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yoto |
교토에서 즐기는 여름 축제
관광객들은 여름 교토를 두려워한다. 높은 기온과 높은 습도, 작열하는 햇살은 관광의 의지를 꺾어버릴 정도로 힘들다. 그래서 그런지 교토의 호텔들은 연휴처럼 특별한 기간을 제외하면 평균적으로 여름 시즌에 가격이 살짝 내려간다.
하지만 교토의 여름은 각종 볼거리와 체험으로 가득하다. 교토를 대표하는 4대 전통 축제 중 두 종류가 여름에 개최되며, 신사나 절에 따라 여름철 풍물시(風物詩, 일본에서는 어느 계절을 잘 나타내는 것들을 통틀어 풍물시라고 표현한다)인 풍경 축제나 칠석 축제를 개최하는 곳도 많다. 또한 평소 비공개인 유물들의 특별 공개도 여름에 많이 열린다. 비공식적(?) 의견이긴 하지만, 여름철 줄어드는 관광객을 불러모으기 위해 갖가지 특별한 행사를 많이 기획하는 거라는 설도 있다.

헤이안 신궁의 풍경 축제
이처럼 여름 교토는 더위 대책만 잘 세우면 그 어느 때보다 멋진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교토의 여름을 좋은 추억으로 만들어줄 여름 전통 축제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대나무에 소원을 적은 종이(단자쿠)를 걸어 놓는 기타노텐만구의 칠석 행사

보행자 천국이 된 시조 거리와 불을 밝힌 가마들
교토의 4대 전통 축제 중 하나이며 동시에 일본의 3대 마츠리로도 꼽히는 기온 마츠리는 교토 기온의 야사카 신사(八坂神社)를 중심으로 7월 한 달 동안 이어지는 축제다.
축제 기간 동안 신의 영을 야사카 신사에서 임시 거처인 오타비쇼로 옮겼다가 축제가 끝난 후 다시 야사카 신사로 옮기는데, 신의 영을 옮기는 미코시 가마 3채의 행렬이 기온 마츠리의 핵심이다. 미코시 가마는 오타비쇼로 옮기기 전 야사카 신사의 무전에 전시된다.
기온 마츠리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화려하게 장식된 수레 가마들인 야마호코(山鉾)의 순행일 것이다. 야마호코는 산 모양으로 만들어진 가마인 야마(山)와, 가마의 꼭대기에 꽂은 크고 화려한 창 호코(鉾)를 합친 말이다. 미코시 가마 행렬 전의 예비 축하 행사라고 볼 수 있는 이 크고 화려한 야마호코의 순행은 기온 마츠리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수레 가마들의 순행은 TV에 생방송으로 중계되며, 좋은 자리에서 가마들을 구경할 수 있는 유료 좌석도 사전에 판매할 만큼 교토에선 중요하고도 인기 많은 행사다.

거리에 세워진 야마호코들
전통 음악을 연주하며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거대한 가마들의 행렬은 멀리서 봐도 그야말로 압권이다.
야마호코가 교토 시내를 행진하는 사키마츠리(前祭)와 아토마츠리(後祭)가 열리는 7월 17일과 7월 24일 전 사흘(7월 14일~16일, 7월 21일~23일) 동안 거리의 정해진 자리에 야마호코가 설치되고, 각 야마호코가 보유한 유물들을 구경하거나 가마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해가 떨어지면 야마호코를 감싸고 있는 등불이 주위를 환히 밝히며 화려함을 더한다.

어느 호텔에 마련된 기온 마츠리 장식
야마호코가 서 있는 지점 부근의 상점들은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거나 기온 마츠리 전용 장식물을 진열하고, 음식점들은 기온 마츠리 기념 특별 메뉴를 마련한다. 온 거리가 기온 마츠리로 뒤덮인다.
특히 사키마츠리 전인 7월 14일에서 16일까지는 저녁 시간이 되면 시조 거리와 가라스마 거리, 가마들이 서 있는 골목의 도로들이 보행자 전용으로 운용되며, 각종 포장마차들도 등장해 축제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수많은 교토의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모여들어 포장마차의 음식을 사 먹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야마호코를 찾아가 구경하며 축제를 즐긴다. 이 인파에 섞여 교토의 번화가 도로 한복판을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흥이 차오른다.

각종 포장마차가 즐비하게 들어선 거리
기온 마츠리를 주관하는 야사카 신사로 가서 특별 전시 중인 금빛으로 빛나는 화려한 미코시 가마를 구경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신사 안에 들어선 포장마차들 덕분에 일본 드라마나 만화에서 자주 보는 신사의 여름철 축제 같은 분위기를 느껴볼 수도 있다.

야사카 신사의 미코시 가마
시간이 맞는다면, 온 교토를 들썩이게 하는 기온 마츠리를 구경해 보자. 비록 날은 덥고 잦은 교통 통제로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을 겪을 수도 있지만, 교토의 가장 번화한 거리가 보행자 천국이 되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즐겁고 특별한 교토 여행이 될 것이다.

아토마츠리 때의 야마호코 순행

시모가모 신사
신성한 연못에 맨발로 들어가 심신을 정화하고 역병을 물리칠 힘을 얻는다는 미타라시 마츠리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시모가모 신사(下鴨神社)에서 열리는 여름 행사다.
똑같이 마츠리라는 이름이지만, 미타라시 마츠리는 떠들썩하고 북적거리는 보통의 마츠리와는 달리 차분하고 조용히 진행된다. 물론 경내를 벗어나면 여느 마츠리처럼 포장마차가 늘어서 있어 활기찬 분위기가 조성되지만, 경내는 2000년 된 신사의 신성함이 그대로 감돈다.

미타라시 마츠리를 알리는 장식
시모가모 신사의 미타라시 마츠리는 매해 일본의 복날에 해당하는 날을 전후해 열리는데, 2026년은 7월 18일에서 30일까지로 예정되어 있다.
미타라시 마츠리가 열리는 미타라시 이케(연못)는 평소엔 물이 차 있지 않지만, 7월 중순이 되면 연못 주위와 강 바닥에서 맑은 물이 솟아오른다고 하며, 시모가모 신사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곳에서 솟아오르는 물방울의 모양을 본떠 만든 것이 미타라시 당고라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는데, 그래서 교토 사람들에겐 미타라시 마츠리에 참가한 후 미타라시 당고를 먹는 것이 대표적 여름 풍물시 중 하나라고 한다.

다리 밑에서부터 물이 시작된다. 연못에 발을 담근 사람들이 많다.
미타라시 마츠리에 참가할 때는 먼저 참가비 500엔을 내고 입장한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나눠주는 작은 초를 들고 연못으로 들어간다. 무릎 약간 아래까지 물이 올라올 수 있으므로, 반바지나 걷어 올리기 쉬운 하의를 입는 것이 좋다.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며 천천히 연못을 걸어가다 초를 봉납한 촛대가 나오면 초에 불을 붙여 원하는 곳에 꽂고, 다시 천천히 걸어서 연못을 빠져나온다. 연못에서 나와 양말과 신발을 신고, 몸속을 깨끗하게 정화해 준다는 신성한 물을 한 잔 받아 마시면 모든 과정이 끝난다.

초를 봉납하는 촛대
미타라시 마츠리는 그 의미도 특별하지만, 더운 교토의 여름날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땀이 싸악 씻겨 내려가는 듯한 청량함을 맛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시모가모 신사의 미타라시 마츠리는 오후 8시까지 진행되므로, 어두운 저녁 시간 촛불을 밝히는 낭만적인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또한 이 기간에만 받을 수 있는 특별 고슈인과 특별 오마모리를 판매하는데, 매년 인기가 많아서 조기 품절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타라시 마츠리 전경

몸속을 깨끗하게 정화해 준다는 신수
미타라시 마츠리는 늘 많은 사람이 참가하기 때문에 주말에는 오랫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자.
이와 거의 비슷한 축제가 교토의 또다른 고찰 기타노텐만구에서도 열린다. 칠석 축제의 일환으로 열리는 기타노텐만구의 미타라시 마츠리는 대체로 8월 초에 개최되므로, 여행 일정에 맞는 곳으로 선택해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신사 바깥의 숲엔 포장마차가 늘어서서 축제 분위기를 내준다.
가미가모 신사 여름의 라이트업(上賀茂神社夏のライトアップ) - 가미가모 신사 |

세계문화유산 가미가모 신사의 제1도리이에서 제2도리이에 이르는 길의 라이트업
시모가모 신사와 마찬가지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가미가모 신사(上賀茂神社)에서 열리는 여름 행사로, 2026년에는 7월 11일부터 22일까지 개최된다.
가미가모 신사의 경내 안쪽 깊은 곳에 자리한 섭사 신구 신사(新宮神社)는 물을 다스리는 용신을 모시는 신사다. 매년 이곳에서는 물의 은혜에 감사하고 혹서를 무사히 넘기기를 기원하는 ‘미즈 마츠리(水まつり - 물의 축제)’가 열리는데, 여름의 라이트업 행사는 미즈 마츠리가 열리기 전 열흘 동안, 평소엔 비공개인 신구 신사를 개방하여 용신을 참배하는 것이 중심 내용이다.

용신을 모시는 신구 신사
특이하게 저녁 시간에만 진행되는데, 특별 개방된 신구 신사 참배 외에 신사 안으로 흘러들어가는 ‘나라노 오가와(ならの小川)’라는 강에 발을 담그며 시원함을 즐기는 발 담그기 행사(足つけ夕涼み)가 함께 열린다.
발 담그기를 하는 강의 구역에는 일본의 여름 풍물시인 풍경(風磬)이 1000개 이상 장식되어 있다. 해가 진 뒤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풍경이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청명한 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강물에 발을 담그면 정말 다른 세계에라도 와 있는 것처럼 환상적인 분위기에 젖어들게 된다. 경건한 신사, 시원한 강물, 반짝반짝 빛나는 풍경의 청아한 울림, 모든 게 하나가 되어 여름밤을 수놓는다. 정말로 혹서를 무사히 넘길 수 있는 힘이 몸에 모여드는 것만 같다.

아직 해가 지기 전, 발 담그기 행사가 열리는 강과 풍경의 모습
또한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엔 피리 연주, 무녀의 춤과 같은 공연도 함께 열려 볼거리까지 제공하고, 가미가모 신사의 제1도리이에서 제2도리이에 이르는 길에도 조명을 밝혀 그윽하고도 아름다운 밤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별 행사 참가비가 1200엔으로 조금 비싸긴 하지만,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특별한 여름밤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발 담그기 행사는 맨발로 물에 들어갈 수 없으므로 샌들처럼 물에 젖어도 되는 자신의 신발을 신고 들어가든가, 행사장에 준비되어 있는 슬리퍼를 신고 들어가야 한다. 잘 마르는 신발을 신거나, 발을 닦을 수 있는 수건을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해가 진 뒤 본격적인 라이트업과 발 담그기 행사

글·사진 | 박소현

16년차 일본 만화 번역가. 18년차 일본 여행 초보자. 28년차 기혼자. 일본어를 읽는 데 지치면 일본어를 말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나는 게 삶의 낙인 고양이 집사. 그저 설렁설렁 일본을 산책하는 게 좋다.『걸스 인 도쿄』 『도서 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공동 저자.
| Kyoto |
교토에서 즐기는 여름 축제
관광객들은 여름 교토를 두려워한다. 높은 기온과 높은 습도, 작열하는 햇살은 관광의 의지를 꺾어버릴 정도로 힘들다. 그래서 그런지 교토의 호텔들은 연휴처럼 특별한 기간을 제외하면 평균적으로 여름 시즌에 가격이 살짝 내려간다.
하지만 교토의 여름은 각종 볼거리와 체험으로 가득하다. 교토를 대표하는 4대 전통 축제 중 두 종류가 여름에 개최되며, 신사나 절에 따라 여름철 풍물시(風物詩, 일본에서는 어느 계절을 잘 나타내는 것들을 통틀어 풍물시라고 표현한다)인 풍경 축제나 칠석 축제를 개최하는 곳도 많다. 또한 평소 비공개인 유물들의 특별 공개도 여름에 많이 열린다. 비공식적(?) 의견이긴 하지만, 여름철 줄어드는 관광객을 불러모으기 위해 갖가지 특별한 행사를 많이 기획하는 거라는 설도 있다.
헤이안 신궁의 풍경 축제
이처럼 여름 교토는 더위 대책만 잘 세우면 그 어느 때보다 멋진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교토의 여름을 좋은 추억으로 만들어줄 여름 전통 축제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대나무에 소원을 적은 종이(단자쿠)를 걸어 놓는 기타노텐만구의 칠석 행사
보행자 천국이 된 시조 거리와 불을 밝힌 가마들
교토의 4대 전통 축제 중 하나이며 동시에 일본의 3대 마츠리로도 꼽히는 기온 마츠리는 교토 기온의 야사카 신사(八坂神社)를 중심으로 7월 한 달 동안 이어지는 축제다.
축제 기간 동안 신의 영을 야사카 신사에서 임시 거처인 오타비쇼로 옮겼다가 축제가 끝난 후 다시 야사카 신사로 옮기는데, 신의 영을 옮기는 미코시 가마 3채의 행렬이 기온 마츠리의 핵심이다. 미코시 가마는 오타비쇼로 옮기기 전 야사카 신사의 무전에 전시된다.
기온 마츠리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화려하게 장식된 수레 가마들인 야마호코(山鉾)의 순행일 것이다. 야마호코는 산 모양으로 만들어진 가마인 야마(山)와, 가마의 꼭대기에 꽂은 크고 화려한 창 호코(鉾)를 합친 말이다. 미코시 가마 행렬 전의 예비 축하 행사라고 볼 수 있는 이 크고 화려한 야마호코의 순행은 기온 마츠리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수레 가마들의 순행은 TV에 생방송으로 중계되며, 좋은 자리에서 가마들을 구경할 수 있는 유료 좌석도 사전에 판매할 만큼 교토에선 중요하고도 인기 많은 행사다.
거리에 세워진 야마호코들
전통 음악을 연주하며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거대한 가마들의 행렬은 멀리서 봐도 그야말로 압권이다.
야마호코가 교토 시내를 행진하는 사키마츠리(前祭)와 아토마츠리(後祭)가 열리는 7월 17일과 7월 24일 전 사흘(7월 14일~16일, 7월 21일~23일) 동안 거리의 정해진 자리에 야마호코가 설치되고, 각 야마호코가 보유한 유물들을 구경하거나 가마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해가 떨어지면 야마호코를 감싸고 있는 등불이 주위를 환히 밝히며 화려함을 더한다.
어느 호텔에 마련된 기온 마츠리 장식
야마호코가 서 있는 지점 부근의 상점들은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거나 기온 마츠리 전용 장식물을 진열하고, 음식점들은 기온 마츠리 기념 특별 메뉴를 마련한다. 온 거리가 기온 마츠리로 뒤덮인다.
특히 사키마츠리 전인 7월 14일에서 16일까지는 저녁 시간이 되면 시조 거리와 가라스마 거리, 가마들이 서 있는 골목의 도로들이 보행자 전용으로 운용되며, 각종 포장마차들도 등장해 축제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수많은 교토의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모여들어 포장마차의 음식을 사 먹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야마호코를 찾아가 구경하며 축제를 즐긴다. 이 인파에 섞여 교토의 번화가 도로 한복판을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흥이 차오른다.
각종 포장마차가 즐비하게 들어선 거리
기온 마츠리를 주관하는 야사카 신사로 가서 특별 전시 중인 금빛으로 빛나는 화려한 미코시 가마를 구경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신사 안에 들어선 포장마차들 덕분에 일본 드라마나 만화에서 자주 보는 신사의 여름철 축제 같은 분위기를 느껴볼 수도 있다.
야사카 신사의 미코시 가마
시간이 맞는다면, 온 교토를 들썩이게 하는 기온 마츠리를 구경해 보자. 비록 날은 덥고 잦은 교통 통제로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을 겪을 수도 있지만, 교토의 가장 번화한 거리가 보행자 천국이 되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즐겁고 특별한 교토 여행이 될 것이다.
아토마츠리 때의 야마호코 순행
시모가모 신사
신성한 연못에 맨발로 들어가 심신을 정화하고 역병을 물리칠 힘을 얻는다는 미타라시 마츠리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시모가모 신사(下鴨神社)에서 열리는 여름 행사다.
똑같이 마츠리라는 이름이지만, 미타라시 마츠리는 떠들썩하고 북적거리는 보통의 마츠리와는 달리 차분하고 조용히 진행된다. 물론 경내를 벗어나면 여느 마츠리처럼 포장마차가 늘어서 있어 활기찬 분위기가 조성되지만, 경내는 2000년 된 신사의 신성함이 그대로 감돈다.
미타라시 마츠리를 알리는 장식
시모가모 신사의 미타라시 마츠리는 매해 일본의 복날에 해당하는 날을 전후해 열리는데, 2026년은 7월 18일에서 30일까지로 예정되어 있다.
미타라시 마츠리가 열리는 미타라시 이케(연못)는 평소엔 물이 차 있지 않지만, 7월 중순이 되면 연못 주위와 강 바닥에서 맑은 물이 솟아오른다고 하며, 시모가모 신사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곳에서 솟아오르는 물방울의 모양을 본떠 만든 것이 미타라시 당고라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는데, 그래서 교토 사람들에겐 미타라시 마츠리에 참가한 후 미타라시 당고를 먹는 것이 대표적 여름 풍물시 중 하나라고 한다.
다리 밑에서부터 물이 시작된다. 연못에 발을 담근 사람들이 많다.
미타라시 마츠리에 참가할 때는 먼저 참가비 500엔을 내고 입장한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나눠주는 작은 초를 들고 연못으로 들어간다. 무릎 약간 아래까지 물이 올라올 수 있으므로, 반바지나 걷어 올리기 쉬운 하의를 입는 것이 좋다.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며 천천히 연못을 걸어가다 초를 봉납한 촛대가 나오면 초에 불을 붙여 원하는 곳에 꽂고, 다시 천천히 걸어서 연못을 빠져나온다. 연못에서 나와 양말과 신발을 신고, 몸속을 깨끗하게 정화해 준다는 신성한 물을 한 잔 받아 마시면 모든 과정이 끝난다.
초를 봉납하는 촛대
미타라시 마츠리는 그 의미도 특별하지만, 더운 교토의 여름날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땀이 싸악 씻겨 내려가는 듯한 청량함을 맛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시모가모 신사의 미타라시 마츠리는 오후 8시까지 진행되므로, 어두운 저녁 시간 촛불을 밝히는 낭만적인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또한 이 기간에만 받을 수 있는 특별 고슈인과 특별 오마모리를 판매하는데, 매년 인기가 많아서 조기 품절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타라시 마츠리 전경
몸속을 깨끗하게 정화해 준다는 신수
미타라시 마츠리는 늘 많은 사람이 참가하기 때문에 주말에는 오랫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자.
이와 거의 비슷한 축제가 교토의 또다른 고찰 기타노텐만구에서도 열린다. 칠석 축제의 일환으로 열리는 기타노텐만구의 미타라시 마츠리는 대체로 8월 초에 개최되므로, 여행 일정에 맞는 곳으로 선택해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신사 바깥의 숲엔 포장마차가 늘어서서 축제 분위기를 내준다.
세계문화유산 가미가모 신사의 제1도리이에서 제2도리이에 이르는 길의 라이트업
시모가모 신사와 마찬가지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가미가모 신사(上賀茂神社)에서 열리는 여름 행사로, 2026년에는 7월 11일부터 22일까지 개최된다.
가미가모 신사의 경내 안쪽 깊은 곳에 자리한 섭사 신구 신사(新宮神社)는 물을 다스리는 용신을 모시는 신사다. 매년 이곳에서는 물의 은혜에 감사하고 혹서를 무사히 넘기기를 기원하는 ‘미즈 마츠리(水まつり - 물의 축제)’가 열리는데, 여름의 라이트업 행사는 미즈 마츠리가 열리기 전 열흘 동안, 평소엔 비공개인 신구 신사를 개방하여 용신을 참배하는 것이 중심 내용이다.
용신을 모시는 신구 신사
특이하게 저녁 시간에만 진행되는데, 특별 개방된 신구 신사 참배 외에 신사 안으로 흘러들어가는 ‘나라노 오가와(ならの小川)’라는 강에 발을 담그며 시원함을 즐기는 발 담그기 행사(足つけ夕涼み)가 함께 열린다.
발 담그기를 하는 강의 구역에는 일본의 여름 풍물시인 풍경(風磬)이 1000개 이상 장식되어 있다. 해가 진 뒤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풍경이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청명한 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강물에 발을 담그면 정말 다른 세계에라도 와 있는 것처럼 환상적인 분위기에 젖어들게 된다. 경건한 신사, 시원한 강물, 반짝반짝 빛나는 풍경의 청아한 울림, 모든 게 하나가 되어 여름밤을 수놓는다. 정말로 혹서를 무사히 넘길 수 있는 힘이 몸에 모여드는 것만 같다.
아직 해가 지기 전, 발 담그기 행사가 열리는 강과 풍경의 모습
또한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엔 피리 연주, 무녀의 춤과 같은 공연도 함께 열려 볼거리까지 제공하고, 가미가모 신사의 제1도리이에서 제2도리이에 이르는 길에도 조명을 밝혀 그윽하고도 아름다운 밤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별 행사 참가비가 1200엔으로 조금 비싸긴 하지만,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특별한 여름밤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발 담그기 행사는 맨발로 물에 들어갈 수 없으므로 샌들처럼 물에 젖어도 되는 자신의 신발을 신고 들어가든가, 행사장에 준비되어 있는 슬리퍼를 신고 들어가야 한다. 잘 마르는 신발을 신거나, 발을 닦을 수 있는 수건을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해가 진 뒤 본격적인 라이트업과 발 담그기 행사
글·사진 | 박소현
16년차 일본 만화 번역가. 18년차 일본 여행 초보자. 28년차 기혼자. 일본어를 읽는 데 지치면 일본어를 말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나는 게 삶의 낙인 고양이 집사. 그저 설렁설렁 일본을 산책하는 게 좋다.『걸스 인 도쿄』 『도서 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공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