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여행] 도보 vs 자전거, 일본 나라 시를 즐기는 법

2026-06-04


| Nara |


나라에서 추천하는 산책 코스와 자전거 코스


공원과 사찰, 숲이 공존하는 작은 도시 나라는 바삐 명소를 찍고 다니기보다 천천히 산책하듯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교토처럼 가파른 언덕이 많지 않고 대부분 평지라 걷기에도 부담이 없고, 자전거로 달리며 마음에 드는 풍경 앞에 잠시 멈춰 서기에도 좋다. 걷기에 좋은 산책 코스와 자전거로 즐기기 좋은 코스를 각각 준비했다. 당신의 선택은 어느 쪽일까?



사찰과 정원을 천천히 둘러보는 도보 여행, 사루사와이케 연못 - 동대사 이월당 - 요시키엔
(도보 2~3시간)


나라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은 단연 나라 공원이다. 1880년에 조성된 이 공원은 축구장 약 900개 규모에 달하는 넓은 면적을 자랑하며, 공원 안에는 동대사를 비롯한 나라의 대표적인 역사 유적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단순한 도시 공원이 아니라 사찰과 숲, 사슴이 공존하는 거대한 역사 문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공원이 워낙 넓기 때문에 전체를 한 번에 둘러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동선을 잘 정해 천천히 걸으며 주요 풍경을 즐기는 것이 좋다.


사루사와이케 연못에서 시작해 동대사 이월당을 거쳐 요시키엔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처음 나라를 방문한 사람에게도, 이미 여러 번 찾은 여행자에게도 만족도가 높을 산책 코스다. 나라를 대표하는 사찰과 일본 정원, 나라의 정경까지 한 번에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책의 출발점은 나라 중심부에 위치한 사루사와이케 연못이다. 잔잔한 수면 위로 코후쿠지 오층탑이 비치는 풍경이 아름다워 나라를 대표하는 사진 명소로도 유명하다. 연못 주변에는 스타벅스를 비롯한 카페와 오래된 식당들이 많아 산책을 시작하기 전 잠시 쉬어 가기 좋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연못을 한 바퀴 천천히 걸으면 나라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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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루사와이케 연못


사루사와이케 연못(猿沢池)
주소 :14 Ganriincho, Nara, 630-8213 일본
전화번호 : +81 742-22-0375


나라 공원 숲길 걷기


연못에서 북쪽 방향으로 걸어가면 자연스럽게 나라 공원의 넓은 숲길로 이어진다. 잔디밭과 오래된 나무 사이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사슴을 만날 수 있다. 나라 공원의 사슴은 신의 사자라는 전설 때문에 오랫동안 보호받아 온 존재로, 지금도 나라의 상징 같은 동물이다. 겨울에 방문하면 뿔이 없는 사슴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번식기가 끝난 뒤 호르몬 변화로 자연스럽게 뿔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매년 10월 초에는 일부 사슴의 뿔을 잘라주는 전통 행사도 열린다. 웅장한 뿔을 가진 사슴을 보고 싶다면 여름 후반에서 가을 사이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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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공원 어디에서도 사슴을 만날 수 있다.



동대사 앞 거울 연못(카가미이케)


숲길을 따라 조금 더 걸으면 거대한 목조문인 동대사 남대문을 지나게 된다. 이 문을 지나면 동대사 앞의 작은 연못 카가미이케가 나타난다. 이 연못은 이름 그대로 ‘거울 연못’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물 위에 비친 동대사 대불전의 모습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수학여행 사진 명소로도 알려져 있어 학생들과 여행객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대불전으로 향하기보다는 오른쪽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이월당으로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대불전은 늘 방문객이 많고 입장권 구매에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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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뒤로 보이는 동대사 대불전


도다이지 카가미이케(鏡池)
주소 : 406-1 Zoshicho, Nara, 630-8211 일본


나라를 내려다볼 수 있는 동대사 이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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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전을 바라보고 오른쪽 언덕길을 따라 약 10분 정도 올라가 계단을 오르면 동대사 이월당에 도착한다. 이월당은 1669년에 재건된 목조 건물로, 나라 시내와 나라 공원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명소이다. 길게 이어진 목조 난간에 서서 도시와 숲이 이어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라의 고요한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해질 무렵에는 도시 전체가 붉은 빛으로 물들며 더욱 낭만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붐비는 대불전과 달리 이곳은 비교적 조용해 잠시 멈춰 서서 풍경을 바라보기 좋다. 이월당 내부에는 방문객을 위한 작은 휴식 공간도 있어 무료로 제공되는 녹차를 마시며 다다미 위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다.


도다이지 이월당(東大寺 二月堂)
주소 : 406-1 Zoshicho, Nara, 630-8211 일본
전화번호 : +81 742-22-3386


고요한 정원, 요시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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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의 마지막은 요시키엔 정원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바로 앞의 나라 공원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방금까지 북적이던 관광지에서 벗어나 조용하고 평화로운 공간으로 순간 이동한 듯한 느낌이 든다. 요시키엔은 메이지 시대 말기 나라의 상인이었던 우에다 가문의 별장 정원으로 조성되었으며 현재는 나라시가 관리하는 공공 정원으로 개방되어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일본 정원의 다양한 양식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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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연못을 중심으로 풍경을 감상하는 연못 정원, 부드러운 초록 이끼가 카펫처럼 펼쳐진 이끼 정원, 그리고 다실이 있는 다도 정원이다. 특히 오래된 나무 그늘 아래 촘촘하게 펼쳐진 이끼 정원은 요시키엔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이다. 천천히 걸으며 물소리와 바람 소리를 듣다 보면 마음도 자연스럽게 차분해진다. 외국인 여행자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어 부담 없이 들르기 좋은 점도 장점이다.


요시키엔 정원(吉城園)
주소 : 60-1 Noboriojicho, Nara, 630-8213 일본
영업시간 : 월요일~금요일 오전 9:00 ~ 오후 5:00
전화번호 : +81 742-22-5911


바람을 가르며 즐기는 자전거 산책, 긴테쓰 나라역 - 시모초케이 다리 - 홋케지
(1~2시간)


나라 공원 일대가 사찰과 숲을 중심으로 한 산책 코스라면, 자전거로 즐기기 좋은 코스는 사호강 주변이다. 나라 시내 북쪽을 흐르는 사호강은 강을 따라 자전거길과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현지 주민들이 산책이나 라이딩을 즐기는 휴식 공간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코스는 나라의 대표 관광지를 이미 둘러본 사람이나 조금 다른 분위기의 나라를 만나보고 싶은 여행자에게 특히 추천한다. 나라의 중심인 긴테쓰 나라역에서 자전거를 빌려 사호강을 따라 달리다 시모초케이 다리를 지나 홋케지까지 이어지는 코스이다. 관광객이 몰리는 중심지에서 조금 벗어난 외곽 지역이라 조용한 주택가와 강변 풍경, 한적한 사찰까지 함께 만날 수 있다. 거리도 길지 않고 오르막이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이라 자전거 초보자도 부담 없이 달릴 수 있다. 이동 자체는 30~40분 정도면 가능하지만, 강변 풍경을 즐기며 천천히 달리면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킨테츠 나라역 근처 자전거 대여소


자전거 산책은 긴테쓰 나라역 근처 자전거 대여소에서 시작한다. ‘야마토 관광 자전거 긴테쓰 나라점’은 전기 자전거를 24시간 기준 약 990엔에 빌릴 수 있는 곳으로 역에서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 대여 시스템은 무인으로 운영되며 비교적 간단하다. 기계에 여권을 스캔하고 원하는 자전거를 선택해 결제하면 잠금이 해제되는 방식이다. 신분증과 현금을 꼭 미리 준비해야 한다. 자전거를 빌린 뒤 야스라기노미치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사호강 자전거 길을 만날 수 있다.


야마토 관광 자전거 긴테스 나라점(ヤマト観光レンタサイクル 近鉄奈良店)
주소 : 일본 〒630-8253 Nara, Nashiharacho, 50 奈良第一ビル102
영업시간 : 목요일~화요일 오전 8:00~오후 3:00
전화번호 : +81 742-54-1549
홈페이지 : yamatocycle.com


시모초케이 다리를 거쳐 사호강 따라 라이딩


914ea4b0a092d.png사호 강변의 시모초케이 다리


사호강에 도착해 강을 따라 서쪽 방향으로 달리면 시모초케이 다리가 나타난다. 강과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 속을 자전거로 달리는 순간은 이 코스의 가장 큰 매력이다. 여름의 짙은 녹음이나 가을 단풍도 아름답지만, 특히 벚꽃이 만개하는 봄에는 강을 따라 벚나무가 길게 이어져 나라의 숨은 벚꽃 명소가 된다. 이 구간은 나라 관광협회에서도 벚꽃길로 소개하는 곳이다.


강변 길은 차량 통행이 거의 없고 평탄해 자전거 초보자도 편하게 달릴 수 있다. 사찰과 숲, 조용한 주택가가 이어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달리다 보면 관광지와는 또 다른 나라의 일상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샌드위치나 음료를 준비해 강변에 잠시 멈춰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천천히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쉬다 보면 여행의 속도도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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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마다 분위기가 다른 사호 강변 길


시모초케이 다리(下長慶橋)
주소 : Horencho, Nara, 630-8113 일본


조용한 사찰 홋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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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케지의 입구 중 하나인 아카몬


시모초케이 다리를 지나 강변을 따라 달리다 보면 JR 사쿠라이선 철교가 나타난다. 그 아래 북쪽 골목으로 접어들어 한적한 주택가 사이 길 끝에 다다르면 홋케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나라의 중심 관광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방문객의 발길이 적은,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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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위에 떠 있는 듯한 고묘덴 


745년 쇼무 천황의 비였던 고묘 황후의 뜻에 따라 창건된 홋케지는 일본 최초의 황후 사찰이자 전국 비구니 사원의 중심 역할을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사찰의 분위기는 화려하기보다 차분하고 단정하다. 국보인 십일면관음상을 비롯해 고대 목욕 유적인 가라후로와 소박한 정원이 남아 있으며, 오래된 나무와 고즈넉한 건물이 어우러져 정갈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곳에서는 북적이는 관광지에서 잠시 벗어나 자전거 여행의 마지막 쉼표를 찍기에 좋다. 자전거를 잠시 세워두고 천천히 걸으며 사찰의 고요한 분위기를 느껴보자. 특히 가을에는 달콤하고 은은한 금목서 향기가 절 곳곳에서 풍겨서 기분이 더 좋아진다. 봄과 가을에는 홋케지의 가장 큰 보물인 십일면관음상을 특별 공개하니 시기를 맞춰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입장료는 700엔이며 경내와 정원은 촬영이 가능하지만 국보가 안치된 본당 내부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으니 참고하자.


홋케지(法華寺)
주소 : 882 Hokkejicho, Nara, 630-8001 일본
영업시간 : 월요일~일요일 오전 9:00 ~ 오후 4:30
전화번호 : +81742332261
홈페이지 : hokkejimonzeki.or.jp




글·사진 | 김재은(젠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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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술을 다 먹어 보고 싶은 여행자. 길 위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재미나게 사는 게 인생 최고의 목표.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크루즈를 타고 바다를 항해한 후 <어쩌다. 크루즈>를 썼고, 크루즈 세계 일주를 천천히 이어가고 있다. 춘자와 <카페, 라다크>를 공저했고 지금은 전 세계를 다니며 마신 술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고 있다.

 <어쩌다, 크루즈>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744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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