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takyushu |
규슈 제2의 도시 기타큐슈 여행
기타큐슈는 규슈 최북단의 도시로, 후쿠오카에 이어 규슈 지방 제2의 도시다. 간몬 해협을 사이에 두고 혼슈와 마주하고 있어서, 예부터 규슈의 현관으로 번영을 누렸던 역사를 갖고 있다. 후쿠오카에서 신칸센으로 15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후쿠오카를 방문했을 때 근교 관광으로 들르는 소도시처럼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은 인구 규모 전국 13위에 면적도 규슈 지역 시 중에서 최고로 넓은, 대도시 같은 소도시라고 할 수 있다. 고쿠라 역에서 출발하는 모노레일만 봐도 소도시라는 분류는 약간 안 어울리는 느낌이다.
1963년, 모지 시, 고쿠라 시, 와카마츠 시, 야하타 시, 도바타 시, 다섯 시의 합병을 거쳐 만들어진 기타큐슈는 그래서 다섯 지역이 모두 조금씩 다른 색채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도 재미를 더한다. 이번엔 기타큐슈 중에서도 고쿠라 역 부근과 모지코를 중심으로 여행할 장소들을 꼽아보았다.

야키 우동 전문점 키츠네
고쿠라의 명물 음식이라고 하면 야키 우동이다.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야키 소바와 비슷하게 우동 면을 고기나 채소 등과 함께 볶아 소스로 간을 한 음식인데, 고쿠라의 야키 우동은 그 면이 매우 독특하다. 이름은 우동이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통통하고 쫄깃한 우동면이 아니라, 넓적하고 납작한 건면이다.
이런 면을 쓰게 된 건, 전후 식량난을 겪던 시절에 야키 소바용 생면을 구할 수가 없자 건면 우동으로 대체해서 사용했던 것이 그 시작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고쿠라의 명물 면요리로 당당히 자리잡았으며, 각종 소스 개발과 여러 재료와의 조합을 통해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키츠네’는 바로 이 야키 우동 전문점으로, 직접 개발한 면과 소스를 이용해 만든 야키 우동을 철판에 제공하는 것이 특징인 곳이다. JR고쿠라 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작은 가게로, 지역 주민들의 한 끼를 책임지는 동네 밥집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역장 스태미너 야키 우동과 사이드 메뉴인 교자
주문했던 ‘역장 스태미너 야키 우동’은 푸짐한 야키 우동에 대창을 올린 메뉴로, 2025년 JR 규슈 역장들이 추천하는 면 요리 대항전에 고쿠라 대표로 선발되었다고 한다.
건면 우동은 생각 외로 굉장히 부드럽고 매끄럽게 목구멍을 넘어간다. 감칠맛이 나는 달달한 소스 맛과 아삭아삭한 채소의 식감이 면과 함께 어우러져 입안에서 하모니를 이룬다. 대창은 고소하고 쫄깃하다. 소스 맛도 흔히 맛보던 야키 소바나 오코노미야키의 소스와는 조금 다른 독특한 맛이다. 느끼하거나 짜지 않은, 간장 맛이 조금 더 느껴지는 특이한 소스의 맛이 음식 맛을 확 끌어올린다.

JR 규슈 역장 대항 면 총선거 홍보 전단지
특히 놀란 것이 바로 면의 식감이었다. 야키 소바에 주로 사용하는 생면보다 훨씬 더 매끌매끌하고 부드럽다. 하지만 뚝뚝 끊어지지 않고 탄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건면 칼국수면과 생김새는 비슷한데, 훨씬 더 매끄러운 느낌이다. 면의 특징만으로도 이 요리가 고쿠라를 대표하는 면 요리가 될 수 있다는 데 찬성표를 던진다. 함께 주문한 맥주와의 궁합은 말할 것도 없다. 사이드 메뉴인 교자도 추천.
기타큐슈의 고쿠라에 가면 야키 우동을 꼭 먹어보자. 역에서도 가깝고 현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키츠네’에서 야키 우동을 먹으면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납작하고 넓적한 건면 우동
야키 우동 전문점 키츠네(小倉発祥 本気の焼うどん専門店 きつね)
주소 : 1 Chome-6-13 Uomachi, Kokurakita Ward, Kitakyushu, Fukuoka 802-0006
영업시간 : 오전 10시 30분 ~ 오후 11시
가격 : 기본 야키 우동 827엔, 역장 스태미너 야키 우동 1350엔
기타큐슈 만화 박물관 – 마츠모토 레이지와 은하철도 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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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박물관 입구의 은하철도 999 일러스트
기타큐슈 출신의 만화가를 중심으로 폭넓은 만화 작품과 관련 자료를 수집하여 보존하고, 전시를 통해 만화의 매력을 전하고자 노력하는 곳이다. 기타큐슈 출신의 여러 만화가 중 최고로 유명한 작가라 할 수 있는 ‘은하철도 999’의 작가 마츠모토 레이지의 비중이 높긴 하지만, 그 외에도 여러 작가들의 만화 제작 과정이나 원화가 전시되어 있으며, 시대를 대표하는 만화들도 작가의 출신지와 상관없이 소개되어 있다.

1945년부터 시기별로 대표 만화들을 전시해 놓았다.
사실 기타큐슈와 마츠모토 레이지는 만화 박물관에서만 연결 고리를 찾아볼 수 있는 건 아니다. JR고쿠라 역에는 은하철도 999 주요 등장인물들의 조각상이 자리하고 있으며, 기타큐슈의 상징 캐릭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각종 홍보용 팸플릿이나 포스터 등을 기타큐슈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다. 그런 마츠모토 레이지의 만화 인생을 제법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상설 전시장이 마련되어 있으니 만화 팬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기타큐슈에서 볼 수 있는 은하철도 999의 주인공 메텔과 철이, 그리고 감초 조연 차장님

만화가의 작업실을 재현해 두기도 하고, 만화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소개한다.
또한 이 만화 박물관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과거의 명작에서부터 현대의 인기작에 이르기까지, 무려 7만 권이 넘는 만화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관람 구역이다. 폭넓은 세대가 함께 만화를 즐길 수 있는 공공 만화 카페가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만화 관람 구역에는 편히 앉아서 만화를 읽을 수 있는 자리가 아주 많은데, 편안한 의자에서부터 눕거나 엎드려서 만화를 볼 수 있는 곳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다. 각자 가장 편한 자세로 만화를 감상할 수 있는 것. 찾아오는 사람들의 연령대도 아주 폭넓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멋진 공간이다.

최근의 히트 만화들
만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기타큐슈 만화 박물관의 방문을 적극 추천한다. 수만 권의 만화책이 한 공간에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기타큐슈 만화 박물관(北九州市漫画ミュージアム)
주소 : 〒802-0001 Fukuoka, Kitakyushu, Kokurakita Ward, Asano, 2 Chome−14−5 あるあるCity5 階・6階
영업시간 : 오전 11시 ~ 오후 7시 정기 휴일 화요일
상설 전시 입장료 : 480엔

모지코 역 전경
고쿠라에서 전철로 15분 정도 가면 모지코 역에 도착한다. 130년 전, 메이지 시대 초기에 개항한 모지코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건설된 건축물 중 다수가 지금도 남아 있어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모지코 역을 중심으로 다수의 옛 건축물이 남아 있는 이 구역이 바로 ‘모지코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사랑받는 기타큐슈의 인기 관광지이다.

모지코 역 자체가 레트로한 건물이다.
모지코 역에서 만날 수 있는 스타벅스 모지코역 점은 그러한 모지코 레트로의 분위기를 잘 살린 독특한 인테리어로, 역에 내리자마자 레트로한 분위기에 흠뻑 젖어들 수 있는 곳이다.

스타벅스 모지코 역 점 내부. 조명이며 천장이며 철로에 쓰였을 철제 구조물 등이 레트로한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했다.
모지코 역 자체가 옛 모습이 많이 남아 있는 레트로한 건축물인데, 스타벅스는 옛 모지코 역의 3등 대합실이었던 곳을 개조하여 만들었다. 과거 역에서 사용되었던 철제 구조물이라든가 벽난로, 높은 천장, 조명 출입문, 창문, 일부 가구까지 마치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요소가 군데군데 포진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로고 변천사를 전시해 놓은 벽면도 뭔가 세월을 느끼게 해준다.
3등석 열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여행객의 기분을 맛볼 수 있는 스타벅스 모지코 역 지점에서 모지코 레트로 관광을 시작해 보자. 전 세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스타벅스지만, 모지코 레트로를 즐기는 첫 번째 관문으로 손색이 없다.

벽면에 걸려 있는 근대 일본의 사진
스타벅스 모지코 역 점(スターバックス コーヒー 門司港駅店)
주소 : 1 Chome-5-31 Nishikaigan, Moji Ward, Kitakyushu, Fukuoka 801-0841
모지코에서 시작되었다는 야키 카레는 사실 특별할 것 없는 메뉴다. 일반 카레라이스에 달걀과 치즈를 올리고 오븐에서 한 번 더 구워낸 것이 바로 야키 카레다.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해 먹을 수 있는 손쉽고 맛있는 간편식의 대명사 카레에 아주 살짝 변주를 준 것뿐이지만, 모지코에 가면 아무튼 야키 카레는 먹어줘야 인지상정.

모지코 사료 외관과 내부의 레트로한 창문 및 좌석
야키 카레의 기원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1950년대 모지코의 어떤 킷사텐에서 남은 카레를 그라탕처럼 만들어 먹은 것이 의외로 너무 맛있어서 손님에게도 제공했던 것이 호평을 얻게 되었다는 일화가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모지코 사료’는 모지코의 명물 야키 카레 외에도 튀김 우동류와 케이크 등을 제공하는 동네 맛집 같은 곳이다. 살짝 매콤한 맛이 감도는 진한 카레와 치즈가 어우러지면서 맛이 한층 풍부해지고 부드러워진다. 토핑으로 올라가는 달걀은 날달걀과 삶은 달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맛에 깊이를 더해주는 달걀과 카레의 궁합도 상당히 좋다. 야키 카레를 주문하면 샐러드가 같이 나오는 것도 좋은 인상에 한 몫을 더한다.

샐러드가 함께 나오는 야키 카레. 주욱 늘어나는 치즈와 카레의 궁합은 최고다.
다른 야키 카레 전문점들처럼 역사가 아주 오래된 건 아니지만 나름 30년을 이어온 가게다. 동네 주민들도 밥 먹고 케이크 먹고 커피 마시러 오는 모지코 사료에서 맛있는 야키 카레로 모지코의 역사를 느껴보자.
모지코 사료(門司港茶寮)
주소 : 2-17 Higashiminatomachi, Moji Ward, Kitakyushu, Fukuoka 801-0853 일본
영업시간 : 오전 10시 30분 ~ 오후 9시
가격 : 야키 카레 1,280엔

도리이와 본전 전경
메카리 신사는 규슈 최북단 간몬 해협에 면해 있는 자그마한 신사다. ‘메카리’란 ‘미역을 벤다’는 의미로 매년 음력 설날에 신관 3명이 바다에 들어가, 해안에서 미역을 베어 신전에 바치는 ‘메카리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신사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위치적인 특성이 주는 임팩트가 대단히 크다.

바다를 향해 있는 도리이와 바다에 잠겨 있는 탑. 위로 간몬교가 지나간다.
규슈의 최북단 신사인 메카리 신사는 파도가 조금만 세도 경내로 바닷물이 들이치지 않을까 걱정될 만큼 코앞이 바다다. 작은 도리이는 계단을 세 단만 내려가면 바닷물이 발에 닿는다. 또한 간몬 해협을 건너는 간몬교가 머리 위를 지나가는 절경을 자랑한다. 간몬교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들리고, 간몬 해협을 지나는 화물선도 눈에 들어온다. 자연적 절경과 인공적 절경이 조화를 이룬다.

간몬교를 바라보는 본전. 외부 도리이도 간몬교와 바다에 면해 있다.
귀여운 복어 모양 오미쿠지(운세)도 눈길을 끈다. 예부터 이 지역에서는 복어(일본어로 ‘후구’)를 후쿠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어로 ‘복(福)’이라는 한자를 ‘후쿠’라고 읽는다. 이런 연유로 이 지역의 오미쿠지가 복어 모양이 되었다고 한다. 복을 부르는 복어를 집에 걸어 놓으면 복도 부르고 집안 분위기에 귀여움도 더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전체적으로 아담하고 귀엽고 경치가 좋고, 규슈에서 제일 북쪽에 위치한 메카리 신사. 바다 건너 야마구치 현 시모노세키 시를 바라보면서 복어에게 복을 비는 멋지고 재미있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복어 모양 오미쿠지
메카리 신사(和布刈神社)
주소 : 3492 Moji, Moji Ward, Kitakyushu, Fukuoka 801-0855
개방시간 : 오전 9시 30분 ~ 오후 5시

간몬 터널 인도 입구와 인도를 이용하기 위해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간몬 터널은 규슈와 혼슈 사이의 간몬 해협을 건너는 해저 터널이다. 자동차 도로 바로 밑에 인도가 설치되어 있다. 걸어서 간몬 해협을 건널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유명 관광지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해수면으로부터 58m 아래에 설치되어 있는 간몬 터널 인도는 메카리 신사 바로 위에 자리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터널의 폭은 4m, 길이는 780m로, 끝에서 끝까지 도보로 약 15분 정도 걸린다. 모지코에서 출발해 터널을 빠져나가면 야마구치 현의 시모노세키에 도달한다.

간몬 터널 인도
모지코 쪽에서 출발해 중간 부분의 현 경계선까지는 살짝 내리막이고, 다시 시모노세키 쪽으로 살짝 오르막이다. 현 경계선에서 각 현에 한 발씩 걸치고 있으면 몸의 한쪽은 후쿠오카 현에, 한쪽은 야마구치 현에 있는 신기한 느낌이 든다.
규슈로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들이 등장하는 만화에서는 거의 대부분 이곳에서 현경을 건너는 장면이 그려진다. 그만큼 유명하고, 어쩐지 낭만이 있는 해저 터널이다. 바다 밑을 걸어서 건넌다는 것도 재미있고, 현을 걸어서 건넌다는 것도 재미있다. 끝까지 건너가서 시모노세키 쪽으로 넘어간 뒤 페리를 타고 모지코로 돌아오는 경로도 추천할 만하다.

후쿠오카 현과 야마구치 현의 경계선. 오른쪽 사진은 야마구치 현에서 바라본 현 경계선
간몬 터널 인도 모지코 쪽(関門トンネル人道 門司側)
주소 : 〒801-0855 Fukuoka, Kitakyushu, Moji Ward, Moji, 関門トンネル人道入口
개방시간 : 오전 6시 ~ 오후 10시
글·사진 | 박소현

16년차 일본 만화 번역가. 18년차 일본 여행 초보자. 28년차 기혼자. 일본어를 읽는 데 지치면 일본어를 말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나는 게 삶의 낙인 고양이 집사. 그저 설렁설렁 일본을 산책하는 게 좋다.『걸스 인 도쿄』 『도서 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공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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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 제2의 도시 기타큐슈 여행
기타큐슈는 규슈 최북단의 도시로, 후쿠오카에 이어 규슈 지방 제2의 도시다. 간몬 해협을 사이에 두고 혼슈와 마주하고 있어서, 예부터 규슈의 현관으로 번영을 누렸던 역사를 갖고 있다. 후쿠오카에서 신칸센으로 15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후쿠오카를 방문했을 때 근교 관광으로 들르는 소도시처럼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은 인구 규모 전국 13위에 면적도 규슈 지역 시 중에서 최고로 넓은, 대도시 같은 소도시라고 할 수 있다. 고쿠라 역에서 출발하는 모노레일만 봐도 소도시라는 분류는 약간 안 어울리는 느낌이다.
1963년, 모지 시, 고쿠라 시, 와카마츠 시, 야하타 시, 도바타 시, 다섯 시의 합병을 거쳐 만들어진 기타큐슈는 그래서 다섯 지역이 모두 조금씩 다른 색채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도 재미를 더한다. 이번엔 기타큐슈 중에서도 고쿠라 역 부근과 모지코를 중심으로 여행할 장소들을 꼽아보았다.
고쿠라의 명물 야키 우동 ‘키츠네'
야키 우동 전문점 키츠네
고쿠라의 명물 음식이라고 하면 야키 우동이다.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야키 소바와 비슷하게 우동 면을 고기나 채소 등과 함께 볶아 소스로 간을 한 음식인데, 고쿠라의 야키 우동은 그 면이 매우 독특하다. 이름은 우동이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통통하고 쫄깃한 우동면이 아니라, 넓적하고 납작한 건면이다.
이런 면을 쓰게 된 건, 전후 식량난을 겪던 시절에 야키 소바용 생면을 구할 수가 없자 건면 우동으로 대체해서 사용했던 것이 그 시작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고쿠라의 명물 면요리로 당당히 자리잡았으며, 각종 소스 개발과 여러 재료와의 조합을 통해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키츠네’는 바로 이 야키 우동 전문점으로, 직접 개발한 면과 소스를 이용해 만든 야키 우동을 철판에 제공하는 것이 특징인 곳이다. JR고쿠라 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작은 가게로, 지역 주민들의 한 끼를 책임지는 동네 밥집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역장 스태미너 야키 우동과 사이드 메뉴인 교자
주문했던 ‘역장 스태미너 야키 우동’은 푸짐한 야키 우동에 대창을 올린 메뉴로, 2025년 JR 규슈 역장들이 추천하는 면 요리 대항전에 고쿠라 대표로 선발되었다고 한다.
건면 우동은 생각 외로 굉장히 부드럽고 매끄럽게 목구멍을 넘어간다. 감칠맛이 나는 달달한 소스 맛과 아삭아삭한 채소의 식감이 면과 함께 어우러져 입안에서 하모니를 이룬다. 대창은 고소하고 쫄깃하다. 소스 맛도 흔히 맛보던 야키 소바나 오코노미야키의 소스와는 조금 다른 독특한 맛이다. 느끼하거나 짜지 않은, 간장 맛이 조금 더 느껴지는 특이한 소스의 맛이 음식 맛을 확 끌어올린다.
JR 규슈 역장 대항 면 총선거 홍보 전단지
특히 놀란 것이 바로 면의 식감이었다. 야키 소바에 주로 사용하는 생면보다 훨씬 더 매끌매끌하고 부드럽다. 하지만 뚝뚝 끊어지지 않고 탄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건면 칼국수면과 생김새는 비슷한데, 훨씬 더 매끄러운 느낌이다. 면의 특징만으로도 이 요리가 고쿠라를 대표하는 면 요리가 될 수 있다는 데 찬성표를 던진다. 함께 주문한 맥주와의 궁합은 말할 것도 없다. 사이드 메뉴인 교자도 추천.
기타큐슈의 고쿠라에 가면 야키 우동을 꼭 먹어보자. 역에서도 가깝고 현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키츠네’에서 야키 우동을 먹으면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납작하고 넓적한 건면 우동
기타큐슈 만화 박물관 – 마츠모토 레이지와 은하철도 999
만화 박물관 입구의 은하철도 999 일러스트
기타큐슈 출신의 만화가를 중심으로 폭넓은 만화 작품과 관련 자료를 수집하여 보존하고, 전시를 통해 만화의 매력을 전하고자 노력하는 곳이다. 기타큐슈 출신의 여러 만화가 중 최고로 유명한 작가라 할 수 있는 ‘은하철도 999’의 작가 마츠모토 레이지의 비중이 높긴 하지만, 그 외에도 여러 작가들의 만화 제작 과정이나 원화가 전시되어 있으며, 시대를 대표하는 만화들도 작가의 출신지와 상관없이 소개되어 있다.
1945년부터 시기별로 대표 만화들을 전시해 놓았다.
사실 기타큐슈와 마츠모토 레이지는 만화 박물관에서만 연결 고리를 찾아볼 수 있는 건 아니다. JR고쿠라 역에는 은하철도 999 주요 등장인물들의 조각상이 자리하고 있으며, 기타큐슈의 상징 캐릭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각종 홍보용 팸플릿이나 포스터 등을 기타큐슈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다. 그런 마츠모토 레이지의 만화 인생을 제법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상설 전시장이 마련되어 있으니 만화 팬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기타큐슈에서 볼 수 있는 은하철도 999의 주인공 메텔과 철이, 그리고 감초 조연 차장님
만화가의 작업실을 재현해 두기도 하고, 만화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소개한다.
또한 이 만화 박물관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과거의 명작에서부터 현대의 인기작에 이르기까지, 무려 7만 권이 넘는 만화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관람 구역이다. 폭넓은 세대가 함께 만화를 즐길 수 있는 공공 만화 카페가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만화 관람 구역에는 편히 앉아서 만화를 읽을 수 있는 자리가 아주 많은데, 편안한 의자에서부터 눕거나 엎드려서 만화를 볼 수 있는 곳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다. 각자 가장 편한 자세로 만화를 감상할 수 있는 것. 찾아오는 사람들의 연령대도 아주 폭넓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멋진 공간이다.
최근의 히트 만화들
만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기타큐슈 만화 박물관의 방문을 적극 추천한다. 수만 권의 만화책이 한 공간에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모지코 역 스타벅스
모지코 역 전경
고쿠라에서 전철로 15분 정도 가면 모지코 역에 도착한다. 130년 전, 메이지 시대 초기에 개항한 모지코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건설된 건축물 중 다수가 지금도 남아 있어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모지코 역을 중심으로 다수의 옛 건축물이 남아 있는 이 구역이 바로 ‘모지코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사랑받는 기타큐슈의 인기 관광지이다.
모지코 역 자체가 레트로한 건물이다.
모지코 역에서 만날 수 있는 스타벅스 모지코역 점은 그러한 모지코 레트로의 분위기를 잘 살린 독특한 인테리어로, 역에 내리자마자 레트로한 분위기에 흠뻑 젖어들 수 있는 곳이다.
스타벅스 모지코 역 점 내부. 조명이며 천장이며 철로에 쓰였을 철제 구조물 등이 레트로한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했다.
모지코 역 자체가 옛 모습이 많이 남아 있는 레트로한 건축물인데, 스타벅스는 옛 모지코 역의 3등 대합실이었던 곳을 개조하여 만들었다. 과거 역에서 사용되었던 철제 구조물이라든가 벽난로, 높은 천장, 조명 출입문, 창문, 일부 가구까지 마치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요소가 군데군데 포진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로고 변천사를 전시해 놓은 벽면도 뭔가 세월을 느끼게 해준다.
3등석 열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여행객의 기분을 맛볼 수 있는 스타벅스 모지코 역 지점에서 모지코 레트로 관광을 시작해 보자. 전 세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스타벅스지만, 모지코 레트로를 즐기는 첫 번째 관문으로 손색이 없다.
벽면에 걸려 있는 근대 일본의 사진
명물 야키 카레, 모지코 사료
모지코에서 시작되었다는 야키 카레는 사실 특별할 것 없는 메뉴다. 일반 카레라이스에 달걀과 치즈를 올리고 오븐에서 한 번 더 구워낸 것이 바로 야키 카레다.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해 먹을 수 있는 손쉽고 맛있는 간편식의 대명사 카레에 아주 살짝 변주를 준 것뿐이지만, 모지코에 가면 아무튼 야키 카레는 먹어줘야 인지상정.
모지코 사료 외관과 내부의 레트로한 창문 및 좌석
야키 카레의 기원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1950년대 모지코의 어떤 킷사텐에서 남은 카레를 그라탕처럼 만들어 먹은 것이 의외로 너무 맛있어서 손님에게도 제공했던 것이 호평을 얻게 되었다는 일화가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모지코 사료’는 모지코의 명물 야키 카레 외에도 튀김 우동류와 케이크 등을 제공하는 동네 맛집 같은 곳이다. 살짝 매콤한 맛이 감도는 진한 카레와 치즈가 어우러지면서 맛이 한층 풍부해지고 부드러워진다. 토핑으로 올라가는 달걀은 날달걀과 삶은 달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맛에 깊이를 더해주는 달걀과 카레의 궁합도 상당히 좋다. 야키 카레를 주문하면 샐러드가 같이 나오는 것도 좋은 인상에 한 몫을 더한다.
샐러드가 함께 나오는 야키 카레. 주욱 늘어나는 치즈와 카레의 궁합은 최고다.
다른 야키 카레 전문점들처럼 역사가 아주 오래된 건 아니지만 나름 30년을 이어온 가게다. 동네 주민들도 밥 먹고 케이크 먹고 커피 마시러 오는 모지코 사료에서 맛있는 야키 카레로 모지코의 역사를 느껴보자.
메카리 신사
도리이와 본전 전경
메카리 신사는 규슈 최북단 간몬 해협에 면해 있는 자그마한 신사다. ‘메카리’란 ‘미역을 벤다’는 의미로 매년 음력 설날에 신관 3명이 바다에 들어가, 해안에서 미역을 베어 신전에 바치는 ‘메카리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신사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위치적인 특성이 주는 임팩트가 대단히 크다.
바다를 향해 있는 도리이와 바다에 잠겨 있는 탑. 위로 간몬교가 지나간다.
규슈의 최북단 신사인 메카리 신사는 파도가 조금만 세도 경내로 바닷물이 들이치지 않을까 걱정될 만큼 코앞이 바다다. 작은 도리이는 계단을 세 단만 내려가면 바닷물이 발에 닿는다. 또한 간몬 해협을 건너는 간몬교가 머리 위를 지나가는 절경을 자랑한다. 간몬교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들리고, 간몬 해협을 지나는 화물선도 눈에 들어온다. 자연적 절경과 인공적 절경이 조화를 이룬다.
간몬교를 바라보는 본전. 외부 도리이도 간몬교와 바다에 면해 있다.
귀여운 복어 모양 오미쿠지(운세)도 눈길을 끈다. 예부터 이 지역에서는 복어(일본어로 ‘후구’)를 후쿠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어로 ‘복(福)’이라는 한자를 ‘후쿠’라고 읽는다. 이런 연유로 이 지역의 오미쿠지가 복어 모양이 되었다고 한다. 복을 부르는 복어를 집에 걸어 놓으면 복도 부르고 집안 분위기에 귀여움도 더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전체적으로 아담하고 귀엽고 경치가 좋고, 규슈에서 제일 북쪽에 위치한 메카리 신사. 바다 건너 야마구치 현 시모노세키 시를 바라보면서 복어에게 복을 비는 멋지고 재미있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복어 모양 오미쿠지
간몬 터널 인도
간몬 터널 인도 입구와 인도를 이용하기 위해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간몬 터널은 규슈와 혼슈 사이의 간몬 해협을 건너는 해저 터널이다. 자동차 도로 바로 밑에 인도가 설치되어 있다. 걸어서 간몬 해협을 건널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유명 관광지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해수면으로부터 58m 아래에 설치되어 있는 간몬 터널 인도는 메카리 신사 바로 위에 자리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터널의 폭은 4m, 길이는 780m로, 끝에서 끝까지 도보로 약 15분 정도 걸린다. 모지코에서 출발해 터널을 빠져나가면 야마구치 현의 시모노세키에 도달한다.
간몬 터널 인도
모지코 쪽에서 출발해 중간 부분의 현 경계선까지는 살짝 내리막이고, 다시 시모노세키 쪽으로 살짝 오르막이다. 현 경계선에서 각 현에 한 발씩 걸치고 있으면 몸의 한쪽은 후쿠오카 현에, 한쪽은 야마구치 현에 있는 신기한 느낌이 든다.
규슈로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들이 등장하는 만화에서는 거의 대부분 이곳에서 현경을 건너는 장면이 그려진다. 그만큼 유명하고, 어쩐지 낭만이 있는 해저 터널이다. 바다 밑을 걸어서 건넌다는 것도 재미있고, 현을 걸어서 건넌다는 것도 재미있다. 끝까지 건너가서 시모노세키 쪽으로 넘어간 뒤 페리를 타고 모지코로 돌아오는 경로도 추천할 만하다.
후쿠오카 현과 야마구치 현의 경계선. 오른쪽 사진은 야마구치 현에서 바라본 현 경계선
글·사진 | 박소현
16년차 일본 만화 번역가. 18년차 일본 여행 초보자. 28년차 기혼자. 일본어를 읽는 데 지치면 일본어를 말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나는 게 삶의 낙인 고양이 집사. 그저 설렁설렁 일본을 산책하는 게 좋다.『걸스 인 도쿄』 『도서 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공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