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미식] 시즈오카현 슈젠지, 일본 문호들이 사랑한 온천 마을

2026-02-26


| Shizuoka |


시즈오카현 슈젠지 온천에서 즐기는 맛집들


시즈오카현 이즈반도에는 많은 온천 마을이 있는데, 슈젠지 온천은 특히 조용하고 운치 있는 곳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설가들이 작품을 집필할 때 집중하기가 좋아 즐겨 찾는 곳입니다. 실제로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등 많은 문호들이 사랑한 온천 마을이기도 합니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쓴 명작인 「이즈의 무희(伊豆の踊り子이즈노 오도리코)」는 슈젠지가 이야기의 무대이고,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인기 높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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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와 시즈오카 현을 잇는 특급열차 ‘오도리코호(踊り子号)’.  소설「이즈의 무희」에서 이름을 따 온 관광 열차입니다. 
도쿄역, 시나가와역, 가와사키역, 요코하마역에서 승차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면 슈젠지 온천 마을에서 온천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맛있는 식당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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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코소바 오토(独鈷そば大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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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젠지 온천 마을 돗코소바 오토(独鈷そば大戸)


시즈오카 현 이즈반도는 생와사비 명산지로도 유명합니다. 와사비는 물이 깨끗해야 재배할 수 있는데, 일본에서 유통하는 생와사비 대부분이 시즈오카 현이나 나가노 현에서 재배된 것입니다. 이즈반도는 품질 좋은 와사비를 재배하고, 생산량도 일본에서 가장 많은 곳입니다. 생와사비는 고급 식재료라 일본 식당들에서 푸짐하게 내주는 가게가 별로 없답니다. 하지만 슈젠지 온천 마을에는 생와사비를 아낌없이 내 주는 가게가 몇 군데 있습니다. 돗코소바 오토도 그중 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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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코소바 오토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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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이 카케소바(かけそば, 온소바), 오른쪽이 자루소바(ざるそば, 냉소바) 


슈젠지 온천 마을 중심부에 위치하는 '돗코소바 오토(独鈷そば大戸)'는 카케소바(かけそば, 온소바)와 자루소바(ざるそば, 냉소바) 메뉴가 두 가지 뿐인데, 자루소바를 주문하면 이즈산 생와사비를 같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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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루소바(ざるそば, 냉소바): ¥1,470


생와사비를 통째로 한 개 내어 주고 와사비 전용 강판인 ‘사메카와 오로시(鮫皮おろし)’를 같이 내줍니다. 그러면 손님이 먹을 만큼 스스로 갈아서 소바 국물에 넣습니다. 사메카와 오로시란 일본어로 상어 가죽을 말하는데, 상어 가죽의 미세한 돌기를 이용해서 와사비를 갈면 아주 잘게 마찰이 되어 부드럽고 풍부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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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 전용 강판인 ‘사메카와오로시(鮫皮おろし)’


왜 손님이 스스로 와사비를 갈아내야 하는 걸까? 하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와사비는 갓 갈아낸 순간 향이 가장 좋습니다. 오마카세 스시집에서 중간에 와사비를 갈아 내주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저는 이 소바집에서 처음으로 와사비를 갈아 봤는데, 당연히 와사비의 풍미가 엄청나고, 와사비를 갈 때의 동작 자체에 정취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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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아낸 와사비를 소바 국물에 풀어 드셔보세요.


사실 마트에서 파는 튜브와사비는 '생와사비'라고 적혀 있어도 서양 와사비를 배합한 가공품이 많습니다. 그런 것은 본래의 생와사비(일본 와사비)보다 맵고 자극적으로 맛을 조정한 것이랍니다. 한국에서도 튜브와사비를 먹어 본 적 있는데, 일본에서 파는 것보다 더 매워서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인 관광객 중에는 막상 일본에서 생와사비를 먹어봤더니 생각보다 안 매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가공품 와사비의 매운맛과의 차이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 것입니다. 원래 일식에서 와사비는 고명으로 쓰는 것이고, 향과 맛으로 메인 요리를 돋보이는 역할을 합니다. 소바집에서는 소량의 생와사비를 갈아 소바 국물에 풀어서 드셔보세요.


슈젠지 온천 마을은, 이즈하코네 철도 슈젠지역에서 슈젠지행 버스로 갈아타고 약 10분가량 걸립니다. 돗코소바 오토는 슈젠지 온천 버스 정류장에서 1분 거리에 있습니다.


돗코소바 오토(独鈷そば大戸)
주소 : Shizuoka, Izu-shi Shuzenji 765-6
영업 시간 : 11:00~15:00 (화요일 휴무)




고민가 카페 아메네(古民家カフェ あま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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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가 카페 아메네(古民家カフェ あまね)


슈젠지온천 마을에 있는 마치 시골 할머니집 같은 느낌이 나는 고민가 카페 아마네(あまね). 일본다운 다다미방과 엔가와(전통 가옥식 툇마루)가 있고, 겨울에는 고타츠가 설치됩니다. 일부러 레트로 풍을 연출한 게 아니고, 실제 존재하는 고민가를 그대로 이용하는 곳입니다. 일본 만화책을 읽거나 서도를 할 수 있는 방도 있으니 여기서는 그야말로 느긋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이곳은 카페지만 식사 메뉴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자주 먹는 전갱이는 시즈오카 현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이고, 전갱이 건어물(アジ干物定食)이나 전갱이 튀김 정식(アジフライ定食), 계절 한정으로 은어 소금구이 정식이 있습니다. 오차즈케나 오무스비(삼각김밥)같은 간단한 식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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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차 단팥죽(抹茶おしるこ, 맛차 오시루코): ¥800


말차 단팥죽(抹茶おしるこ, 맛차 오시루코)에서 오시루코(おしるこ)란 팥을 물에 불린 후 설탕을 넣고 삶아서 떡이나 하얀 경단을 넣은 간식입니다. 일반적으로 한국 단팥죽보다 많이 달아서 놀라는 사람이 많지만, 이곳의 메뉴는 말차를 넣어 적당히 쓴맛도 느껴집니다. 시즈오카 현 이즈반도는 교토 우지시(京都宇治市)와 어깨를 견주는 말차의 명산지이기도 합니다. 최근 일본 말차가 세계적인 붐이라서 많이 수출하고 있지만(그래서 일본 내 말차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이즈반도에 오시면 말차도 꼭 드셔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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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 겨울 한정메뉴라고 적혀 있지만, 여름만 빼고 길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슈젠지 온천 마을의 인기 스폿인 ‘대나무 숲(竹林の小径, 치쿠린노 코미치)’에서 가까우니, 대나무 숲길을 구경하다가 들러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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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젠지 온천 마을 대나무 숲(竹林の小径, 치쿠린노 코미치)


고민가 카페 아메네(古民家カフェ あまね)
주소 : Shizuoka, Izu-shi Shuzenji 3461-10
영업시간 : 런치 12:00~16:00 디너 18:00~20:30 ※수요일은 디너 영업 없음 (월, 화요일 휴무)




Bakery&Table 토후야 족탕 카페(東府や 足湯カフェ)


슈젠지 온천 마을에서는 거리가 좀 있지만, 꼭 한번 들러볼 만한 곳입니다. 일본에서 카레빵을 드셔보셨나요? 카레가 국민 음식인 일본에서는 카레빵도 인기 있는 메뉴입니다. 물론 편의점에서도 팔지만, 갓 구운(튀긴) 카레빵이 맛있어서 웬만하면 베이커리에서 사 먹는 게 좋지요.


이즈하코네 철도 슈젠지역에서 버스로 약 20분, 요시나 온천 마을에 ‘토후야(東府や) Resort & Spa-Izu’라는 온천 료칸이 있습니다. 이 온천 료칸이 운영하는 ‘Bakery&Table 토후야 족탕 카페(東府や 足湯カフェ)’가 만드는 카레빵은 ‘일본 카레빵 그랑프리 2024’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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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가루 카레 도넛(米粉のカレーパン, 코메코노 카레빵) ¥440


카레빵 그랑프리는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카레빵을 선정하는 대회입니다. 일본 카레빵 협회가 2016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고, 일본 동부/서부/중부별 튀긴 카레빵 부문, 구운 카레빵 부문, 키마(다진 고기) 카레빵 부문, 기타 카레빵 부문, 슈퍼(마트) 내 베이커리 부문으로 나뉘어 시상을 합니다. 카레빵을 심사하는 데 그렇게 부문이 많이 나눠져 있나 놀랄 수도 있겠지만, 카레 천국인 일본에서는 지방 베이커리마다 다양한 카레빵이 있다 보니 자연스러운 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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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계란이 아니라 노른자만을 넣은 키미다케 도넛(君だけドーナツ) ¥410


2024년에 이 그랑프리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Bakery&Table 토후야’가 만드는 카레빵은 ‘쌀가루 카레 도넛(米粉のカレーパン, 코메코노 카레빵)’입니다. 도넛이라는 메뉴명이지만, 튀긴 카레빵입니다. 쌀가루와 카레 가루를 배합한 반죽으로 만들고, 겉은 라이스크리스피 같은 바삭한 식감입니다. 안에 삶은 계란과 카레 소스가 들어 있는데, 이 카레 소스가 끝내줍니다. 삶은 계란에서 노른자만을 넣은 ‘키미다케 도넛(君だけドーナツ)’이라는 메뉴도 있는데, 그쪽은 속재료가 더 마일드한 느낌이에요. 둘 다 하나씩 주문하고 데우고 반을 잘라 달라고 요청하면 더 다채롭게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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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리 메뉴는 족탕(足湯)을 하면서 먹을 수 있습니다. 족탕에 발을 닦는 수건이 준비되어 있으니 수건을 들고 오지 않아도 됩니다.


여기서 구매한 메뉴는 매장 앞에 있는 족탕(足湯)에 앉아 먹을 수 있습니다. 족탕에 발을 담그고 요시나가와(吉奈川, 일급 하천)와 대자연을 바라보면서 먹는 빵의 맛을 어떤 음식에 비교할 수 있을까요. 숙박객이 아니어도 최고의 빵을 족욕을 하며 먹으니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이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토후야(東府や) Resort & Spa-Izu’는 에도시대부터 400년의 역사를 이어온 노포 료칸을 리뉴얼한 리조트입니다. 36,000평 이상의 넓은 부지에 노천탕, 일본 전통 정원, 요시나가와가 있고, 각 방마다 개인 온천이 있습니다. 숙박비는 1인당 3만 ~ 5만 엔대 정도입니다. 당일치기로 노천탕을 할 수 있지만(50분 3,300엔), 개인적으로는 료칸에 묵고 가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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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후야(東府や) Resort & Spa-Izu


찾아가는 방법은 슈젠지역에서 C53/C55/C56번 버스를 타고 요시나온센구치 버스 정류장(吉奈温泉口バス停 하차)에서 하차하시면 됩니다. 슈젠지역에서 버스로 약 20분 소요됩니다. 료칸 숙박객은 슈젠지역에서 무료 송영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Bakery&Table 토후야 족탕 카페(東府や 足湯カフェ)
주소 : Shizuoka, Izu-shi Yoshina 98
영업시간 : 10:00~17:00(일요일만 9:30~17:00)




글·사진 | 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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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일본인 남자. 서강대학교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한일 양국 요리와 식문화에 정통하고,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라는 철학으로 한국인에게 도쿄 맛집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에서 출판한 저서로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 『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 등이 있다.
· 인스타그램 : www.instagram.com/tokyo_nemo/
· 저서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 2024년 개정판 : 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848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