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음주] 술 애호가를 위한, 바르샤바의 밤을 적셔줄 Pub & Bar

2025-04-18

| Warsaw |



바르샤바의 밤 문화는 폴란드가 2004년 유럽 연합에 가입한 이후로 크게 변했다. 바르샤바는 동유럽의 문화 중심지로 발돋움하며 밤 문화까지 다른 유럽의 수도와 맞먹을 정도로 크게 성장했으며 우아한 칵테일 바, 세련된 라운지, 고급스러운 위스키 바 등이 많이 생겨났다. 바르샤바는 서양의 트렌드를 받아들이면서도 독특하고 지역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물가가 저렴해 유럽 어느 도시보다 가성비 있게 밤 문화를 즐길 수 있기도 하다. 매력적인 바르샤바의 밤을 즐길 수 있게 술꾼을 위한 바르샤바 밤 문화 가이드를 준비해 보았다.


바르샤바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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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식 있는 분위기에서 즐기는 위스키와 칵테일 ::
:: 팟웨일 바 앤 북스(Podwale Bar and Books) ::


팟웨일 바 앤 북스의 외관


팟웨일 바 앤 북스는 1990년 뉴욕에서 처음 설립되었으며 전 세계에 지점을 두고 있다. 유럽에는 프라하에 두 개 지점이 있고 브랜드 25주년을 맞아 2014년에 바르샤바에 문을 열었다. 백악관으로 알려진 건물인 와스키 두나즈 20의 2개 층에 걸쳐 있는 팟웨일 바 앤 북스는 디킨스 소설에서나 볼 법한 카리스마 넘치는 대저택에 놀러 온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짙은 목재와 푹신한 가죽 시트, 공간 전체에 따뜻한 빛을 비추는 낮은 조명을 갖춘 이 바는 친근하면서도 웅장하다. 벽에는 가죽 장정의 책과 빈티지 사진, 화려한 장식의 선반이 늘어서 있어 유럽의 오래된 도서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부터 뉴욕의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수작업으로 만드는 특별한 ‘바 앤 북스 시가’까지 다양한 시가를 선택해 피울 수 있는 것도 매우 이색적이다. 


정장을 입고 열심히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


내가 마신 칵테일들


칵테일 역시 클래식 칵테일, 맞춤 칵테일 전부 훌륭하며, 위스키 라인업도 많은 편이다. 고풍스러운 문과 복도를 거쳐 건물 1층의 큰 창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을 한 몸에 받으며 바 자리에 앉았다. 턱시도를 빼 입은 바텐더에게 좋아하는 스타일의 칵테일을 이야기하니 뚝딱 마음에 드는 칵테일을 만들어 냈다. 꼬냑을 베이스로 새콤한 향이 많이 감도는 올드 패션드 스타일의 칵테일이었다.


수요일에는 위스키를 20% 할인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바텐더는 스카치 싱글몰드 위스키인 클렌드로낙, 그리고 체코의 싱글몰트 위스키인 골드칵(GoldCock)을 추천했다.


위스키도 두 잔 마셨다.


시가도 추천해 달라고 하니 시가 이력을 물으며 ‘로미오 이 훌리에따’가 초심자가 부드럽게 피기 좋다며 권했다. 시가를 피는 법을 A to Z까지 상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정통 바에서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술 한 잔 마시고, 시가 한 개비 피워 보기 좋은 곳이다. 


바텐더가 추천해 준 페어링


팟웨일 바 앤 북스(Podwale Bar and Books)
주소 Wąski Dunaj 20, Warsaw
전화번호 +48 22 559 9199
영업시간 일~수 오후 5:00~오전 2:00 / 목~토 오후 5:00~오전 3:00
홈페이지 https://www.barandbooks.pl/podw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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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버번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
:: 아우라(aura) ::


아우라 바 외관


아우라는 바르샤바에 최초로 문을 버번 바로 19세기에 지어져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폭격에도 살아남은 연립 주택 1층에 자리하고 있다. 오래된 건물 바로 들어서면 모로코로 순간 이동을 한 게 아닐까 싶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벽면 전체에 걸려 있는 아랍풍 카펫과 부식된 빈티지 창문, 황동색 테이블, 빨간 바닥, 파란색 아치형 문은 좁으면서도 하늘을 찌를 듯 높은 천장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높은 천장과 카펫으로 장식된 벽이 인상적이다.


높고 커다란 장식장에는 100개 이상의 다양한 버번 위스키가 줄 서 있는데 그중 가장 시선을 붙잡는 건 빼곡히 채워져 있는 ‘우드 포 리저브’이다. 우드 포 리저브의 컬렉션이 유독 많은 이유에 대해 물어보니 ‘그냥, 좋아서’라고. 라팟과 미챌은 바르샤바에서 그다지 인기가 없는 버번을 사람들에게 소개할 계획으로 아우라를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버번이 주 종목인 만큼 아우라 바의 칵테일도 버번 칵테일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버번 클래식 칵테일인 올드 패션드를 뻔하지 않게 변형해서 매번 메뉴를 바꿔 제공하는 것이 흥미롭다. 예전에 제공된 올드 패션드 가람 마살라는 인도의 향신료가 들어가 스파이시하면서 이국적인 맛을 더했고 올드 패션드 세사미오일은 참기름이 들어가 독특한 풍미를 풍겼다. 


올드 패션드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 백 바에는 버번이 주를 이루고 우드포리저브가 가장 많다.


현재는 올드 패션드와 코스모 폴리탄을 믹스한 올드  패션드 코스모와 피스타치오와 월계수 잎, 그라파 등을 사용한 지중해 스타일 올드 패션드 등이 메뉴에 있으니 도전해 보자. 모든 올드 패션드는 우드 포 리저브로 만들고 있다. 바 한쪽에서 직접 허브를 길러 바로바로 따서 칵테일을 만들어주는 것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차갑게 얼린 잔에 내오는 기본의 올드 패션드나 허브가 들어간 클래식 칵테일, 버번을 기주로 하는 다양한 칵테일 전부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아우라에서 마신 칵테일.


바에 앉으면 공간이 좁아서 옆의 손님이나 바텐더와 쉽게 이야기를 섞기에 좋다. 폴란드 속 모로코 분위기에서 즐기는 미국 위스키 버번 칵테일은 어디에서도 쉽게 만나지 못할 특별한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바 한구석에 허브를 직접 키워 칵테일 재료로 바로 쓴다.


아우라(aura)
주소 Hoża 27, 00-521 Warszawa
전화번호 +48576367379
영업시간 월~목 오후 5:00~오전 1:00 / 금~토 오후 6:00~오전 2:00 / 일 오후 5:00~오전 12:00
홈페이지 https://aurabourbonbar.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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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와 럼, 위스키를 페어링할 수 있는 ::
:: 아피치오나도 룸 시가 샵 앤 라운지(Aficionado Room Cigar Shop & Lounge) ::


아피치오나도 룸 시가 샵 앤 라운지 야외 좌석


아피치오나도 룸 시가 샵 앤 라운지는 시가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로 바르샤바 시내에 자리하고 있다. 공간은 크게 세 개로 구분된다. 테라스에는 한낮부터 쏟아지는 햇살을 온몸으로 쬐면서 시가를 커피에 곁들이는 사람들이 앉아 있다. 가게 안에는 시가와 위스키를 판매하는 공간이 가장 먼저 펼쳐진다. 시가 건조를 방지하기 위해 가습기가 있는 보관실에 종류도 국적도 다른 시가가 빼곡히 쌓여 있고 진열장에는 위스키와 럼을 판매하고 있다. 


시가 보관실이자 진열대, 전 세계 각국에서 만든 시가가 있다.


위스키와 럼은 병으로도 팔지만 잔으로도 판매해 술과 함께 시가를 곁들이기에도 좋다. 숍 너머에는 본격적인 시가 라운지가 있다. 마피아 영화에 나올 법한 중후한 가죽 소파에 벽난로와 책장이 어우러진 라운지는 70~80년대 영화 세트장 같기도 하다. 푹신한 소파와 편안한 분위기로 시가를 피우기에 적당한 장소이다. 쿠바, 도미니카 공화국, 온두라스, 니카라과 및 멕시코에서 다양한 시가 중 뭘 피워야 할지 망설이니 직원이 쿠바에서 시작했지만, 니카라과로 이전해 시가를 만드는 브랜드인 올리바를 추천해 주었다. 올리바 외에도 워낙 명성이 높아 한두 번쯤 들어봤을 법한 다비도프나 도미니카의 걸작으로 불리는 아르투로 푸엔테 등을 시도해 보는 게 좋을 듯하다. 


위스키와 각종 럼도 판매하고 있다.


위스키와 럼은 잔술로도 판매한다.


어떤 술이 시가와 어울릴지 물으니, 시가에는 럼이 잘 어울린다며 세 병을 꺼내어 늘어놓았다. 큰 시가를 피우기에는 버거워 작은 올리바 시가에 피지의 럼을 한잔 받아 들고 아늑한 구석에 놓인 소파에 앉았다. 시가를 깊게 한 모금 빨아들이며 사색에 잠기니 영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기분이다. 조용하고 어두운 분위기에 달콤한 럼 한잔과 매캐한 시가는 긴장된 몸을 이완시키고 온전한 휴식의 시간을 안겨준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세상이 조금 더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이곳은 시가 애호가나 초심자 모두를 위한 안식처가 되어줄 것이다.


70~80년대 영화 세트장 같은 시가 라운지



아피치오나도 룸 시가 샵 앤 라운지(Aficionado Room Cigar Shop & Lounge)
주소 Wilcza 26, 00-544 Warszawa
전화번호 +48577555480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홈페이지 http://aficionadoroom.pl/




글·사진 | 김재은(젠젠)

세상의 모든 술을 다 먹어 보고 싶은 여행자. 길 위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재미나게 사는 게 인생 최고의 목표.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크루즈를 타고 바다를 항해한 후 <어쩌다. 크루즈>를 썼고, 크루즈 세계 일주를 천천히 이어가고 있다. 춘자와 <카페, 라다크>를 공저했고 지금은 전 세계를 다니며 마신 술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고 있다.
https://www.instagram.com/zenzen_cruise/


편집 | 이주호·신태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