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aipei |
차(tea)의 천국이라 불리는 대만. 차를 빼놓고 대만의 식문화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대만 사람들의 차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 대만은 차 나무를 재배하는 데 유리한 기후와 지리적 요건을 갖추고 있어서 1년 내내 차를 생산할 수 있으며, 산화도가 다른 우롱차, 녹차, 홍차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다양한 차에 대한 선택지를 갖춘 만큼 대만에서 차를 즐기는 방식은 무척이나 다양한데, 공차(貢茶), 우스란(50嵐), 코코(coco都可)로 대표되는 밀크티 브랜드가 가장 대중적이다. 테이크아웃을 기본으로 언제 어디서나 차를 접할 수 있다는 게 프랜차이즈 티 브랜드의 장점이라면, 이제는 쉽고 간편하게 즐기는 것을 넘어서, 아름다운 공간과 뛰어난 맛으로 색다른 미식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찻집이 최근 몇 년간 대만의 MZ 세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타이베이의 찻집 삼경취황에서
‘찻집’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고루한 이미지. 왠지 유행에 뒤처진 것 같은 장소의 대명사라는 편견과 고정 관념은 이제 깨야 할 때다. 한국에서도 2030세대들에게 차를 즐기는 것이 일종의 ‘힙’한 유행으로 자리 잡음에 따라 티 오마카세, 다도 클래스 등 차 문화가 발전해 나가고 있다.
실정은 대만도 마찬가지. 대만의 MZ들도 한국처럼 SNS를 중심으로 소위 ‘핫플’이라 할 만한 찻집을 재빠르게 공유하며 발 도장을 찍기에 바쁘다. 차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해도 괜찮다. 앞으로 소개할 곳은 차도 커피처럼 얼마든지 캐주얼하게 마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찻집들이 대부분이니까. 몇 년 전부터 꾸준히 SNS에 등장하는 타이베이의 이색 찻집들,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자.
* * *
① 소은다암(小隱茶庵) - Xiao Yin Tea House
사람으로 북적이는 용캉제(永康街)에서 조금 벗어난 작은 골목에 위치한 찻집. 항상 열려 있는 나무 창문 너머로 차를 내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외관만 보고 카페로 착각할 정도로 매우 트렌디하다. ‘소은’은 속세를 떠난 은자, ‘다암’은 차를 마시는 암자라는 뜻으로 아름다운 기물과 오래된 가구를 단정하게 배치한 찻집 내부와 어울리는 이름이다.


타이베이의 찻집, 소은다암
대만에서는 빈속에 차를 마시면 안 좋다 하여 찻집에 가기 전에 간단하게 요기를 하기도 하는데 여기선 그럴 필요가 없다. 당고(醬油丸子)를 비롯한 대만 전통 다식(茶食)뿐만 아니라 면 요리, 만두 같은 간단한 음식도 주문할 수 있기 때문. 홍차, 우롱차, 녹차, 푸얼차 등 차 또한 매우 다양한 종류를 갖추고 있다(NTD 350-500원). 101 빌딩 야경으로 유명한 샹산(象山)에도 분점이 있다.

그 자체로 예술 같은 테이블

당고와 함께 즐기는 차
소은다암(小隱茶庵) - Xiao Yin Tea House
주소 : 台北市中正區杭州南路一段143巷12-1號
영업시간: 매일 11:00-19:00
② 삼경취황(三徑就荒) - Hermit's Hut
24시간 운영하는 성품서점 송옌점(誠品松菸店)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찻집. ‘삼경취황’은 도연명의 <귀거래사>에 나오는 시구 중 “뜰 안의 세 갈래 작은 길에는 잡초가 무성하다”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은둔자의 오두막’이라는 이름처럼 조용히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시를 그대로 닮았다. 다다미와 일반 테이블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전체적으로 차분한 공간이 따뜻한 차의 온기와 더불어 마음을 가라앉힌다.

타이베이의 찻집 삼경취황
주문한 차(NTD 450-700원)마다 차를 우리는 온도와 시간을 자세하게 설명한 메뉴판을 제공하는 세심함이 돋보이는 곳. 이 집은 특이하게 숯불에 찻잎을 한번 데우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나쁜 냄새를 없애고 차향을 좀 더 깊게 만들기 위한 순서라고. 차의 종류에 따라 다른 다구를 제공해 주는데 다구를 처음 사용하는 손님에게는 사용법을 친절히 설명해 준다.


고즈넉한 공간도 차를 즐기기에 알맞은 삼경취황
삼경취황 (三徑就荒 Hermit's Hut)
주소 : 台北市信義區忠孝東路四段553巷46弄15號1 樓
영업시간: 12:00-20:00 매주 목요일 휴무
③ 리퀴드 앙브레(Liquide Ambré) - 琥泊
타이베이 다안구의 조용한 주택가 2층에 위치한, 100% 예약제인 프라이빗 한 찻집이다. 커다란 호박색 나무 테이블 위의 찻주전자가 아니었다면 칵테일 바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일반적인 찻집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타이베이의 찻집 리퀴드 앙브레
같은 건물 1층에 디자인 문구를 판매하는 리바이 문구방(禮拜文具房)과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주인의 영향으로 찻집이라기보다는 유럽 어딘가의 살롱 같은 분위기. 총 6개의 좌석만이 있어 내부 공간이 넓지 않기에 티 소믈리에의 티 세리머니를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차(NTD 260-400원)뿐만 아니라 차로 만든 칵테일(茶酒)과 매실주인 우메슈(梅酒)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이 찻집의 매력.

티 소믈리에의 티 세리머니를 즐길 수 있다

세련된 다구도 인상적인 리퀴드 앙브레
리퀴드 앙브레 (Liquide Ambré 琥泊)
주소: 台北市大安區樂利路72巷15號2樓
운영시간: 12:00-19:00 매주 월요일 휴무
글·사진 최보옥

대학 졸업 후, 한국을 떠나 대만에 살며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사람. 10년차 한국어 강사, 채식주의자, 결혼이민자. 대만 생활에서 길어올린 글들을 블로그에 차곡차곡 모아두는 것이 취미다. <타이베이 산친구>를 썼다.
https://blog.naver.com/choibo_ok
편집 신태진, 이은서 에디터
| Taipei |
차(tea)의 천국이라 불리는 대만. 차를 빼놓고 대만의 식문화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대만 사람들의 차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 대만은 차 나무를 재배하는 데 유리한 기후와 지리적 요건을 갖추고 있어서 1년 내내 차를 생산할 수 있으며, 산화도가 다른 우롱차, 녹차, 홍차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다양한 차에 대한 선택지를 갖춘 만큼 대만에서 차를 즐기는 방식은 무척이나 다양한데, 공차(貢茶), 우스란(50嵐), 코코(coco都可)로 대표되는 밀크티 브랜드가 가장 대중적이다. 테이크아웃을 기본으로 언제 어디서나 차를 접할 수 있다는 게 프랜차이즈 티 브랜드의 장점이라면, 이제는 쉽고 간편하게 즐기는 것을 넘어서, 아름다운 공간과 뛰어난 맛으로 색다른 미식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찻집이 최근 몇 년간 대만의 MZ 세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타이베이의 찻집 삼경취황에서
‘찻집’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고루한 이미지. 왠지 유행에 뒤처진 것 같은 장소의 대명사라는 편견과 고정 관념은 이제 깨야 할 때다. 한국에서도 2030세대들에게 차를 즐기는 것이 일종의 ‘힙’한 유행으로 자리 잡음에 따라 티 오마카세, 다도 클래스 등 차 문화가 발전해 나가고 있다.
실정은 대만도 마찬가지. 대만의 MZ들도 한국처럼 SNS를 중심으로 소위 ‘핫플’이라 할 만한 찻집을 재빠르게 공유하며 발 도장을 찍기에 바쁘다. 차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해도 괜찮다. 앞으로 소개할 곳은 차도 커피처럼 얼마든지 캐주얼하게 마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찻집들이 대부분이니까. 몇 년 전부터 꾸준히 SNS에 등장하는 타이베이의 이색 찻집들,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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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소은다암(小隱茶庵) - Xiao Yin Tea House
사람으로 북적이는 용캉제(永康街)에서 조금 벗어난 작은 골목에 위치한 찻집. 항상 열려 있는 나무 창문 너머로 차를 내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외관만 보고 카페로 착각할 정도로 매우 트렌디하다. ‘소은’은 속세를 떠난 은자, ‘다암’은 차를 마시는 암자라는 뜻으로 아름다운 기물과 오래된 가구를 단정하게 배치한 찻집 내부와 어울리는 이름이다.
타이베이의 찻집, 소은다암
대만에서는 빈속에 차를 마시면 안 좋다 하여 찻집에 가기 전에 간단하게 요기를 하기도 하는데 여기선 그럴 필요가 없다. 당고(醬油丸子)를 비롯한 대만 전통 다식(茶食)뿐만 아니라 면 요리, 만두 같은 간단한 음식도 주문할 수 있기 때문. 홍차, 우롱차, 녹차, 푸얼차 등 차 또한 매우 다양한 종류를 갖추고 있다(NTD 350-500원). 101 빌딩 야경으로 유명한 샹산(象山)에도 분점이 있다.
그 자체로 예술 같은 테이블
당고와 함께 즐기는 차
② 삼경취황(三徑就荒) - Hermit's Hut
24시간 운영하는 성품서점 송옌점(誠品松菸店)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찻집. ‘삼경취황’은 도연명의 <귀거래사>에 나오는 시구 중 “뜰 안의 세 갈래 작은 길에는 잡초가 무성하다”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은둔자의 오두막’이라는 이름처럼 조용히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시를 그대로 닮았다. 다다미와 일반 테이블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전체적으로 차분한 공간이 따뜻한 차의 온기와 더불어 마음을 가라앉힌다.
타이베이의 찻집 삼경취황
주문한 차(NTD 450-700원)마다 차를 우리는 온도와 시간을 자세하게 설명한 메뉴판을 제공하는 세심함이 돋보이는 곳. 이 집은 특이하게 숯불에 찻잎을 한번 데우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나쁜 냄새를 없애고 차향을 좀 더 깊게 만들기 위한 순서라고. 차의 종류에 따라 다른 다구를 제공해 주는데 다구를 처음 사용하는 손님에게는 사용법을 친절히 설명해 준다.
고즈넉한 공간도 차를 즐기기에 알맞은 삼경취황
③ 리퀴드 앙브레(Liquide Ambré) - 琥泊
타이베이 다안구의 조용한 주택가 2층에 위치한, 100% 예약제인 프라이빗 한 찻집이다. 커다란 호박색 나무 테이블 위의 찻주전자가 아니었다면 칵테일 바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일반적인 찻집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타이베이의 찻집 리퀴드 앙브레
같은 건물 1층에 디자인 문구를 판매하는 리바이 문구방(禮拜文具房)과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주인의 영향으로 찻집이라기보다는 유럽 어딘가의 살롱 같은 분위기. 총 6개의 좌석만이 있어 내부 공간이 넓지 않기에 티 소믈리에의 티 세리머니를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차(NTD 260-400원)뿐만 아니라 차로 만든 칵테일(茶酒)과 매실주인 우메슈(梅酒)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이 찻집의 매력.
티 소믈리에의 티 세리머니를 즐길 수 있다
세련된 다구도 인상적인 리퀴드 앙브레
글·사진 최보옥
대학 졸업 후, 한국을 떠나 대만에 살며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사람. 10년차 한국어 강사, 채식주의자, 결혼이민자. 대만 생활에서 길어올린 글들을 블로그에 차곡차곡 모아두는 것이 취미다. <타이베이 산친구>를 썼다.
https://blog.naver.com/choibo_ok
편집 신태진, 이은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