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aipei |
대만 여행자들의 버킷 리스트 안에 하나쯤은 꼭 들어있을 맛집 탐방. 특히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는 식도락 여행지로 정평이 나 있는 도시다. 곳곳에 포진한 맛집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대만 미식의 정수를 맛보려는 인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이토록 대만 음식에 열광할까?
음식 문화는 자연적으로 지리, 기후, 생물종과 관계되고, 인문적으로는 민족, 문화, 역사의 영향을 받는다. 바로 이 점에서 대만은 축복받은 땅이라 할 수 있다. 대만의 다채로운 기후와 식생은 식재료의 다양성을 보장하는데다가 다민족이 한데 모여 살며 문화적 다양성까지 갖추고 있어, 그야말로 식문화의 거대한 용광로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합리적인 가격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훌륭한 레스토랑을 선정하는 미쉐린 빕 구르망도 매년 타이베이에 주목한다. 2024년 대만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된 식당 126곳 중에서 가장 많은 레스토랑이 바로 타이베이(43곳)에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오늘은 2024년 미쉐린 빕 구르망에 이름을 올린 타이베이의 식당 세 곳과 주변 관광지를 소개해 보았다. 미식과 관광,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아보시길.
* * *
:: 소프트 파워 (Soft Power, 軟食力: 롼스리) ::
대만 사람들만큼 아침 식사에 진심인 사람들이 또 있을까. 아침에만 운영하고 오후가 되면 칼같이 문을 닫는 ‘자오찬뎬(早餐店)’이라는 아침식사 전문식당이 있을 정도다. 행천궁 뒤편의 조용한 골목에 자리한 아침식사 전문식당 ‘소프트 파워’는 대만 전국 어디에나 있는 일반적인 자오찬뎬의 고급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소프트파워 외부
판퇀(飯糰, 대만식 주먹밥), 단빙(蛋餅, 대만식 전병), 대만식 햄버거인 만리바오(饅力堡)가 이 집의 주력 메뉴. 특히 흑설탕으로 만든 폭신한 찐빵에 야채, 치즈, 계란프라이, 소고기, 육포 가루와 같은 충실한 속 재료가 가득한 만리바오를 한 입 크게 베어 물면 온몸으로 행복감이 번진다.

만리바오

단빙
야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형형색색의 디과츄(地瓜球, 튀김 고구마볼)가 혹 단조로울 수 있는 식탁 위에 재미있는 식감을 더한다. 거의 1시간에 가까운 웨이팅만 감수한다면 여행의 시작으로 이만한 곳도 없지 않을까.

디과츄
주변엔 재신(財神)으로 유명한 관우를 모신 사원인 행천궁이 있어 사업 번창을 기원하는 대만인들로 가득하다. 밥 먹기 전 들러서 재복을 빌고 무료 점괘를 보는 것도 좋겠다.
소프트 파워 (Soft Power, 軟食力: 롼스리)
주소 : 10491台北市中山區民權東路二段135巷30弄21號
운영 시간 : 7:00-14:00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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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문 푸드 삼림공원점(Moon Moon Food Da’an Park Shop, 雙月: 솽웨) ::

문문 푸드 삼림공원점
타이베이의 센트럴파크라 불리는 다안 삼림공원의 남쪽에 7년 연속 미쉐린 빕 구르망에 이름을 올린 '문문 푸드'의 분점이 있다. 2층짜리 꽤 규모가 있는 건물이지만 식당의 인기를 온몸으로 증명하듯 1층 내부는 매장 손님들뿐만 아니라, 배달 음식을 픽업하러 온 기사들로도 발 디딜 틈이 없다.
1층에서 먼저 주문을 끝낸 후, 직원의 안내를 받아 2층으로 올라가면 꽤 넓은 식사 공간이 나오는데, 서빙 서비스가 모두 기계화되어 있다. 마치 회전 스시 식당처럼 주문한 음식이 기계식 레일을 통해 서빙되는 게 특이하다.

닭고기탕
문문 푸드의 주력 메뉴인 조개닭다리탕(干貝燉雞腿湯)은 토종닭에 조개, 양배추를 넣고 끓여서 그런지 텁텁함 하나 없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또 다른 간판 메뉴라 할 수 있는 고추참깨면(愛恨椒芝麵)은 두툼한 면에 고소하고 알싸한 매운 맛이 조화로운 고추참깨소스가 골고루 배어 있어 먹고 나서도 계속 생각나게 하는 중독적인 맛이다. 딘타이펑처럼 타이베이 여러 곳에 분점이 있기 때문에 어디에서든 균일한 서비스와 맛을 즐길 수 있다.

중독적인 고추참깨면
문문 푸드 삼림공원점(Moon Moon Food Da’an Park Shop, 雙月: 솽웨)
주소:106台北市大安區和平東路二段52號
영업 시간:11:00~14:00, 17:0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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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지 루러우판 (黃記魯肉飯) ::

황지 루러우판
훠궈 식당 밀집 지역인 중산궈샤오(中山國小) 지하철역 근처에 위치한 '황지 루러우판'은 수십 년간 맛있는 루러우판으로 손님들에게 호평이 자자한 곳이다. 루러우판은 우리나라의 부대찌개와 맥락을 같이하는 음식이다. 전쟁 후 빈곤한 시대에 탄생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당시 고기를 사 먹기 힘든 가난한 이들이 정육점에서 남은 부위를 얻어와 잘게 다진 후에 간장 양념에 조려 먹은 게 루러우판의 시작이었다고. 가난한 시대에 대만인들의 배를 따뜻하게 채워준 루러우판은 오늘날의 대만 음식을 대표하는 간판 메뉴가 되었다.

황지 루어루판의 루어루판
‘조렸다’라는 뜻의 루, ‘고기’라는 의미인 러우, ‘밥’을 뜻하는 판을 합친 음식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루러우판은 하얀 쌀밥에 간장 소스에 조린 돼지고기를 얹은 음식이다. 밥 한 그릇으로 끼니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어 대만인들에게 매우 서민적인 음식으로 통한다.
물론 황지 루러우판 대표 메뉴는 루러우판이지만 익힌 야채, 두부조림, 계란조림 등 곁들일 수 있는 반찬들이 하나같이 훌륭하다. 식사를 한 후 산책할 겸 솽롄(雙連) 지하철역 쪽으로 걸어가면 유명한 중산(中山) 카페 거리가 나온다. 커피 한 잔으로 여행에 쉼표를 찍는 것도 좋겠다.


황지 루어루판의 고기조림과 두부계란조림 반찬
황지 루러우판 (黃記魯肉飯)
주소 : 104台北市中山區中山北路二段183巷28號
운영 시간 : 오전 11:30~오후 8:20 (월요일 휴무)
글·사진 최보옥

대학 졸업 후, 한국을 떠나 대만에 살며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사람. 10년차 한국어 강사, 채식주의자, 결혼 이민자. 대만 생활에서 길어 올린 글들을 블로그에 차곡차곡 모아두는 것이 취미다. <타이베이 산친구>를 썼다.
https://blog.naver.com/choibo_ok
편집 신태진·이주호 에디터
| Taipei |
대만 여행자들의 버킷 리스트 안에 하나쯤은 꼭 들어있을 맛집 탐방. 특히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는 식도락 여행지로 정평이 나 있는 도시다. 곳곳에 포진한 맛집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대만 미식의 정수를 맛보려는 인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이토록 대만 음식에 열광할까?
음식 문화는 자연적으로 지리, 기후, 생물종과 관계되고, 인문적으로는 민족, 문화, 역사의 영향을 받는다. 바로 이 점에서 대만은 축복받은 땅이라 할 수 있다. 대만의 다채로운 기후와 식생은 식재료의 다양성을 보장하는데다가 다민족이 한데 모여 살며 문화적 다양성까지 갖추고 있어, 그야말로 식문화의 거대한 용광로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합리적인 가격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훌륭한 레스토랑을 선정하는 미쉐린 빕 구르망도 매년 타이베이에 주목한다. 2024년 대만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된 식당 126곳 중에서 가장 많은 레스토랑이 바로 타이베이(43곳)에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오늘은 2024년 미쉐린 빕 구르망에 이름을 올린 타이베이의 식당 세 곳과 주변 관광지를 소개해 보았다. 미식과 관광,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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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프트 파워 (Soft Power, 軟食力: 롼스리) ::
대만 사람들만큼 아침 식사에 진심인 사람들이 또 있을까. 아침에만 운영하고 오후가 되면 칼같이 문을 닫는 ‘자오찬뎬(早餐店)’이라는 아침식사 전문식당이 있을 정도다. 행천궁 뒤편의 조용한 골목에 자리한 아침식사 전문식당 ‘소프트 파워’는 대만 전국 어디에나 있는 일반적인 자오찬뎬의 고급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소프트파워 외부
판퇀(飯糰, 대만식 주먹밥), 단빙(蛋餅, 대만식 전병), 대만식 햄버거인 만리바오(饅力堡)가 이 집의 주력 메뉴. 특히 흑설탕으로 만든 폭신한 찐빵에 야채, 치즈, 계란프라이, 소고기, 육포 가루와 같은 충실한 속 재료가 가득한 만리바오를 한 입 크게 베어 물면 온몸으로 행복감이 번진다.
만리바오
단빙
야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형형색색의 디과츄(地瓜球, 튀김 고구마볼)가 혹 단조로울 수 있는 식탁 위에 재미있는 식감을 더한다. 거의 1시간에 가까운 웨이팅만 감수한다면 여행의 시작으로 이만한 곳도 없지 않을까.
디과츄
주변엔 재신(財神)으로 유명한 관우를 모신 사원인 행천궁이 있어 사업 번창을 기원하는 대만인들로 가득하다. 밥 먹기 전 들러서 재복을 빌고 무료 점괘를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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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문 푸드 삼림공원점(Moon Moon Food Da’an Park Shop, 雙月: 솽웨) ::
문문 푸드 삼림공원점
타이베이의 센트럴파크라 불리는 다안 삼림공원의 남쪽에 7년 연속 미쉐린 빕 구르망에 이름을 올린 '문문 푸드'의 분점이 있다. 2층짜리 꽤 규모가 있는 건물이지만 식당의 인기를 온몸으로 증명하듯 1층 내부는 매장 손님들뿐만 아니라, 배달 음식을 픽업하러 온 기사들로도 발 디딜 틈이 없다.
1층에서 먼저 주문을 끝낸 후, 직원의 안내를 받아 2층으로 올라가면 꽤 넓은 식사 공간이 나오는데, 서빙 서비스가 모두 기계화되어 있다. 마치 회전 스시 식당처럼 주문한 음식이 기계식 레일을 통해 서빙되는 게 특이하다.
닭고기탕
문문 푸드의 주력 메뉴인 조개닭다리탕(干貝燉雞腿湯)은 토종닭에 조개, 양배추를 넣고 끓여서 그런지 텁텁함 하나 없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또 다른 간판 메뉴라 할 수 있는 고추참깨면(愛恨椒芝麵)은 두툼한 면에 고소하고 알싸한 매운 맛이 조화로운 고추참깨소스가 골고루 배어 있어 먹고 나서도 계속 생각나게 하는 중독적인 맛이다. 딘타이펑처럼 타이베이 여러 곳에 분점이 있기 때문에 어디에서든 균일한 서비스와 맛을 즐길 수 있다.
중독적인 고추참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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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지 루러우판 (黃記魯肉飯) ::
황지 루러우판
훠궈 식당 밀집 지역인 중산궈샤오(中山國小) 지하철역 근처에 위치한 '황지 루러우판'은 수십 년간 맛있는 루러우판으로 손님들에게 호평이 자자한 곳이다. 루러우판은 우리나라의 부대찌개와 맥락을 같이하는 음식이다. 전쟁 후 빈곤한 시대에 탄생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당시 고기를 사 먹기 힘든 가난한 이들이 정육점에서 남은 부위를 얻어와 잘게 다진 후에 간장 양념에 조려 먹은 게 루러우판의 시작이었다고. 가난한 시대에 대만인들의 배를 따뜻하게 채워준 루러우판은 오늘날의 대만 음식을 대표하는 간판 메뉴가 되었다.
황지 루어루판의 루어루판
‘조렸다’라는 뜻의 루, ‘고기’라는 의미인 러우, ‘밥’을 뜻하는 판을 합친 음식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루러우판은 하얀 쌀밥에 간장 소스에 조린 돼지고기를 얹은 음식이다. 밥 한 그릇으로 끼니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어 대만인들에게 매우 서민적인 음식으로 통한다.
물론 황지 루러우판 대표 메뉴는 루러우판이지만 익힌 야채, 두부조림, 계란조림 등 곁들일 수 있는 반찬들이 하나같이 훌륭하다. 식사를 한 후 산책할 겸 솽롄(雙連) 지하철역 쪽으로 걸어가면 유명한 중산(中山) 카페 거리가 나온다. 커피 한 잔으로 여행에 쉼표를 찍는 것도 좋겠다.
황지 루어루판의 고기조림과 두부계란조림 반찬
글·사진 최보옥
대학 졸업 후, 한국을 떠나 대만에 살며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사람. 10년차 한국어 강사, 채식주의자, 결혼 이민자. 대만 생활에서 길어 올린 글들을 블로그에 차곡차곡 모아두는 것이 취미다. <타이베이 산친구>를 썼다.
https://blog.naver.com/choibo_ok
편집 신태진·이주호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