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음식] 대만 미식의 고향, 타이중에서 미쉐린에 소개된 맛집들

2025-07-17

| Taichung |


"대만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타이중, 대만 미식 여행의 또 다른 데스티네이션"


타이중(台中)은 대만 중부에 위치한 도시로 타이베이, 가오슝에 이어 대만 제3의 도시라 불린다. 도시 규모로나 인프라 수준을 놓고 따져 봤을 때 주요 거점 도시임에는 분명하나, 그동안 여행자들에게 찬밥 신세였던 것 또한 사실. 그러나 최근 <나 혼자 산다>, <배틀트립> 등 국내 여러 방송에 등장하며 대만 여행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타이중은 타이베이에서 고속철도로 1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데다 화창하고 온화한 날씨 덕분에 대만에서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꼽힌다. 인구수로도 수도인 타이베이와 제2 도시 가오슝을 이미 넘어섰다. 사람이 모이는 곳엔 언제나 미식이 발달하는 법. 전 세계적 열풍의 주인공인 '버블티'와 대만 유명 외식 브랜드들의 고향이 타이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미식에서도 타이중이 다른 도시에 절대로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될 터.


타이중은 기차역을 중심으로 역 근처의 고풍스러운 중구(中區)와 역에서 조금 떨어진 현대적인 서구(西區)로 나뉘는데, 2024년 미쉐린 타이중에 이름을 올린 27개의 식당이 모두 중구와 서구에 있을 정도로 타이중 미식의 중심지라 할 수 있다. 올드하면서도 모던한 양면의 매력을 갖고 있는 타이중에서 잊을 수 없는 미식 여행을 떠나보자. 




심원춘(沁園春 創始店)


심원춘


타이중 기차역 근처, 7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똑같은 자리에서 4대째 맛의 역사를 계승하고 있는 식당이 있다. 타이베이에 딘타이펑이 있다면 타이중에는 심원춘이 있다고 할 정도로, 타이중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구한 전통의 요릿집.



1949년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철수할 당시, 심원춘의 창업자도 같은 해에 중국에서 건너와 타이중에 식당을 열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대만의 역사와 함께해 온 셈.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식당 내부는 레트로한 분위기로 우리에게도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 한국에도 드물게 남아 있는 오래된 중국집을 연상케 한달까.   


중국 8대 요리 중 하나인 저장(浙江) 요리의 정수를 선보이는 심원춘은 2020년부터 5년 연속 미쉐린에 선정되었으니, 맛은 이미 보장되었다 할 수 있겠다. 한국어 음식 이름이 적힌 사진 메뉴판이 있어 주문은 전혀 어렵지 않다. 2인 기준으로 육즙 가득한 게살 소룡포와 돼지고기, 두부, 죽순 등을 넣고 시큼하고 매콤하게 끓인 중국식 탕 요리인 쏸라탕, 양이 푸짐한 갈비달갈볶음밥을 주문해 봤는데 뭐하나 부족함 없이 만족스러웠다. 


갈비달걀볶음밥과 게살 소룡포


그중에서도 발군은 장어볶음. 메뉴판에는 한국어로 '장어'라 번역되어 있지만 사실 이 물고기의 정체는 현지어로 ‘산위(鱔魚)’, 즉 ‘드렁허리’다. 논장어라고도 불리는 드렁허리는 장어형의 민물고기인데 특유의 비린내가 전혀 없고 식감이 부드러워 대만에서 흔히 쓰이는 식재료다. 심원춘의 드렁허리 볶음은 식감도 맛도 예술이었다. 호기심에 주문해 본 드렁허리 볶음 요리가 이날 식탁에서 가장 사랑받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쏸라탕과 드렁허리 볶음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입소문이 났는지 다국적의 손님들로 북적이는 탓에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헛걸음할 일은 없을 것이다. 가끔 예약 시간 전에 자리가 생기면 남은 자리를 주기도 하니, 혹 깜빡 잊고 예약을 못 했다면 운에 맡겨 보자. 


심원춘 상차림


심원춘 (沁園春 創始店)
주소 : 400台中市中區臺灣大道一段129號
운영 시간 : 11:00–14:00, 17:30–21:00
예약 페이지 : https://inline.app/booking/-MSQe6Q5LkFygVds4fj-:inline-live-2?language=ko




푸구이팅(Fu Kuei Ting, 富貴亭)


정감 있는 외관의 푸구이팅


생활감이 느껴지는 좁다란 골목 귀퉁이에 자리한 푸구이팅은 개업한 지 반세기가 넘은 오래된 지역 맛집으로 한약재인 당귀(當歸)를 넣고 끓인 국물을 베이스로 한 국수 요리로 유명하다. 가게로 들어서는 유리문에 큼지막하게 써 붙인 '어서 오세요(歡迎光臨)' 글씨 옆, 덕지덕지 붙은 미쉐린 스티커가 어쩐지 정감 있어 보이는 소박한 식당. 


돼지족발 국수와 두부조림


꼭 맛보아야 할 메뉴는 오리와 거위고기 국수. 돼지족발 국수도 있으니 선택의 폭은 다양하다. 국물을 당귀로 우려냈다 해서 강한 한약 냄새가 날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로 마셔 보니 굉장히 깔끔하고 혀에 기분 좋은 단맛과 감칠맛이 감돌아 풍미가 매우 좋았다. 반찬으로 훈연 오리고기 한 접시(煙燻鵝肉切盤), 두부조림(滷豆干), 스지조림(滷牛腱)도 곁들여 포만감이 만족스러웠다.  


스지조림과 훈연 오리고기


일반 가정집을 마주한 작은 가게라 다른 사람과 테이블을 공유해야 할 수도 있으나 북적거리는 식당 안에서 현지인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후루룩 말아 먹는 국수 한 그릇은 어쩐지 여행의 운치를 북돋아 준다.  


푸구이팅(Fu Kuei Ting, 富貴亭)
주소 : 400台中市中區三民路二段18巷31號
운영시간 : 11:00-20:00 (일요일 휴무)




슈추 (繡球)


슈츄 외관


2024년 타이중 미쉐린 빕 구르망에 새롭게 선정된 중국식 면요릿집 슈추는 너른 녹지 공간과 감각적인 건물로 모던한 분위기를 풍기는 서구에 위치해 있다. 가게 앞에 놓인 초록 식물들이 마치 가게를 감추려는 듯 무성하게 우거진 것이 무색하게도, 미쉐린에 이제 갓 데뷔한 식당을 찾은 손님들로 오픈을 하자마자 문전성시를 이룬다.  


중국어로 슈추는 수국이라는 뜻이다.


내부는 대만식 옛날 유리, 목조 층계, 세월의 흔적이 짙게 밴 오래된 물건으로 향수를 자아내면서도 밝은 톤의 목재 가구 덕분인지 모던한 카페 같은 분위기도 풍긴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매일 아침 갓 만든 반찬이 옹기종기 늘어서 있는 유리 진열대. 먹고 싶은 반찬을 하나씩 집어 들고 계산대에서 주문하면 되는 시스템이다. 가지조림, 오이피클, 두부무침 이렇게 세 가지를 먹어 봤는데 정갈한 만듦새며, 기본에 충실한 맛에서 정성이 느껴졌다. 


반찬 진열대와 반찬들


중국에서 식당을 운영한 경험을 지닌 오너 셰프의 영향으로 이곳의 면류는 주로 장쑤성, 저장성의 부드러운 매운 맛이 주를 이룬다. 크게 탕면류와 비빔면류로 나뉘는데 주문해 본 새우 감바스 비빔면(蒜香油封鮮蝦拌麵)과 소고기 탄탄면(手撕牛肉擔擔麵) 모두 쫄깃한 면발과 이국적인 풍미가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았다. 주의할 점은 일주일에 3일만 영업한다는 것. 예약 없이 워크인만 가능하다.


새우 감바스 비빔면

소고기 탄탄면


슈추(繡球)
주소 : 403台中市西區中興街102號
운영시간 : 11:00–14:30, 17:00–20:30 (월-목 휴무)




글·사진 최보옥

대학 졸업 후, 한국을 떠나 대만에 살며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사람. 10년차 한국어 강사, 채식주의자, 결혼 이민자. 대만 생활에서 길어 올린 글들을 블로그에 차곡차곡 모아두는 것이 취미다. <타이베이 산친구>를 썼다.
https://blog.naver.com/choibo_ok


편집 이주호·신태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