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의 교양인으로서 타국의 문화를 배워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소개하려는 것은 여행지가 아닙니다. 남프랑스의 전통놀이, 아니 스포츠, ‘페땅크’입니다. 갑자기? 전통놀이? 걱정하지 마세요. 페땅크는 단순히 옛날에 했던 놀이가 아니라 지금도 곳곳에서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현재형’ 스포츠니까요. 보는 것도 재미있고, 은근히 승부욕도 불러일으키는 페땅크의 세계로 들어가 봅시다.
페땅크란?
페땅크(Pétanque)는 ‘땅에 붙인 발’이라는 뜻으로, 이름 그대로 양발을 떼지 않은 채 공을 던지는 공놀이입니다. 페땅크에는 일반적으로 13개의 공이 사용되는데요, 6개씩 무늬가 다른 2세트의 금속 공(프랑스어로는 불boule) 12개와 그보다 훨씬 작은 잭(불어로는 코쇼네cochonnet) 1개가 게임에 투입됩니다.
페땅크에 쓰이는 쇠공입니다. 경기용 공식구는 650~800g 사이라고 합니다. 500ml 물 페트를 던지는 것보다 무겁죠.
자, 이 13개의 공을 들고(금속 공은 꽤 묵직합니다) 페땅크 경기장으로 가보죠. 어디서 하냐고요? 페땅크의 매력 중 하나는 모래밭이든 잔디밭이든 심지어 시멘트나 콘크리트든 어떤 바닥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공간은 좀 많이 필요합니다. 가로 4m에 세로 15m가 일반적인 경기 구역의 면적이고요, 최소 가로 3m에 세로 12m는 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프랑스에서도 페땅크는 주로 공원에서 합니다. 일단 이 정도 넓이의 놀이터를 찾았다면, 참가자들이 공을 던지는 자리를 어깨 너비만 한 원으로 표시하면 됩니다. 보통은 작은 훌라후프 같은 것으로 던지는 자리를 정하지만, 모래밭이라면 그냥 발로 그려도 된답니다.

니스의 공원 Esplanade Francis Giordan에 마련된 페땅크 경기장. 사진 속 주황색, 형광 연두색 공이 '잭'입니다.
페땅크의 경기 규칙
경기를 시작해 보죠. 일반적으로 페땅크는 2~3인조의 두 팀으로 나누어 게임을 진행합니다. 여기선 3인조가 한 팀이 되어 플레이를 한다고 치죠. 각 팀은 같은 무늬의 공 6개를 나누어 가지고, 1인 당 2개씩 던집니다. 라운드마다 이 6개의 공이 각 팀의 기회가 됩니다. 그러면 누가 먼저 할지 ‘선’을 정해야 하는데, 가위바위보나 동전던지기 어떤 것도 좋습니다. 저에게 페땅크를 알려준 멋쟁이 프랑스인은 ‘가장 연장자가 있는 팀’이 먼저 던지라고 했답니다.
유쾌한 페땅크 마스터
아무튼 선을 정했으면, 먼저 던지는 팀(A팀이라고 하죠)의 1번 플레이어가 나무나 합성수지로 만든 작은 공 ‘잭(코쇼네)’을 던집니다. 이때 잭이 떨어진 위치는 공을 던지는 자리로부터 최소 6m 이상, 10m 이하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다시 던지거나 심판이 임의로 발로 굴려 적절한 위치로 옮긴답니다.
잭이 던져졌습니다. 페땅크의 목적은 자신, 혹은 자기 팀의 쇠공을 최대한 잭에 가깝게 붙이는 것입니다. 우선 잭을 던진 A팀의 1번 플레이어가 이어서 자신의 쇠공 중 하나를 던집니다. 이때, 던지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우선 두 다리. ‘페땅크’가 ‘땅에 붙인 발’이라는 의미라고 했죠? 절대로 던지는 순간 한 발이 땅에서 떨어지면 안 됩니다. 던지는 팔의 자세도 중요합니다. 공을 한 손으로 잡고, 팔을 쭉 펴서 손등을 위로 한 상태로 던져야 합니다. 손바닥을 위로 한다? 아뇨, 그건 볼링입니다. 어깨 뒤로 팔을 접어서 힘껏 던진다? 그건 야구나 캐치볼이고요.
다들 처음인데 제법 자세가 나옵니다.
이렇게 손등을 위로 한 상태에서 공을 던지면 아무래도 힘이 덜 들어가는데, 사실 이 게임을 잘 하려면 그 편이 낫습니다. 쇠공의 무게가 상당해서 어떤 바닥에 던지느냐에 따라 관성 때문에 공이 의도한 것보다 더 많이 굴러가거든요. 볼링과 비교해 보죠. 볼링은 공이 손에서 떠나고 나서의 체공거리가 짧고, 구르는 거리가 깁니다. (그 반대면 엄청난 눈총을 받게 되죠.) 그런데 페땅크는 공을 던지고 나서의 체공거리가 길고, 구르는 거리가 짧아야 합니다. 높은 각도로, 최대한 잭에 가깝게 떨어트려 정확도를 높이는 겁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무늬가 없는 쇠공과 두 줄 무늬가 있는 쇠공, 두 세트로 경기를 했습니다. 어느 공이 가장 가까울까요?
A팀 1번 플레이어가 잭 가까이 쇠공을 던졌습니다. 한 50cm쯤 되는 거리에 떨어졌다고 하지요. 바로 다음 B팀의 1번 주자로 차례가 넘어갑니다. 여기서부터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하는데요, B팀은 A팀의 1번 플레이어가 던진 것보다 잭에 더 가깝게 쇠공을 붙일 때까지 팀원들이 돌아가며 계속 던져야 합니다. B팀 1번 주자가 공을 던져 60cm 거리에 떨어트렸다면, 다시 B팀의 2번 주자가 공을 던지고, 2번 주자도 50cm보다 가까이 던지는 데 실패하면 3번 주자, 다시 1번 주자…… 6개뿐인 기회를 계속 써야 하는 거예요. 마침내 B팀이 A팀보다 가까이 공을 붙이는 데 성공하면 턴이 넘어갑니다. 다시 A팀의 2번 주자가 공을 던져 같은 방식을 반복합니다. 만약 어떤 팀이 6개의 공을 다 써버리면, 상대 팀의 팀원들이 돌아가며 남은 공을 모두 던집니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다들 진지해 집니다.
서로 차례가 돌며 판세가 어떻게 돌아가느냐에 따라, 공을 던지는 전략도 바꿔야 합니다. 이젠 경기장에 떨어져 있는 공을 맞추기도 해야 합니다. 어떤 공이든 괜찮습니다. 다른 팀의 공을 쳐서 멀리 보낼 수도 있고, 우리 팀의 공을 쳐서 잭과의 거리를 좁혀도 됩니다. 심지어 잭을 맞춰도 됩니다. 잭의 위치가 밀려나면서 유리하던 팀이 순식간에 불리해지는 역전이 일어날 수 있는 거예요. 반대로 실수로 자기 팀을 밀어내거나 상대 팀을 잭 가까이로 붙여버리는 ‘자책골’이 나올 수도 있고요. 보통 가까이 붙이는 플레이를 ‘포앵테(pointing)’, 상대방 공을 쳐내는 플레이를 ‘슈팅(shooting)’이라 한다고 합니다.
페땅크 점수 계산
모든 팀이 6개의 공을 던지면 그 라운드가 끝나고 점수 계산을 할 차례입니다. 각 라운드마다 점수를 받는 팀은 잭과 가장 가까운 쇠공을 던진 팀 하나뿐입니다. 예를 들어 B팀이 가장 가깝게 쇠공을 던져 승리했다고 하죠. 그러면 그 라운드에서 진 A팀이 던진 것 중 가장 가까운 쇠공과 잭 사이에 들어가 있는 B팀의 모든 쇠공이 각각 1점씩 얻습니다. 만약 A팀의 최근접 쇠공보다 가까운 B팀의 공이 1개라면 1점, 2개라면 2점, 이런 식이에요.
그래픽까지 동원해 봅니다.
경기를 해 보면 알겠지만, 잭을 기준으로 360도 어떤 방향이든 거리만 따지기 때문에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줄자 등을 이용해 거리를 잰다고 하네요. 이렇게 한 라운드의 점수 집계를 끝내면, 진 팀부터 먼저 잭과 쇠공을 던지는 두 번째 라운드를 시작합니다. 이렇게 라운드를 반복해서 13점을 먼저 내는 팀이 최종적으로 게임에 승리합니다. 약식으로 하기 위해 3라운드, 혹은 5라운드만 해서 높은 점수를 낸 팀이 이기기도 하고요.
진짜 줄자를 씁니다.

남프랑스의 페땅크 문화
여러분은 지금 글로만 페땅크의 규칙을 보셨으니 어떤 게임인지 알 듯 말 듯 하실 겁니다. 직접 해 보면 생각보다 어려운 규칙은 아닌데요, 사실 국내에서 페땅크를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른 걸 떠나 페땅크 공을 파는 곳이 많지 않거든요.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곳이 있기는 합니다. 프랑스를 여행하다가 사올 수도 있지만, 페땅크의 쇠공이 꽤 무거운 편이고 12개나 되기 때문에 부치는 짐에 잘 싸오셔야 할 겁니다.
중세와 예술의 도시, 생폴드방스 입구에서도 페땅크판이 잔뜩 벌어졌습니다.
페땅크 자체는 프랑스 전역에 알려진 스포츠라고 합니다. 그런데 프랑스 북부는 명절에만 가끔 즐기는 정도라서 이 게임을 실제로 보려면 남프랑스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어디 가서 보냐고요? 남프랑스 어느 도시든, 평일의 늦은 오후나 주말에 공원으로 가면 됩니다. “남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놀이에요.” 하는 설명을 듣기는 했는데, 정말 공원에 갈 때마다 페땅크를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심지어 관광지로 유명한 중세마을 ‘생폴드방스’에 갔을 때도 마을 초입 공원에서 스무 명 넘는 사람들이 페땅크를 즐기는 광경을 목격했답니다.
니스의 서로 다른 공원에서 본 페땅크 경기
페땅크는 프랑스에서도 주로 중장년층 이상이 즐기는 놀이이긴 합니다. 그보다 젊은 청년층은 트램폴린 같은 작은 그물에 공을 때려 넣어 노는 ‘스파이크볼’이라는 걸 더 많이 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페땅크는 한국의 게이트볼 같은 스포츠랄까요? 하지만 페땅크를 즐기는 층이 훨씬 다양하고 그 수도 많은 것 같습니다. 공 외에는 도구가 거의 필요하지 않고 경기장의 제약도 적어 누구든, 어디서든 쉽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겠죠.
사진 속 작은 트램폴린을 두고 하는 스포츠가 스파이크볼입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휴일에 뭘 하며 시간을 보낼까 궁금했는데, 그 의문이 풀렸습니다. 다들 책을 읽거나 와인만 마시는 건 아니었어요. 그보다 활동적이면서 팀워크도 살리고 경쟁심도 불태우는 스포츠를 다들 열심히 즐기고 있었던 거네요. 저희에게 페땅크를 가르쳐 준 멋쟁이 프랑스인은 룰을 설명하고 심판을 봐주면서도 굉장히 즐거워 보였습니다. 아마 외국인에게 딱지치기, 비석치기, 제기차기 같은 놀이를 가르쳐 주는 우리의 표정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언젠가 한국에서도 페땅크를 즐길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잭을 향해 간절히 달려 가고 있는 쇠공들
취재 협조 | 프랑스 관광청,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관광청
글·사진 | 신태진

브릭스 매거진의 에디터. 『진실한 한 끼』『꽃 파르페 물고기 그리고 당신』를 냈고, 『홍콩단편, 어쩌면 익숙한 하루』를 함께 썼다.
https://litt.ly/ecrire_lire_vivre
현대사회의 교양인으로서 타국의 문화를 배워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소개하려는 것은 여행지가 아닙니다. 남프랑스의 전통놀이, 아니 스포츠, ‘페땅크’입니다. 갑자기? 전통놀이? 걱정하지 마세요. 페땅크는 단순히 옛날에 했던 놀이가 아니라 지금도 곳곳에서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현재형’ 스포츠니까요. 보는 것도 재미있고, 은근히 승부욕도 불러일으키는 페땅크의 세계로 들어가 봅시다.
페땅크란?
페땅크(Pétanque)는 ‘땅에 붙인 발’이라는 뜻으로, 이름 그대로 양발을 떼지 않은 채 공을 던지는 공놀이입니다. 페땅크에는 일반적으로 13개의 공이 사용되는데요, 6개씩 무늬가 다른 2세트의 금속 공(프랑스어로는 불boule) 12개와 그보다 훨씬 작은 잭(불어로는 코쇼네cochonnet) 1개가 게임에 투입됩니다.
자, 이 13개의 공을 들고(금속 공은 꽤 묵직합니다) 페땅크 경기장으로 가보죠. 어디서 하냐고요? 페땅크의 매력 중 하나는 모래밭이든 잔디밭이든 심지어 시멘트나 콘크리트든 어떤 바닥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공간은 좀 많이 필요합니다. 가로 4m에 세로 15m가 일반적인 경기 구역의 면적이고요, 최소 가로 3m에 세로 12m는 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프랑스에서도 페땅크는 주로 공원에서 합니다. 일단 이 정도 넓이의 놀이터를 찾았다면, 참가자들이 공을 던지는 자리를 어깨 너비만 한 원으로 표시하면 됩니다. 보통은 작은 훌라후프 같은 것으로 던지는 자리를 정하지만, 모래밭이라면 그냥 발로 그려도 된답니다.
페땅크의 경기 규칙
경기를 시작해 보죠. 일반적으로 페땅크는 2~3인조의 두 팀으로 나누어 게임을 진행합니다. 여기선 3인조가 한 팀이 되어 플레이를 한다고 치죠. 각 팀은 같은 무늬의 공 6개를 나누어 가지고, 1인 당 2개씩 던집니다. 라운드마다 이 6개의 공이 각 팀의 기회가 됩니다. 그러면 누가 먼저 할지 ‘선’을 정해야 하는데, 가위바위보나 동전던지기 어떤 것도 좋습니다. 저에게 페땅크를 알려준 멋쟁이 프랑스인은 ‘가장 연장자가 있는 팀’이 먼저 던지라고 했답니다.
아무튼 선을 정했으면, 먼저 던지는 팀(A팀이라고 하죠)의 1번 플레이어가 나무나 합성수지로 만든 작은 공 ‘잭(코쇼네)’을 던집니다. 이때 잭이 떨어진 위치는 공을 던지는 자리로부터 최소 6m 이상, 10m 이하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다시 던지거나 심판이 임의로 발로 굴려 적절한 위치로 옮긴답니다.
잭이 던져졌습니다. 페땅크의 목적은 자신, 혹은 자기 팀의 쇠공을 최대한 잭에 가깝게 붙이는 것입니다. 우선 잭을 던진 A팀의 1번 플레이어가 이어서 자신의 쇠공 중 하나를 던집니다. 이때, 던지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우선 두 다리. ‘페땅크’가 ‘땅에 붙인 발’이라는 의미라고 했죠? 절대로 던지는 순간 한 발이 땅에서 떨어지면 안 됩니다. 던지는 팔의 자세도 중요합니다. 공을 한 손으로 잡고, 팔을 쭉 펴서 손등을 위로 한 상태로 던져야 합니다. 손바닥을 위로 한다? 아뇨, 그건 볼링입니다. 어깨 뒤로 팔을 접어서 힘껏 던진다? 그건 야구나 캐치볼이고요.
이렇게 손등을 위로 한 상태에서 공을 던지면 아무래도 힘이 덜 들어가는데, 사실 이 게임을 잘 하려면 그 편이 낫습니다. 쇠공의 무게가 상당해서 어떤 바닥에 던지느냐에 따라 관성 때문에 공이 의도한 것보다 더 많이 굴러가거든요. 볼링과 비교해 보죠. 볼링은 공이 손에서 떠나고 나서의 체공거리가 짧고, 구르는 거리가 깁니다. (그 반대면 엄청난 눈총을 받게 되죠.) 그런데 페땅크는 공을 던지고 나서의 체공거리가 길고, 구르는 거리가 짧아야 합니다. 높은 각도로, 최대한 잭에 가깝게 떨어트려 정확도를 높이는 겁니다.
A팀 1번 플레이어가 잭 가까이 쇠공을 던졌습니다. 한 50cm쯤 되는 거리에 떨어졌다고 하지요. 바로 다음 B팀의 1번 주자로 차례가 넘어갑니다. 여기서부터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하는데요, B팀은 A팀의 1번 플레이어가 던진 것보다 잭에 더 가깝게 쇠공을 붙일 때까지 팀원들이 돌아가며 계속 던져야 합니다. B팀 1번 주자가 공을 던져 60cm 거리에 떨어트렸다면, 다시 B팀의 2번 주자가 공을 던지고, 2번 주자도 50cm보다 가까이 던지는 데 실패하면 3번 주자, 다시 1번 주자…… 6개뿐인 기회를 계속 써야 하는 거예요. 마침내 B팀이 A팀보다 가까이 공을 붙이는 데 성공하면 턴이 넘어갑니다. 다시 A팀의 2번 주자가 공을 던져 같은 방식을 반복합니다. 만약 어떤 팀이 6개의 공을 다 써버리면, 상대 팀의 팀원들이 돌아가며 남은 공을 모두 던집니다.
서로 차례가 돌며 판세가 어떻게 돌아가느냐에 따라, 공을 던지는 전략도 바꿔야 합니다. 이젠 경기장에 떨어져 있는 공을 맞추기도 해야 합니다. 어떤 공이든 괜찮습니다. 다른 팀의 공을 쳐서 멀리 보낼 수도 있고, 우리 팀의 공을 쳐서 잭과의 거리를 좁혀도 됩니다. 심지어 잭을 맞춰도 됩니다. 잭의 위치가 밀려나면서 유리하던 팀이 순식간에 불리해지는 역전이 일어날 수 있는 거예요. 반대로 실수로 자기 팀을 밀어내거나 상대 팀을 잭 가까이로 붙여버리는 ‘자책골’이 나올 수도 있고요. 보통 가까이 붙이는 플레이를 ‘포앵테(pointing)’, 상대방 공을 쳐내는 플레이를 ‘슈팅(shooting)’이라 한다고 합니다.
페땅크 점수 계산
모든 팀이 6개의 공을 던지면 그 라운드가 끝나고 점수 계산을 할 차례입니다. 각 라운드마다 점수를 받는 팀은 잭과 가장 가까운 쇠공을 던진 팀 하나뿐입니다. 예를 들어 B팀이 가장 가깝게 쇠공을 던져 승리했다고 하죠. 그러면 그 라운드에서 진 A팀이 던진 것 중 가장 가까운 쇠공과 잭 사이에 들어가 있는 B팀의 모든 쇠공이 각각 1점씩 얻습니다. 만약 A팀의 최근접 쇠공보다 가까운 B팀의 공이 1개라면 1점, 2개라면 2점, 이런 식이에요.
경기를 해 보면 알겠지만, 잭을 기준으로 360도 어떤 방향이든 거리만 따지기 때문에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줄자 등을 이용해 거리를 잰다고 하네요. 이렇게 한 라운드의 점수 집계를 끝내면, 진 팀부터 먼저 잭과 쇠공을 던지는 두 번째 라운드를 시작합니다. 이렇게 라운드를 반복해서 13점을 먼저 내는 팀이 최종적으로 게임에 승리합니다. 약식으로 하기 위해 3라운드, 혹은 5라운드만 해서 높은 점수를 낸 팀이 이기기도 하고요.
남프랑스의 페땅크 문화
여러분은 지금 글로만 페땅크의 규칙을 보셨으니 어떤 게임인지 알 듯 말 듯 하실 겁니다. 직접 해 보면 생각보다 어려운 규칙은 아닌데요, 사실 국내에서 페땅크를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른 걸 떠나 페땅크 공을 파는 곳이 많지 않거든요.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곳이 있기는 합니다. 프랑스를 여행하다가 사올 수도 있지만, 페땅크의 쇠공이 꽤 무거운 편이고 12개나 되기 때문에 부치는 짐에 잘 싸오셔야 할 겁니다.
페땅크 자체는 프랑스 전역에 알려진 스포츠라고 합니다. 그런데 프랑스 북부는 명절에만 가끔 즐기는 정도라서 이 게임을 실제로 보려면 남프랑스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어디 가서 보냐고요? 남프랑스 어느 도시든, 평일의 늦은 오후나 주말에 공원으로 가면 됩니다. “남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놀이에요.” 하는 설명을 듣기는 했는데, 정말 공원에 갈 때마다 페땅크를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심지어 관광지로 유명한 중세마을 ‘생폴드방스’에 갔을 때도 마을 초입 공원에서 스무 명 넘는 사람들이 페땅크를 즐기는 광경을 목격했답니다.
페땅크는 프랑스에서도 주로 중장년층 이상이 즐기는 놀이이긴 합니다. 그보다 젊은 청년층은 트램폴린 같은 작은 그물에 공을 때려 넣어 노는 ‘스파이크볼’이라는 걸 더 많이 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페땅크는 한국의 게이트볼 같은 스포츠랄까요? 하지만 페땅크를 즐기는 층이 훨씬 다양하고 그 수도 많은 것 같습니다. 공 외에는 도구가 거의 필요하지 않고 경기장의 제약도 적어 누구든, 어디서든 쉽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겠죠.
프랑스 사람들은 휴일에 뭘 하며 시간을 보낼까 궁금했는데, 그 의문이 풀렸습니다. 다들 책을 읽거나 와인만 마시는 건 아니었어요. 그보다 활동적이면서 팀워크도 살리고 경쟁심도 불태우는 스포츠를 다들 열심히 즐기고 있었던 거네요. 저희에게 페땅크를 가르쳐 준 멋쟁이 프랑스인은 룰을 설명하고 심판을 봐주면서도 굉장히 즐거워 보였습니다. 아마 외국인에게 딱지치기, 비석치기, 제기차기 같은 놀이를 가르쳐 주는 우리의 표정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언젠가 한국에서도 페땅크를 즐길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잭을 향해 간절히 달려 가고 있는 쇠공들
취재 협조 | 프랑스 관광청,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관광청
글·사진 | 신태진
브릭스 매거진의 에디터. 『진실한 한 끼』『꽃 파르페 물고기 그리고 당신』를 냈고, 『홍콩단편, 어쩌면 익숙한 하루』를 함께 썼다.
https://litt.ly/ecrire_lire_viv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