람이 ‘긴죠즈쿠리’라고 하는 독특한 주조법을 개발하는 등 지역 전체가 양조업에 연관되며 크고 작은 양조장들이 잇따라 문을 열어 지금의 양조장 거리가 형성되었다.


사이조 양조장 거리
17-1 Saijohonmachi, Higashihiroshima, Hiroshima 739-0011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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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조 양조장들


① 하쿠보탄 주조(白牡丹酒造)


사이조 양조장 거리 초입에는 1675년 창업 이래 300년 넘게 술을 빚은 '하쿠보탄 주조(白牡丹酒造)'가 있다. 히로시마현 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양조장이다. 하쿠보탄 주조의 역사, 주조 과정이 전시되어 있고, 이곳의 술도 살 수 있다.


하쿠보탄 주조


하쿠보탄 주조(白牡丹酒造)
주소: 15-5 Saijohonmachi, Higashihiroshima, Hiroshima 739-0011 일본
영업시간: 평일 09:30~16:00 / 주말 10:30~16:00
홈페이지: https://www.hakubotan.co.jp


하쿠보탄 주조 맞은편에는 사이조 혼마치 역사 광장(西条本町歴史広場)과 지금은 문을 닫은 욧카이치 역사 연구 전시실이 있다. 전시실이 있던 자리는 오래전에 ‘코지마야(小島屋)’라고 하는 상가였다고 한다. 상인들의 물건을 맡아 주고 말과 인부, 가마꾼들이 휴식을 취하는 휴게실이 있었다고. 상인들은 사이조 혼마치 역사 광장에서 수레와 마차에 짐을 실었다고 한다.


사이조 혼마치 역사 광장


사이조 혼마치 역사 광장(西条本町歴史広場)
주소: 9-9 Saijohonmachi, Higashihiroshima, Hiroshima 739-0011 일본


② 가모쓰루 주조(加茂鶴酒造)


가모쓰루 주조의 양조장


1869년, 코지마야의 4대 후계자인 기무라 와헤이(木村和平)가 사이조 지역이 술을 빚기 유리한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데 주목하여 ‘가모쓰루 주조(加茂鶴酒造)’의 전신인 기무라 상점을 열어 술을 빚기 시작했다. 그리고 1873년, ‘가모쓰루(加茂鶴)’란 이름의 술을 출시하여 큰 부를 쌓는다. 이후 지역을 대표하는 양조장으로 우뚝 선 기무라 상점은 상호를 ‘가모쓰루 주조’로 바꾼다. 


가모쓰루 주조의 전시관


가모쓰루 주조의 최고급 술인 쥰마이다이긴죠 히로시마 니시키(純米大吟醸 広島錦)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과 2023년에 개최된 G7 회의 디너 만찬 술로 쓰이기도 했다. 이러한 명성을 드러내듯 가모쓰루 주조는 양조장 옆에 무료 견학장과 술 판매장을 설치하여 여행객들을 반긴다. 무료 시음 행사는 하지 않으니 주의. 사이조 내에서도 전반적인 일본주 제조 공정과 역사를 확인하기 좋은 곳으로 가모쓰루 주조를 추천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일본 방문 때 건배주로 쓰인 가모쓰루 골드


가모쓰루 주조(加茂鶴酒造)
주소: 4-31 Saijohonmachi, Higashihiroshima, Hiroshima 739-0011 일본
영업시간: 10:00~18:00
홈페이지: https://www.kamotsuru.jp


아울러 가모쓰루 주조의 사무실 옆에는 ‘오차야 혼진(御茶屋本陣)’이라는 유적이 있다. 에도 시대에 역참 역할을 했던 사이조 역사의 흔적 중 하나로, 오차야 혼진은 영주와 관리들이 묵어 가던 숙소였다.


오차야 혼진


오차야 혼진(御茶屋本陣)
주소: 4-4, Higashihiroshima, Hiroshima 739-0011 일본


③ 후쿠비진 주조(福美人酒造)


1917년에 문을 연 후쿠비진 주조 역시 가모쓰루 주조와 마찬가지로 지역의 양조 역사를 이끈 양조장이자 일본주 기술자 양성 학교라 불릴 정도로 많은 양조 기술자를 육성한 곳이다. 사이조 양조장 거리에서는 양조장 굴뚝이 눈에 자주 띄는데, 후쿠비진 주조의 굴뚝이 27m로 사이조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후쿠비진 주조


후쿠비진 주조(福美人酒造)
주소: 6-21 Saijohonmachi, Higashihiroshima, Hiroshima 739-0011 일본
영업시간: 평일 09:00~16:00 / 주말 10:00~16:00
홈페이지: https://www.fukubijin.co.jp


④ 가모이즈미 주조(賀茂泉酒造) - 슈센칸(酒泉館)


'가모이즈미 주조(賀茂泉酒造)'도 하쿠보탄, 가모쓰루, 후쿠비진 주조와 함께 사이조의 명성을 지탱하는 한 축이다. 가모이즈미 주조에는 ‘슈센칸(酒泉館)’이라는 근대 건축물이 있는데 건물 1층에 일본주를 시음할 수 있는 카페가 있다. 주말과 공휴일 오전 10시부터 17시 사이에만 문을 여는 이곳에서는 1인당 최대 1,500엔을 지불하면 양조장에서 빚은 네 종류의 일본주를 맛볼 수 있어 주당들에게 인기가 많다. 


가모이즈미 주조의 슈센칸


가모이즈미 주조 슈센칸에서 즐기는 일종의 일본주 '샘플러'


가모이즈미 주조(賀茂泉酒造)
주소: 2-4 Saijokamiichicho, Higashihiroshima, Hiroshima 739-0006 일본
슈센칸(酒泉館) 영업시간: 주말 및 공휴일 10:00~17:00
홈페이지: https://www.kamoizumi.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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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트레카사(Cafe Trecasa)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라면 커피는 어떨까. 사이조의 '트레카사(Trecasa)'는 옛 민가를 개조한 카페다. 아늑한 분위기를 뽐내는 트레카사는 신선한 채소와 먹음직스러운 돼지고기로 만든 찜통 런치, 달달한 시폰 케이크로 유명하다. 시폰 케이크는 시즌마다 토핑이 달라지고, 제철에 맞는 새 런치 메뉴를 선보이기도 한다. 그런 만큼 2015년 ‘크리스마스’에 문을 연 이후 나날이 인기를 끌어 지금은 영업 내내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트레카사의 쉬폰 케이크와 커피


트레카사(Trecasa)
주소: 16-24 Saijohonmachi, Higashihiroshima, Hiroshima 739-0011 일본
영업시간: 11:00~18:00 / 매달 첫째, 셋째 화요일 및 매주 수요일 휴무




글·사진 | 박탄호

일본 생활 13년차를 맞이한 외국인 노동자. 『일본 소도시 여행』(넥서스), 『늘 곁에 있어주던 사람에게』(부크럼), 『아는데 모르는 나라, 일본』(따비)을 썼습니다.
유튜브: https://www.youtube.com/@Travelertan


편집 | 신태진·이은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