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미식] 상하이 커피, 아주 오래된 신문물

2026-06-30


| Shanghai |


상하이의 카페 씬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오늘날 상하이의 카페들이 흥미로운 이유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는 데 있다. 커피를 칵테일처럼 풀어내며 새로운 감각을 제안하는 OPS cafe, 옛 신문사의 기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The Press, 오랜 시간의 결을 고스란히 품은 공간 속에서 여유를 건네는 일척화원, 그리고 숨 가쁜 도시에서 한 발짝 비켜서 있는 듯한 비현실적인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롱자이까지. 이름만 들어서는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이 네 곳의 카페는 지금의 상하이 카페 문화를 가장 입체적으로 보여 주는 단서가 되어 준다. 이제 그 이야기의 안쪽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OPS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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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S 앞에 줄을 서는 사람들과 OPS의 작은 간판


상하이의 카페를 이야기할 때 한 번쯤은 반드시 언급되는 이름이 있다. 바로 OPS다.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힙한 공간을 기대하고 이곳을 찾았다면 다소 실망할지도 모른다. 프랑스 조계지 골목 한편에 자리한 작은 가게,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수더분한 입구에 구색이라도 갖추려는 듯이 걸어둔 작은 간판은 멀리서 찾아온 사람을 머쓱하게 만들 정도이니. 그러나 일 년 내내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은 이곳이 상하이의 카페 씬을 이야기할 때, 무조건 회자되는 독보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입증해 준다.


OPS의 내부에는 앉을 자리조차 없다. 주문을 받고 커피를 만드는 공간과 서서 커피를 마시는 두 평 남짓한 공간이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기꺼이 기다린다. 오랜 기다림 끝에 가까스로 손에 얻은 커피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좁은 스탠딩바에 서서 음미된다. 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너도나도 맛보려는 OPS의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하나의 경험에 가깝다. 메뉴판을 보면 전통적인 아메리카노나 라테 대신 낯선 이름의 시그니처 커피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과일, 허브, 알코올, 때로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료인 미소 된장까지 더해진 커피는 궁금증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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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서는 동안 메뉴판을 준다


OPS가 특별한 이유는 이러한 실험적인 메뉴에만 있지 않다. 바리스타는 주문을 받는 순간부터 커피를 손님 앞에 내는 순간까지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한다. 오늘의 커피는 어떤 풍미를 가지고 있는지, 왜 이런 조합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마시면 더 좋은지까지. 상세한 설명을 듣고 나면, 손에 들린 한 잔의 커피가 조금은 다르게 느껴진다. 


메뉴는 시즌마다 새롭게 바뀌며, 한 잔의 가격은 약 만 원대다. 지금까지 총 세 번 방문하면서 지금까지 마셔본 OPS의 커피를 떠올려 봤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카투론 펀치(Caturron Punch)’였다. 블러드 오렌지와 베르가못, 얼그레이, 코코넛 밀크가 어우러져 복합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풍미를 보여 준다. 한 모금씩 천천히 음미하다 보면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커피의 경계가 조금씩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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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론 펀치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이 모든 경험을 위해 기다림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하지 않는다면 최소 한 시간 이상의 웨이팅은 각오해야 한다. 늦게 가면 몇몇 메뉴는 품절이 되기도 한다. 만약 긴 대기가 부담스럽다면, OPS에서 멀지 않은 타이위안루(太原路)에 2023년 문을 연 새로운 매장 ‘3½’로 발걸음을 옮겨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이곳에서는 보다 클래식한 이탈리아식 커피를 중심으로 또 다른 방식의 OPS를 경험할 수 있다.


OPS는 어쩌면 상하이 카페 문화의 한 단면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 주는 공간일지도 모른다. 빠르게 소비되는 도시 속에서도 특별한 한 잔을 위해 기꺼이 기다리고 잠시 멈춰 서는 사람들. 상하이에서 카페를 찾는다면 OPS에 들러 보자. 때로는 이렇게 불편하게 서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가 왜인지 모르겠지만,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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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S에 세 번 방문하면서 마신 커피/음료들


OPS cafe
주소 : 上海市徐汇区太原路 177
영업 시간 : 10:00–18:00
인스타그램 : @opscafe



주소 : 上海市徐汇区太原路305弄1號
영업 시간 : 10:00-19:00



세계 최대의 카페 도시? 상하이의 카페 문화는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아래 잘게 부서지는 볕뉘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골목, 서양식 저택과 아르데코 건축이 남아 있는 상하이 거리.
그 풍경을 따라 부단히 발을 놀리다 보면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서울 면적의 10배에 달하는 이 거대한 도시에는 과연 몇 개의 카페가 존재할까.
  

영국 기반의 커피 산업 분석 기관 Allegra World Coffee Portal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상하이에는 총 9,115개의 카페가 있다고 한다.
이는 런던·뉴욕·도쿄를 모두 넘어서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게다가 지난 10년간 중국의 커피 소비는 무려 150%나 증가했다.
로스터리, 독립 브랜드, 그리고 다양한 리테일이 결합된 하나의 광대한 커피 생태계가 놀라울 정도로 단기간에 형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할 때다. 왜 하필 상하이일까.


질문의 해답은 이 도시가 축적해 온 시간 속에서 찾을 수 있다.
19세기 개항 이후, 상하이에 형성된 프랑스 조계지에는 서양의 식문화와 함께 커피, 그리고 이를 즐기는 카페 문화가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서양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근대 문학과 사상의 흐름을 이끌었던 해파(海派) 문화 지식인들에게 카페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었다.
다양한 사상이 오가는 장소이자, 도시의 지적 교류가 이루어지던 플랫폼이었다.
차(茶)의 나라에서 커피가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미 외부의 것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한 도시라는 상하이의 개방적인 성격이 깔려 있었다.



The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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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도 눈에 띄는 더 프레스의 건물


상하이의 카페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면 그중에서도 와이탄에 자리한 카페 더 프레스는 100년에 가까운 오래된 공간이 갖고 있는 헤리티지를 다루는 방식이 유독 돋보이는 공간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곳은 과거 신문사였던 건물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와이탄의 오래된 건물들 사이에서도 더 프레스가 위치한 건물은 유독 또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무려 1918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한때 상하이 언론의 중심지였던 신보관(申报馆)이 자리했던 곳이다. 1872년 영국인 어니스트 메이저(Ernest Major)에 의해 창간된 '신보'는 청 말부터 북양 정부, 민국 시기를 거치며 정치·경제·문화 전반을 기록한 대표적인 매체였다. 1949년 폐간될 때까지 발행된 중국 최장수 신문 가운데 하나로, 격동의 시대를 가장 가까이에서 기록해 온 근대 상하이의 목격자와도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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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 남아 있는 신보관의 흔적과 신문 디자인의 메뉴판


이러한 역사를 알고 나면 이 공간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신문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인쇄된 메뉴판, 100년 전 신문사의 기념사진이 표구된 액자 등 무심한 듯 보이지만 하나하나 디테일을 실린 내부 인테리어가 그제야 천천히 눈에 들어오게 될 것. 특히 100여 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2층에 올라, 화려한 아치형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노라면 잉크 냄새가 가득했을 과거의 신문사 풍경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지금은 커피 향이 공간을 채우고 있지만, 이곳이 한때 수많은 기사와 이야기들이 인쇄되어 세상으로 퍼져 나가던 장소였다는 사실은 여전히 공간 곳곳에 담뿍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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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형 천장이 아름다운 2층


그래서일까, 더 프레스의 커피는 어쩐지 공간과 닮아 있다. 정확한 사실만을 전달하는 신문의 역할이 그렇듯 원두가 가진 본연의 맛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드립 커피 한 잔을 주문해 천천히 음미하다 보면, 이곳이 왜 굳이 100년 전 옛 신문사의 형태를 유지하려 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 (브런치는 주말에만 제공되니 방문 시간을 잘 확인해 보자) 2층에 앉아 1층에서 저마다 책을 읽거나 컴퓨터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멍하니 내려보고 있노라면 대수롭지 않은 단편적인 여행의 기억이라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지는 기분은 어째서일까. 커피잔을 내려놓고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공간에 짙게 밴 시간의 흔적은 당신을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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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ess
주소 : 中國上海市黄浦区汉口路309号
영업시간 : 08:30 - 23:00 



일척화원 영천기려점 (一尺花園 颍川寄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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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척화원 영천기려점 외관


상하이를 기반으로 한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 일척화원(一尺花園)은 카페를 중심으로 한 상업 공간 운영에 문화 콘텐츠와 라이프스타일 제품 개발을 결합한 라이프스타일 기업 일척지간(一尺之间)의 산하 브랜드다. ‘한 자의 정원’이라는 뜻을 가진 일척화원의 지향점은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 그리고 일상의 감각을 다시 이어 붙이는 경험의 장을 만드는 것. 그래서 일척화원의 공간은 오래된 건물과 정원을 보존한 채, 그 위에 현재의 감각을 조심스럽게 덧입히는 방식을 따른다. 


일척화원은 현재 상하이 곳곳에 47개의 분점을 두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오래된 시간을 온전히 품고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쓰촨베이루(四川北路)에 위치한 영천기려(颍川寄庐)점이다. 영천기려는 1907년에 지어진 광둥 출신 상인의 천치쩌(陈其泽)의 개인 저택을 개조해 만든 곳으로, 상하이 전통 주택 양식인 석고문(石庫門)과 서양식 건축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공간이다. 


건물의 기존 구조와 배치를 그대로 살리고, 벽돌과 기와, 조각 장식, 난간 등 세부 요소들까지 최대한 원형을 유지한 영천기려점의 실내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바닥 타일에 먼저 매료되고 말 것이다. 기하학적인 무늬가 독특한 유리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과 바람이 공간을 가로지르며 백 년의 세월이 켜켜이 쌓인 깊은 질감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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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타일이 아름다운 1층. 전반적으로 좌석들이 편안하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곳은 앞 건물과 뒤 건물을 이으면서 만들어낸 실내의 길고 좁은 중정(天井) 공간. 높은 천장과 묵직한 목재 구조, 그리고 정원으로 이어지는 동선까지. 한 걸음씩 공간을 따라 걷다 보면, 단순히 카페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어느 오래된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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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건물과 뒤 건물을 이으면서 생긴 중정 공간


특히 커피도 커피지만 구색을 맞추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는 디저트도 일척화원의 장점. 개인적으로는 단호박 치즈케이크를 추천한다. 과하게 달지 않으면서도 단호박 특유의 부드러운 단맛이 자연스럽게 퍼진다. 화려한 디저트는 아니지만 한 입씩 천천히 음미하다 보면 치즈의 농후한 맛이 기분 좋게 입안을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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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 케이크


20세기 초 상하이의 경제를 떠받치던 광둥 이민자 출신 상인의 거처였던 영천기려의 '영천'은 이 집안의 본관으로 선조의 뿌리를 잊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으며, ‘기려’는 타향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잠시 상하이를 여행하고 있는 우리는 어쩌면 이곳에서 백 년 전 이방인이 품었을 마음을 스치듯 공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잠시 머물다 떠나는 여행자의 시간 속에서도 ‘영천기려’라는 이름은 여전히 현재형으로 살아 있으니. 


일척화원 영천기려점 (一尺花園 颍川寄庐)
주소 : 上海虹口區四川北路989弄8號樓
영업 시간 : 10:00 – 21:00
홈페이지 : www.yichihuayuan.com



미상 프라다 롱자이 (Mi Shang Prada Rong Z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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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 롱자이 외관와 '더 카페' 내부


상하이 중심부인 산시베이루(陕西北路) 한복판, 숨 가쁜 도시의 리듬에서 한 발짝 비켜서 있는 곳에 프라다 롱자이가 있다. 1918년에 지어진 이 서양식 대저택은 중국 근대 산업을 이끈 기업가, 일명 밀가루왕 롱쭝징(荣宗敬) 일가의 거처였다. 롱자이(荣宅)라는 이름 역시 그의 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한 시대를 대표하던 자본가의 삶과 취향이 고스란히 녹아든 공간이다. 


롱자이는 상하이를 대표하는 우아한 정원식 저택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2004년에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2005년에는 ‘상하이 우수 역사 건축’이라는 칭호를 받은 바 있다. 시간이 흐르며 저택은 여러 차례 용도가 바뀌고 훼손되었지만, 2011년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이 건물을 장기 임대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약 6년에 걸친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프라다는 건물의 원형을 최대한 되살리는 데 집중했다. 이탈리아와 중국의 장인들이 함께 참여해 목조 장식과 롱자이의 상징인 천장의 스테인드글라스, 벽면의 회화까지 세밀하게 복원해 냈고, 그 결과 롱자이는 단순한 리노베이션이 아닌 시간의 복원에 가까운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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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카페의 벽면 장식과 좌석


흥미로운 점은 이 공간이 건축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프라다는 롱자이를 하나의 서사적 공간으로 확장하기 위해 <중경삼림>, <화양연화>의 왕가위 감독과 협업해 건물의 2층에 아시아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독립형 파인 다이닝 공간 ‘미상 프라다 롱자이 (Mi Shang Prada Rong Zhai)’를 선보였다. 프라다와 왕가위 감독의 만남으로 탄생한 이 레스토랑은 총 5개 룸을 연결하며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왕가위 감독 인터뷰


롱자이는 영화계의 거장 왕가위의 손길이 곳곳에 닿은 공간을 음미하는 즐거움이 크다. 그 중심에는 ‘더 카페(The Café)’가 자리한다. 올드 상하이의 사교장을 모티프로 한 세심하게 연출된 공간은 이 주택의 주인이 누렸을 과거의 호화로운 살롱을 연상시킨다. 롱자이 복원에 참여했던 목재 장인들이 완성한 바 카운터는 단순한 가구를 넘어 이 건물이 지나온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오브제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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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벽이 인상적인 공간, '더 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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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카페 너머로 보이는 '더 라이브러리'. 5개의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더 카페의 한 켠에 자리한 노란색 벽이 인상적인 ‘더 스터디(The Study)’는 방문 당시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상태였다.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큐레이션된 가구와 희귀 소장품들로 둘러싸인 공간이 비현실적인 정도로 아름다워 멀리서 보기만 해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퍼질 지경이었다. 디저트를 판매하는 '더 페이스트리 숍(The Pastry Shop)'을 지나면 '더 라이브러리(The Library)’라는 거실 겸 서재가 나와 공간에 조용히 무게감을 더한다. 내부에는 이탈리아의 무라노 글라스와 중국 장인의 손길이 담긴 소장품들이 공존하며 상하이와 밀라노라는 두 도시의 감각이 한 공간 안에서 조용히 교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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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페이스트리' 공간에 전시되어 있는 디저트와 초콜릿


롱자이의 미상에서는 레스토랑, 카페, 페이스트리 숍이 하나의 흐름 안에서 이어지며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 가격대는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다. 커피와 디저트는 약 80~200위안, 메인 요리는 200~600위안대, 코스 메뉴는 1인 600위안 이상으로 구성되며, 계절 코스의 경우 1,000위안 이상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커피와 디저트는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지만, 무엇보다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그 형태와 디테일이다. 프라다 특유의 미학이 접시 위에서 섬세하게 표현되어 한 잔의 커피와 하나의 디저트마저도 하나의 오브제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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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와 커피. 설탕 봉지 하나에도 신경을 썼다.


이국적인 상하이 안에서도 유난히 비현실적인 감각을 품은 이곳은, 일상에 지쳐 떠나온 우리에게 단순한 여행지의 카페라기보다 잠시 다른 차원으로 숨을 수 있는 통로에 가깝다. 올드 상하이의 대부호가 머물던 저택 위에 프라다의 미학과 왕가위의 영화적 시선이 겹쳐진 공간에 앉아 있는 우리는 어느새 과거와 현재 사이 어딘가에 놓인 영화의 한 장면 속 인물이 된다. 현실을 잠시 잊게 할 만큼 아찔하게 아름다운 카페를 디자인해달라고 AI에게 부탁하면 롱자이를 그려주지 않을까. 


  • 미상 프라다 롱자이 예약 방법

예약은 필수다. 위챗에서 ‘Mi Shang Prada Rong Zhai’를 검색해 공식 페이지에 접속한 뒤 예약한다.
카페, 애프터눈 티, 레스토랑 등 원하는 이용 형태를 고르고 날짜와 시간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다만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예약 시에는 테이블당 약 300위안의 보증금이 필요하며, 일정 시간 이전 취소 시 환불이 가능하다.
이용 시간은 카페, 티, 칵테일 등 프로그램에 따라 60~90분으로 제한되며, 예약 시간보다 15분 이상 늦을 경우 자동 취소된다.


미상 프라다 롱자이 (Mi Shang Prada Rong Zhai)
주소 : 中國上海市静安区陕西北路186号
영업시간 : 10:00 – 22:00 (공간/프로그램별 상이, 변동 가능)




글·사진 최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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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한국을 떠나 대만에 살며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사람. 10년차 한국어 강사, 채식주의자, 결혼 이민자. 대만 생활에서 길어 올린 글들을 블로그에 차곡차곡 모아두는 것이 취미다. <타이베이 산친구>를 썼다.
https://blog.naver.com/choibo_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