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식] 니스 구시가, 밥보다 주전부리가 더 중요한 사람들을 위하여

2026-08-19


| Nice |


니스 구시가지에서 디저트, 맥주 즐기기


여행을 떠나 열심히 걷다 보면, 밥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당 충전을 향한 갈망을 느끼게 된다. 평소보다 많이 걸었으니 죄책감도 덜하겠다, 여행지만의 주전부리를 찾아 먹는 일은 분명 대체할 수 없는 여행의 즐거움이다.


마침 니스는 국제적인 휴양지답게 탈프랑스적인 디저트를 두루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탈리아의 젤라또부터 시작해 비슷한 기후를 자랑하는 포르투갈의 디저트, 거기에 지중해 햇살에 치솟은 체온을 낮춰줄 맥주까지. 니스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밥보다 간식을 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리스트를 추려 보았다.


c4baabe230b62.png

니스 구시가지 풍경


파피야 글라시에르(Papilla Glacier)


95604b45b0e73.png

파피야 글라시에르


주세페 가리발디 광장에서 구시가지로 들어서면, 급격히 좁아지는 골목 초입에서 눈에 띄는 핑크색 차양을 보게 된다. 바로 젤라또 전문점 파피야 글라시에르다. 회사 설립이 2013년으로 업력이 비교적 짧은 편이고(니스 매장은 2018년 오픈), 매장도 샤토뇌프그라스, 칸, 그리고 이곳 니스 세 군데뿐이지만,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현지인들이 입을 모아 니스에서, 최소한 이곳 구시가지에서 가장 맛있는 젤라또라고 추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85746c234b5c0.png

젤라또 종류가 굉장히 많아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젊은 젤라또 가게이지만 장인 정신을 표방하며 지역에서 가장 좋은 원재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가격도 싱글콘/싱글컵이 3유로로 비싸지 않다. 피스타치오, 아몬드, 초콜릿 등의 젤라또부터 레몬, 패션푸르츠 같은 과일을 활용한 소르베까지 진한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사람도, 입안에서 가볍게 녹아 사라지는 산뜻한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사람도 만족할 만하다. 주인도, 직원도 굉장히 친절해서 주문하고 아이스크림을 받는 그 짧은 순간에도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니스 구시가지에서 가장 유명한 젤라또 가게는 근처 생트레파라트 대성당 광장에 있는 ‘페노키오(Fenocchio)’라는 곳이다. 항상 긴 줄이 늘어설 만큼 어마어마한 유명세를 자랑한다. 하지만 젤라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현지인들은 모두 파피야 글라시에르를 페노키오보다 우위로 쳐줬으니, 궁금한 사람은 1일 2젤라또에 도전하며 맛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겠다.


e9eea9ccdaacb.png

쇼콜라 오렌지 싱글콘


파피야 글라시에르(Papilla Glacier)

주소 : 7 Rue St Francois, 06300 Nice, 프랑스

영업시간 : 11:00~22:00



라 사우다드(La Saudade)


 d4f20c5b7a83e.png

라 사우다드


니스 구시가지에 자리 잡은 포르투갈식 티룸, 라 사우다드. 메뉴는 대체로 니스의 다른 카페와 비슷하지만, ‘포르투갈식 티룸’이라는 정체성을 완성하는 장본인이 바로 에그타르트(Pastel de Nata)다.


포르투갈 출신 자매가 문을 연 라 사우다드는 어릴 적부터 먹어 오던 맛을 살리는 전통적인 제조법으로 에그타르트를 만든다고 한다. 실제로 먹어 본 라 사우다드의 에그타르트는 예전에 리스본이나 포르투에서 먹어 본 에그타르트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맛이었다. 굉장히 크리미하고 밀도가 높아 한입에 삼키기 보다는 두세 입에 나누어 먹는 게 더 좋다. 함께 주문한 카페라떼도 기본 이상은 되는 맛이었다.


54679b38ad0f4.png

카페 라떼와 에그타르트


에그타르트뿐만 아니라 라 사우다드는 가족과 고향의 기억을 이어가기 위해 포르투갈의 예술가들이 만든 공예품이나 작품을 카페 내에서 선보이고 있다. “Portugal is NICE”라는 슬로건이 ‘니스’에서만 통하는 유머러스함도 준다.


포르투갈과 이곳 남프랑스는 기후나 식재료에서 비슷한 면이 많은데, 그래서 니스에서 에그타르트를 즐긴다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맛있는 에그타르트를 먹을 수 있는 곳을 니스에서 머무는 동안 거의 보지 못했다. 마카오, 홍콩을 여행할 때도 꼭 에그타르트를 먹는 마니아라면 반드시 라 사우다드에 들러보자.


13c833560ec9d.png


라 사우다드(La Saudade)

36 Rue Droite, 06300 Nice, 프랑스

월~금 09:30~17:30, 토 09:30~18:00, 일 09:30~17:00



스너그 앤 셀러(Snug and Cellar)


191d7c6dcf20f.png

스너그 앤 셀러


여행 중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시원한 맥주 한 잔만큼 좋은 게 없다. 니스는 어딜 가도 와인이 넘치는 ‘남프랑스’다운 도시라 식사 시간에도 자연스레 와인을 주문하게 되지만, 그러다 보면 맥주가 그립기 마련이다. 그런 이들을 위해 구시가지에 있는 스너그 앤 셀러를 추천한다.


안으로 들어서면 오래된 나무 바 테이블이 맞이해 주고, 곳곳에 아일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소품들이 장식되어 있다. 사실 내부는 조금 어둡고 좁은 편이라 대부분의 손님이 바깥 테라스 자리에 앉는다. 사람이 많이 찾는 구시가지이지만, 특유의 높은 건물에 둘러싸여 있는 골목 교차로 모퉁이에 있어 꽤 한가한 기분으로 맥주를 즐길 수 있다.


294fab81c121d.png

실내 분위기


스너그 앤 셀러는 아일리쉬 펍 정체성 그대로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맥주 기네스를 생맥주로 마실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에겐 조금 생소한 아일랜드 맥주 킬케니(Kilkenny)도 취급하고, 역시 아일랜드산 사이더(사과 발효주)인 매그너스(Magners)도 마셔볼 수 있다. 그 외 생맥주 라인업으로 프랑스의 크로넨부르(Kronenbourg), 덴마크의 칼스버그, 벨기에의 그림베르겐(Grimbergen) 등이 있다. 병맥주도 취급하지만 가격으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생맥주를 마시는 게 좋다.


스너그 앤 셀러의 장점이자 단점은 안주가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술만 판다. 술을 마실 때 꼭 뭔가를 먹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이지만, 반대로 맥주 충전이 시급한 사람에게는 부담 없이 들러서 한잔 할 수 있어 오히려 메리트가 크다. 특히 니스의 높은 물가를 생각하면 ‘안주 값’ 걱정이 없어 좋다.


716f9c0fd7a5a.png

벨기에 맥주 그림베르겐


맥주 외에도 와인이나 보드카, 럼, 위스키 등도 취급하고, 생맥주와 음료수를 섞은 믹스드 드라우트도 있어 색다른 맥주 맛에 도전할 수도 있다. 과장 좀 보태서 와인이 물보다 싼(?) 남프랑스라지만 그만큼 맥주는 저렴하지 않은 편이고, 스너그 앤 셀러 역시 국민 맥주 용량인 500ml를 마시려면 한화로 13,000원 정도를 내야 한다. 니스에서 몇몇 펍을 기웃거려 봤으나 이 가격도 그나마 저렴한(?) 편.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이어지는 해피아워에 생맥주를 할인하니 그때를 노려보도록 하자. 평일에도 자정 조금 넘어서까지,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하는 것도 장점이다.


66312b1ba354c.png

메뉴판


스너그 앤 셀러(Snug and Cellar)

주소 : 22 Rue Droite, 06300 Nice, 프랑스

영업시간 : 월~목 16:00~00:30, 금~토 12:00~02:00, 일 12:00~00:30




글·사진 | 신태진

b9e2d715ed357.png

브릭스 매거진의 에디터. 『진실한 한 끼』『꽃 파르페 물고기 그리고 당신』를 냈고, 『홍콩단편, 어쩌면 익숙한 하루』를 함께 썼다.
litt.ly/ecrire_lire_viv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