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rino |

우아한 토리노의 야경

포(Po)강에서 바라본 토리노
대다수의 한국 사람들에게는 2006년 동계올림픽으로만 알려진 토리노가 사실은 커피의 고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밀라노에서 기차로 단 1시간이면 가는 이곳은 최초의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커피를 탄생시킨 안젤로 모리온도(Angelo Moriondo)의 고향이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라바짜(Lavazza) 커피가 생겨난 곳이기도 합니다.
라바짜는 심지어 처음으로 블렌드 커피를 만들어냈다고 하는데, 저도 이 사실을 토리노에 살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토리노는 이탈리아를 통일시킨 사보이아(Savoia) 왕가의 수도였는데요, 이곳은 시간이 지남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남아 있는 역사적인 카페가 가장 많은 도시입니다. 유럽 평의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Historic Cafés Route의 일부인 이탈리아의 16개 장소 중 10개가 토리노에 있는데요, 그중 필자가 가장 추천할 만한 네 곳을 소개합니다.
:: Caffè al Bicerin dal 1763 ::
토리노에서 단 한 곳의 카페를 가야 한다면 주저 없이 카페 알 비체린(Caffè al Bicerin dal 1763)을 꼽을 수 있습니다. Santuario della Consolata 성당이 자리 잡고 있는 Piazza Consolata 광장에 있는 이 카페는 1763년부터 시작된 토리노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입니다. 내부, 외부 모두 자리가 있고 내부에는 테이블이 8개밖에 없지만 소박하고 아담한 느낌이 사랑스러운 공간입니다.
카페 알 비체린 입구
이곳은 비체린(Bicerin)이란 음료를 처음 만든 곳인데, 비체린은 맨 밑에 커피, 중간층에 따뜻한 초콜릿, 그리고 맨 위에 차가운 우유 크림을 올리는 음료입니다. 이곳의 시그니처일 뿐만 아니라 현재는 토리노의 상징적인 음료가 되었습니다. 음료가 나오자마자 “섞지 마세요!”라고 서버들이 바로 알려주는데, 이것이 이 음료를 가장 잘 맛보는 비법입니다. 가격은 조금 비싸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7.9 유로로 커피, 초콜릿, 우유의 세 가지 맛을 다양한 밀도와 온도로 입안에서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습니다. 보기에는 단 것 같아도 전체적으로 단맛이 적고 따뜻한 초콜릿과 우유 크림의 풍미가 매우 조화로워요. 은근히 느껴지는 커피 맛도 향긋합니다.
촛불과 함께 영롱한 비체린
여담으로 이탈리아 통일의 주역인 Camillo Cavour와 한때 토리노에 살았던 작곡가 푸치니, 피카소, 헤밍웨이도 비체린을 맛보고 좋아했다고 합니다. 또한 카페는 예전에는 남성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는데, 이곳은 유일하게 여성들이 수년 동안 공공장소에서 혼자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였다고 합니다. 현재까지도 여성 점원들로만 이루어져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Caffè al Bicerin dal 1763
Piazza della Consolata, 5, Torino TO
* * *
:: Caffè Mulassano ::
아주 작은 카페 물라싸노(Caffè Mulassano) 입구
물라싸노는 카스텔로 광장(Piazza Castello) 중심에 위치한 카페입니다. 아케이드 안에 있는 아주 작은 카페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느낌을 받을 만큼 매우 앤틱한 아르누보 스타일의 홀이 나옵니다. 특히 목재, 청동, 황동으로 꾸며진 내부는 매우 화려하며 그 시대의 풍요로움이 잘 느껴지는 카페입니다. 다른 카페들과는 다르게 조금 늦은 1907년에 문을 열었는데, 예술가들과 지식인의 안식처가 되어 토리노 문화의 진원지로서의 역할을 하였습니다.
화려한 내부, 주로 서서 커피를 마시는 이탈리아 사람들
앤틱한 계산대
Caffè Mulassano는 트라메찌노(Tramezzino)라고 불리는 이탈리아식 샌드위치를 처음 만들어서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특히 참치 소스를 곁들인 송아지고기 샌드위치(Vitello Tonnato)를 제일 추천합니다. 너무 늦게 가면 품절되기 일쑤니 되도록 빨리 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또한 토리노에서 만들어진 술인 Vermouth 칵테일도 매우 훌륭합니다. 토리노에 산다면 매일 아침 가서 아침을 먹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운 공간입니다.
베르무트(Vermouth)칵테일과 트라메찌노(Tramezzino).
아페리티보(Aperitivo)라고 이곳에선 칵테일을 시키면 안줏거리들이 항상 같이 나옴
이탈리아 바는 언제나 애완견들 환영
Caffè Mulassano
Piazza Castello, 15, Torino TO
* * *
:: Caffè Fiorio ::
약간은 평범해 보이는 피오리오의 입구
카페 피오리오(Caffè Fiorio)는 역사와 매력이 가득한 특별한 장소입니다. 1780년부터 이어져 온 곳으로 한때 니체를 비롯한 19세기 위대한 철학자와 작가, 지식인들이 모이던 장소였다고 합니다. 특히 매일 아침 Carlo Alberto 왕이 “카페 피오리오에서는 뭐라고 말하나요?”라는 질문을 했다고 할 만큼 이곳은 지식인, 공무원, 외교관 등 토리노의 엘리트들이 가장 애용하는 장소였습니다.
화려한 조명과 붉은 벨벳의 가구들
내부는 매우 고풍스러운 붉은 벨벳으로 그 당시 스타일을 회상할 수 있는 듯한 착각을 줄 만큼 아름다운 장소입니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장소가 큽니다. 현재는 젤라또 가게로 더 유명한 곳인데, 토리노 사람들이 꼽는 최고의 젤라또로 뽑히기도 하였습니다. 메뉴는 평범하게 보일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도 꼭 한 번쯤은 방문해 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됩니다.
안쪽으로 올라가는 길
쌓여있는 토리노 초콜릿 잔두이야
Caffè Fiorio
Via Po, 8/C, Torino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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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ffè San Carlo ::
산카를로 광장
직사각형으로 된 산카를로 광장(Piazza San Carlo)에는 각 모퉁이마다 유명한 카페들이 있습니다. 현재는 한 군데가 문을 닫아 세 곳(Caffè Torino, Stratta dak 1836, Caffè San Carlo)만 남았는데 모두 역사적인 카페입니다. 그중 카페 산 카를로(Caffè San Carlo)는 감히 토리노에서 가장 화려한 카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화려한 무라노 샹들리에와 거울 장식
이곳은 수년간 이탈리아 통일운동(Risorgimento)의 거점이었는데 당시 정치인, 지식인 그리고 예술가들의 만남의 장소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폭격으로 현재는 두 개의 방만 남아 있으며, 카페 안에 들어서자마자 1960년에 설치한 무라노 샹들리에가 보입니다. 마치 박물관에 있는 듯한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압도됩니다. 또한 이곳에서는 라바짜가 1895년에 서명한 스페셜티 블렌드를 맛볼 수 있습니다. 페이스트리 셰프 안드레아(Andrea)의 크루아상과 디저트들도 매우 훌륭합니다.
이탈리아의 기본 아침 식사 카푸치노와 브리오슈
역사적으로 계속 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는데 이 카페는 첫 개장 후 정확히 200년 만인 2022년에 다시 문을 열었고, 현재는 토리노 사람들의 새로운 만남의 장소로 부활하였습니다. 이곳은 현재 카페뿐만 아니라 Costardi Bros 셰프의 지휘로 Scatto라는 고급 레스토랑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풍스러운 내부를 바라보며
Caffè San Carlo
Piazza San Carlo, 156, Torino TO
글·사진 | 황인정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하였다. 대학원에서 성악을 뒤늦게 시작하였고 토리노에서 유학한 후 현재는 밀라노 스칼라 극장에서 노래하며 살고 있다.
https://www.instagram.com/cristina.injeong.hwang
| Torino |
우아한 토리노의 야경
포(Po)강에서 바라본 토리노
대다수의 한국 사람들에게는 2006년 동계올림픽으로만 알려진 토리노가 사실은 커피의 고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밀라노에서 기차로 단 1시간이면 가는 이곳은 최초의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커피를 탄생시킨 안젤로 모리온도(Angelo Moriondo)의 고향이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라바짜(Lavazza) 커피가 생겨난 곳이기도 합니다.
라바짜는 심지어 처음으로 블렌드 커피를 만들어냈다고 하는데, 저도 이 사실을 토리노에 살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토리노는 이탈리아를 통일시킨 사보이아(Savoia) 왕가의 수도였는데요, 이곳은 시간이 지남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남아 있는 역사적인 카페가 가장 많은 도시입니다. 유럽 평의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Historic Cafés Route의 일부인 이탈리아의 16개 장소 중 10개가 토리노에 있는데요, 그중 필자가 가장 추천할 만한 네 곳을 소개합니다.
:: Caffè al Bicerin dal 1763 ::
토리노에서 단 한 곳의 카페를 가야 한다면 주저 없이 카페 알 비체린(Caffè al Bicerin dal 1763)을 꼽을 수 있습니다. Santuario della Consolata 성당이 자리 잡고 있는 Piazza Consolata 광장에 있는 이 카페는 1763년부터 시작된 토리노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입니다. 내부, 외부 모두 자리가 있고 내부에는 테이블이 8개밖에 없지만 소박하고 아담한 느낌이 사랑스러운 공간입니다.
이곳은 비체린(Bicerin)이란 음료를 처음 만든 곳인데, 비체린은 맨 밑에 커피, 중간층에 따뜻한 초콜릿, 그리고 맨 위에 차가운 우유 크림을 올리는 음료입니다. 이곳의 시그니처일 뿐만 아니라 현재는 토리노의 상징적인 음료가 되었습니다. 음료가 나오자마자 “섞지 마세요!”라고 서버들이 바로 알려주는데, 이것이 이 음료를 가장 잘 맛보는 비법입니다. 가격은 조금 비싸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7.9 유로로 커피, 초콜릿, 우유의 세 가지 맛을 다양한 밀도와 온도로 입안에서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습니다. 보기에는 단 것 같아도 전체적으로 단맛이 적고 따뜻한 초콜릿과 우유 크림의 풍미가 매우 조화로워요. 은근히 느껴지는 커피 맛도 향긋합니다.
여담으로 이탈리아 통일의 주역인 Camillo Cavour와 한때 토리노에 살았던 작곡가 푸치니, 피카소, 헤밍웨이도 비체린을 맛보고 좋아했다고 합니다. 또한 카페는 예전에는 남성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는데, 이곳은 유일하게 여성들이 수년 동안 공공장소에서 혼자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였다고 합니다. 현재까지도 여성 점원들로만 이루어져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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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ffè Mulassano ::
물라싸노는 카스텔로 광장(Piazza Castello) 중심에 위치한 카페입니다. 아케이드 안에 있는 아주 작은 카페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느낌을 받을 만큼 매우 앤틱한 아르누보 스타일의 홀이 나옵니다. 특히 목재, 청동, 황동으로 꾸며진 내부는 매우 화려하며 그 시대의 풍요로움이 잘 느껴지는 카페입니다. 다른 카페들과는 다르게 조금 늦은 1907년에 문을 열었는데, 예술가들과 지식인의 안식처가 되어 토리노 문화의 진원지로서의 역할을 하였습니다.
Caffè Mulassano는 트라메찌노(Tramezzino)라고 불리는 이탈리아식 샌드위치를 처음 만들어서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특히 참치 소스를 곁들인 송아지고기 샌드위치(Vitello Tonnato)를 제일 추천합니다. 너무 늦게 가면 품절되기 일쑤니 되도록 빨리 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또한 토리노에서 만들어진 술인 Vermouth 칵테일도 매우 훌륭합니다. 토리노에 산다면 매일 아침 가서 아침을 먹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운 공간입니다.
아페리티보(Aperitivo)라고 이곳에선 칵테일을 시키면 안줏거리들이 항상 같이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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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ffè Fiorio ::
카페 피오리오(Caffè Fiorio)는 역사와 매력이 가득한 특별한 장소입니다. 1780년부터 이어져 온 곳으로 한때 니체를 비롯한 19세기 위대한 철학자와 작가, 지식인들이 모이던 장소였다고 합니다. 특히 매일 아침 Carlo Alberto 왕이 “카페 피오리오에서는 뭐라고 말하나요?”라는 질문을 했다고 할 만큼 이곳은 지식인, 공무원, 외교관 등 토리노의 엘리트들이 가장 애용하는 장소였습니다.
내부는 매우 고풍스러운 붉은 벨벳으로 그 당시 스타일을 회상할 수 있는 듯한 착각을 줄 만큼 아름다운 장소입니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장소가 큽니다. 현재는 젤라또 가게로 더 유명한 곳인데, 토리노 사람들이 꼽는 최고의 젤라또로 뽑히기도 하였습니다. 메뉴는 평범하게 보일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도 꼭 한 번쯤은 방문해 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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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ffè San Carlo ::
직사각형으로 된 산카를로 광장(Piazza San Carlo)에는 각 모퉁이마다 유명한 카페들이 있습니다. 현재는 한 군데가 문을 닫아 세 곳(Caffè Torino, Stratta dak 1836, Caffè San Carlo)만 남았는데 모두 역사적인 카페입니다. 그중 카페 산 카를로(Caffè San Carlo)는 감히 토리노에서 가장 화려한 카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수년간 이탈리아 통일운동(Risorgimento)의 거점이었는데 당시 정치인, 지식인 그리고 예술가들의 만남의 장소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폭격으로 현재는 두 개의 방만 남아 있으며, 카페 안에 들어서자마자 1960년에 설치한 무라노 샹들리에가 보입니다. 마치 박물관에 있는 듯한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압도됩니다. 또한 이곳에서는 라바짜가 1895년에 서명한 스페셜티 블렌드를 맛볼 수 있습니다. 페이스트리 셰프 안드레아(Andrea)의 크루아상과 디저트들도 매우 훌륭합니다.
역사적으로 계속 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는데 이 카페는 첫 개장 후 정확히 200년 만인 2022년에 다시 문을 열었고, 현재는 토리노 사람들의 새로운 만남의 장소로 부활하였습니다. 이곳은 현재 카페뿐만 아니라 Costardi Bros 셰프의 지휘로 Scatto라는 고급 레스토랑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풍스러운 내부를 바라보며
글·사진 | 황인정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하였다. 대학원에서 성악을 뒤늦게 시작하였고 토리노에서 유학한 후 현재는 밀라노 스칼라 극장에서 노래하며 살고 있다.
https://www.instagram.com/cristina.injeong.hw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