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aka |
1853년 미국 페리 제독이 일본에 개항을 요구하며 일본의 근대가 시작된다. 굴욕적이고 강제적인 개항으로 인해 근대 국가를 향한 열망과 반성의 요구가 높아졌고, 급기야 근대 입헌군주제를 이루려는 유신파와 기존 사무라이 막부들이 전쟁을 벌인 끝에 본격적인 메이지시대가 열린다.
고기를 먹지 않던 농본주의 국가에서 탈피하여 본격적으로 서양 사람과 경쟁해서 이기려면 그들처럼 먹어야 한다는 의식이 생겨났는데, 오사카의 경우 고베항을 통해 외국의 식재료와 문화가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었다.
덕분에 기존부터 다양한 식문화를 보존하고 있던 오사카는 서양의 음식을 일본인 정서에 맞추어 밥과 함께 정식처럼 즐겨먹는 스타일의 경양식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차차 생겨난 가게들이 지금에 와서는 수십 년 전통을 지닌 경양식 노포(老舗)로서 자리잡게 되었다. 맛과 분위기 모두 잡은 오사카의 경양식 식당을 소개한다.
* * *
:: 경양식의 교과서, 우메다 ‘그릴 론グリルロン’ ::

우메다역 그릴 론
한큐우메다역 안에는 ‘한큐삼번지(阪急三番街)’라는 상점가가 있는데, 은근히 숨겨진 맛집이 많은 곳이다. 이 중에서 '그릴 론(グリル ロン)'은 주변 직장인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가게로, 점심 피크타임에는 30분 정도의 웨이팅을 각오해야 한다.

오므라이스+새우튀김셋트:1250엔, 추가 함바그: 350엔
경양식집에 가면 좋아하는 메뉴가 너무 많아 항상 선택 장애에 시달린다. 이 날은 오므라이스와 새우튀김이 올라간 세트 메뉴에 함바그를 추가했다. 참고로 점심에 방문하면 일반 밥은 무료로 곱빼기 주문이 가능하다.
오므라이스는 주문 즉시 밥을 볶아주는 전문점 스타일은 아니고 미리 케첩과 볶아 놓은 밥 위에 계란을 올려주는 방식이다. 고슬고슬한 오므라이스는 아니지만 새콤달달한 케첩, 고소하고 부드러운 계란, 이 모든 요소를 조화롭게 이어주는 데미그라스 소스가 잘 맞아 떨어진다.

그릴 론의 오므라이스
함바그는 부드럽고 적당한 육즙을 머금고 있어서, 오므라이스와 함께 먹으면 맛과 향이 배가 된다. 그리고 새우튀김은 단연코 이 집의 하이라이트다. 까슬까슬한 빵가루 껍질을 가볍게 깨무는 순간 새우의 단맛과 적당히 꼬들하게 씹히는 식감이 고소한 타르타르 소스와 절묘하게 맞물려 입 안에서 휘몰아치다가 사라진다.


새우 튀김과 함바그
쉬는 날은 따로 없고 위치도 오사카 여행을 하면 무조건 가게 된다는 우메다역 부근이라 든든하게 점심으로 먹고 다음 여행 일정을 이어가면 좋은 가게라고 생각한다.
그릴 론(グリル ロン)
1 Chome-1-3 Shibata, Kita Ward, Osaka
매일 11:00~22:00
https://travel.naver.com/overseas/JPOSA6045578/poi/summary
* * *
:: 신사이바시의 50년 노포, 킷사 '로쿠메이칸(麓鳴舘)' ::

신사이바시의 '로쿠메이칸'
신사이바시 메인 거리에서 살짝 떨어진 뒷골목에는 20세기의 향수를 자극하는 가게들이 많다. ‘로쿠메이칸(麓鳴舘)’도 1974년 개업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실내
현재는 할머니 사장님과 아드님이 경영하시는데, 대부분은 아드님이 운영하신다. 이 날은 운 좋게도 할머님의 따듯한 접객을 받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이 집 카레의 특징은 덩어리 채 투박하게 올린 재료들이다. 무심한듯 하지만 하나하나 카레와 잘 어울리는 재료다. 아삭한 연근, 포슬한 감자, 뽀득한 소시지 등 다채로운 식감과 살짝 감도는 산미 덕분에 물리지 않고 한 그릇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카레+드링크 세트: 1800엔. 드링크는 커피,맥주, 와인 중에서 선택 가능.
가게 한구석에는 턴테이블과 각종 LP판이 있다. 재즈를 들으며 카레 한 그릇 하다 보면 잠시나마 제대로 쉬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만약 음악이 꺼져 있으면 양해를 구한 후 본인이 직접 틀어도 된다.

로쿠메이칸
카레전문점의 깊은 감칠맛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집밥 같은 푸근한 맛과 오랜 세월이 빚은 이 가게만의 분위기가 여행객의 발걸음을 몇 번이고 멈추게 만들 것이다.

로쿠메이칸(麓鳴舘)
1 Chome-3-12 Shinsaibashisuji, Chuo Ward, Osaka
매일 14:00~19:00
https://travel.naver.com/overseas/JPOSA9972650/poi/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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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으로 유명해진 함바그 맛집, '모나미(洋食の店もなみ)' ::
모나미
‘모나미(洋食の店もなみ)’는 난바, 신사이바시에서 살짝 떨어진 다니마치6초메역谷町6丁目駅에 있는 가게다. 점심과 저녁 두 타임 영업하며, 런치메뉴를 이용하면 조금 더 합리적으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런치 W 함바그+새우튀김 세트: 1738엔
일단 사이즈가 어마무시하다. 곱빼기 사이즈를 주문했지만, 보통사이즈도 충분히 양이 많아서 왠만한 대식가가 아니라면 보통사이즈가 좋을 듯하다.
모양새는 다른 집 함바그보다는 조금 더 투박하다. 그리고 익힘 정도도 평균보다 살짝 덜 그을린 모양새이다. 하지만 한 젓가락 먹기 좋은 사이즈로 쪼개 맛을 보면, 익힘 정도에 납득이 간다. 강하게 그을리지 않아 부드럽고 육즙이 온전히 느껴진다. 새우튀김도 조연으로서 은은히 전체 접시를 더욱 돋보이게 도와준다.

메인셰프를 비롯한 직원들의 친절한 접객, 양질의 고기를 듬뿍 먹을 수 있는 만족감이 어우러져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주말이 아니라면 지독할 정도의 웨이팅은 없기 때문에, 꼭 한 번 방문해 보시기를 권한다.
양식의집 모나미(洋食の店もなみ)
6 Chome-3-14 Tanimachi, Chuo Ward, Osaka
LUNCH 11:30~14:00 DINNER 17:40~22:30 월요일 휴무
https://travel.naver.com/overseas/JPOSA1669547/poi/summary
글·사진 | 박식사

오사카 방방곡곡 맛집을 떠도는 대학생. 한 끼 한 끼 식사를 소중히, 그리고 가장 맛있게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park_sik_sa
편집 | 이주호, 신태진 에디터
| Osaka |
1853년 미국 페리 제독이 일본에 개항을 요구하며 일본의 근대가 시작된다. 굴욕적이고 강제적인 개항으로 인해 근대 국가를 향한 열망과 반성의 요구가 높아졌고, 급기야 근대 입헌군주제를 이루려는 유신파와 기존 사무라이 막부들이 전쟁을 벌인 끝에 본격적인 메이지시대가 열린다.
고기를 먹지 않던 농본주의 국가에서 탈피하여 본격적으로 서양 사람과 경쟁해서 이기려면 그들처럼 먹어야 한다는 의식이 생겨났는데, 오사카의 경우 고베항을 통해 외국의 식재료와 문화가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었다.
덕분에 기존부터 다양한 식문화를 보존하고 있던 오사카는 서양의 음식을 일본인 정서에 맞추어 밥과 함께 정식처럼 즐겨먹는 스타일의 경양식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차차 생겨난 가게들이 지금에 와서는 수십 년 전통을 지닌 경양식 노포(老舗)로서 자리잡게 되었다. 맛과 분위기 모두 잡은 오사카의 경양식 식당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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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양식의 교과서, 우메다 ‘그릴 론グリルロン’ ::
우메다역 그릴 론
한큐우메다역 안에는 ‘한큐삼번지(阪急三番街)’라는 상점가가 있는데, 은근히 숨겨진 맛집이 많은 곳이다. 이 중에서 '그릴 론(グリル ロン)'은 주변 직장인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가게로, 점심 피크타임에는 30분 정도의 웨이팅을 각오해야 한다.
오므라이스+새우튀김셋트:1250엔, 추가 함바그: 350엔
경양식집에 가면 좋아하는 메뉴가 너무 많아 항상 선택 장애에 시달린다. 이 날은 오므라이스와 새우튀김이 올라간 세트 메뉴에 함바그를 추가했다. 참고로 점심에 방문하면 일반 밥은 무료로 곱빼기 주문이 가능하다.
오므라이스는 주문 즉시 밥을 볶아주는 전문점 스타일은 아니고 미리 케첩과 볶아 놓은 밥 위에 계란을 올려주는 방식이다. 고슬고슬한 오므라이스는 아니지만 새콤달달한 케첩, 고소하고 부드러운 계란, 이 모든 요소를 조화롭게 이어주는 데미그라스 소스가 잘 맞아 떨어진다.
그릴 론의 오므라이스
함바그는 부드럽고 적당한 육즙을 머금고 있어서, 오므라이스와 함께 먹으면 맛과 향이 배가 된다. 그리고 새우튀김은 단연코 이 집의 하이라이트다. 까슬까슬한 빵가루 껍질을 가볍게 깨무는 순간 새우의 단맛과 적당히 꼬들하게 씹히는 식감이 고소한 타르타르 소스와 절묘하게 맞물려 입 안에서 휘몰아치다가 사라진다.
새우 튀김과 함바그
쉬는 날은 따로 없고 위치도 오사카 여행을 하면 무조건 가게 된다는 우메다역 부근이라 든든하게 점심으로 먹고 다음 여행 일정을 이어가면 좋은 가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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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사이바시의 50년 노포, 킷사 '로쿠메이칸(麓鳴舘)' ::
신사이바시의 '로쿠메이칸'
신사이바시 메인 거리에서 살짝 떨어진 뒷골목에는 20세기의 향수를 자극하는 가게들이 많다. ‘로쿠메이칸(麓鳴舘)’도 1974년 개업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실내
현재는 할머니 사장님과 아드님이 경영하시는데, 대부분은 아드님이 운영하신다. 이 날은 운 좋게도 할머님의 따듯한 접객을 받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이 집 카레의 특징은 덩어리 채 투박하게 올린 재료들이다. 무심한듯 하지만 하나하나 카레와 잘 어울리는 재료다. 아삭한 연근, 포슬한 감자, 뽀득한 소시지 등 다채로운 식감과 살짝 감도는 산미 덕분에 물리지 않고 한 그릇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카레+드링크 세트: 1800엔. 드링크는 커피,맥주, 와인 중에서 선택 가능.
가게 한구석에는 턴테이블과 각종 LP판이 있다. 재즈를 들으며 카레 한 그릇 하다 보면 잠시나마 제대로 쉬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만약 음악이 꺼져 있으면 양해를 구한 후 본인이 직접 틀어도 된다.
로쿠메이칸
카레전문점의 깊은 감칠맛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집밥 같은 푸근한 맛과 오랜 세월이 빚은 이 가게만의 분위기가 여행객의 발걸음을 몇 번이고 멈추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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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으로 유명해진 함바그 맛집, '모나미(洋食の店もなみ)' ::
‘모나미(洋食の店もなみ)’는 난바, 신사이바시에서 살짝 떨어진 다니마치6초메역谷町6丁目駅에 있는 가게다. 점심과 저녁 두 타임 영업하며, 런치메뉴를 이용하면 조금 더 합리적으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런치 W 함바그+새우튀김 세트: 1738엔
일단 사이즈가 어마무시하다. 곱빼기 사이즈를 주문했지만, 보통사이즈도 충분히 양이 많아서 왠만한 대식가가 아니라면 보통사이즈가 좋을 듯하다.
모양새는 다른 집 함바그보다는 조금 더 투박하다. 그리고 익힘 정도도 평균보다 살짝 덜 그을린 모양새이다. 하지만 한 젓가락 먹기 좋은 사이즈로 쪼개 맛을 보면, 익힘 정도에 납득이 간다. 강하게 그을리지 않아 부드럽고 육즙이 온전히 느껴진다. 새우튀김도 조연으로서 은은히 전체 접시를 더욱 돋보이게 도와준다.
메인셰프를 비롯한 직원들의 친절한 접객, 양질의 고기를 듬뿍 먹을 수 있는 만족감이 어우러져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주말이 아니라면 지독할 정도의 웨이팅은 없기 때문에, 꼭 한 번 방문해 보시기를 권한다.
글·사진 | 박식사
오사카 방방곡곡 맛집을 떠도는 대학생. 한 끼 한 끼 식사를 소중히, 그리고 가장 맛있게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park_sik_sa
편집 | 이주호, 신태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