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aka |
오사카는 에도 시대부터 천하의 부엌(天下の台所) 으로 불릴 정도로 음식에 있어 상당한 자부심을 가진 도시이다. 그럼에도 유독 돈카츠 맛집은 도쿄에 많다는 인식이 퍼져 있고, 실제로 타베로그100명점(100名店) 에도 도쿄의 가게가 다수 포진해 있다.
오사카에서는 돈카츠를 단순히 경양식집의 한 메뉴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도쿄에서는 하나의 요리로서 돈카츠의 다양성을 존중해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두 도시에서 모두 유명 돈카츠를 먹어 본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오사카에도 재료의 단맛을 충분히 살리며 가게의 아이덴티티를 입힌 돈카츠가 정말 많다. 이번 기획에서는 오사카에 있는 세 곳의 개성 있는 돈카츠집을 찾아가 소개하고자 한다.
* * *
:: 찍어먹는 소금만 16종류 ::
:: 에페 쿠프(epais coup) ::
‘에페 쿠프(epais coup)’는 중심 관광지와는 조금 떨어져 있는 ‘JR스이타역(JR 吹田駅)’ 아사히상점가(旭商店街)에 위치한 조그마한 가게이다. 오사카의 중심지역 키타신치(北新地)에 있고 미슐랭 빕구르망 선정 이력도 있는 ‘에페’의 자매점이다. 본점과 가격, 맛 모두 큰 차이는 없으니, 에페 본점을 가 보려고 했던 분들이라면 이곳도 충분한 선택지가 될 듯싶다.

자그마한 입구와 타베로그 인증마크
가게 내부는 총 6명이 앉을 수 있는 카운터가 전부라 가족 방문이라면 조금 협소하다고 느껴질 것이다. 가게 내부 분위기는 조용하며 기름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돈카츠집보다는 고급 일식집 같은 느낌이다.

에페 쿠프 실내
주문 후 자리에 앉으면 돈카츠가 나오기까지 주전부리를 하나 내어준다. 백된장을 사용한 돼지고기 민치이며, 함께 나온 채소에 곁들여 먹으면 된다. 돼지고기와 부드러운 백된장이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럽게 버무려져 있으며, 아삭한 식감의 오이에 얹어 먹으면 식전에 입맛을 돋우기 아주 그만이다. 별거 아닌 듯하지만 메인 음식이 나오기 전 기대감을 끌어올리기 충분하다.

백된장돼지민치
히레 샤또브리앙 정식(2,200엔) 을 주문했다. 식전 음식을 먹고 입맛을 다시다 보면 돈카츠가 나온다. 샤또브리앙이란 소 안심 중에 가장 두껍고 질이 좋은 부분을 뜻하는데,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돼지 안심 중에서 가장 좋은 부위를 사용했다는 뜻으로 ‘히레 샤또브리앙’이라는 용어를 쓰는 가게들이 몇몇 있다.

히레 샤또브리앙 정식(2,200엔)
저온 조리한 덕분에 두꺼운 안심의 심부까지 열이 골고루 전달되어 있다. 특히 육즙을 잘 가두어서 국물에 한 번 퐁당 담갔다 뺀 것 같이 촉촉하며, 육즙이 고루 퍼져 있다. 워낙 좋은 안심을 사용한 극강의 부드러움은 물론이고 은은한 육향도 느껴져 상당히 만족스럽다.
이 가게의 특이한 점은 소금 16종, 소스 4종, 도합20종류의 양념이 준비 되어 있다는 것이다. 메뉴에 쓰여 있는 소금을 부탁하면 바로 준비해 준다. 보편적인 히말라야 암염을 부탁드렸다. 소금에 관해 잘 몰라도 최적의 조합으로 내어 주니 편하게 부탁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소금과 소스 종류만으로도 메뉴 한 장이 가득 채워진다.
에페 쿠프 (epais coup)
5-5 Motomachi, Suita, Osaka
점심11:00~14:00, 저녁17:00~21:00 (일 휴무)
* * *
:: 정성만점 노포 돈카츠 ::
:: 톤테이(とん亭) ::

톤테이
‘JR테라다마치(寺田町)’역. 텐노지(天王寺)와 가깝지만 조용하며, 맛집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는 동네이다. 이 동네의 ‘톤테이(とん亭)’는 오랜 시간 동안 오사카에서 돈카츠 정식을 팔고 있는 노포점이다. 외관은 별다른 특이점이 없지만, 사실 이 집도 타베로그 100명점에 선정된 일본 전국적 돈카츠 맛집이다. 그럼 어떠한 특별함으로 수십 년 동안 오사카에서 인기를 얻었는지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자.

가게는 10개 남짓의 카운터석이 전부이며, 문 앞에서 기다리면 순서에 맞게 안내해주신다.
메뉴는 심플하게 로스카츠, 히레카츠가 있으며, 추가로 믹스 세트를 주문하면 오징어튀김, 게살크림, 새우튀김 중에 두 가지를 고를 수 있다. 로스믹스 세트(1600엔)를 주문했다. 주문을 하고 나서 튀김기에서 꽤나 역동적으로 튀겨지고 있는 돈카츠를 멍하니 바라보며 기다리다 보면 빈 공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접시를 한가득 채운 고소한 돈카츠 정식이 눈앞에 놓인다.

로스믹스세트(게살크림고로케+새우튀김포함) 1,600엔
작은 입자의 튀김옷은 강하게 익혀 바삭보다는 빠삭(?)한 느낌이다. 쿠시카츠 튀김옷과 아주 유사하다. 한번에 강한 기름으로 튀겼기에 내부는 조금 뻑뻑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너무나 부드러운 촉감에다가 육즙도 흥건하다. 특히 후추 밑간이 꽤나 강해 첫 점은 소금, 소스 없이 그냥 먹어도 좋을 것 같다. 튀김옷과 고기도 떨어지지 않고 잘 붙어 있다. 단순해 보이지만 상당히 완성도 높은 돈카츠였다. 소스는 두 개가 같이 제공되는데, 하나는 일반적인 중농(中濃)베이스에 달짝지근한 소스와 채소, 과일 등이 가득 들어간 듯한 살짝 폰즈스러운 달콤새콤한 특제 소스가 있다. 개인적으로 특제 소스가 감초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주며, 돈카츠 맛의 레이어를 두껍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새우튀김과 게살크림 고로케도 조연이 아니라 또 다른 주연 같은 맛이다. 새우튀김은 살짝 단단한 식감이지만 튀김옷과의 밸런스가 완벽하며, 게살크림은 입안 곳곳에 크림의 부드러움과 감칠맛을 몰아세운다. 거기에 수제 타르타르소스가 살짝 악센트를 준다.

새우튀김과 게살크림 고로케
한 접시를 다 비우고 나서야 모든 것이 납득이 갔다. 기본에 충실하게 요리하면 별다른 기교 없이도 손님에게 그 맛과 정성이 전달된다. 노포에서 느껴지는 오사카다운 활기에 감싸여, 양 많고 만족감 높은 돈카츠 정식을 먹어 보고 싶다면 톤테이를 추천한다.
추가 Tip. 평일 12시 기준, 약간의 웨이팅은 있으나, 워낙 회전율이 높아서 사람이 많아 보여도 생각보다 금방 줄어든다. 카드 계산은 안 되고 무조건 현금이다.
돈카츠 돈테이(とんかつとん亭)
4 Chome-1-2 Daido, Tennoji Ward, Osaka
점심11:30~15:00, 저녁17:30~20:00 (월 휴무)
* * *
:: 넣는 순간 입 안에서 녹아버리는 돈카츠 ::
:: 후지이(ふじ井) ::

후지이
‘후지이(ふじ井)’는 ‘게이한선 센바야시 (千林)역’과 인접한 가게이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아직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상점가가 먼저 반겨준다. 때묻지 않은 정겨운 분위기다.
후지이는 2022년 9월 오픈한 어린 가게이지만, 그럼에도 미슐랭 빕구르망, 타베로그 돈카츠100명점 등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기본적으로 예약이 필요하며, 예약은 ‘tablecheck’를 이용하면 된다. 당일 혹은 전일 예약은 조금 힘들 수 있기에, 가급적 일주일 전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신규 업장이어서 모든 곳이 깨끗하다.
평일 점심 시간에는 조금 더 합리적으로 즐길 수 있는 평일 점심 세트가 준비된다. 물론 점심에도 모든 메뉴 주문이 가능하며, 좀 더 상급 돼지 품종을 먹고 싶거나, 양이 많은 사람은 점심 메뉴에 사이드 추가 혹은 아예 일반 메뉴를 주문하는 걸 추천한다. 나는 1,900엔 하는 점심 세트(로스+닭안심카츠)와 450엔 하는 멘치카츠를 추가로 주문했다.
카츠의 따듯한 온도감, 바삭한 식감, 육즙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음식은 차례차례 나온다. 가장 먼저 나온 음식은 멘치카츠. 아무것도 찍지 않고 튀김옷 식감을 느껴본다. 가볍고 바삭한 튀김옷이 기분 좋게 씹힌다. 풍부한 육즙 덕분에 부족함 없이 느껴진다. 거기에 소금을 더 하자 밸런스가 꽉 잡힌다.

단품 추가한 멘치카츠 450엔
이어서 닭 안심카츠(ささみかつ)가 나왔다. 한눈에 봐도 촉촉함이 느껴진다. 멘치카츠와 같은 방식으로 첫 점은 그냥 먹었다. 씹는 순간 사라진다. 녹아 들었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치아를 쓰지 않고도 부드럽게 넘어간다. 가벼운 튀김옷 덕분에 튀김옷과 닭 안심이 동시에 입안에서 사라지고, 육즙이 조금 더 직접적으로 느껴졌다. 같이 나오는 겨자소스와의 조합이 가장 좋았다.

닭안심카츠.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마지막으로 로스카츠가 나왔다. 로스는 SPF라는 치바현 고급 품종 돼지(銘柄豚)를 사용한다. 일반 등심과 상등심이 제공되며, 둘 다 육즙이 부족함 없이 채워져 있다. 일반 등심은 뻑뻑함 없이 부드럽고 적당히 붙어 있는 비계와 밸런스가 완벽하다. 상등심은 얼핏 보기에는 조금 느끼해 보였으나 등심보다 훨씬 더 기름진 맛은 물론, 녹아 내리는 식감과 돼지 비계의 달큰한 느낌이 강해서 전혀 거부감이 없었다. 맛이 굉장히 강렬하여 밥과 같이 먹어도 여운이 오래 남는다.


左일반등심, 右특등심
부위는 물론, 다양한 품종에서 느껴지는 각각의 캐릭터를 튀김이라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 방법으로 요리한 것이 카츠라고 생각한다. 조리가 단순해 보여도 잘 하는 곳은 가게만의 철학이 있으며, 엄청난 고심과 연구를 통해 우리가 먹는 한 입, 한 입을 지탱하고 있다고 본다. 후지이(ふじ井)는 이러한 철학이 충분히 녹아 든 가게였으며, 친절한 부부 사장님의 접객도 이 가게의 매력이었다.
돈카츠 후지이(とんかつ ふじ井)
1 Chome-11-5 Senbayashi, Asahi-ku, Osaka
점심11:00~14:00, 저녁17:30~20:30 (월,화,금 휴무)
글·사진 | 박식사

오사카 방방곡곡 맛집을 떠도는 대학생. 한 끼 한 끼 식사를 소중히, 그리고 가장 맛있게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park_sik_sa
편집 | 이주호, 신태진 에디터
| Osaka |
오사카는 에도 시대부터 천하의 부엌(天下の台所) 으로 불릴 정도로 음식에 있어 상당한 자부심을 가진 도시이다. 그럼에도 유독 돈카츠 맛집은 도쿄에 많다는 인식이 퍼져 있고, 실제로 타베로그100명점(100名店) 에도 도쿄의 가게가 다수 포진해 있다.
오사카에서는 돈카츠를 단순히 경양식집의 한 메뉴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도쿄에서는 하나의 요리로서 돈카츠의 다양성을 존중해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두 도시에서 모두 유명 돈카츠를 먹어 본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오사카에도 재료의 단맛을 충분히 살리며 가게의 아이덴티티를 입힌 돈카츠가 정말 많다. 이번 기획에서는 오사카에 있는 세 곳의 개성 있는 돈카츠집을 찾아가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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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찍어먹는 소금만 16종류 ::
:: 에페 쿠프(epais coup) ::
‘에페 쿠프(epais coup)’는 중심 관광지와는 조금 떨어져 있는 ‘JR스이타역(JR 吹田駅)’ 아사히상점가(旭商店街)에 위치한 조그마한 가게이다. 오사카의 중심지역 키타신치(北新地)에 있고 미슐랭 빕구르망 선정 이력도 있는 ‘에페’의 자매점이다. 본점과 가격, 맛 모두 큰 차이는 없으니, 에페 본점을 가 보려고 했던 분들이라면 이곳도 충분한 선택지가 될 듯싶다.
자그마한 입구와 타베로그 인증마크
가게 내부는 총 6명이 앉을 수 있는 카운터가 전부라 가족 방문이라면 조금 협소하다고 느껴질 것이다. 가게 내부 분위기는 조용하며 기름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돈카츠집보다는 고급 일식집 같은 느낌이다.
에페 쿠프 실내
주문 후 자리에 앉으면 돈카츠가 나오기까지 주전부리를 하나 내어준다. 백된장을 사용한 돼지고기 민치이며, 함께 나온 채소에 곁들여 먹으면 된다. 돼지고기와 부드러운 백된장이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럽게 버무려져 있으며, 아삭한 식감의 오이에 얹어 먹으면 식전에 입맛을 돋우기 아주 그만이다. 별거 아닌 듯하지만 메인 음식이 나오기 전 기대감을 끌어올리기 충분하다.
백된장돼지민치
히레 샤또브리앙 정식(2,200엔) 을 주문했다. 식전 음식을 먹고 입맛을 다시다 보면 돈카츠가 나온다. 샤또브리앙이란 소 안심 중에 가장 두껍고 질이 좋은 부분을 뜻하는데,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돼지 안심 중에서 가장 좋은 부위를 사용했다는 뜻으로 ‘히레 샤또브리앙’이라는 용어를 쓰는 가게들이 몇몇 있다.
히레 샤또브리앙 정식(2,200엔)
저온 조리한 덕분에 두꺼운 안심의 심부까지 열이 골고루 전달되어 있다. 특히 육즙을 잘 가두어서 국물에 한 번 퐁당 담갔다 뺀 것 같이 촉촉하며, 육즙이 고루 퍼져 있다. 워낙 좋은 안심을 사용한 극강의 부드러움은 물론이고 은은한 육향도 느껴져 상당히 만족스럽다.
이 가게의 특이한 점은 소금 16종, 소스 4종, 도합20종류의 양념이 준비 되어 있다는 것이다. 메뉴에 쓰여 있는 소금을 부탁하면 바로 준비해 준다. 보편적인 히말라야 암염을 부탁드렸다. 소금에 관해 잘 몰라도 최적의 조합으로 내어 주니 편하게 부탁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소금과 소스 종류만으로도 메뉴 한 장이 가득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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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만점 노포 돈카츠 ::
:: 톤테이(とん亭) ::
톤테이
‘JR테라다마치(寺田町)’역. 텐노지(天王寺)와 가깝지만 조용하며, 맛집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는 동네이다. 이 동네의 ‘톤테이(とん亭)’는 오랜 시간 동안 오사카에서 돈카츠 정식을 팔고 있는 노포점이다. 외관은 별다른 특이점이 없지만, 사실 이 집도 타베로그 100명점에 선정된 일본 전국적 돈카츠 맛집이다. 그럼 어떠한 특별함으로 수십 년 동안 오사카에서 인기를 얻었는지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자.
가게는 10개 남짓의 카운터석이 전부이며, 문 앞에서 기다리면 순서에 맞게 안내해주신다.
메뉴는 심플하게 로스카츠, 히레카츠가 있으며, 추가로 믹스 세트를 주문하면 오징어튀김, 게살크림, 새우튀김 중에 두 가지를 고를 수 있다. 로스믹스 세트(1600엔)를 주문했다. 주문을 하고 나서 튀김기에서 꽤나 역동적으로 튀겨지고 있는 돈카츠를 멍하니 바라보며 기다리다 보면 빈 공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접시를 한가득 채운 고소한 돈카츠 정식이 눈앞에 놓인다.
로스믹스세트(게살크림고로케+새우튀김포함) 1,600엔
작은 입자의 튀김옷은 강하게 익혀 바삭보다는 빠삭(?)한 느낌이다. 쿠시카츠 튀김옷과 아주 유사하다. 한번에 강한 기름으로 튀겼기에 내부는 조금 뻑뻑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너무나 부드러운 촉감에다가 육즙도 흥건하다. 특히 후추 밑간이 꽤나 강해 첫 점은 소금, 소스 없이 그냥 먹어도 좋을 것 같다. 튀김옷과 고기도 떨어지지 않고 잘 붙어 있다. 단순해 보이지만 상당히 완성도 높은 돈카츠였다. 소스는 두 개가 같이 제공되는데, 하나는 일반적인 중농(中濃)베이스에 달짝지근한 소스와 채소, 과일 등이 가득 들어간 듯한 살짝 폰즈스러운 달콤새콤한 특제 소스가 있다. 개인적으로 특제 소스가 감초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주며, 돈카츠 맛의 레이어를 두껍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새우튀김과 게살크림 고로케도 조연이 아니라 또 다른 주연 같은 맛이다. 새우튀김은 살짝 단단한 식감이지만 튀김옷과의 밸런스가 완벽하며, 게살크림은 입안 곳곳에 크림의 부드러움과 감칠맛을 몰아세운다. 거기에 수제 타르타르소스가 살짝 악센트를 준다.
새우튀김과 게살크림 고로케
한 접시를 다 비우고 나서야 모든 것이 납득이 갔다. 기본에 충실하게 요리하면 별다른 기교 없이도 손님에게 그 맛과 정성이 전달된다. 노포에서 느껴지는 오사카다운 활기에 감싸여, 양 많고 만족감 높은 돈카츠 정식을 먹어 보고 싶다면 톤테이를 추천한다.
추가 Tip. 평일 12시 기준, 약간의 웨이팅은 있으나, 워낙 회전율이 높아서 사람이 많아 보여도 생각보다 금방 줄어든다. 카드 계산은 안 되고 무조건 현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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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넣는 순간 입 안에서 녹아버리는 돈카츠 ::
:: 후지이(ふじ井) ::
후지이
‘후지이(ふじ井)’는 ‘게이한선 센바야시 (千林)역’과 인접한 가게이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아직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상점가가 먼저 반겨준다. 때묻지 않은 정겨운 분위기다.
후지이는 2022년 9월 오픈한 어린 가게이지만, 그럼에도 미슐랭 빕구르망, 타베로그 돈카츠100명점 등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기본적으로 예약이 필요하며, 예약은 ‘tablecheck’를 이용하면 된다. 당일 혹은 전일 예약은 조금 힘들 수 있기에, 가급적 일주일 전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신규 업장이어서 모든 곳이 깨끗하다.
평일 점심 시간에는 조금 더 합리적으로 즐길 수 있는 평일 점심 세트가 준비된다. 물론 점심에도 모든 메뉴 주문이 가능하며, 좀 더 상급 돼지 품종을 먹고 싶거나, 양이 많은 사람은 점심 메뉴에 사이드 추가 혹은 아예 일반 메뉴를 주문하는 걸 추천한다. 나는 1,900엔 하는 점심 세트(로스+닭안심카츠)와 450엔 하는 멘치카츠를 추가로 주문했다.
카츠의 따듯한 온도감, 바삭한 식감, 육즙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음식은 차례차례 나온다. 가장 먼저 나온 음식은 멘치카츠. 아무것도 찍지 않고 튀김옷 식감을 느껴본다. 가볍고 바삭한 튀김옷이 기분 좋게 씹힌다. 풍부한 육즙 덕분에 부족함 없이 느껴진다. 거기에 소금을 더 하자 밸런스가 꽉 잡힌다.
단품 추가한 멘치카츠 450엔
이어서 닭 안심카츠(ささみかつ)가 나왔다. 한눈에 봐도 촉촉함이 느껴진다. 멘치카츠와 같은 방식으로 첫 점은 그냥 먹었다. 씹는 순간 사라진다. 녹아 들었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치아를 쓰지 않고도 부드럽게 넘어간다. 가벼운 튀김옷 덕분에 튀김옷과 닭 안심이 동시에 입안에서 사라지고, 육즙이 조금 더 직접적으로 느껴졌다. 같이 나오는 겨자소스와의 조합이 가장 좋았다.
닭안심카츠.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마지막으로 로스카츠가 나왔다. 로스는 SPF라는 치바현 고급 품종 돼지(銘柄豚)를 사용한다. 일반 등심과 상등심이 제공되며, 둘 다 육즙이 부족함 없이 채워져 있다. 일반 등심은 뻑뻑함 없이 부드럽고 적당히 붙어 있는 비계와 밸런스가 완벽하다. 상등심은 얼핏 보기에는 조금 느끼해 보였으나 등심보다 훨씬 더 기름진 맛은 물론, 녹아 내리는 식감과 돼지 비계의 달큰한 느낌이 강해서 전혀 거부감이 없었다. 맛이 굉장히 강렬하여 밥과 같이 먹어도 여운이 오래 남는다.
左일반등심, 右특등심
부위는 물론, 다양한 품종에서 느껴지는 각각의 캐릭터를 튀김이라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 방법으로 요리한 것이 카츠라고 생각한다. 조리가 단순해 보여도 잘 하는 곳은 가게만의 철학이 있으며, 엄청난 고심과 연구를 통해 우리가 먹는 한 입, 한 입을 지탱하고 있다고 본다. 후지이(ふじ井)는 이러한 철학이 충분히 녹아 든 가게였으며, 친절한 부부 사장님의 접객도 이 가게의 매력이었다.
글·사진 | 박식사
오사카 방방곡곡 맛집을 떠도는 대학생. 한 끼 한 끼 식사를 소중히, 그리고 가장 맛있게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park_sik_sa
편집 | 이주호, 신태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