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여행] 교토 니조성 옆길 '오이케 거리'의 볼거리, 먹거리

2025-05-28

| Kyoto |



교토에 왔다면 꼭 가 봐야 할 곳 중 하나가 니조성이다. 니조성 앞엔 언제나 관광버스가 빼곡하게 주차되어 있고, 수많은 사람이 니조성을 보려고 운집해 있다.


니조성 남쪽에는 지하철 토자이선의 니조조마에(二条城前)역이 있는 오시코지 거리(押小路通)가 있는데, 그 오시코지 거리보다 한 블록 더 남쪽에 있는 거리가 바로 오이케 거리(御池通)다. 니조성과 가깝지만, 니조성의 위광에 가려진 거리. 하지만 그래서 더 조용하고 특별한, 보물 같은 공간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어떤 곳들을 만날 수 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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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치로루(喫茶チロル) ::


카페 치로루


카페 치로루는 1968년에 문을 연 레트로 카페다. 외관부터 ‘The 레트로’의 기운이 풀풀 풍긴다. 좌석이 29석이면 오래된 킷사(喫茶) 치고는 작지 않은 규모인데, 인근 주민들에겐 꽤 인기가 많은 곳이라 점심시간에는 줄이 제법 늘어선다.  


카페 치로루의 내부. 테이블이 좁고 낮다.


조명부터 어둡고 작은 테이블까지 모든 게 옛날 그대로인 것 같은 느낌이다. 분위기 하나만으로도 재방문을 예약하게 되는 곳이다. 점심 메뉴 또한 일본의 킷사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메뉴로,볶음밥, 스파게티, 카레라이스, 하야시라이스, 달걀샌드위치 등을 맛볼 수 있다.


카레라이스와 달걀샌드위치, 이탈리안 스파게티


제법 연세가 있어 보이는 할머니들이 만들어주시는 음식은 그야말로 집밥의 느낌. 디저트로 진한 커피까지 한잔 마시면 70년대로 타임 슬립 완료다.


토스트 등의 아침 메뉴는 11시까지 주문 가능하고, 커피나 홍차, 주스 등도 준비되어 있다. 현금만 받는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이케 거리의 멋진 킷사 카페 치로루


카페 치로루(喫茶チロル)
539-3 Monzencho, Nakagyo Ward, Kyoto
오전 8시 ~ 오후 4시 (일요일 휴무)
점심 메뉴 800~1,000엔, 커피 43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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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센엔(神泉苑) ::


신센엔 정문 도리이


헤이안 시대 때 황궁의 부속 정원으로 만들어진 곳으로, 역대 천황들이 연회를 열고 소풍을 즐겼다고 한다. 이곳에 있는 연못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고 맑은 물이 솟아 나온다고 하여 신센엔(神泉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신센엔 전경. 오이케 거리 이름의 유래가 된 커다란 연못, 조주이케가 있다.


웬만한 사람의 장딴지만큼 커다란 잉어들이 살고 있는 신센엔의 연못 호조주이케(法成就池)에서 바로 오이케라는 거리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며, 이 연못을 가로지르는 빨간 구름다리인 호조바시(法成橋)를 딱 하나의 소원만 빌면서 건너면 그 소원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소원을 하나만 빌면서 호조바시를 건너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에도시대 때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니조성을 만들 때 신센엔의 용수를 퍼서 성의 내호와 외호를 채웠다고 전해지며, 이 때문에 신센엔의 경역은 처음보다 많이 축소되었다고 한다. 크지 않은 규모지만 워낙 연못이 넓어서 풍광이 정말 아름답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교토의 고즈넉함을 느끼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연못으로 둘러싸인 신센엔


신센엔(神泉苑)
166 Monzencho, Nakagyo Ward, Kyoto
오전 6시 30분 ~ 오후 8시
https://travel.naver.com/overseas/JPUKY1386093/poi/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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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오야 오이케점(京漬物の赤尾屋 御池店) ::


아카오야 오이케점 외관. 가게 앞에 거대한 소금 절임통이 있다.


아카오야는 역사가 300년 이상 되는 전통 있는 교토식 절임(京漬物) 전문점이다. 계절마다 제철 채소를 이용한 교토식 절임을 만드는 곳으로, 점점 쇠퇴해 가는 전통 절임 문화를 면면히 지켜가고 있는 곳이다.


압착기


니조성이 근처에 있는데도 관광객의 발길이 뜸하기 때문에 넓은 가게에서 천천히 맛보면서 절임을 고를 수 있다. 합성 보존료와 합성 착색료를 쓰지 않으므로 냉장 보관을 권유하는데, 교토에 갈 때 일부러 보냉제와 보냉팩을 챙겨갈 만큼 이곳의 절임은 정말 신선하고 맛있다.


다양한 절임(쓰케모노)을 판매한다.


아카오야 오이케점(京漬物の赤尾屋 御池店)
16-6-1 Nishinokyo Ikenouchicho, Nakagyo Ward, Kyoto
오전 10시 ~ 오후 5시 (수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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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호(果朋) ::


카호


카호는 일본 전통 과자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해 만들어내는 창작 화과자점이다. 제철 과일을 이용한 화과자를 많이 취급하기 때문에, 계절별로 품목이 달라지기도 한다. 


갤러리 같은 카호의 내부


일단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갤러리에라도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 펼쳐진다. 화과자집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현대적인 디스플레이에 한 번 놀라고, 진열대를 한 줄로 채우고 있는 아름답고 기발한 화과자들에 또 한 번 놀란다.


초콜릿 같지만 양갱과 앙금이다.


먹기 아까울 만큼 예쁜 코하쿠토


생긴 건 마카롱처럼 생겼는데 전통 과자를 만드는 기법으로 만든 과자, 찹쌀떡 안에 밤앙금과 버터를 넣은 앙버터 찹쌀떡, 색깔이 고운 코하쿠토와 타르트류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모든 상품이 양과자처럼 생겼지만 전부 화과자다. 초콜릿처럼 생겼는데, 앙금이나 양갱이다.


그 외에도 눈길을 끈 것은 병에 넣은 과일 파르페와 병에 넣은 당고였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아름다운 모양새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병에 든 당고와 과일 파르페


맛 또한 모양새에 뒤지지 않게 훌륭하다. 또, 벽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과일 아이스크림 모형이 벽에 전시되어 있었다. 현재는 온라인 판매만 가능하다고 하여 실물을 보지는 못했다.


온라인 판매 중인 과일 아이스크림


카호(果朋)
67−99, Nishinokyo Shokujicho, Nakagyo Ward, Kyoto
오전 10시 ~ 오후 6시 (화요일 휴무)
화과자 300~500엔, 병에 담긴 당고와 파르페 600~700엔, 과일 아이스크림 486엔(온라인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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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램프 커피 사라사(CLAMP COFFEE SARASA) ::


클램프 커피 사라사. 카페가 있는 골목은 지나치기가 쉽다.


비밀의 정원에 있는 비밀의 문 같은 입구


클램프 커피 사라사는 골목 안에 살포시 숨어 있는 커피의 명소다. 처음 가면 도대체 입구가 어디인지 헤매기 일쑤다. 좁은 골목 안에 여러 가게가 포진해 있는데, 작은 입간판 하나만이 이곳이 클램프 커피 사라사임을 알려준다. 마치 비밀의 정원으로 통하는 비밀의 문처럼 입구부터 은밀한 은신처의 느낌이 든다.


안으로 들어서면 살짝 어둡지만, 나무가 드리워진 창으로 비쳐 들어오는 햇볕이 따사롭다. 교토의 카페 체인 사라사의 커피 배전소로 처음 문을 연 클램프 커피 사라사는 직접 배전한 다양한 종류의 핸드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다. 가게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커피 배전기가 뭔가 공장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 같으면서도, 직접 배전하는 커피의 맛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카페 내부 전경


안쪽 구석에 있는 커피 배전기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하면 원두를 선택하게 한다. 커피 맛이 마음에 들면 원두나 드립백을 구매할 수도 있다. 서빙된 커피는 살짝 진하고 묵직하지만 쓴맛이 강하지 않아 편하게 마실 수 있었다. 또, 묵직한 커피는 달달한 디저트와 잘 어울린다. 


커다란 테이블을 여러 사람이 나눠 쓰는 방식이라 손님이 많을 때는 조금 번잡스럽지만,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이곳은 토스트도 굉장히 유명하니 참고하자.


커피와 파운드케이크


점내에 흐르는 음악도 좋고,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도 예쁘고, 커피와 디저트 궁합도 좋은 카페. 교토를 여행하다 힐링의 한때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곳이다.


창밖의 나무가 싱그러워 보인다.


클램프 커피 사라사(CLAMP COFFEE SARASA)
67-38, Nishinokyo Shokujicho, Nakagyo Ward, Kyoto
오전 9시 ~ 오후 6시
핸드 드립 커피 6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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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도리아시(チドリアシ) ::


낮에 보면 뭐 하는 곳인지 잘 가늠이 안 되는 외관


치도리아시는 레트로한 느낌의 동네 이자카야다. 그냥 지나친다면 도저히 술집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외관이다. 그런데 요리도 심상치 않고 니혼슈 구색도 다양하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레트로한 이자카야. 첫 잔은 맥주


구불구불 필기체 한자로 쓴 메뉴는 관광객에겐 상당히 큰 난관이다. 카메라 번역기도 잘 안 먹힐 수 있다. 오뎅부터 일본식 샐러드, 각종 튀김도 구비되어 있고, 장어 계란말이 등 독특한 메뉴도 있다. 하지만 어떤 걸 골라야 할지 몰라도 걱정은 말자. 친절한 주인장과 직원들에게 추천 메뉴를 부탁하면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먹어본 요리는 모두 정말 맛있었다. 


정갈하고 맛있는 요리와 추천 받은 니혼슈


니혼슈 또한 추천을 부탁했는데, 입맛에 아주 잘 맞았다. 고객의 니즈에 대응하는 능력이 정말 뛰어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자카야 탐방이 여행의 목적이거나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숙소가 있다면 반드시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밤에 붉은 등불이 들어오니 비로소 술집이라는 느낌이 든다.


치도리아시(チドリアシ)
233-6, Daimonjicho, Nakagyo Ward, Kyoto
오후 6시 ~ 오전 12시 (수요일 휴무)




글·사진 | 박소현

15년차 일본 만화 번역가. 17년차 일본 여행 초보자. 27년차 기혼자. 일본어를 읽는 데 지치면 일본어를 말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나는 게 삶의 낙인 고양이 집사. 그저 설렁설렁 일본을 산책하는 게 좋다.
『걸스 인 도쿄』 『도서 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공동 저자.


편집 | 신태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