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kyo |
도쿄의 대표적 건축물, 도쿄의 대표 미술관들
전 세계 어디나 미술관은 대체로 그 시설이 소유하고 있는 작품의 질과 양에 따라 평가가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소유하고 있는 상설 전시품은 적어도, 좋은 전시회를 자주 개최하는 미술관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어떤 특징이 있든, 미술관을 찾아가는 건 일상을 풍요롭게 해주는 훌륭한 영양소가 된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어떤 미술관들 중엔 전시품을 보지 않고 건물만 봐도 충분히 문화적, 예술적 욕구가 채워지는 곳들이 있다. 건물, 혹은 공간 자체가 예술이 되는 아름다운 건축물. 전시도 보고 싶었지만, 방문했을 때 마침 마음에 드는 전시가 열리고 있지 않아도 실망의 폭이 크지 않은 미술관. 시기를 맞춰서 간 것도 아닌데 좋은 전시가 열리고 있으면 기쁨이 열 배로 커지는 미술관.
도쿄에서 방문해본 미술관들 중에 건물만 봐도 괜찮은 곳, 전시를 보지 못해도 건물만으로 충분했던 곳들을 되짚어 보려 한다.

도쿄국립신미술관 외관
2007년에 개관한 국립신미술관은 일본 최대급의 넓은 전시 공간을 가진 일본의 대표적 미술관이다. 보유하고 있는 소장품은 없지만, 12개에 이르는 다수의 전시실에서 국내외 다양한 전람회를 개최하고, 미술에 관한 정보 수집과 제공, 다양한 교육 활동, 국제 문화교류에 힘쓰고 있다.
일본의 유명한 건축가 구로카와 기쇼가 설계한 이 건물은 그가 설계한 수많은 미술관 중에 그의 생전에 완공된 마지막 미술관이다.

구로카와 기쇼의 작품이다.
한 면이 파도처럼 물결치는 투명한 유리로 마감된 건물은 골목을 돌아 처음 눈에 들어온 순간부터 감탄을 자아낸다.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중앙 출입문의 구조물과 햇빛을 반사하는 곡선 벽면의 조화, ‘숲속의 미술관’이라는 설계 콘셉트에 걸맞은 나무나 주변 공원과의 조화가 여러 모로 신비롭고 아름답다. 실내로 들어오면, 남쪽의 유리 벽면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자연광이 로비 공간을 비춘다.

역 원뿔형 구조물 두 개가 보이는 로비와 2층 카페 전경
1층 로비에는 카페와 함께 역 원뿔형의 구조물이 각각 2층과 3층 높이로 솟아 있는데, 구불구불 물결치는 유리 벽면과 콘크리트 구조물의 대비가 상상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마치 유기적으로 서로에게 모양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독특한 공간을 그저 넋을 잃고 둘러보게 된다. 공간 활용의 예술성과 창조성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역 원뿔형 구조물 위에서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영업 중인데,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마치 하늘 위에 떠 있는 공중 정원 같은 느낌을 주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 지금 이곳이 미술관이라는 것을 망각하게 된다. 물론 영업장에서 사용하는 공간이 아닌 곳에 흩어져 있는 의자들은 관내 휴식 공간으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3층에 있는 아트 라이브러리에서는 미술에 관련된 전문서적을 무료로 열람할 수 있고, 뮤지엄숍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 멋진 미술관을 즐기는 방법은 의외로 다양하다. 전시를 보지 않아도 외부부터 내부까지 이 공간에 와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고도 넘친다.
국립신미술관(国立新美術館)
주소 : 7 Chome-22-2 Roppongi, Minato City, Tokyo 106-8558 일본
관람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화요일 휴무)

네즈 미술관 외관 | 이미지 출처: 네즈 미술관 공식 페이스북
도쿄의 대표적 도심지인 오모테산도와 아오야마 사이에 자리한 네즈 미술관은 첫 개관이 1941년에 이뤄진, 비교적 오래된 사설 미술관이다. 일본의 국보 7점과 중요문화제 93점을 포함한 7600여 점의 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서 다채로운 전시가 개최된다. 개인 컬렉션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세계적인 건축가 구마 겐고의 설계로 잘 알려진 지금의 미술관 본관 건물은 2009년에 준공되었다. 대나무가 촘촘하게 박힌 벽과 대나무 숲을 연상시키는 담으로 구성된 독특한 입구부터가 눈길을 사로잡는 이 미술관은 도심지라고는 믿기지 않는 넓은 정원으로도 유명하다.

대나무가 인상적인 진입로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는 본관은 정원 쪽으로 난 통창을 통해 자연과 이어져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통창 너머로 펼쳐져 있는 드넓은 정원은 면적이 17,000㎡에 이른다. 이 정원만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이들도 많을 정도로 네즈 미술관의 정원은 넓고, 잘 정비되어 있다. 그저 자연만 풍부한 게 아니라 등롱이나 다실, 연못 등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곳이 오모테산도라는 것을 잊게 해주는 규모와 풍경이다.
이 정원은 특히 4월~5월에 걸쳐 피는 붓꽃이 유명한데,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국보 ‘제비붓꽃 병풍’도 매년 이 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전시된다.

미술관 정원에서 바라본 본관 | 이미지 출처: 네즈 미술관 공식 페이스북
정원 초입에 자리한 카페도 인기가 많다. 자연 속에 파묻힌 느낌을 주는 이 카페만을 방문하기 위해 2000엔 가까이 하는 입장료를 기꺼이 지불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네즈 카페
네즈 미술관은 소장품이 방대한 만큼 생각보다 자주 전시를 교체한다. 그리고 교체 시기엔 2주 정도 전체 휴관기를 갖는다. 방문하기 전에 홈페이지에서 휴관일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정원만으로도 네즈 미술관에 방문할 가치가 있다.
네즈 미술관(根津美術館)
주소 : 6 Chome-5-1 Minamiaoyama, Minato City, Tokyo 107-0062 일본
관람시간 : 오전 10시 ~ 오후 5시(월요일 휴무, 전시 교체 시기엔 전체 휴관)
21_21 디자인 사이트(21_21 DESIGN SIGHT) |

21_21 디자인 사이트
롯본기의 도쿄 미드타운 부지 안 미드타운 가든에 자리한 21_21 디자인 사이트는 공원의 자연을 망가뜨리는 일 없이 건물을 짓기 위해 궁리한 결과, 전체 면적의 80%를 지하에 이설하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건설된 디자인 전문 미술관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이 미술관은 사선으로 떨어지는 삼각형 지붕과 유리 벽면이 주위의 나무들과 기가 막힌 조화를 이루며 자연에 녹아들어가 있다. 지상 1층밖에 안 되는 저층 구조에 튀지 않는 자연스러움 때문에 이곳이 미술관이라는 걸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많은 부분이 지하에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면 외관에선 상상하기 힘든 특이한 공간이 펼쳐진다.

뮤지엄숍이 있는 1층과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뮤지엄숍이 있는 1층만 들어가 봐도 이 공간이 특별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햇살이 환히 비쳐 들어오는 전면 유리벽과 마주보는 노출 콘크리트 벽에 만들어 놓은 가로로 긴 유리창으로 공원의 자연이 눈에 들어온다.
뮤지엄숍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전시와 관련된 굿즈와 함께 21_21 디자인 사이트의 오리지널 굿즈들을 구입할 수 있다. 디자인 전문 미술관답게 굿즈의 디자인 역시 범상치 않다.

지하 전시 공간
주 전시 공간이 있는 지하로 내려가려면 우선 티켓부터 구매해야 한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서부터 그 독특한 구조에 절로 탄성이 새어 나온다. 분명히 지하인데 자연광이 환히 들어오는 구조가 신기하기만 하다.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트여 있고, 막힘이 없는 것 같은데 구분이 되어 있다. 이러한 공간의 짜임새를 잘 살린 전시 구성도 볼거리 중 하나다. 콘크리트와 빛과 자연, 닫힌 듯 열린 공간, 안도 다다오 특유의 건축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디자인 전문 미술관이기에 전시도 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제로 열리기 때문에, 언제 방문하더라도 공간과 전시 모두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단, 이곳 역시 전시 교체 기간엔 휴관하기 때문에 방문하기 전에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21_21 디자인 사이트(21_21 DESIGN SIGHT)
주소 : 〒107-0052 Tokyo, Minato City, Akasaka, 9 Chome−7−6 東京ミッドタウン ミッドタウン・ガーデン
관람시간 : 오전 10시 ~ 오후 7시(화요일 휴무)

몬 타카나와의 외관과 심볼
2026년 전면 개업한 도쿄의 새로운 복합 시설 타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의 문화적 심볼을 담당하는 미술관이다.
건축가인 구마 겐고의 손에서 탄생한 나선형 외장 디자인은 건물이 마치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목재를 듬뿍 사용하고, 거기에 살아 있는 식물들을 풍성하게 심어 놓아 마치 숲속의 거대한 나무가 도심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다. 약간의 과장을 더하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명작 <토토로>에 나오는 거목이 연상될 정도다. 계절에 따른 식물들의 변화로 건물 외관에서 사계를 느낄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유기적으로 구성된 실내
이 미술관의 특징은 외관에만 있지 않다. 최신식 전시, 공연을 위한 다양한 공간 외에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릭 스페이스가 충실히 갖춰져 있어서, 약속장소로도 휴식장소로도 활용도가 매우 높다. 특히 재미있는 곳을 꼽자면 4층의 Tatami와 옥상의 족욕 테라스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카페와 휴식 공간
Tatami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일본의 전통 바닥재인 다다미를 깔아놓은 공간은 행사가 없을 시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오픈 플레이스로, 방문객들이 모두 편안하게 앉아서, 혹은 누워서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은 뛰어놀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기도 하고, 누군가는 정말로 잠에 빠져 있기도 하다.

타타미(Tatami) 방
6층에 마련된 족욕 테라스도 편히 쉬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도심 빌딩의 야외 공간에서 사계를 느끼며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는 경험은 정말 특별하다. 그 외에도 달리는 기차를 바로 옆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트레인 테라스와 도심의 경치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옥상 정원도 빼놓을 수 없다.

6층 족욕 테라스와 트레인 테라스 | 이미지 출처 : 몬 타카나와 홈페이지
이처럼 몬 타카나와는 미술관으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도심의 휴식공간으로서의 기능도 충실하게 갖추고 있다. 곳곳에 카페와 레스토랑도 자리하고 있어 전시를 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부족할 게 전혀 없다. 타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의 다른 건물들로 연결 통로를 이용해 쉽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문화와 쇼핑, 미식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어서 더욱 좋다.

타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와 연결된 통로
몬 타카나와
주소 : 3 Chome-16-1 Mita, Minato City, Tokyo 108-0073 일본
관람시간 : 오전 10시 ~ 오후 9시 (기상상황에 따라 실외 공간은 이용이 중지될 수 있음.)
글·사진 | 박소현

16년차 일본 만화 번역가. 18년차 일본 여행 초보자. 28년차 기혼자. 일본어를 읽는 데 지치면 일본어를 말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나는 게 삶의 낙인 고양이 집사. 그저 설렁설렁 일본을 산책하는 게 좋다.『걸스 인 도쿄』 『도서 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공동 저자.
| Tokyo |
도쿄의 대표적 건축물, 도쿄의 대표 미술관들
전 세계 어디나 미술관은 대체로 그 시설이 소유하고 있는 작품의 질과 양에 따라 평가가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소유하고 있는 상설 전시품은 적어도, 좋은 전시회를 자주 개최하는 미술관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어떤 특징이 있든, 미술관을 찾아가는 건 일상을 풍요롭게 해주는 훌륭한 영양소가 된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어떤 미술관들 중엔 전시품을 보지 않고 건물만 봐도 충분히 문화적, 예술적 욕구가 채워지는 곳들이 있다. 건물, 혹은 공간 자체가 예술이 되는 아름다운 건축물. 전시도 보고 싶었지만, 방문했을 때 마침 마음에 드는 전시가 열리고 있지 않아도 실망의 폭이 크지 않은 미술관. 시기를 맞춰서 간 것도 아닌데 좋은 전시가 열리고 있으면 기쁨이 열 배로 커지는 미술관.
도쿄에서 방문해본 미술관들 중에 건물만 봐도 괜찮은 곳, 전시를 보지 못해도 건물만으로 충분했던 곳들을 되짚어 보려 한다.
도쿄국립신미술관 외관
2007년에 개관한 국립신미술관은 일본 최대급의 넓은 전시 공간을 가진 일본의 대표적 미술관이다. 보유하고 있는 소장품은 없지만, 12개에 이르는 다수의 전시실에서 국내외 다양한 전람회를 개최하고, 미술에 관한 정보 수집과 제공, 다양한 교육 활동, 국제 문화교류에 힘쓰고 있다.
일본의 유명한 건축가 구로카와 기쇼가 설계한 이 건물은 그가 설계한 수많은 미술관 중에 그의 생전에 완공된 마지막 미술관이다.
구로카와 기쇼의 작품이다.
한 면이 파도처럼 물결치는 투명한 유리로 마감된 건물은 골목을 돌아 처음 눈에 들어온 순간부터 감탄을 자아낸다.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중앙 출입문의 구조물과 햇빛을 반사하는 곡선 벽면의 조화, ‘숲속의 미술관’이라는 설계 콘셉트에 걸맞은 나무나 주변 공원과의 조화가 여러 모로 신비롭고 아름답다. 실내로 들어오면, 남쪽의 유리 벽면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자연광이 로비 공간을 비춘다.
역 원뿔형 구조물 두 개가 보이는 로비와 2층 카페 전경
1층 로비에는 카페와 함께 역 원뿔형의 구조물이 각각 2층과 3층 높이로 솟아 있는데, 구불구불 물결치는 유리 벽면과 콘크리트 구조물의 대비가 상상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마치 유기적으로 서로에게 모양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독특한 공간을 그저 넋을 잃고 둘러보게 된다. 공간 활용의 예술성과 창조성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역 원뿔형 구조물 위에서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영업 중인데,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마치 하늘 위에 떠 있는 공중 정원 같은 느낌을 주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 지금 이곳이 미술관이라는 것을 망각하게 된다. 물론 영업장에서 사용하는 공간이 아닌 곳에 흩어져 있는 의자들은 관내 휴식 공간으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3층에 있는 아트 라이브러리에서는 미술에 관련된 전문서적을 무료로 열람할 수 있고, 뮤지엄숍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 멋진 미술관을 즐기는 방법은 의외로 다양하다. 전시를 보지 않아도 외부부터 내부까지 이 공간에 와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고도 넘친다.
네즈 미술관 외관 | 이미지 출처: 네즈 미술관 공식 페이스북
도쿄의 대표적 도심지인 오모테산도와 아오야마 사이에 자리한 네즈 미술관은 첫 개관이 1941년에 이뤄진, 비교적 오래된 사설 미술관이다. 일본의 국보 7점과 중요문화제 93점을 포함한 7600여 점의 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서 다채로운 전시가 개최된다. 개인 컬렉션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세계적인 건축가 구마 겐고의 설계로 잘 알려진 지금의 미술관 본관 건물은 2009년에 준공되었다. 대나무가 촘촘하게 박힌 벽과 대나무 숲을 연상시키는 담으로 구성된 독특한 입구부터가 눈길을 사로잡는 이 미술관은 도심지라고는 믿기지 않는 넓은 정원으로도 유명하다.
대나무가 인상적인 진입로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는 본관은 정원 쪽으로 난 통창을 통해 자연과 이어져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통창 너머로 펼쳐져 있는 드넓은 정원은 면적이 17,000㎡에 이른다. 이 정원만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이들도 많을 정도로 네즈 미술관의 정원은 넓고, 잘 정비되어 있다. 그저 자연만 풍부한 게 아니라 등롱이나 다실, 연못 등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곳이 오모테산도라는 것을 잊게 해주는 규모와 풍경이다.
이 정원은 특히 4월~5월에 걸쳐 피는 붓꽃이 유명한데,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국보 ‘제비붓꽃 병풍’도 매년 이 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전시된다.
미술관 정원에서 바라본 본관 | 이미지 출처: 네즈 미술관 공식 페이스북
정원 초입에 자리한 카페도 인기가 많다. 자연 속에 파묻힌 느낌을 주는 이 카페만을 방문하기 위해 2000엔 가까이 하는 입장료를 기꺼이 지불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네즈 카페
네즈 미술관은 소장품이 방대한 만큼 생각보다 자주 전시를 교체한다. 그리고 교체 시기엔 2주 정도 전체 휴관기를 갖는다. 방문하기 전에 홈페이지에서 휴관일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정원만으로도 네즈 미술관에 방문할 가치가 있다.
21_21 디자인 사이트
롯본기의 도쿄 미드타운 부지 안 미드타운 가든에 자리한 21_21 디자인 사이트는 공원의 자연을 망가뜨리는 일 없이 건물을 짓기 위해 궁리한 결과, 전체 면적의 80%를 지하에 이설하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건설된 디자인 전문 미술관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이 미술관은 사선으로 떨어지는 삼각형 지붕과 유리 벽면이 주위의 나무들과 기가 막힌 조화를 이루며 자연에 녹아들어가 있다. 지상 1층밖에 안 되는 저층 구조에 튀지 않는 자연스러움 때문에 이곳이 미술관이라는 걸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많은 부분이 지하에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면 외관에선 상상하기 힘든 특이한 공간이 펼쳐진다.
뮤지엄숍이 있는 1층과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뮤지엄숍이 있는 1층만 들어가 봐도 이 공간이 특별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햇살이 환히 비쳐 들어오는 전면 유리벽과 마주보는 노출 콘크리트 벽에 만들어 놓은 가로로 긴 유리창으로 공원의 자연이 눈에 들어온다.
뮤지엄숍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전시와 관련된 굿즈와 함께 21_21 디자인 사이트의 오리지널 굿즈들을 구입할 수 있다. 디자인 전문 미술관답게 굿즈의 디자인 역시 범상치 않다.
지하 전시 공간
주 전시 공간이 있는 지하로 내려가려면 우선 티켓부터 구매해야 한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서부터 그 독특한 구조에 절로 탄성이 새어 나온다. 분명히 지하인데 자연광이 환히 들어오는 구조가 신기하기만 하다.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트여 있고, 막힘이 없는 것 같은데 구분이 되어 있다. 이러한 공간의 짜임새를 잘 살린 전시 구성도 볼거리 중 하나다. 콘크리트와 빛과 자연, 닫힌 듯 열린 공간, 안도 다다오 특유의 건축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디자인 전문 미술관이기에 전시도 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제로 열리기 때문에, 언제 방문하더라도 공간과 전시 모두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단, 이곳 역시 전시 교체 기간엔 휴관하기 때문에 방문하기 전에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몬 타카나와의 외관과 심볼
2026년 전면 개업한 도쿄의 새로운 복합 시설 타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의 문화적 심볼을 담당하는 미술관이다.
건축가인 구마 겐고의 손에서 탄생한 나선형 외장 디자인은 건물이 마치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목재를 듬뿍 사용하고, 거기에 살아 있는 식물들을 풍성하게 심어 놓아 마치 숲속의 거대한 나무가 도심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다. 약간의 과장을 더하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명작 <토토로>에 나오는 거목이 연상될 정도다. 계절에 따른 식물들의 변화로 건물 외관에서 사계를 느낄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유기적으로 구성된 실내
이 미술관의 특징은 외관에만 있지 않다. 최신식 전시, 공연을 위한 다양한 공간 외에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릭 스페이스가 충실히 갖춰져 있어서, 약속장소로도 휴식장소로도 활용도가 매우 높다. 특히 재미있는 곳을 꼽자면 4층의 Tatami와 옥상의 족욕 테라스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카페와 휴식 공간
Tatami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일본의 전통 바닥재인 다다미를 깔아놓은 공간은 행사가 없을 시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오픈 플레이스로, 방문객들이 모두 편안하게 앉아서, 혹은 누워서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은 뛰어놀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기도 하고, 누군가는 정말로 잠에 빠져 있기도 하다.
타타미(Tatami) 방
6층에 마련된 족욕 테라스도 편히 쉬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도심 빌딩의 야외 공간에서 사계를 느끼며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는 경험은 정말 특별하다. 그 외에도 달리는 기차를 바로 옆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트레인 테라스와 도심의 경치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옥상 정원도 빼놓을 수 없다.
6층 족욕 테라스와 트레인 테라스 | 이미지 출처 : 몬 타카나와 홈페이지
이처럼 몬 타카나와는 미술관으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도심의 휴식공간으로서의 기능도 충실하게 갖추고 있다. 곳곳에 카페와 레스토랑도 자리하고 있어 전시를 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부족할 게 전혀 없다. 타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의 다른 건물들로 연결 통로를 이용해 쉽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문화와 쇼핑, 미식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어서 더욱 좋다.
타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와 연결된 통로
글·사진 | 박소현
16년차 일본 만화 번역가. 18년차 일본 여행 초보자. 28년차 기혼자. 일본어를 읽는 데 지치면 일본어를 말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나는 게 삶의 낙인 고양이 집사. 그저 설렁설렁 일본을 산책하는 게 좋다.『걸스 인 도쿄』 『도서 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공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