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roshima |
맛과 멋의 도시, 히로시마 면식 수행 코스
맛과 멋의 도시 히로시마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딱 한 그릇으로도 위안과 행복감을 줄 수 있는 라멘이다. 라멘은 가게마다 다른 스타일을 경험하고, 나의 입맛 취향과 비슷한 한 그릇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음식이다. 히로시마 지역에도 로컬 특색이 가득한 독특한 스타일의 라멘집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히로시마로 떠나는 라멘 식도락 여행, 지금부터 시작해 보자.

히로시마 원폭돔
오노미치 라멘의 정석 ‘오노미치라멘 산코(尾道らーめん三公) |
히로시마 현청 앞 지하상가에 있는 오노미치라멘집이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머무는 리가호텔 아래라 꽤나 접근성이 좋다. 오노미치라멘이란 히로시마현 오노미치라는 지역명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간장베이스 수프 안에 돼지의 세아부라(등지방)를 그대로 넣어서 기름의 감칠맛을 깊게 느낄 수 있는 라멘이다.

오노미치라멘 산코
가게는 카운터석 말고도 테이블석이 있어서 가족단위 방문객도 편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메뉴는 기본적으로 오노미치라멘을 중심으로, 교자, 마파두부덮밥, 가라아게, 볶음밥 등 다양한 사이드 메뉴가 있다. 그중에서 라멘의 인기 메뉴는 가라아게가 함께 나오는 세트메뉴이다.

라멘+가라아게+밥세트 1200엔
라멘을 주문할 때는 얇은 면과 넓적한 면 중에서 고를 수 있다. 평소라면 넓적한 면을 고르겠지만 이날은 오노미치라멘의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해 얇은 면을 골랐다. 한국인답게 먼저 국물을 한 모금 들이키면 살짝 짭짤한 것 같은 간장 육수의 감칠맛이 탁 치고 들어온다. 돼지기름이 통째로 들어갔음에도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 맛이 인상적이다. 돼지기름이 있는 쪽으로 들이켜면 잡내 없이 기분 좋은 진한 감칠맛이 간장 향과 어우러지면서 오노미치라멘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따로 내어준 파를 올리면 물리지 않고 기분 좋게 한 그릇을 비우게 된다. 면과 차슈도 기본에 충실하다.

단순해 보이지만 각 재료들의 조화가 시계태엽처럼 잘 들어맞는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꼭 차슈와 세아부라를 남겨서 밥 위에 올려 덮밥으로 만들어 먹자. 지방을 살짝 으깨서 밥에 비비면 배가 불러도 한 숟갈 더 뜨게 하는 마성의 맛이 완성된다. 돼지고기와 쌀밥이라는 단순하지만 보증된 조화가 따로 만들어 파는 메뉴같이 완성도 높다.

자작 세아부라차슈동
이 집은 라멘도 유명하지만 가라아게도 맛있기로 소문이 나 있다. 통닭다리살을 그대로 사용해 버거 안에 들어가는 치킨 패티 같은 비주얼이다. 염지가 강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후추향이 좋으며, 얇고 바삭한 스타일의 튀김 옷이 기분 좋은 식감을 준다. 두터운 다리 살을 베어 물면 한 입 가득 육즙이 차오른다. 사이즈가 상당해 한 조각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가라아게 전문점 못지않는 퀄리티의 튀김 스킬이 느껴진다.
오노미치라멘산코(尾道らーめん三公)
주소 : 6-78 Motomachi, Naka Ward, Hiroshima, 730-0011
영업시간 : 매일11:00-21:30

히로시마레이멘야의 깔끔한 키친
두번째는 히로시마에서만 먹을 수 있는 츠케멘 집이다. 히로시마 원폭돔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레이멘야는 히로시마식 매운 츠케멘만 파는 근본 있는 가게이다. 보통 츠케멘이라고 하면 꾸덕한 스프에 두툼한 면을 적셔서 먹는 진하고 감칠맛 넘치는 메뉴를 떠올리겠지만, 히로시마에서는 정반대의 깔끔하고 매운 스타일의 음식으로 변주되고 있다.
메뉴는 단일 메뉴로 사이즈와, 추가 토핑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모든 사이즈에 ‘특’으로 주문하면 차슈와 야채가 조금 더 많이 나온다. 매운 맛의 수위도 정할 수 있는데, 약간 매운맛(ちょい辛)이 신라면 정도이다. 일본이라고 해서 제일 매운맛을 얕봤다간 무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약간 매운맛보다 한 단계 아래 보통 맛을 주문했다.

면1인분+특 1370엔
츠케멘 스프는 1차적으로 강한 참기름과 참깨 향이 코를 스쳐 지나가고, 뒤이어 간장의 짠맛이 확 치고 들어온다. 그리고 마지막에 매운맛이 혀를 때리며 3층의 레이어를 쌓는다. 솔직히 스프 자체만 맛 봤을 때는 ‘맛있다’라는 단순하며 직관적인 표현을 하기 어렵다.

츠케멘 스프에 찍지 않고 면만 먹어도 비린내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면을 한 번 찍어 먹어보고, 차슈를 담가 먹어보고, 입이 얼얼해질 즈음 양배추를 한입 베어 먹어 보면 이 차분한 식당에서 게 눈 감추듯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된다. 이곳 츠케멘은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는 데 중점을 두었다. 어떻게 보면 후루룩 먹는 물국수 같기도 하고, 평양냉면 같기도 하다. 실제로 먹을 때보다 먹고 나서 더 생각나는 맛이다.
불닭볶음면 같은 감칠맛과 일본 라멘의 진한 맛을 기대한다면 조금은 어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는 걸 즐기고 히로시마 지역의 소울푸드를 경험해 보고 싶다면 적극 추천한다. 기름진 일본 음식에 지친다면 상큼하게, 이 츠케멘 한 끼를 먹어 봐도 좋겠다.
레이멘야오오테마치점(令めん家大手町)
주소 : 2 Chome-4-6 Otemachi, Naka Ward, Hiroshima, 730-0051
영업시간 : 11:00-14:00, 18:00-21:00 (일 휴무)
히로시마산 굴을 한 그릇에, 라멘야(らーめんや) |
중심지에서 살짝 떨어져 있어서 노면전철을 타고 가야 하는 곳이다. 히로시마 중심지에서 8분 정도, 다카노바시역(鷹野橋)에 있는 로컬 라멘가게이다. 5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카운터 석이 전부인 조그마한 곳이다. 이곳은 해물 베이스의 맑은 육수를 쓰는데, 히로시마산 굴을 듬뿍 넣은 굴 라멘이 인기이다. 실제로 히로시마는 일본 전체 굴 유통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할 정도로 굴 자부심이 높은 지역이다.

라멘야 입구
이곳 라멘의 국물은 깊고 깔끔한 감칠맛이 느껴지는데, 네 종류의 육수를 블렌딩해서 쓴다고 한다. 거기에 테이블에 놓인 굴 페이스트를 국물에 살짝 풀면 굴의 맛까지 한층 더 깊은 맛이 난다. 위에는 큼직한 굴을 4개 올려주는데, 같이 나오는 매실 페이스트와 먹으면 매실의 산미가 굴 맛을 조금 더 편하게 풀어줘서 좋은 악센트가 된다.

굴 라멘 1600엔
면은 스트레이트면인데 상당히 퀄리티가 높다. 밀의 기분 좋은 단맛과 고소함이 느껴져서 맛이 강한 육수에도 지지 않는 펀치력을 가졌다. 실제로 면에 대해 물어보니 일본에서 꽤나 유명한 제면소에서 납품 받아다가 쓰신다고 하신다.

굴라멘 한정으로 면 곱배기가 무료로 가능하다.
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어떻게든 차슈덮밥까지 주문해서 먹으라고 권하고 싶다. 잘 지은 밥 위에 차슈를 듬뿍 올리고, 그 위에 소복하게 김과 파, 반숙계란을 올려 완성시킨 메뉴이다. 단맛, 짠맛, 감칠맛이 덮밥 그릇 안에 차곡차곡 들어가 있는, 싫어할 수가 없는 조합이다.

차슈동 650엔
라멘야(らーめんや)
주소 : 5 Chome-16-6 Otemachi, Naka Ward, Hiroshima, 730-0051
영업시간 : 매일 11:00-15:00, 17:30-21:00
홈페이지 : www.instagram.com/ramen_ya750/
글·사진 | 박식사

오사카 방방곡곡 맛집을 떠도는 대학생. 한 끼 한 끼 식사를 소중히, 그리고 가장 맛있게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인스타그램 : www.instagram.com/park_sik_sa
| Hiroshima |
맛과 멋의 도시, 히로시마 면식 수행 코스
맛과 멋의 도시 히로시마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딱 한 그릇으로도 위안과 행복감을 줄 수 있는 라멘이다. 라멘은 가게마다 다른 스타일을 경험하고, 나의 입맛 취향과 비슷한 한 그릇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음식이다. 히로시마 지역에도 로컬 특색이 가득한 독특한 스타일의 라멘집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히로시마로 떠나는 라멘 식도락 여행, 지금부터 시작해 보자.
히로시마 원폭돔
히로시마 현청 앞 지하상가에 있는 오노미치라멘집이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머무는 리가호텔 아래라 꽤나 접근성이 좋다. 오노미치라멘이란 히로시마현 오노미치라는 지역명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간장베이스 수프 안에 돼지의 세아부라(등지방)를 그대로 넣어서 기름의 감칠맛을 깊게 느낄 수 있는 라멘이다.
오노미치라멘 산코
가게는 카운터석 말고도 테이블석이 있어서 가족단위 방문객도 편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메뉴는 기본적으로 오노미치라멘을 중심으로, 교자, 마파두부덮밥, 가라아게, 볶음밥 등 다양한 사이드 메뉴가 있다. 그중에서 라멘의 인기 메뉴는 가라아게가 함께 나오는 세트메뉴이다.
라멘+가라아게+밥세트 1200엔
라멘을 주문할 때는 얇은 면과 넓적한 면 중에서 고를 수 있다. 평소라면 넓적한 면을 고르겠지만 이날은 오노미치라멘의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해 얇은 면을 골랐다. 한국인답게 먼저 국물을 한 모금 들이키면 살짝 짭짤한 것 같은 간장 육수의 감칠맛이 탁 치고 들어온다. 돼지기름이 통째로 들어갔음에도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 맛이 인상적이다. 돼지기름이 있는 쪽으로 들이켜면 잡내 없이 기분 좋은 진한 감칠맛이 간장 향과 어우러지면서 오노미치라멘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따로 내어준 파를 올리면 물리지 않고 기분 좋게 한 그릇을 비우게 된다. 면과 차슈도 기본에 충실하다.
단순해 보이지만 각 재료들의 조화가 시계태엽처럼 잘 들어맞는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꼭 차슈와 세아부라를 남겨서 밥 위에 올려 덮밥으로 만들어 먹자. 지방을 살짝 으깨서 밥에 비비면 배가 불러도 한 숟갈 더 뜨게 하는 마성의 맛이 완성된다. 돼지고기와 쌀밥이라는 단순하지만 보증된 조화가 따로 만들어 파는 메뉴같이 완성도 높다.
자작 세아부라차슈동
이 집은 라멘도 유명하지만 가라아게도 맛있기로 소문이 나 있다. 통닭다리살을 그대로 사용해 버거 안에 들어가는 치킨 패티 같은 비주얼이다. 염지가 강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후추향이 좋으며, 얇고 바삭한 스타일의 튀김 옷이 기분 좋은 식감을 준다. 두터운 다리 살을 베어 물면 한 입 가득 육즙이 차오른다. 사이즈가 상당해 한 조각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가라아게 전문점 못지않는 퀄리티의 튀김 스킬이 느껴진다.
히로시마레이멘야의 깔끔한 키친
두번째는 히로시마에서만 먹을 수 있는 츠케멘 집이다. 히로시마 원폭돔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레이멘야는 히로시마식 매운 츠케멘만 파는 근본 있는 가게이다. 보통 츠케멘이라고 하면 꾸덕한 스프에 두툼한 면을 적셔서 먹는 진하고 감칠맛 넘치는 메뉴를 떠올리겠지만, 히로시마에서는 정반대의 깔끔하고 매운 스타일의 음식으로 변주되고 있다.
메뉴는 단일 메뉴로 사이즈와, 추가 토핑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모든 사이즈에 ‘특’으로 주문하면 차슈와 야채가 조금 더 많이 나온다. 매운 맛의 수위도 정할 수 있는데, 약간 매운맛(ちょい辛)이 신라면 정도이다. 일본이라고 해서 제일 매운맛을 얕봤다간 무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약간 매운맛보다 한 단계 아래 보통 맛을 주문했다.
면1인분+특 1370엔
츠케멘 스프는 1차적으로 강한 참기름과 참깨 향이 코를 스쳐 지나가고, 뒤이어 간장의 짠맛이 확 치고 들어온다. 그리고 마지막에 매운맛이 혀를 때리며 3층의 레이어를 쌓는다. 솔직히 스프 자체만 맛 봤을 때는 ‘맛있다’라는 단순하며 직관적인 표현을 하기 어렵다.
츠케멘 스프에 찍지 않고 면만 먹어도 비린내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면을 한 번 찍어 먹어보고, 차슈를 담가 먹어보고, 입이 얼얼해질 즈음 양배추를 한입 베어 먹어 보면 이 차분한 식당에서 게 눈 감추듯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된다. 이곳 츠케멘은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는 데 중점을 두었다. 어떻게 보면 후루룩 먹는 물국수 같기도 하고, 평양냉면 같기도 하다. 실제로 먹을 때보다 먹고 나서 더 생각나는 맛이다.
불닭볶음면 같은 감칠맛과 일본 라멘의 진한 맛을 기대한다면 조금은 어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는 걸 즐기고 히로시마 지역의 소울푸드를 경험해 보고 싶다면 적극 추천한다. 기름진 일본 음식에 지친다면 상큼하게, 이 츠케멘 한 끼를 먹어 봐도 좋겠다.
중심지에서 살짝 떨어져 있어서 노면전철을 타고 가야 하는 곳이다. 히로시마 중심지에서 8분 정도, 다카노바시역(鷹野橋)에 있는 로컬 라멘가게이다. 5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카운터 석이 전부인 조그마한 곳이다. 이곳은 해물 베이스의 맑은 육수를 쓰는데, 히로시마산 굴을 듬뿍 넣은 굴 라멘이 인기이다. 실제로 히로시마는 일본 전체 굴 유통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할 정도로 굴 자부심이 높은 지역이다.
라멘야 입구
이곳 라멘의 국물은 깊고 깔끔한 감칠맛이 느껴지는데, 네 종류의 육수를 블렌딩해서 쓴다고 한다. 거기에 테이블에 놓인 굴 페이스트를 국물에 살짝 풀면 굴의 맛까지 한층 더 깊은 맛이 난다. 위에는 큼직한 굴을 4개 올려주는데, 같이 나오는 매실 페이스트와 먹으면 매실의 산미가 굴 맛을 조금 더 편하게 풀어줘서 좋은 악센트가 된다.
굴 라멘 1600엔
면은 스트레이트면인데 상당히 퀄리티가 높다. 밀의 기분 좋은 단맛과 고소함이 느껴져서 맛이 강한 육수에도 지지 않는 펀치력을 가졌다. 실제로 면에 대해 물어보니 일본에서 꽤나 유명한 제면소에서 납품 받아다가 쓰신다고 하신다.
굴라멘 한정으로 면 곱배기가 무료로 가능하다.
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어떻게든 차슈덮밥까지 주문해서 먹으라고 권하고 싶다. 잘 지은 밥 위에 차슈를 듬뿍 올리고, 그 위에 소복하게 김과 파, 반숙계란을 올려 완성시킨 메뉴이다. 단맛, 짠맛, 감칠맛이 덮밥 그릇 안에 차곡차곡 들어가 있는, 싫어할 수가 없는 조합이다.
차슈동 650엔
글·사진 | 박식사
오사카 방방곡곡 맛집을 떠도는 대학생. 한 끼 한 끼 식사를 소중히, 그리고 가장 맛있게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인스타그램 : www.instagram.com/park_sik_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