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kyo |
최근 몇 년, 일본에서는 고급 스시집들이 캐주얼 라인으로 서서 먹는 스시집을 차리는 게 트렌드랍니다. 유명한 고급 스시집은 인기 높고 심지어 좌석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예약 잡기가 만만치 않아요. 고급 스시집이 '캐주얼 라인'으로 만든 스시집은 본점과 같은(혹은 비슷한) 퀄리티의 생선으로 만든 스시를 미들급 가격대로 제공해 줍니다. 서서 먹는 스시집은 회전율이 높기 때문에 같은 재료를 써도 가격 설정을 약간 낮게 억제할 수 있는 것이지요.
사실 일본에서 많은 사람이 스시를 먹기 시작한 때인 에도시대 후기(1800년대 전반), 그때 스시는 패스트푸드처럼 노점에서 서서 먹는 음식으로 제공되었다고 해요. 일본에서는 지금도 서서 먹는 스시집이 흔히 있지만, 어떻게 보면 서서 먹는 스시집이 전통적인 스타일에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지요.
고급 스시집이 만든 캐주얼 라인 서서 먹는 스시집 중에서 제가 특히 추천할 만한 가게를 세 곳 골라 봤습니다.
* * *
:: 오노데라 토류몬(おのでら登龍門) ::


오노데라 토류몬
첫 번째로 소개하는 곳은 '오노데라 토류몬(おのでら登龍門)'입니다. 오노데라는 도쿄와 미국(뉴욕, 로스앤젤레스, 하와이)과 중국 상하이에도 매장을 두고 있습니다. 해외 분점들은 미쉐린 별을 몇 번이나 받았어요. 오노데라 본점(鮨銀座おのでら)은 긴자에 위치하는 고급 스시집이고, 디너 오마카세 기준으로 가격대는 3만 엔 정도입니다. 오노데라 토류몬은 2022년에 오노데라 본점 근처에 서서 먹는 스시집으로 오픈했습니다.
일본 스시 업계는 연수 기간이 너무 긴데(약 10년), 손님 앞에서 스시를 쥘 수 있는 자리는 많지 않아요. 그래서 오노데라 그룹에서는 되도록 많은 연습생(미래의 스시 장인)에게 현장 경험을 제공하고자 연수장을 겸해 오노데라 토류몬을 만든 것입니다.
오노데라 토류몬은 본점과 같은 생선을 사용하는데, 대부분의 스시는 한 개당 기준으로 반값 이하로 제공합니다. 연습생의 ‘연수료’를 가미해서 싸게 가격 설정을 하는 거지요. 하지만 스시 퀄리티는 충분히 좋아요. 스시를 쥐는 기술과 일류 접객을 배우는 연수생들의 열기가 느껴지는 활기찬 스시집입니다.


미래의 스시 장인들
실은 오노데라 그룹은 일본에서 가장 신뢰받는 참치 도매업체인 야마유키(山幸)가 직접 운영하는 매장이거든요. 마치 큰 정육 업체가 정육점을 하는 격이랄까요. 그래서 이곳에서는 꼭 참치를 먹어야 해요. 참치 붉은살(아카미赤身), 뱃살(추토로中トロ), 대뱃살(오오토로大トロ)을 주문해서 맛을 한 번 비교해 보세요. 뱃살을 살짝 익힌 아부리토로(炙りトロ), 붉은살을 간장 양념에 하룻밤 재워둔 에도마에 아카미즈케(江戸前赤身漬け)라는 참치 스시 종류도 있어요.

참치 붉은살(아카미赤身): ¥520 / 뱃살(추토로中トロ): ¥660 / 대뱃살(오오토로大トロ): ¥880

살짝 익힌 뱃살(아부리토로炙りトロ): ¥880 / 간장 양념에 재워둔 붉은살(에도마에 아카미즈케江戸前赤身漬): ¥520
품위 있는 맛인 무라사키우니(ムラサキウニ)와 달콤하고 진한 맛인 바훈우니(バフンウニ)를 함께 먹는 우니 2종 세트, 그리고 보리새우(車海老)도 추천 메뉴입니다. 스시에 얹는 네타(ネタ)는 보통 스시집보다 두툼하고 큰 편입니다.

우니 2종 세트(우니니슈 타베쿠라베ウニ2種食べ比べ): ¥1,660 / 보리새우(쿠루마에비車海老): ¥880
가격대는 한 개당 500 ~ 1,000엔 정도입니다(※ 위의 가격은 2024년 시점 가격이고, 변동될 수 있어요). 서서 먹는 스시치고는 비싼 편이지만, 본점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싸니 가성비는 좋다고 할 수 있겠지요.
오노데라 토류몬은 오마카세 코스는 없고, 오코노미(단품)로 주문하는 스타일입니다. 본점은 오마카세로 제공해 주는데, 여기는 원하는 스시만 골라 먹다가, 배가 부르면 바로 식사를 마칠 수 있어서 편해요.

도화새우, 연어알
주문은 스마트폰으로 합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QR코드를 찍으면 주문 화면이 뜹니다. 메뉴판을 영어로 변경할 수 있어요. 먹는 동안 무엇을 몇 개 먹었는지, 중간에 계산은 얼마나 나왔는지도 확인할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계산은 좌석번호를 직원에게 전달하면 됩니다.
스시는 직접 손으로 집어 먹어도 되는데요, 혹시 손으로 드시는 분이라면 도중에 스마트폰을 만지는 것이 위생적으로 신경 쓰일 수도 있겠네요. 물수건으로 손을 잘 닦으며 주문할 수밖에 없겠네요.

스마트폰 주문 화면(영어로 변경 가능)
가게 오픈 시간은 오후 4시부터입니다. 번호표는 3시부터 가게 앞의 기계로 배포합니다. 꼭 3시까지 갈 필요는 없지만, 되도록 4시 전에 번호표를 받으러 가는 걸 추천합니다. 이곳은 서서 먹는 집이지만, 회전율은 빠르지 않아요. 대부분 식사하는 데 40~60분 정도 걸리는 경우가 많으니 타이밍이 안 맞으면 좀 오래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혹시 웨이팅이 있을 경우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가 순서가 오면 스마트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는 시스템입니다.
한국인들 중에는 서서 먹는 것에 익숙지 않은 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한국인 지인은 “서서 먹으면 시간에 쫓겨 급하게 먹는 것 같아서 불편해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솔직히 일본인들은 먹는 동안 그런 건 그리 신경 쓰지 않아요. 여기는 번호표 뽑았다가 웨이팅 손님은 다른 곳에서 기다리는 시스템이라 눈치 보지 않아도 됩니다.
오노데라 토류몬(おのでら登龍門)
Tokyo, Chuo-ku Ginza 5-14-17
16:00~22:00(L.O. 스시 21:15 / 음료 21:30) ※번호표는 15:00부터 배포 개시
* * *
:: SUSHI BULLPEN ::


SUSHI BULLPEN
2014년 도쿄 메구로구 후오-마에(不動前)라는 곳에 '스시 린다(鮨りんだ)'라는 집이 오픈했습니다. 여기는 '무시카마도(蒸しかまど, 도자기로 된 큰 밥 가마솥)로 밥을 짓는데요, 단시간에 고온으로 고슬고슬하게 짓는 밥으로 쥐는 샤리(스시 밥)가 핵심입니다. 일본 스시집에서는 "シャリが7割、ネタが3割(스시 맛은 샤리(밥)가 70%, 네타(생선)가 30%)"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샤리를 중요시하는 것이지요. 스시 린다는 특별한 샤리를 먹을 수 있는 가게로 소문이 나 있고, 타베로그 백명점(일본 맛집 리뷰사이트인 타베로그가 인정하는 100곳의 맛집) 도쿄 스시집으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가격은 디너 오마카세 기준으로 3만 3천 엔 정도(2024년 현재)의 고급 스시집인데요, 린다 계열 분점인 서서 먹는 스시집으로 2021년에 오픈 한 곳이 'SUSHI BULLPEN'입니다.
SUSHI BULLPEN의 타이쇼(大将, 스시집 주방장의 호칭)가 야구를 좋아하신다고 하네요. 그래서 마운드에 서기 전에 야구 투수가 몸을 푸는 것처럼, 젊은 스시 장인이 시험 삼아 경험을 쌓는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게 이름을 BULLPEN(불펜)이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ブルペン(불펜)
젊은 스시 장인에게 기회를 준다는 콘셉트는 앞서 소개한 오노데라 토류몬과 비슷하지만, SUSHI BULLPEN의 메뉴는 오코노미(お好み 단품 주문)가 아니고 오마카세(코스 주문)입니다. 런치 오마카세는 5,000엔 혹은 7,000엔 코스 중에서 고르는데요, 스시 개수(11피스+국물)는 똑같고 네타(생선)의 등급이나 종류가 달라집니다. 디너 오마카세는 7,000엔 한 코스입니다.
코스에 포함되지 않는 메뉴로 '겐세큐(牽制球견제구): 추가 안주'나 '카쿠시다마(隠し玉 한국에서는 히든볼이라고 하며, 루수가 공을 숨기고 있다가 주자가 루에서 벗어났을 때 터치아웃 시키는 작전): 그날의 특별 메뉴'가 있습니다. 5,000엔이나 7,000엔이라면 가성비가 아주 좋은 편인데, 혹시 추가 옵션 메뉴까지 시키면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요. 견제구나 카쿠시다마는 코스 제공 중에 직원분이 안내해 주십니다.

오마카세 스시
코스 후반에는 배경음악으로 일본 고교 야구 대회에서 유명한 응원가가 흐릅니다. 실은 일본에서는 프로야구 못지않게 고교 야구(특히 여름에 고시엔 구장에서 개최되는 전국 대회)가 인기 높고, 일본인이면 모두가 알고 있는 응원가가 있어요. 그런 노래가 흐르면 분위기가 고조될 수밖에 없지요. 이 배경 음악 타이밍에 맞게 직원분이 추가 옵션 메뉴를 제안해 주는데, 기분이 고조된 손님은 추가 주문을 하기도 합니다(물론 추가 메뉴는 거절해도 됩니다). 참고로 여기서는 런치를 데이 게임(주간 경기), 디너를 나이트 게임(야간 경기)라고 부릅니다. 예약 시 그냥 런치, 디너라고 해도 전혀 문제없지만요. 독특한 콘셉트와 분위기지만, 스시 맛과 퀄리티는 아주 훌륭합니다.

오마카세 스시
코스 제공 시간은 70~80분 정도입니다. 혹시 서서 먹는 것에 익숙하지 않으면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걱정 마세요. 최근 의자를 비치해 두었습니다. 사실 여기가 '고급 스시집이 만든 서서 먹는 캐주얼 스시집'이라는 트렌드를 만든 곳이기도 한데요, 아무래도 장시간 서서 먹는 것은 힘들다고 하는 손님도 적지 않다 보니 이제 앉아서 먹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오픈 당시는 예약 없이 들어오는 워크인 손님만 받았지만, 인기가 높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약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예약은 Auto Reserve라는 웹사이트(한국어로 언어 표시 변경 가능) 혹은 인스타그램 디엠(@bullpen0604)으로 접수합니다. 인스타그램 디엠으로 예약하는 경우는 영어로 원하시는 날짜, 인원수, 혹시 런치 타임에 방문하시려면 코스 가격(5,000엔 or 7,000엔)을 전해주세요. 런치는 오전 11시 반, 오후 1시 반, 디너는 저녁 6시, 7시 반입니다. 각 시간대마다 예약 손님들에게 동시에 코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늦지 않도록 방문해야 합니다.

우니가 잔뜩
위치는 도큐 메구로선 무사시코야마(武蔵小山)역 도보 12분, 이케가미선 에바라나카노부(荏原中延)역 도보 11분, 도고시긴자(戸越銀座)역 10분입니다. 각 철도역에서 거리가 약간 떨어져 있어요. 외국인 관광객이 잘 안 가는 낯선 동네인데, 로컬 맛집 탐방하는 마음으로 한 번 도전해 보세요.
SUSHI BULLPEN
Tokyo, Shinagawa-ku Ebara 4-6-1
영업 시간: 런치 11:30, 13:30 / 디너 18:00, 19:30 | 예약 필요
* * *
:; 타치구이즈시 히로야(立喰い鮨 浩也) ::


타치구이즈시 히로야
마지막으로 소개할 집은 도쿄타워로 유명한 하마마츠초에 있는 '타치구이즈시 히로야(立喰い鮨 浩也)'입니다. 본점인 스시 히로야(鮨 浩也)는 2020년에 오픈한 스시집입니다. 가격대가 1만 5천 엔이라 아주 고급 스시집이라 할 수는 없지만, 퀄리티 좋은 스시와 장인의 손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스시의 샤리는 적당히 마일드하고 많은 분들의 입맛에 잘 어울리는 맛입니다. 일본 스시는 산미가 강한 스타일도 있는데, 그런 맛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들은 먹어보고 꽤 놀라기도 합니다. 여기는 감칠맛이 깊은 아카즈(赤酢 적초)와 깔끔한 시로즈(白酢 흰식초)를 브랜딩하여 아주 절묘한 맛을 냅니다.

'타치구이즈시 히로야'의 평일 런치타임 메뉴로 3,000엔과 4,500엔 오마카세 코스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엄선 7종 세트(厳選7貫セット5,500엔)’ 오마카세 코스를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세트’라는 메뉴명이지만 한꺼번에 스시가 나오는 게 아니고, 오마카세 코스 스타일로 나옵니다.
제가 방문한 날의 메뉴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추토로(나가사키산 천연 참다랑어), 잿방어, 킹살몬(홋카이도산 왕연어)

가리비, 전갱이, 아카미 즈케(간장양념 참치 붉은살)
일본산 왕연어는 처음 먹어 봤는데, 완전히 드문 맛의 생선입니다!
생선 종류는 날마다 바뀌지만, 마지막에 나오는 슈라스코마키(참치 김밥)은 항상 나오는 메뉴입니다. 참치 아카미(붉은살)과 카마토로(아가미살)을 간장 양념에 절이고 김밥으로 만든 요리입니다. 슈라스코(=슈하스쿠), 브라질 고기요리처럼 참치회를 잘라 속재료로 넣은 참치 김밥이에요.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퍼포먼스가 정말 멋지고 재미있습니다.


슈라스코마키(참치 김밥)
혹시 더 먹고 싶으면 오코노미(=단품)로 추가 주문도 가능해요(추가 주문은 탁상 QR코드를 스캔해서 스마트폰으로 주문). 하지만 스시 한 피스가 샤리(밥)도 네타(생선회)도 큰 편이라 개인적으로는 7피스만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스시 한 피스 당으로 보면 싸다고 할 수 없지만, 생선 퀄리티가 좋고 볼륨이 완벽해서 먹고 나면 가성비가 꽤 좋다고 느끼게 됩니다.

타치구이즈시 히로야에서 사용하는 적초와 백초
가게 위치는 JR하마마츠초(浜松町)역 북쪽 출구 도보 5분, 지하철 다이몬(大門)역 A4출구 도보 1분. 하네다공항에서 하마마츠초역은 모노레일로 13분, 다이몬역은 게이큐선으로 약 30분입니다. 위치상 직장인 많은 동네인데요, 런치 피크타임을 피하면 웨이팅은 별로 없습니다. 타베로그에서 예약이 가능하지만, 그냥 워크인으로 방문해도 문제없지 않을까 해요. 토요일과 일요일은 브레이크타임 없이 영업합니다.
타치구이즈시 히로야(立喰い鮨 浩也)
Tokyo, Minato-ku Shibadaimon 1-4-4
영업 시간: 평일 12:00~14:00, 17:00~22:00 / 주말 12:00~22:00
글·사진 | 네모

도쿄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일본인 남자. 서강대학교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한일 양국 요리와 식문화에 정통하고,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라는 철학으로 한국인에게 도쿄 맛집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에서 출판한 저서로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 『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 등이 있다.
·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okyo_nemo/
· 저서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 2024년 개정판: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848532
편집 | 이주호ꞏ신태진 에디터
| Tokyo |
최근 몇 년, 일본에서는 고급 스시집들이 캐주얼 라인으로 서서 먹는 스시집을 차리는 게 트렌드랍니다. 유명한 고급 스시집은 인기 높고 심지어 좌석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예약 잡기가 만만치 않아요. 고급 스시집이 '캐주얼 라인'으로 만든 스시집은 본점과 같은(혹은 비슷한) 퀄리티의 생선으로 만든 스시를 미들급 가격대로 제공해 줍니다. 서서 먹는 스시집은 회전율이 높기 때문에 같은 재료를 써도 가격 설정을 약간 낮게 억제할 수 있는 것이지요.
사실 일본에서 많은 사람이 스시를 먹기 시작한 때인 에도시대 후기(1800년대 전반), 그때 스시는 패스트푸드처럼 노점에서 서서 먹는 음식으로 제공되었다고 해요. 일본에서는 지금도 서서 먹는 스시집이 흔히 있지만, 어떻게 보면 서서 먹는 스시집이 전통적인 스타일에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지요.
고급 스시집이 만든 캐주얼 라인 서서 먹는 스시집 중에서 제가 특히 추천할 만한 가게를 세 곳 골라 봤습니다.
* * *
:: 오노데라 토류몬(おのでら登龍門) ::
오노데라 토류몬
첫 번째로 소개하는 곳은 '오노데라 토류몬(おのでら登龍門)'입니다. 오노데라는 도쿄와 미국(뉴욕, 로스앤젤레스, 하와이)과 중국 상하이에도 매장을 두고 있습니다. 해외 분점들은 미쉐린 별을 몇 번이나 받았어요. 오노데라 본점(鮨銀座おのでら)은 긴자에 위치하는 고급 스시집이고, 디너 오마카세 기준으로 가격대는 3만 엔 정도입니다. 오노데라 토류몬은 2022년에 오노데라 본점 근처에 서서 먹는 스시집으로 오픈했습니다.
일본 스시 업계는 연수 기간이 너무 긴데(약 10년), 손님 앞에서 스시를 쥘 수 있는 자리는 많지 않아요. 그래서 오노데라 그룹에서는 되도록 많은 연습생(미래의 스시 장인)에게 현장 경험을 제공하고자 연수장을 겸해 오노데라 토류몬을 만든 것입니다.
오노데라 토류몬은 본점과 같은 생선을 사용하는데, 대부분의 스시는 한 개당 기준으로 반값 이하로 제공합니다. 연습생의 ‘연수료’를 가미해서 싸게 가격 설정을 하는 거지요. 하지만 스시 퀄리티는 충분히 좋아요. 스시를 쥐는 기술과 일류 접객을 배우는 연수생들의 열기가 느껴지는 활기찬 스시집입니다.
미래의 스시 장인들
실은 오노데라 그룹은 일본에서 가장 신뢰받는 참치 도매업체인 야마유키(山幸)가 직접 운영하는 매장이거든요. 마치 큰 정육 업체가 정육점을 하는 격이랄까요. 그래서 이곳에서는 꼭 참치를 먹어야 해요. 참치 붉은살(아카미赤身), 뱃살(추토로中トロ), 대뱃살(오오토로大トロ)을 주문해서 맛을 한 번 비교해 보세요. 뱃살을 살짝 익힌 아부리토로(炙りトロ), 붉은살을 간장 양념에 하룻밤 재워둔 에도마에 아카미즈케(江戸前赤身漬け)라는 참치 스시 종류도 있어요.
참치 붉은살(아카미赤身): ¥520 / 뱃살(추토로中トロ): ¥660 / 대뱃살(오오토로大トロ): ¥880
살짝 익힌 뱃살(아부리토로炙りトロ): ¥880 / 간장 양념에 재워둔 붉은살(에도마에 아카미즈케江戸前赤身漬): ¥520
품위 있는 맛인 무라사키우니(ムラサキウニ)와 달콤하고 진한 맛인 바훈우니(バフンウニ)를 함께 먹는 우니 2종 세트, 그리고 보리새우(車海老)도 추천 메뉴입니다. 스시에 얹는 네타(ネタ)는 보통 스시집보다 두툼하고 큰 편입니다.
우니 2종 세트(우니니슈 타베쿠라베ウニ2種食べ比べ): ¥1,660 / 보리새우(쿠루마에비車海老): ¥880
가격대는 한 개당 500 ~ 1,000엔 정도입니다(※ 위의 가격은 2024년 시점 가격이고, 변동될 수 있어요). 서서 먹는 스시치고는 비싼 편이지만, 본점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싸니 가성비는 좋다고 할 수 있겠지요.
오노데라 토류몬은 오마카세 코스는 없고, 오코노미(단품)로 주문하는 스타일입니다. 본점은 오마카세로 제공해 주는데, 여기는 원하는 스시만 골라 먹다가, 배가 부르면 바로 식사를 마칠 수 있어서 편해요.
도화새우, 연어알
주문은 스마트폰으로 합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QR코드를 찍으면 주문 화면이 뜹니다. 메뉴판을 영어로 변경할 수 있어요. 먹는 동안 무엇을 몇 개 먹었는지, 중간에 계산은 얼마나 나왔는지도 확인할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계산은 좌석번호를 직원에게 전달하면 됩니다.
스시는 직접 손으로 집어 먹어도 되는데요, 혹시 손으로 드시는 분이라면 도중에 스마트폰을 만지는 것이 위생적으로 신경 쓰일 수도 있겠네요. 물수건으로 손을 잘 닦으며 주문할 수밖에 없겠네요.
스마트폰 주문 화면(영어로 변경 가능)
가게 오픈 시간은 오후 4시부터입니다. 번호표는 3시부터 가게 앞의 기계로 배포합니다. 꼭 3시까지 갈 필요는 없지만, 되도록 4시 전에 번호표를 받으러 가는 걸 추천합니다. 이곳은 서서 먹는 집이지만, 회전율은 빠르지 않아요. 대부분 식사하는 데 40~60분 정도 걸리는 경우가 많으니 타이밍이 안 맞으면 좀 오래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혹시 웨이팅이 있을 경우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가 순서가 오면 스마트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는 시스템입니다.
한국인들 중에는 서서 먹는 것에 익숙지 않은 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한국인 지인은 “서서 먹으면 시간에 쫓겨 급하게 먹는 것 같아서 불편해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솔직히 일본인들은 먹는 동안 그런 건 그리 신경 쓰지 않아요. 여기는 번호표 뽑았다가 웨이팅 손님은 다른 곳에서 기다리는 시스템이라 눈치 보지 않아도 됩니다.
* * *
:: SUSHI BULLPEN ::
SUSHI BULLPEN
2014년 도쿄 메구로구 후오-마에(不動前)라는 곳에 '스시 린다(鮨りんだ)'라는 집이 오픈했습니다. 여기는 '무시카마도(蒸しかまど, 도자기로 된 큰 밥 가마솥)로 밥을 짓는데요, 단시간에 고온으로 고슬고슬하게 짓는 밥으로 쥐는 샤리(스시 밥)가 핵심입니다. 일본 스시집에서는 "シャリが7割、ネタが3割(스시 맛은 샤리(밥)가 70%, 네타(생선)가 30%)"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샤리를 중요시하는 것이지요. 스시 린다는 특별한 샤리를 먹을 수 있는 가게로 소문이 나 있고, 타베로그 백명점(일본 맛집 리뷰사이트인 타베로그가 인정하는 100곳의 맛집) 도쿄 스시집으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가격은 디너 오마카세 기준으로 3만 3천 엔 정도(2024년 현재)의 고급 스시집인데요, 린다 계열 분점인 서서 먹는 스시집으로 2021년에 오픈 한 곳이 'SUSHI BULLPEN'입니다.
SUSHI BULLPEN의 타이쇼(大将, 스시집 주방장의 호칭)가 야구를 좋아하신다고 하네요. 그래서 마운드에 서기 전에 야구 투수가 몸을 푸는 것처럼, 젊은 스시 장인이 시험 삼아 경험을 쌓는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게 이름을 BULLPEN(불펜)이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ブルペン(불펜)
젊은 스시 장인에게 기회를 준다는 콘셉트는 앞서 소개한 오노데라 토류몬과 비슷하지만, SUSHI BULLPEN의 메뉴는 오코노미(お好み 단품 주문)가 아니고 오마카세(코스 주문)입니다. 런치 오마카세는 5,000엔 혹은 7,000엔 코스 중에서 고르는데요, 스시 개수(11피스+국물)는 똑같고 네타(생선)의 등급이나 종류가 달라집니다. 디너 오마카세는 7,000엔 한 코스입니다.
코스에 포함되지 않는 메뉴로 '겐세큐(牽制球견제구): 추가 안주'나 '카쿠시다마(隠し玉 한국에서는 히든볼이라고 하며, 루수가 공을 숨기고 있다가 주자가 루에서 벗어났을 때 터치아웃 시키는 작전): 그날의 특별 메뉴'가 있습니다. 5,000엔이나 7,000엔이라면 가성비가 아주 좋은 편인데, 혹시 추가 옵션 메뉴까지 시키면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요. 견제구나 카쿠시다마는 코스 제공 중에 직원분이 안내해 주십니다.
오마카세 스시
코스 후반에는 배경음악으로 일본 고교 야구 대회에서 유명한 응원가가 흐릅니다. 실은 일본에서는 프로야구 못지않게 고교 야구(특히 여름에 고시엔 구장에서 개최되는 전국 대회)가 인기 높고, 일본인이면 모두가 알고 있는 응원가가 있어요. 그런 노래가 흐르면 분위기가 고조될 수밖에 없지요. 이 배경 음악 타이밍에 맞게 직원분이 추가 옵션 메뉴를 제안해 주는데, 기분이 고조된 손님은 추가 주문을 하기도 합니다(물론 추가 메뉴는 거절해도 됩니다). 참고로 여기서는 런치를 데이 게임(주간 경기), 디너를 나이트 게임(야간 경기)라고 부릅니다. 예약 시 그냥 런치, 디너라고 해도 전혀 문제없지만요. 독특한 콘셉트와 분위기지만, 스시 맛과 퀄리티는 아주 훌륭합니다.
오마카세 스시
코스 제공 시간은 70~80분 정도입니다. 혹시 서서 먹는 것에 익숙하지 않으면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걱정 마세요. 최근 의자를 비치해 두었습니다. 사실 여기가 '고급 스시집이 만든 서서 먹는 캐주얼 스시집'이라는 트렌드를 만든 곳이기도 한데요, 아무래도 장시간 서서 먹는 것은 힘들다고 하는 손님도 적지 않다 보니 이제 앉아서 먹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오픈 당시는 예약 없이 들어오는 워크인 손님만 받았지만, 인기가 높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약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예약은 Auto Reserve라는 웹사이트(한국어로 언어 표시 변경 가능) 혹은 인스타그램 디엠(@bullpen0604)으로 접수합니다. 인스타그램 디엠으로 예약하는 경우는 영어로 원하시는 날짜, 인원수, 혹시 런치 타임에 방문하시려면 코스 가격(5,000엔 or 7,000엔)을 전해주세요. 런치는 오전 11시 반, 오후 1시 반, 디너는 저녁 6시, 7시 반입니다. 각 시간대마다 예약 손님들에게 동시에 코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늦지 않도록 방문해야 합니다.
우니가 잔뜩
위치는 도큐 메구로선 무사시코야마(武蔵小山)역 도보 12분, 이케가미선 에바라나카노부(荏原中延)역 도보 11분, 도고시긴자(戸越銀座)역 10분입니다. 각 철도역에서 거리가 약간 떨어져 있어요. 외국인 관광객이 잘 안 가는 낯선 동네인데, 로컬 맛집 탐방하는 마음으로 한 번 도전해 보세요.
* * *
:; 타치구이즈시 히로야(立喰い鮨 浩也) ::
타치구이즈시 히로야
마지막으로 소개할 집은 도쿄타워로 유명한 하마마츠초에 있는 '타치구이즈시 히로야(立喰い鮨 浩也)'입니다. 본점인 스시 히로야(鮨 浩也)는 2020년에 오픈한 스시집입니다. 가격대가 1만 5천 엔이라 아주 고급 스시집이라 할 수는 없지만, 퀄리티 좋은 스시와 장인의 손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스시의 샤리는 적당히 마일드하고 많은 분들의 입맛에 잘 어울리는 맛입니다. 일본 스시는 산미가 강한 스타일도 있는데, 그런 맛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들은 먹어보고 꽤 놀라기도 합니다. 여기는 감칠맛이 깊은 아카즈(赤酢 적초)와 깔끔한 시로즈(白酢 흰식초)를 브랜딩하여 아주 절묘한 맛을 냅니다.
'타치구이즈시 히로야'의 평일 런치타임 메뉴로 3,000엔과 4,500엔 오마카세 코스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엄선 7종 세트(厳選7貫セット5,500엔)’ 오마카세 코스를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세트’라는 메뉴명이지만 한꺼번에 스시가 나오는 게 아니고, 오마카세 코스 스타일로 나옵니다.
제가 방문한 날의 메뉴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추토로(나가사키산 천연 참다랑어), 잿방어, 킹살몬(홋카이도산 왕연어)
가리비, 전갱이, 아카미 즈케(간장양념 참치 붉은살)
일본산 왕연어는 처음 먹어 봤는데, 완전히 드문 맛의 생선입니다!
생선 종류는 날마다 바뀌지만, 마지막에 나오는 슈라스코마키(참치 김밥)은 항상 나오는 메뉴입니다. 참치 아카미(붉은살)과 카마토로(아가미살)을 간장 양념에 절이고 김밥으로 만든 요리입니다. 슈라스코(=슈하스쿠), 브라질 고기요리처럼 참치회를 잘라 속재료로 넣은 참치 김밥이에요.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퍼포먼스가 정말 멋지고 재미있습니다.
슈라스코마키(참치 김밥)
혹시 더 먹고 싶으면 오코노미(=단품)로 추가 주문도 가능해요(추가 주문은 탁상 QR코드를 스캔해서 스마트폰으로 주문). 하지만 스시 한 피스가 샤리(밥)도 네타(생선회)도 큰 편이라 개인적으로는 7피스만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스시 한 피스 당으로 보면 싸다고 할 수 없지만, 생선 퀄리티가 좋고 볼륨이 완벽해서 먹고 나면 가성비가 꽤 좋다고 느끼게 됩니다.
타치구이즈시 히로야에서 사용하는 적초와 백초
가게 위치는 JR하마마츠초(浜松町)역 북쪽 출구 도보 5분, 지하철 다이몬(大門)역 A4출구 도보 1분. 하네다공항에서 하마마츠초역은 모노레일로 13분, 다이몬역은 게이큐선으로 약 30분입니다. 위치상 직장인 많은 동네인데요, 런치 피크타임을 피하면 웨이팅은 별로 없습니다. 타베로그에서 예약이 가능하지만, 그냥 워크인으로 방문해도 문제없지 않을까 해요. 토요일과 일요일은 브레이크타임 없이 영업합니다.
글·사진 | 네모
도쿄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일본인 남자. 서강대학교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한일 양국 요리와 식문화에 정통하고,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라는 철학으로 한국인에게 도쿄 맛집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에서 출판한 저서로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 『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 등이 있다.
·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okyo_nemo/
· 저서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 2024년 개정판: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848532
편집 | 이주호ꞏ신태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