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음식] 히로시마 오코노미야키, 현지인이 알려드립니다

2025-06-20

| Hiroshima |


"히로시마풍 오코노미야키의 자존심을 지키며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곳들"


가가와현(香川県)에 편의점보다 우동 가게가 많고, 아이치현(愛知県)에는 골목마다 모닝(ミーニング・일본 고유 찻집인 킷사텐에서 아침에 제공하는 커피+토스트+샐러드 or 달걀 모둠)을 제공하는 킷사텐(喫茶店)이 즐비하듯, 히로시마 전역에는 개성 강한 오코노미야키 가게가 여럿 존재한다. 


보통 관광객들은 히로시마풍 오코노미야키의 양대 산맥인 밋짱(みっちゃん, 히로시마풍 오코노미야키의 원조격 가게)과 오코노미야키 장인 양성소인 핫쇼(八昌, 밋짱과 마찬가지로 오코노미야키 노포로 이곳에서 수행한 직원들이 독립하여 핫쇼의 노렌을 내 걸고 영업하는 경우가 많음), 혹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오코노미야키무라(お好み焼き村, 오코노미야키 전문점이 여럿 모인 상점가)를 찾는 경우가 많다. 이들 가게에서 파는 오코노미야키가 맛있기는 하나 대기 시간이 긴 데다가, 모처럼 여행을 갔는데 ‘현지인들이 들르는 곳에서 먹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는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기사에서는 히로시마 시내에 소재한 가게 중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들을 소개한다.


샐러리맨들의 회식 후 마무리 찐맛집
후미짱(ふみちゃん)


37cb593c26cef.png

후미짱의 간판과 노렌


히로시마 밤 거리인 나가레가와(流川) 초입에 위치한 후미짱은 지역 샐러리맨들이 1, 2차 술자리를 마치고 마무리를 위해 들르는 가게이다. 가게 출입문 앞에 커다란 노렌(暖簾・가게의 간판 역할을 하는 천쪼가리, 이것이 걸려 있으면 영업중이라는 의미)을 들어 올리고 들어가면 실내에는 오코노미야키를 굽는 철판이 자아낸 열기와 손님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가득하다. 


출입문 근처에 위치한 계산 카운터 뒤에는 기다란 철판이 놓여 있는데 그 위에는 군침을 돌게 하는 오코노미야키가 직원들의 손길로 완성되고 있다. 계산 카운터를 기준으로 철판 오른편에는 직원들의 조리 공간이, 왼편엔 손님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는 카운터석이 마련되어 있고, 카운터석을 등진 쪽엔 4인용 테이블이 놓여 있다. 그리고 테이블과 맞닿은 벽에는 가게에 방문한 유명인들의 사인으로 가득하다.


131fbf5afe0cc.png

후미짱 벽에 걸린 사인


주방과 마주보는 카운터석에 앉아 니쿠타마 소바(肉玉そば)를 주문했다. 니쿠타마 소바란 히로시마풍 오코노미야키 중 가장 기본으로 돼지고기와 양배추, 숙주, 계란 등이 들어간다. 여기에 토핑으로 ‘치즈’를 추가하면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오코노미야키를 맛볼 수 있다. 혹 좀 더 쫄깃하게 먹고 싶다면 모찌(餅, 일본식 떡)를 추가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나 겉이 바삭하고 속이 오돌톨한 면발을 즐기는 만큼 어지간해서는 모찌를 넣지 않는다. 


주문을 하면 맞은편에 선 직원이 오코노미야키를 만들기 시작한다. 먼저 철판 위에 물로 푼 밀가루를 얇고 둥글게 둘러 굽는다. 이것이 노릇노릇하게 익을 무렵, 양배추와 숙주, 돼지 고기 등 먹음직스러운 재료 등을 올린다. 동시에 바로 옆 자리에 면을 넓게 펼쳐 굽기 시작한다. 이때 직원은 양손에 헤라(へら・오코노미야키를 조리하거나 먹을 때 쓰는 철 주걱)를 들고 면을 펼치고 뒤집길 반복한다. 이와 같이 직원이 분주한 손길로 오코노미야키를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이 내 몫의 오코노미야키가 완성된다.


6d0dcf3771d72.png

후미짱의 오코노미야키


참고로 카운터석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직원이 철판(鉄板) 위에 올려 놓고 먹을 것인지 ‘접시’(お皿・오사라)에 담아 먹을 것인지를 물어 보는데 히로시마에 온 이상 ‘철판’ 위에 올려 놓고 먹는 걸 추천한다. 


기본적으로 히로시마풍 오코노미야키를 먹을 때에는 ‘헤라’로 조금씩 잘라 먹으면 된다. 하지만 한국 여행객들이 ‘헤라’만 갖고 먹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가 있기 때문에 힘들다 싶으면 젓가락(お箸/ 오하시)과 앞접시(取り皿)를 받아서 먹으면 된다.


f6e88a8841ab3.jpg

앞접시에 담은 오코노미야키와 헤라


오코노미야키의 맛은?!


우리네 국밥, 설렁탕과 마찬가지로 히로시마풍 오코노미야키의 맛도 상향 평준화된 데다 소스도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거기서 거기다.’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들만의 생각이고 여러 가게들을 다녀 보면 각각의 차이가 느껴진다. 소스 맛이 진하고 달달한 가게, 면발이 쫄깃한 집, 재료가 풍성한 곳 등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히로시마 주민들은 본인의 기호에 맞는 가게를 찾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건 한국 사람들에게는 히로시마풍 오코노미야키에 들어가는 ‘소스’가 다소 달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오코노미야키의 양대 산맥인 밋짱과 핫쇼에 방문한 여행객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과 달리 후미짱은 소스를 (비교적) 덜 사용하기에 단맛이 적고 면발도 세게 굽거나 지나치게 쫄깃하게 만들지 않기에 처음 먹는 이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d6ca3082c3869.png

오코노미야키 속을 보면 잘 구운 재료를 꾹꾹 넣었음을 알 수 있다.


후미짱 (ふみちゃん)
주소: 広島県広島市中区堀川町1−20 히로시마현 히로시마시 나카구 호리카와초 1-20
영업시간: 11:30 ~23:30
휴무일 : 매주 월, 화 (+ 비 정기 휴무 있음: ex 연말연시)
예산: 맥주 한 잔 추가해서 1,500엔 

           

여기서 잠깐!

히로시마풍, 오사카풍 오코노미야키의 차이는?


취향대로 구워 먹는다(お好み焼き, お好み:취향, 焼:구이)는 뜻을 가진 오코노미야키는 크게 히로시마풍 오코노미야키(広島風お好み焼き)와 오사카풍 오코노미야키(大阪風お好み焼き)로 나뉜다. 먼저 히로시마풍은 물로 푼 밀가루를 철판 위에 얇고 둥글게 둘러 구운 후 그 위에 양배추와 숙주, 돼지고기, 오징어 튀김 등의 재료를 겹쳐 굽는다. 이때 바로 옆에서 면을 굽고, 계란 후라이를 만들어 이를 오코노미야키 위에 얹는다. 


반면 오사카풍 오코노미야키는 밀가루 반죽에 야채, 고기, 해산물을 넣고 잘 섞은 다음 철판에 구워 먹는 것으로 조리법이 우리네 부침개와 유사하다. 이렇듯 만드는 법이 다름에도 이름이 동일하다 보니 누가 원조(元祖)인지를 두고 두 지역이 격렬히 논쟁한다. 이에 두 지역과 관련 없는 사람들은 ‘오코노미야키’가 거기서 거기 아니야? 하는 물음표 100개를 떠올리지만 해당 지역 사람들에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이다. 왜냐하면 히로시마 사람들에게 오코노미야키는 ‘소울 푸드’이기도 하고, 히로시마에서 9년 넘게 산 입장에서 봐도 오사카풍 오코노미야키보다 123만배는 맛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코노미야키 쥬니아(お好み焼き じゅにあ)


한국 지인, 혹은 독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오래 전 방영된 일본 드라마 심야 식당(深夜食堂)을 재미있게 봤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평소 뉴스와 다큐멘터리를 제외한 그 어떤 영상 매체도 보지 않기에 그 드라마에 누가 나오고 어떤 줄거리인지는 알지 못하나 주인장 홀로 운영하는 가게에 들어간 손님이 음식을 시켜 놓고 주인장 혹은 옆에 앉은 손님들과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류의 내용이라는 것과, 많은 이들이 드라마 속 장면’을 동경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지난 시간, 많은 이들에게 ‘심야 식당’ 같은 가게 없나요?라는 질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d82dd491acc7b.png

쥬니아


그런 가운데 히로시마 시내 중심가 혼도오리 상점가(本通り商店街) 외각에 위치한 타테마치(立町)에는 심야 식당을 재미있게 본 이들이 만족해할 만한 가게가 있다. 오코노미야키 쥬니아(お好み焼き じゅにあ)라 해서 주인장 홀로 꾸리는 곳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 주방을 중심으로 디귿자 형태로 둘러 앉는 8인용 카운터 석이 마련된 작은 식당이다. 


발 디딜 틈 없이 비 좁은 가게 중앙에서 열심히 오코노미야키를 만드는 사장님은 얼핏 보면 무서운 느낌이나 막상 이야기를 나눠 보면 참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분이다. 때문에 많은 단골들이 가게에 들러 오코노미야키를 시켜 놓고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해외 여행객들도 많이 방문하면서 저녁 시간에 예약 없이 방문할 경우 최소 1시간은 기다려야 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한다.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점심 시간에 들러 오코노미야키를 먹곤 한다.


72831a1cd086c.png

쥬니아의 후추야키


한편 이 집에서 가장 인기 많은 요리는 히로시마풍 오코노미야키의 사촌 격인 후추야키(府中焼き)이다. 히로시마 현 북부 후추시(府中市)에서 탄생한 이 음식은 기본적인 형태는 히로시마풍 오코노미야키와 같으나 숙주를 넣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씹는 맛이 아쉽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으나 쥬니아에서 파는 후추야키는 이러한 한계를 보안하기 위해 오징어 튀김과 모찌(떡), 치즈를 가미하여 풍성한 식감을 자랑한다. 또한 주인 아저씨가 노련한 손길로 구운 면발은 겉이 바삭한 데 비해 속이 오돌톨하며, 조리 시에 그가 보이는 퍼포먼스(오코노미야키를 만들고 그 위에 소스를 뿌리는 모습)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를 연상케 하기에 입으로 먹고 눈으로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fe7305f485120.png

숙주가 들어가지 않은 쥬니아의 후추야키


오코노미야키 쥬니아(お好み焼き じゅにあ)
주소 : 広島県広島市中区立町3−21, 히로시마현 히로시마시 나카구 타테마치 3-21 広島県広島市中区立町3−21
영업시간 : 12:00~14:00 , 18:15~22:00 , 휴무일 : 월요일
(점심 시간에 가는 걸 추천, 저녁에 예약 없이 가면 꽤 많이 기다려야 함)
예산 : 음료수까지 추가해서 약 1,500엔
TMI : 소스를 많이 넣기 때문에 한국인 입맛에는 다소 달다.  



과테말라 출신 로페즈 씨가 운영하는 오코노미야키 전문점
로페즈(ロペズ)


히로시마 시내 중심가인 혼도오리에서 버스로 20분, 도보로 35분 거리에 위치한 쿠스노키초(楠木町)에 25년째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오코노미야키 전문점, 로페즈가 있다. 가게를 운영하는 과테말라 출신의 페르난도 로페즈 씨는 인자한 미소로 손님들과 웃음을 나누는 분으로 그의 상냥함에 푹 빠진 단골손님들이 자주 들러 오코노미야키를 즐겨 먹는다.


846970d6779f3.png

오코노미야키를 굽는 로페즈 씨


어린 시절, 혼란스럽던 국내 사정으로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미국에 건너 간 그는 이후 이탈리아 요리 전문점을 비롯해 여러 식당을 돌며 경험을 쌓다가 하와이로 이동, 그곳에서 히로시마 출신의 아내를 만나 결혼식을 올린 후 히로시마에 들어왔다. 그런 다음 핫쇼(八昌)에서 일하며 오코노미야키 만드는 법을 배웠고, 이후 독립해 현 자리에 그의 이름을 딴 로페즈를 열었다. 핫쇼에 몸 담은 만큼 기본적인 형태는 핫쇼의 오코노미야키와 비슷하나 이 집은 계란 맛이 좀 더 강하게 느껴지며. 그의 출신에 걸맞게 할라피뇨를 넣은 오코노미야키도 판매한다. 이에 맵게 먹고 싶은 이들은 토핑으로 할라피뇨와 치즈를 추가해 먹기도 한다.


dd6501523f661.jpg

로페즈의 오코노미야키


로페즈(ロペズ)
주소 : 広島県広島市西区楠木町1丁目7−13 히로시마현 히로시마시 니시쿠 쿠스노키초 1-7-13
영업시간 : 16:30~22:30
휴무일 : 토,일, 공휴일



겉은 바삭 속은 쫄깃한 면발이 먹고 싶다면
히비키 (日々来)


74028d9efdc7d.jpg

히비키


로페즈에서 도보로 12분. 혹은 요코가와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는 히비키(日々来)라고 하는 가게가 있다. 지난 8월, 9년 간 다니던 단골 오코노미야키 전문점이 문을 닫으며 새 단골집을 찾아 돌아다니던 내 입맛을 사로잡은 이 가게는 겉은 바삭하고 면발은 쫄깃한 오코노미야키가 일품이다. 앞서 소개한 가게 세 곳이 현지인과 여행객들이 두루 방문하는 곳이라면 이곳은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동네 맛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녁 시간에는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많으며, 가게 출입문 쪽에 위치한 주방과 마주보는 카운터석에 앉아 오코노미야키 만드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f195f8804996c.png

99b40d8335108.png

히비키의 오코노미야키


쥬니아와 마찬가지로 단맛이 강하기는 하나 면과 재료 씹는 맛 하나는 으뜸이기에 풍성한 ‘식감’을 깊은 풍미를 즐기고 싶다면 이곳에 방문하여 기본 오코노미야키 구성에 떡과 오징어 튀김, 치즈, 파’를 추가한 히비키야키(日々来焼き)를 시킨 후 맥주 한 잔을 곁들이는 걸 추천한다. 


히비키 (日々来)
주소 : 広島県広島市西区三篠町1丁目7−3 히로시마현 히로시마시 니시구 미사사초 1-7-3
영업시간 : 11:30~14:30, 17:30~23:00, 토요일에는 밤 영업만 함
휴무일 : 매주 일요일 




글·사진 | 박탄호

c575a9a4bb101.jpg

일본 생활 13년차를 맞이한 외국인 노동자. 『일본 소도시 여행』(넥서스), 『늘 곁에 있어주던 사람에게』(부크럼), 『아는데 모르는 나라, 일본』(따비)을 썼습니다.
유튜브: https://www.youtube.com/@Travelertan


편집 | 신태진·이주호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