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미식] 데킬라가 사실 마을 이름이었다고? 멕시코 과달라하라 근교 여행

2026-08-31


| Guadalajara |


데킬라의 고향을 찾아가는 여행


멕시코를 대표하는 술을 꼽으라면 단연 데킬라다. 세계 어디를 가도 멕시코를 상징하는 술로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데킬라는 술 이름이기 이전에 멕시코 할리스코(Jalisco)주에 실제로 존재하는 마을 이름이라는 점이다. 과달라하라에서 차로 약 1시간 정도 이동하면 도착하는 데킬라 마을은 멕시코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과달라하라 근교 여행지 중 하나다. 세계적인 술의 탄생지를 직접 둘러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아가베 농장과 전통 증류소, 그리고 멕시코 사람들이 데킬라를 즐기는 문화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과달라하라에서 출발해 데킬라 마을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현지인들의 주말 명소인 칸타리토스 엘 게로(Cantaritos El Güero)까지 방문하는 대표적인 근교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 과달라하라에서 데킬라 마을로 가는 법

여행자가 과달라하라에서 데킬라로 갈 때는 일반적으로 증류소 방문과 데킬라 마을 투어, 그리고 데킬라 펍을 모두 둘러보는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시음이 거의 필수적이기 때문에 직접 운전은 불가능하고,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데킬라에 가더라도 증류소는 마을 주변에 퍼져 있기 때문에 추가 이동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겟 유어 가이드 등 해외 투어 프로그램에서 과달라하라에서의 데킬라 투어 프로그램을 검색하면, 한화로 6만 원 후반부터 10만 원 초반, 혹은 그 이상까지 다양한 금액과 방문지로 구성된 투어 프로그램을 예약할 수 있다.


그래도 꼭 대중교통으로 가고자 한다면 과달라하라의 Central Vieja(Antigua Central Camionera)에서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Tequila Plus라는 노선이 대표적이며 대체로 30분마다 한 대씩 출발한다. 가격은 편도 130페소, 왕복은 240페소 정도다.



Tequila Don Cayo 증류소


749462a59fa5c.png

Tequila Don Cayo 증류소


데킬라 마을에는 다양한 규모의 증류소가 있지만, 그중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가 Tequila Don Cayo다. 1954년 설립된 곳으로 가족이 경영하고 있다. 100% 블루 아가베 데킬라, 전통적인 석조 오븐 사용 등 전통 방식 그대로 데킬라를 생산한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데킬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먼저 수확한 아가베의 잎을 제거한 뒤 중심부인 피냐만 남긴다. 이후 이를 대형 오븐에서 천천히 구워 전분을 당분으로 바꾸고, 분쇄와 발효 과정을 거쳐 증류하게 된다.


77ff494ab0098.png

석도 오븐과 분쇄기, 증류기 등 데킬라 제조 시설


투어를 따라가다 보면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데킬라 제조 과정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특히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 산업을 계승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투어 마지막에는 시음도 진행된다. 많은 사람들이 데킬라를 독한 술 정도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마셔보면 종류마다 맛과 향이 상당히 다르다.


숙성하지 않은 블랑코(Blanco)는 아가베 특유의 신선한 향이 강하고, 오크통에서 숙성한 레포사도(Reposado)는 숙성 기간에 따라 보다 부드러운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오랜 기간 숙성한 아네호(Añejo)는 위스키를 연상시키는 깊은 향과 맛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미나 커피를 섞은 도수가 약한 데낄라도 시음해볼 수 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데킬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


ef236366f9436.png

데킬라 시음


투어 프로그램도 세 가지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으며 각각 포함되는 투어 일정 진행 시간과 시음의 종류가 달라진다.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으며 예약 및 문의는 이메일(hola@tequiladoncayo.com)이나 왓츠앱을 통해 할 수 있다. 


d92a8254e24bf.png

월드컵 기념 조형물과 데킬라를 숙성시키는 배럴


Tequila Don Cayo

주소 : Salvador Allende 425, Tejonera, 45350 El Arenal, Jal., 멕시코


  • 그런데 잠깐! 데킬라(Tequila)는 어떤 술일까?

데킬라의 역사는 수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이 지역 원주민들은 블루 아가베의 수액을 발효시켜 마셨는데, 16세기 스페인 사람들이 증류 기술을 전하면서 현재의 데킬라가 탄생하게 되었다. 데킬라의 원료는 블루 아가베라는 식물이다. 겉모습은 선인장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육식물에 가깝다. 보통 수확까지 6~8년이 걸리며, 데킬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심부인 피냐(Piña)만 사용한다. 피냐는 파인애플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f9df3d4da2aae.png

우리가 아는 데킬라 외에도 여러 증류소에서 다양한 데킬라를 만들어 판매한다. 


현재 데킬라는 멕시코 정부가 원산지를 보호하는 대표적인 주류다.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만 데킬라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으며, 프랑스 샴페인이나 스코틀랜드 위스키와 비슷한 개념으로 관리되고 있다. 2006년에는 ‘아가베 경관과 고대 데킬라 산업 시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과달라하라에서 데킬라 마을로 이동하다 보면 끝없이 펼쳐진 푸른 아가베 밭을 볼 수 있는데, 이 풍경 역시 세계문화유산의 일부다.



멕시코 술의 역사가 어린 마을, 테킬라(Tequila)

 

36026d29f2feb.png

알록달록, 분위기부터 신이 나는 데킬라


증류소를 둘러본 뒤에는 데킬라 마을 중심부를 천천히 걸어보자. 마을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알록달록한 건물과 광장, 기념품 가게들이 모여 있어 산책하기 좋다. 마을 중심에는 광장과 산티아고 아포스톨 성당(Parroquia de Santiago Apóstol)이 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데킬라를 상징하는 조형물과 벽화, 기념품 가게, 작은 바와 식당들이 이어진다. 거리 곳곳에는 데킬라를 상징하는 조형물과 벽화가 설치되어 있으며, 마을 이름이 적힌 포토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bea0739f00b6f.png

술통 모양의 관광버스가 다닌다.


데킬라 마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호세 쿠에르보(José Cuervo)다. 1795년에 설립된 호세 쿠에르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데킬라 브랜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현재도 데킬라 마을 중심에는 호세 쿠에르보 관련 시설과 투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덕분에 여행객들은 데킬라 산업의 성장 과정과 지역 역사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마을 전체가 데킬라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삶과 문화, 경제가 모두 데킬라와 연결되어 있고, 마을을 둘러보다 보면 단순히 술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지역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a6c66f15b6a48.png

마을 곳곳에서 호세 쿠에르보의 흔적을 볼 수 있고, 이곳에 공장도 있다.



칸타리토스 엘 구에로(Cantaritos el Güero)


f50091e990cd4.png

칸타리토스 엘 구에로


데킬라 마을 투어의 마지막 코스로 가장 유명한 곳은 칸타리토스 엘 구에로다. 정확히는 데킬라 마을 인근 아마티탄(Amatitán)에 위치한 곳으로, 주말이면 수많은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다. 과달라하라 근교에서 가장 활기찬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 중 하나로 꼽힌다.


원래는 길가에 있는 휴게소 같은 곳이었지만, 데킬라 마을을 찾는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점점 규모가 커져 지금은 대형 술집으로 자리매김했다. 그것도 그냥 큰 술집이 아니라 축제장 같은 분위기가 일품. 여러 일행들이 뒤엉켜 앉을 수 있는 대형 테이블들이 수없이 놓여 있으며, 메뉴를 주문하고 나오는 속도가 아주 빨라 그 자체도 흥겹다.


dcb41c2fb2777.png

칸타리토스 엘 구에로의 시그니처, 칸타리토 칵테일. 점토잔에 마신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이름 그대로 칸타리토(Cantarito)다. 칸타리토는 데킬라에 오렌지, 자몽, 라임 등의 감귤류 주스를 섞어 만드는 할리스코 지역의 전통 칵테일이다. 일반적인 칵테일 잔이 아닌 점토로 만든 항아리 형태의 잔에 담아 마시는 것이 특징이다.


칸타리토스 엘 구에로에서는 다양한 크기의 칸타리토를 판매한다. 특히 여러 명이 함께 마실 수 있는 대형 사이즈는 보기만 해도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한다. 현장에서는 라이브 음악이 흘러나오고,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모여 춤을 추거나 이야기를 나눈다. 여행객들도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에 섞일 수 있다.


96a0817ff39b8.png

다인용과 1인용의 차이


아무래도 개별적인 찾아가긴 어려운 위치에 있는데, 여러 데킬라 투어 프로그램에서 마지막 코스로 이곳을 방문하기 때문에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했다면 편하게 시간을 보내고 과달라하라로 돌아가면 좋겠다.


Cantaritos el Güero #1

주소 : Carretera internacional, Carr. Guadalajara - Tepic km 49 #4970, La Meza, 45380 Amatitán, Jal., 멕시코


과달라하라에는 다양한 관광지가 있지만, 하루 정도 시간을 낼 수 있다면 데킬라 마을은 꼭 방문해볼 만한 곳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술의 탄생지를 직접 둘러보고, 전통 증류소에서 제조 과정을 배우고, 마을 곳곳에 남아 있는 데킬라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칸타리토 한 잔과 함께 멕시코 사람들의 여유로운 주말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글·사진 | 버드모이

9ffb4ddd1c03f.jpg

여행이 곧 삶이 된 여행자이자 유튜버. 『어디가 좋은지 몰라서 다 가 보기로 했다』의 저자. 스물여섯, 회사를 그만두고 베트남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그날 이후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로부터 2,500일 동안 100여 개 국을 여행하며 세계의 다양한 삶과 사람 기록해 왔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의 작음을 느끼고, 낯선 문화 속에서 스스로를 단련하며, 때로는 길 위의 고독을 통해 삶의 본질을 배워 나갔다. 이러한 여정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세계를 배우는 한 사람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현재 유튜브 채널 ‘버드모이[Birdmoi]’를 통해 13만 명의 구독자와 함께 여행의 설렘과 깨달음을 나누고 있으며, 앞으로도 세상의 끝과 시작을 잇는 길 위에서 이야기를 이어 갈 예정이다.

유튜브 : www.youtube.com/@Birdmoi

도서정보 : 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8193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