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penhagen |
"노르딕 로스팅을 한 원두로 내린 커피 한 잔과 중독적인 베이커리"
영국 잡지 모노클이 2021년에 선정한 살기 좋은 도시 1위, 2023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일과 삶의 균형이 가장 훌륭한 도시 1위,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경제분석회사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슈 유닛(EIU)이 평가한 ‘2024년 살기 좋은 도시 지수’(Livability Index) 2위 등등.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는 ‘살기 좋다’는 말이 수식어로 늘 따라다닌다.
‘살기 좋다’는 것은 사회기반시설, 교육, 의료복지, 대중교통, 도심 녹지 비중 등 여러 기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다. 이런 객관적인 수치 외에도 이들의 ‘휘게(Hygge)’ 문화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안락하고 아늑한 상태를 의미하며,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여유를 즐기는 소박한 라이프 스타일을 함축하는 단어다.

운하 옆 왕립도서관 안에 있는 카페
그리고 이런 '휘겔리(Hyggeligt)'한 시간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커피다. 전 세계 커피 소비량 1, 2위를 다투는 북유럽에서는 커피도 차처럼 마실 수 있도록 가볍게 로스팅 하는 편인데, 이런 '노르딕 로스팅'이 스페셜티 커피와 함께 세계 커피 문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연 살기 좋은 도시 코펜하겐의 커피 문화는 어떤지, 네 곳의 카페를 통해 체험해 보도록 하자.

미술관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코펜하겐 사람들

H A N S COFFEE
H A N S Coffee는 크리스티안보르 궁전에서 운하를 건너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카페다. 야외 테이블석이 매력적이지만, 가을 끝의 북유럽은 코트를 챙겨 입어도 코가 시린 쌀쌀한 날씨다.

H A N S Coffee 실내
카페는 반지하에 위치하고 있어서 어쩐지 비밀 아지트에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내부는 아담한 실내에 여러 개의 방으로 나누어져 있고, 따뜻한 느낌의 조명을 사용하고 있어서 포근한 분위기의 동굴에 들어온 것 같다.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여러 종류의 대니쉬 페이스트리와 코펜하겐 커피 랩(Copenhagen Coffee Labs)에서 생산하는 원두를 사용한 커피가 유명하다. 오후 2시 쯤 방문했을 때도 가게 안은 로컬과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베이커리
혼자 앉을 수 있는 바 자리에 자리를 잡으니, 얼마 안 있어 직원이 주문한 플랫화이트를 가져다 주었다. 여행 중이라고 하니 다음에는 아침에 와서 덴마크의 전통적인 빵인 양귀비 씨를 뿌린 테비르케스(Tebirkes)를 먹어보라고 권했다. 코펜하겐에서의 여정을 시작하기에 딱 알맞은, 아늑하고 편안한 카페다.
H A N S Coffee
Boldhusgade 6, 1062 København K, 덴마크
평일 07:30~17:00 / 주말 09:00~17:00

Andersen Bakery
코펜하겐에 와서 꼭 먹고 싶었던 빵이 있었다. 바로 시나몬롤과 카다멈 번이다.
‘시나몬 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반죽을 달팽이 껍질처럼 돌돌 말아 구워서 슈거 글레이즈나 크림치즈 글레이즈를 듬뿍 뿌린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시나몬롤의 고향인 스웨덴에서는 반죽 안에 시나몬과 카다멈을 사용하고 위에 달콤한 토핑 보다는 간단하게 우박설탕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Andersen Bakery
이때 카다멈이라는 향신료를 처음 알았다. 생강과에 속하는 식물로 인도가 원산지인데, 커리와 차이라떼에 필수 재료이고 유럽에서는 뱅쇼와 빵에 많이 사용한다. 특히 북유럽에서는 카다멈을 넣고 머리를 땋듯이 반죽을 꼬아서 만든 ‘카다멈 번’이 어느 베이커리에 가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국민 빵 중 하나이다. 코펜하겐에 오기 한참 전부터 시나몬롤과 카다멈 번 맛집을 검색하고 리스트업했다. 그중에 가장 맛있었던 곳이 바로 여기 앤더슨 베이커리다.
아이러니하게도 앤더슨 베이커리는 일본의 제과명장이 설립한 곳이다. 2차 세계대전 후 히로시마 출신의 타카키 슌스케라는 제과명장이 유럽여행을 하던 중 덴마크에서 빵을 먹고 그 맛에 충격을 받아 공부하고 코펜하겐에 빵집을 연 것이다. 코펜하겐에서 찾아 낸 가장 맛있는 덴마크 국민 빵이 일본인이 만든 것이었다니. 잠시 충격을 받았지만, 맛에는 역시 국적이 없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기도 했다.
페이스트리 종류부터 알록달록 화려한 케이크, 포카치아와 샌드위치 같은 식사빵 등 다양한 빵들이 모두 하나같이 수준 높다.

시나몬 롤과 카다멈 번
시나몬 롤과 카푸치노를 주문하고, 카다멈 번은 포장을 했다. 그런데 시나몬 롤을 한입 먹는 순간, 그 폭신하고 쫄깃한 반죽과 달콤한 맛에 멈출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먹어 본 시나몬롤과 다른 종류의 빵 같았다. 참을 수가 없어서 바로 카다멈 번 봉투를 열었다.

카푸치노와 베이커리
카다멈 향신료가 적당히 쓰인 이 빵은 민트 같기도 하고 후추 같기도 하고 코를 콕콕 찌르는 독특한 향미가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이 집은 반죽이 최고였다. 이번에도 순식간에 먹어치워 버렸다. 하나를 더 먹고 싶어서 고민했으나, 금세 사람이 많아져서 포기할 수 있었다. 낮에 가면 사람이 붐벼서 자리 잡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오전 6시 30분에 문을 여는 부지런한 곳이기도 하니, 가능하면 일찍 찾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Andersen Bakery
Thorshavnsgade 26, 2300 Amager Vest, 덴마크
06:00~19:00

국립미술관 로비와 Kafeteria SMK 입구
Kafeteria SMK는 덴마크 국립미술관(Statens Museum for Kunst, SMK) 로비에 위치한 카페다. 미술관을 관람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카페의 분위기와 인테리어에 이끌리듯 들어갔다.

차분하고 따뜻한 실내
북유럽이라고 하면 차가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Kafeteria SMK는 전혀 그렇지 않다. 볕이 잘 드는 환한 내부에 종이로 만들어진 조명들과 목재 가구들이 있어서 밝고 따뜻하다. 근처에 사는 주민들이 점심 식사를 하러도 많이 오는 듯 식사 메뉴도 다양했다. 실제로 유모차를 끌고 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주민들의 휴식처
시나몬 롤과 필터 커피를 주문했다. 달달하고 촉촉한 빵은 기본에 충실한 맛이었고, 도자기 잔에 담아 준 커피는 약하게 로스팅을 해서 원두 본연의 맛을 최대한 끌어낸 노르딕 로스팅 그 자체였다.

베이커리 구색도 좋다
무엇보다 여행의 긴장이 순식간에 녹을 만큼 아늑하고 편안했다. 창가 자리에서는 멋진 공원 전망도 볼 수 있다. 국립미술관에 방문할 여행자라면 꼭 Kafeteria SMK도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Kafeteria SMK
Statens Museum for Kunst 48-50, Sølvgade, 1350 København, 덴마크
10:00~18:00 (수요일은 20:00까지 / 월요일 휴무)

Hart Bageri Refshalevej점
Hart Bageri는 2018년에 오픈한 베이커리인데, 빠르게 성장하여 지금은 코펜하겐 시내에만 10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베이커리 ‘Tartine’의 수석 제빵사 출신이자 미국에 사워도우 빵을 대중화한 것으로 알려진 리차드 하트가 코펜하겐에 베이커리를 연다고 하자 세계 1위 레스토랑이라는 별명을 가진 Noma가 서포트하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화려한 탄생 비화를 가진 데에다가 지점도 여러 개라 자본이 많이 들어간 초대형 카페를 예상했다. 번잡함 도심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위치한 HOLMEN 지역은 한때 영국 해군기지와 조선소가 있던 작은 섬이다. 코펜하겐 컨템포러리 아트센터가 있고,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Lille Bakery 등 요즘 코펜하겐의 힙쟁이들이 찾는 곳이다. 나는 코펜하겐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전시를 관람한 후 Hart Bageri에 들어갔다.

Hart Bageri 실내
교외에 있는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창고를 개조해서 입구를 찾기도 힘들었다. 소박한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모던하고 깨끗한 공간이 펼쳐졌다. 넓고 분리된 테이블들과 높은 천장이 쾌적함을 더했다.
무엇보다 빵 냄새가 엄청나게 향긋했다. 평소 마이야르 반응을 좋아한다는 농담을 할 정도라는 Richard는 버터와 설탕을 듬뿍 넣어 높은 온도로 굽는 다크 베이킹을 선호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베이커리 보다 훨씬 농후한 버터 향이 났고, 빵들은 아주 짙은 갈색이었다. 이러면 안 먹을 수가 없지 않은가?

Hart Bageri 베이커리 메뉴
결국, 커피만 마시려다가 빵까지 먹었다.
코펜하겐과 런던 카페의 원두를 함께 사용한다는 커피도 맛있었지만, 카다멈 크로아상의 첫 입을 먹고 그 바삭함에 감동했다. 맛도 맛이지만 강한 개성에 놀랐다. 빵이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다니! City Loaf, Everyday Rye 등 이름도 재미있는 다른 빵에도 꼭 도전해 보도록 하자.

Hart Bageri
Refshalevej 159A, 1432 København, 덴마크
평일 07:30~17:00 / 주말 07:30~18:00
글·사진 | 무늬

본업은 작가지망생인 베네치아 가이드. 작가 상태를 고수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일을 찾아다닌다. 현재는 비수기엔 한국에서 글을 쓰고 성수기엔 베네치아에서 일을 하는 시즌제의 삶을 살고 있다.
편집 | 신태진, 이주호 에디터
| Copenhagen |
"노르딕 로스팅을 한 원두로 내린 커피 한 잔과 중독적인 베이커리"
영국 잡지 모노클이 2021년에 선정한 살기 좋은 도시 1위, 2023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일과 삶의 균형이 가장 훌륭한 도시 1위,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경제분석회사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슈 유닛(EIU)이 평가한 ‘2024년 살기 좋은 도시 지수’(Livability Index) 2위 등등.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는 ‘살기 좋다’는 말이 수식어로 늘 따라다닌다.
‘살기 좋다’는 것은 사회기반시설, 교육, 의료복지, 대중교통, 도심 녹지 비중 등 여러 기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다. 이런 객관적인 수치 외에도 이들의 ‘휘게(Hygge)’ 문화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안락하고 아늑한 상태를 의미하며,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여유를 즐기는 소박한 라이프 스타일을 함축하는 단어다.
운하 옆 왕립도서관 안에 있는 카페
그리고 이런 '휘겔리(Hyggeligt)'한 시간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커피다. 전 세계 커피 소비량 1, 2위를 다투는 북유럽에서는 커피도 차처럼 마실 수 있도록 가볍게 로스팅 하는 편인데, 이런 '노르딕 로스팅'이 스페셜티 커피와 함께 세계 커피 문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연 살기 좋은 도시 코펜하겐의 커피 문화는 어떤지, 네 곳의 카페를 통해 체험해 보도록 하자.
미술관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코펜하겐 사람들
H A N S COFFEE
H A N S Coffee는 크리스티안보르 궁전에서 운하를 건너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카페다. 야외 테이블석이 매력적이지만, 가을 끝의 북유럽은 코트를 챙겨 입어도 코가 시린 쌀쌀한 날씨다.
H A N S Coffee 실내
카페는 반지하에 위치하고 있어서 어쩐지 비밀 아지트에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내부는 아담한 실내에 여러 개의 방으로 나누어져 있고, 따뜻한 느낌의 조명을 사용하고 있어서 포근한 분위기의 동굴에 들어온 것 같다.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여러 종류의 대니쉬 페이스트리와 코펜하겐 커피 랩(Copenhagen Coffee Labs)에서 생산하는 원두를 사용한 커피가 유명하다. 오후 2시 쯤 방문했을 때도 가게 안은 로컬과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베이커리
혼자 앉을 수 있는 바 자리에 자리를 잡으니, 얼마 안 있어 직원이 주문한 플랫화이트를 가져다 주었다. 여행 중이라고 하니 다음에는 아침에 와서 덴마크의 전통적인 빵인 양귀비 씨를 뿌린 테비르케스(Tebirkes)를 먹어보라고 권했다. 코펜하겐에서의 여정을 시작하기에 딱 알맞은, 아늑하고 편안한 카페다.
Andersen Bakery
Andersen Bakery
코펜하겐에 와서 꼭 먹고 싶었던 빵이 있었다. 바로 시나몬롤과 카다멈 번이다.
‘시나몬 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반죽을 달팽이 껍질처럼 돌돌 말아 구워서 슈거 글레이즈나 크림치즈 글레이즈를 듬뿍 뿌린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시나몬롤의 고향인 스웨덴에서는 반죽 안에 시나몬과 카다멈을 사용하고 위에 달콤한 토핑 보다는 간단하게 우박설탕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Andersen Bakery
이때 카다멈이라는 향신료를 처음 알았다. 생강과에 속하는 식물로 인도가 원산지인데, 커리와 차이라떼에 필수 재료이고 유럽에서는 뱅쇼와 빵에 많이 사용한다. 특히 북유럽에서는 카다멈을 넣고 머리를 땋듯이 반죽을 꼬아서 만든 ‘카다멈 번’이 어느 베이커리에 가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국민 빵 중 하나이다. 코펜하겐에 오기 한참 전부터 시나몬롤과 카다멈 번 맛집을 검색하고 리스트업했다. 그중에 가장 맛있었던 곳이 바로 여기 앤더슨 베이커리다.
아이러니하게도 앤더슨 베이커리는 일본의 제과명장이 설립한 곳이다. 2차 세계대전 후 히로시마 출신의 타카키 슌스케라는 제과명장이 유럽여행을 하던 중 덴마크에서 빵을 먹고 그 맛에 충격을 받아 공부하고 코펜하겐에 빵집을 연 것이다. 코펜하겐에서 찾아 낸 가장 맛있는 덴마크 국민 빵이 일본인이 만든 것이었다니. 잠시 충격을 받았지만, 맛에는 역시 국적이 없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기도 했다.
페이스트리 종류부터 알록달록 화려한 케이크, 포카치아와 샌드위치 같은 식사빵 등 다양한 빵들이 모두 하나같이 수준 높다.
시나몬 롤과 카다멈 번
시나몬 롤과 카푸치노를 주문하고, 카다멈 번은 포장을 했다. 그런데 시나몬 롤을 한입 먹는 순간, 그 폭신하고 쫄깃한 반죽과 달콤한 맛에 멈출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먹어 본 시나몬롤과 다른 종류의 빵 같았다. 참을 수가 없어서 바로 카다멈 번 봉투를 열었다.
카푸치노와 베이커리
카다멈 향신료가 적당히 쓰인 이 빵은 민트 같기도 하고 후추 같기도 하고 코를 콕콕 찌르는 독특한 향미가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이 집은 반죽이 최고였다. 이번에도 순식간에 먹어치워 버렸다. 하나를 더 먹고 싶어서 고민했으나, 금세 사람이 많아져서 포기할 수 있었다. 낮에 가면 사람이 붐벼서 자리 잡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오전 6시 30분에 문을 여는 부지런한 곳이기도 하니, 가능하면 일찍 찾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Kafeteria SMK
국립미술관 로비와 Kafeteria SMK 입구
Kafeteria SMK는 덴마크 국립미술관(Statens Museum for Kunst, SMK) 로비에 위치한 카페다. 미술관을 관람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카페의 분위기와 인테리어에 이끌리듯 들어갔다.
차분하고 따뜻한 실내
북유럽이라고 하면 차가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Kafeteria SMK는 전혀 그렇지 않다. 볕이 잘 드는 환한 내부에 종이로 만들어진 조명들과 목재 가구들이 있어서 밝고 따뜻하다. 근처에 사는 주민들이 점심 식사를 하러도 많이 오는 듯 식사 메뉴도 다양했다. 실제로 유모차를 끌고 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주민들의 휴식처
시나몬 롤과 필터 커피를 주문했다. 달달하고 촉촉한 빵은 기본에 충실한 맛이었고, 도자기 잔에 담아 준 커피는 약하게 로스팅을 해서 원두 본연의 맛을 최대한 끌어낸 노르딕 로스팅 그 자체였다.
베이커리 구색도 좋다
무엇보다 여행의 긴장이 순식간에 녹을 만큼 아늑하고 편안했다. 창가 자리에서는 멋진 공원 전망도 볼 수 있다. 국립미술관에 방문할 여행자라면 꼭 Kafeteria SMK도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Hart Bageri
Hart Bageri Refshalevej점
Hart Bageri는 2018년에 오픈한 베이커리인데, 빠르게 성장하여 지금은 코펜하겐 시내에만 10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베이커리 ‘Tartine’의 수석 제빵사 출신이자 미국에 사워도우 빵을 대중화한 것으로 알려진 리차드 하트가 코펜하겐에 베이커리를 연다고 하자 세계 1위 레스토랑이라는 별명을 가진 Noma가 서포트하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화려한 탄생 비화를 가진 데에다가 지점도 여러 개라 자본이 많이 들어간 초대형 카페를 예상했다. 번잡함 도심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위치한 HOLMEN 지역은 한때 영국 해군기지와 조선소가 있던 작은 섬이다. 코펜하겐 컨템포러리 아트센터가 있고,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Lille Bakery 등 요즘 코펜하겐의 힙쟁이들이 찾는 곳이다. 나는 코펜하겐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전시를 관람한 후 Hart Bageri에 들어갔다.
Hart Bageri 실내
교외에 있는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창고를 개조해서 입구를 찾기도 힘들었다. 소박한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모던하고 깨끗한 공간이 펼쳐졌다. 넓고 분리된 테이블들과 높은 천장이 쾌적함을 더했다.
무엇보다 빵 냄새가 엄청나게 향긋했다. 평소 마이야르 반응을 좋아한다는 농담을 할 정도라는 Richard는 버터와 설탕을 듬뿍 넣어 높은 온도로 굽는 다크 베이킹을 선호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베이커리 보다 훨씬 농후한 버터 향이 났고, 빵들은 아주 짙은 갈색이었다. 이러면 안 먹을 수가 없지 않은가?
Hart Bageri 베이커리 메뉴
결국, 커피만 마시려다가 빵까지 먹었다.
코펜하겐과 런던 카페의 원두를 함께 사용한다는 커피도 맛있었지만, 카다멈 크로아상의 첫 입을 먹고 그 바삭함에 감동했다. 맛도 맛이지만 강한 개성에 놀랐다. 빵이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다니! City Loaf, Everyday Rye 등 이름도 재미있는 다른 빵에도 꼭 도전해 보도록 하자.
글·사진 | 무늬
본업은 작가지망생인 베네치아 가이드. 작가 상태를 고수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일을 찾아다닌다. 현재는 비수기엔 한국에서 글을 쓰고 성수기엔 베네치아에서 일을 하는 시즌제의 삶을 살고 있다.
편집 | 신태진, 이주호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