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 Lat |
베트남을 여행하는 즐거움에서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이 빠질 순 없다. 후끈한 열기와 톡 쏘는 오토바이 매연만큼이나 미각을 자극하는 것들로 가득한 베트남. 집과 가게를 겸하는 곳, 길거리에 플라스틱 의자만 펼친 곳, 때로는 번듯하게 꾸민 곳, 선택지는 또 얼마나 다양한지.
푸꾸옥과 더불어 새로이 주목받고 있는 베트남의 도시 달랏도 마찬가지다. 고산 지대에 있어 오히려 바다와 면한 다른 도시보다도 쾌적한 날씨를 자랑하는 달랏은 먹을거리에서도 타지역에 뒤처지지 않는다. 베트남 남부에서 주로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베트남 음식부터 우리가 잘 아는 바로 ‘그 메뉴’까지, 소박하지만,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하는 달랏의 식당들을 찾아가 본다.
* * *
:: 바인 깐은 바로 여기! ::
:: Bánh Căn Cô Lệ Batoa Đà Lạt 1997 ::
Banh Can Co Le Batoa Da Lat 1997
냐짱(나트랑)이나 달랏을 여행해 본 사람은 길거리에서 돌판 같은 곳에 빵을 굽는 모습을 자주 보았을 것이다. 이 음식의 이름은 베트남식 팬케이크인 바인 깐(Bánh Căn). 둥근 홈이 여러 개 파인 테라코타 팬에 쌀가루를 물에 갠 반죽을 붓고, 새우나 메추리알 같은 고명을 얹어 굽는 음식이다. 이걸 느억맘(피시 소스)을 희석하고 향채를 뿌린 소스에 푹 담가 먹는데, 담백하고 식감이 부드러워 현지인들이 아침 식사로 즐겨 먹는다고 한다.

Banh Can Co Le Batoa Da Lat 1997에서
달랏에서도 야시장을 비롯한 중심가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다니는 작은 골목이며 거리 모퉁이에서 바인 깐을 파는 노점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길거리에 앉아 먹는 게 조금 부담스럽다면 작은 운하에 접한 ‘Bánh Căn Cô Lệ Batoa Đà Lạt 1997’이라는 곳을 추천한다. 달랏의 많은 식당들이 그렇듯 가정집과 식당을 겸하는 곳인데, 얼핏 보이는 주인댁의 집안부터 손님을 위한 테이블까지 아주 청결하다.


바인 깐과 느억맘
자리에 앉으면 완자를 넣은 소스가 하나씩 놓이고, 주인아주머니가 알아서 다 익은 바인 깐을 식힘 망에 올려주기 시작한다. 소통도 쉽다. 원하는 수만큼 손가락을 들면 그만이다. 이곳에선 주로 메추리알을 넣은 바인 깐을 파는데, 덕분에 많이 먹어도 부담이 덜하다. 참고로 소스와 함께 나오는 고기 완자도 꽤 맛이 좋다. 이 고기 완자를 바게트에 넣어서 먹으면 바인 비 씨우마이(Bánh mì xíu mạ)라고 하는데, 역시 베트남의 인기 음식이다.
Bánh Căn Cô Lệ Batoa Đà Lạt 1997은 철저히 아침 식사를 위한 식당으로, 오전 6시에 열어 10시면 문을 닫는다. 서둘러 찾아가도록 하자.

기름을 안 써도 눌어붙거나 타지 않아 신기할 뿐인 바인 깐
Bánh Căn Cô Lệ Batoa Đà Lạt 1997
주소: Cầu Batoa, Nguyễn Thị Định, Phường 5, Thành phố Đà Lạt,
영업시간: 06: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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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인 쎄오의 신세계 ::
:: Bánh xèo chảo Vân ::
Banh xeo chao Van


인기 있는 맛집이지만 친근한 분위기가 가득한 Banh xeo chao Van
우리는 흔히 ‘반 쎄오’라고 부르는 바인 쎄오(Banh Xèo)는 베트남식 크레프, 혹은 부침개라고 할 수 있다. 달랏에서 바인 쎄오 맛있기로 소문난 곳 중 하나인 ‘Bánh xèo chảo Vân’은 달랏 중심가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으로, 역시 가정집과 식당을 겸하는 곳이다. 여행자와 현지인으로 항상 북적이는데, 그 와중에 얼핏 드러나는 주인 가족의 생활상이 정겨운 분위기를 선사한다,

Banh xeo chao Van의 주방
바인 쎄오는 강황 혹은 울금을 섞은 쌀가루 반죽을 얇게 부치고 고기나 해산물, 채소 등을 속으로 넣어 느억 쩜(Nước chấm)이라는 소스에 찍어 먹는 음식이다. ‘쎄오’는 베트남어로 ‘지글지글’하는 소리다. 쌀 반죽이 기름에 익으면서 내는 소리가 그대로 음식 이름이 된 것이다.
한국의 베트남 식당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메뉴이지만, 새우, 고기, 숙주나물, 버섯, 녹두를 넣은 이곳의 바인 쎄오는 실로 중독성 있는 바삭함을 자랑한다. 부침의 영역을 넘어 튀김의 영역까지 넘보는 느낌이다.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라 곁들임 음식이 아닌, 한 끼 식사가 될 때까지 여러 장 먹어도 부담이 없다는 점도 만족스럽다.

바인 쎄오

비빔국수 같은 분 싸오
숙소가 이곳까지 걸어가기에 조금 멀다면 달랏 여행의 필수 앱 ‘그랩’을 적극 활용하면 좋다. 그랩 택시를 타고 직접 가거나, 그랩 푸드로 배달을 시키거나.
Bánh xèo chảo Vân
주소: 21a Đ. Trần Nhật Duật, Phường 5, Thành phố Đà Lạt
영업시간: 11:00~20:30 (월요일은 20:00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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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한 두유 맛집이자 야장 좌표로 딱 좋은 ::
:: Quán Hoa Sữa ::
Quan Hoa Sua
해가 저물고 나서도 열심히 거리를 돌아다니는 타입의 여행자라면 달랏에서 유독 목욕탕 의자가 많이 깔리는 ‘삼거리’를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두유로 유명한 ‘Quán Hoa Sữa’ 앞에는 여러 식당이 함께 야장을 펼쳐 다양한 음료와 간식을 두루 먹을 수 있다.

Quan Hoa Sua
Quán Hoa Sữa의 두유는 가격도 저렴한 데다가 약간 밍밍한 듯 부드러워 한 번쯤 먹어보기 좋다. 아보카도 음료도 추천한다.
Quan Hoa Sua와 야장
또, 이곳 삼거리에서의 인기 음식이 Quán Hoa Sữa 바로 앞 작은 노점에서 파는 바인 짱 느엉(Bánh tráng nướng)이다. 바인 짱 느엉은 야시장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인데ㅡ 라이스페이퍼에 소시지와 달걀, 파와 케첩, 마요네즈, 칠리소스 등을 넣어 구운 것이다.


달랏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인 바인 짱 느언
달랏은 베트남 내에서도 대대로 관광 도시였고, 달랏 대학교도 있어서 그런지 거리에 유독 청년들이 많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작은 간이의자에 앉아 달콤한 음료 한 잔씩 시켜놓고 수다로 밤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바다도 아쉽지 않은 활기찬 기운이 느껴진다. 그렇다, 분명 그런 분위기도 달랏의 '맛'일 것이다.


Quan Hoa Sua와 야장
Quán Hoa Sữa
주소: 3F Đường Tăng Bạt Hổ, Phường 1, Thành phố Đà Lạt
영업시간: 06:00~11:30, 14:00~23:30
글‧사진 | 신태진

브릭스 매거진의 에디터. 『진실한 한 끼』, 『꽃 파르페 물고기 그리고 당신』를 냈고, 『홍콩단편, 어쩌면 익숙한 하루』를 함께 썼다.
https://litt.ly/ecrire_lire_vivre
| Da Lat |
베트남을 여행하는 즐거움에서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이 빠질 순 없다. 후끈한 열기와 톡 쏘는 오토바이 매연만큼이나 미각을 자극하는 것들로 가득한 베트남. 집과 가게를 겸하는 곳, 길거리에 플라스틱 의자만 펼친 곳, 때로는 번듯하게 꾸민 곳, 선택지는 또 얼마나 다양한지.
푸꾸옥과 더불어 새로이 주목받고 있는 베트남의 도시 달랏도 마찬가지다. 고산 지대에 있어 오히려 바다와 면한 다른 도시보다도 쾌적한 날씨를 자랑하는 달랏은 먹을거리에서도 타지역에 뒤처지지 않는다. 베트남 남부에서 주로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베트남 음식부터 우리가 잘 아는 바로 ‘그 메뉴’까지, 소박하지만,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하는 달랏의 식당들을 찾아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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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인 깐은 바로 여기! ::
:: Bánh Căn Cô Lệ Batoa Đà Lạt 1997 ::
Banh Can Co Le Batoa Da Lat 1997
냐짱(나트랑)이나 달랏을 여행해 본 사람은 길거리에서 돌판 같은 곳에 빵을 굽는 모습을 자주 보았을 것이다. 이 음식의 이름은 베트남식 팬케이크인 바인 깐(Bánh Căn). 둥근 홈이 여러 개 파인 테라코타 팬에 쌀가루를 물에 갠 반죽을 붓고, 새우나 메추리알 같은 고명을 얹어 굽는 음식이다. 이걸 느억맘(피시 소스)을 희석하고 향채를 뿌린 소스에 푹 담가 먹는데, 담백하고 식감이 부드러워 현지인들이 아침 식사로 즐겨 먹는다고 한다.
Banh Can Co Le Batoa Da Lat 1997에서
달랏에서도 야시장을 비롯한 중심가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다니는 작은 골목이며 거리 모퉁이에서 바인 깐을 파는 노점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길거리에 앉아 먹는 게 조금 부담스럽다면 작은 운하에 접한 ‘Bánh Căn Cô Lệ Batoa Đà Lạt 1997’이라는 곳을 추천한다. 달랏의 많은 식당들이 그렇듯 가정집과 식당을 겸하는 곳인데, 얼핏 보이는 주인댁의 집안부터 손님을 위한 테이블까지 아주 청결하다.
바인 깐과 느억맘
자리에 앉으면 완자를 넣은 소스가 하나씩 놓이고, 주인아주머니가 알아서 다 익은 바인 깐을 식힘 망에 올려주기 시작한다. 소통도 쉽다. 원하는 수만큼 손가락을 들면 그만이다. 이곳에선 주로 메추리알을 넣은 바인 깐을 파는데, 덕분에 많이 먹어도 부담이 덜하다. 참고로 소스와 함께 나오는 고기 완자도 꽤 맛이 좋다. 이 고기 완자를 바게트에 넣어서 먹으면 바인 비 씨우마이(Bánh mì xíu mạ)라고 하는데, 역시 베트남의 인기 음식이다.
Bánh Căn Cô Lệ Batoa Đà Lạt 1997은 철저히 아침 식사를 위한 식당으로, 오전 6시에 열어 10시면 문을 닫는다. 서둘러 찾아가도록 하자.
기름을 안 써도 눌어붙거나 타지 않아 신기할 뿐인 바인 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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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인 쎄오의 신세계 ::
:: Bánh xèo chảo Vân ::
Banh xeo chao Van
인기 있는 맛집이지만 친근한 분위기가 가득한 Banh xeo chao Van
우리는 흔히 ‘반 쎄오’라고 부르는 바인 쎄오(Banh Xèo)는 베트남식 크레프, 혹은 부침개라고 할 수 있다. 달랏에서 바인 쎄오 맛있기로 소문난 곳 중 하나인 ‘Bánh xèo chảo Vân’은 달랏 중심가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으로, 역시 가정집과 식당을 겸하는 곳이다. 여행자와 현지인으로 항상 북적이는데, 그 와중에 얼핏 드러나는 주인 가족의 생활상이 정겨운 분위기를 선사한다,
Banh xeo chao Van의 주방
바인 쎄오는 강황 혹은 울금을 섞은 쌀가루 반죽을 얇게 부치고 고기나 해산물, 채소 등을 속으로 넣어 느억 쩜(Nước chấm)이라는 소스에 찍어 먹는 음식이다. ‘쎄오’는 베트남어로 ‘지글지글’하는 소리다. 쌀 반죽이 기름에 익으면서 내는 소리가 그대로 음식 이름이 된 것이다.
한국의 베트남 식당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메뉴이지만, 새우, 고기, 숙주나물, 버섯, 녹두를 넣은 이곳의 바인 쎄오는 실로 중독성 있는 바삭함을 자랑한다. 부침의 영역을 넘어 튀김의 영역까지 넘보는 느낌이다.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라 곁들임 음식이 아닌, 한 끼 식사가 될 때까지 여러 장 먹어도 부담이 없다는 점도 만족스럽다.
바인 쎄오
비빔국수 같은 분 싸오
숙소가 이곳까지 걸어가기에 조금 멀다면 달랏 여행의 필수 앱 ‘그랩’을 적극 활용하면 좋다. 그랩 택시를 타고 직접 가거나, 그랩 푸드로 배달을 시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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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한 두유 맛집이자 야장 좌표로 딱 좋은 ::
:: Quán Hoa Sữa ::
Quan Hoa Sua
해가 저물고 나서도 열심히 거리를 돌아다니는 타입의 여행자라면 달랏에서 유독 목욕탕 의자가 많이 깔리는 ‘삼거리’를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두유로 유명한 ‘Quán Hoa Sữa’ 앞에는 여러 식당이 함께 야장을 펼쳐 다양한 음료와 간식을 두루 먹을 수 있다.
Quan Hoa Sua
Quán Hoa Sữa의 두유는 가격도 저렴한 데다가 약간 밍밍한 듯 부드러워 한 번쯤 먹어보기 좋다. 아보카도 음료도 추천한다.
또, 이곳 삼거리에서의 인기 음식이 Quán Hoa Sữa 바로 앞 작은 노점에서 파는 바인 짱 느엉(Bánh tráng nướng)이다. 바인 짱 느엉은 야시장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인데ㅡ 라이스페이퍼에 소시지와 달걀, 파와 케첩, 마요네즈, 칠리소스 등을 넣어 구운 것이다.
달랏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인 바인 짱 느언
달랏은 베트남 내에서도 대대로 관광 도시였고, 달랏 대학교도 있어서 그런지 거리에 유독 청년들이 많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작은 간이의자에 앉아 달콤한 음료 한 잔씩 시켜놓고 수다로 밤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바다도 아쉽지 않은 활기찬 기운이 느껴진다. 그렇다, 분명 그런 분위기도 달랏의 '맛'일 것이다.
Quan Hoa Sua와 야장
글‧사진 | 신태진
브릭스 매거진의 에디터. 『진실한 한 끼』, 『꽃 파르페 물고기 그리고 당신』를 냈고, 『홍콩단편, 어쩌면 익숙한 하루』를 함께 썼다.
https://litt.ly/ecrire_lire_viv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