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eju |
제주에 살며 알게 된 사실 하나가 한국에서 메밀 생산량이 제일 많은 곳이 바로 제주라는 것입니다. 관성적으로 강원도겠거니 했거든요. 척박한 섬의 토양에 메밀은 너무나 귀중한 작물이었습니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그럼에도 메밀 요리를 하는 식당이 그렇게 많이 보이진 않는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흑돼지집과 비교해서 그 반도 안 되는 것 같네요. 관광객들이 제주까지 와서 메밀은 좀… 하는 걸까요? 그래도 도민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메밀국수 맛있게 하는 두 식당을 소개해 봅니다. 특히 요즘처럼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메밀국수만 한 게 없으니까요. 마침 브릭스 매거진에서도 소개한 신간 『박승흡의 메밀 순례기』에도 등재된 곳들이랍니다.
| 한라산아래첫마을 제주민속촌점
본점은 서귀포시 안덕면 중산간에 있지만, 표선에도 본점에서 직영하는 분점이 있습니다. 제주민속촌점인데요. 우선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깜짝 놀랍니다. 해비*라든가 소*캄 정도라면 모를까 표선면에서 이렇게 세련되고 큰 공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인기 메뉴는 제주메밀 비비작작면과 물냉면입니다. 우선 이름도 독특한 비비작작면은 들기름 막국수를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제주산 제철나물에 들깨, 들기름이 잔뜩 들어가서 고소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100% 메밀면의 양도 푸짐하고요, 메밀 특유의 향도 강하게 느껴지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겠습니다.
제주메밀 비비작작면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좋았던, 특히 평양냉면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제주메밀 물냉면입니다. 제주 한우 양지로 우린 육수는 너무 밋밋하지도, 너무 육향이 강하지도 않은 좋은 밸런스라 저처럼 이제 평양냉면 좀 먹어볼까 하는 평린이들에게 딱입니다. 비비작작면처럼 양껏 들어간 면을 후루룩 삼키다가 놋그릇째 육수를 마시다가 정신이 없더군요.
제주메밀 물냉면
제주에서 돼지를 우린 국물 찾기는 쉬운데 소를 우린 국물 찾기는 쉽지 않지요. 물냉면을 먹어 보니 다음에는 한우 맑은 곰탕에도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제주민속촌의 넓은 주차장을 이용하면 되니 주차는 쉽습니다. 가족 여행 중 한식당 같은 괜찮은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고 싶으실 때도 추천하고요. 각종 메밀차나 메밀 베개 등 ‘메밀 굿즈’도 판매한답니다. 제주민속촌 바깥에 있어 입장은 자유롭긴 하지만, 빛의 섬 루미버스가 생기면서 핫(?) 해진 제주민속촌과 함께 방문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범상치 않은 식감의 '메밀 수제비' 제주메밀 조베기
한라산아래첫마을 제주민속촌점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민속해안로 631-46
10:30~18:00(15:00~16:00 브레이크 타임 / 월‧화 휴무)
* * *
| 메밀밭에가시리
조심스럽게 이곳은 이미 단골이라 불러도 되겠네요. 차일피일 미루다가 제주 생활 1년 만에 처음 찾아갔는데, 그때부터 매달 방문하고 있거든요. 메밀밭에가시리도 100% 제주 메밀로 면을 뽑고 있으며 수확부터 도정, 제분에 제면까지 직접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산한 메밀면을 따로 파는 건 물론 소바장국과 비빔양념장도 판매하고요. 당장 제주에 못 오시더라도 스마트스토어에서 이곳의 맛을 얼추 느껴보실 수 있는 거예요….
메밀밭에가시리에서 꼭 드셔보셔야 하는 메뉴는 메밀들기름면입니다. 그런데 비벼 보시면 놀라실 거예요, 왜 이렇게 초록빛이지? 바로 해초가루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타 들기름 막국수와는 텍스처나 향이 다릅니다. 뭐랄까, 고소함을 넘어 건강해지는 기분이랄까요. 이 메뉴는 약간의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꼭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주식'이라는 아이덴티티가 확실하니까요.
메밀들기름면
그러나 이번에도 개인적으로 더 좋았던 메뉴는 메밀 동치미물냉면입니다. 동치미 육수가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100% 메밀임에도 찰기가 있는 이곳 메밀면의 진가를 가장 잘 느낄 수 있기도 하고요. 주문할 때 보면 키오스크에서 조금 뒤로 밀려 배치되어 있는데, 물냉면이 '메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해 보세요. 메밀도 메밀이지만 제주 하면 또 ‘무’ 아니겠습니까. 김장철에 마트 가보시면 ‘제주 무’가 좀 더 비싸게 팔리는 걸 보셨을 텐데, 아무튼 그 무로 만든 동치미라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반대로 제주의 김장철엔 ‘육지 배추’가 비싸게 팔리고요.)
정작 물냉면 사진은 한 번도 찍지 않아서 비빔냉면으로 갈음합니다.
아직 도전해 보진 못했는데, 이곳엔 특이한 메뉴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글루텐프리 부대찌개입니다. 돈육 함량 100%의 글루텐프리 소시지를 쓴다는데요, 메밀집에서 부대찌개라니 상상이 안 되는데, 곧 도전해 보고 평가를 남겨 보겠습니다.
또 하나의 추천 메뉴는떡갈비입니다. 두 번 드세요.
메밀밭에가시리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로 423 메밀밭에가시리
11:00~17:00 (16:30 라스트오더 / 화요일 휴무)
글·사진 | 신태진

브릭스 매거진의 에디터. 『진실한 한 끼』『꽃 파르페 물고기 그리고 당신』를 냈고, 『홍콩단편, 어쩌면 익숙한 하루』를 함께 썼다.
https://litt.ly/ecrire_lire_vivre
| Jeju |
제주에 살며 알게 된 사실 하나가 한국에서 메밀 생산량이 제일 많은 곳이 바로 제주라는 것입니다. 관성적으로 강원도겠거니 했거든요. 척박한 섬의 토양에 메밀은 너무나 귀중한 작물이었습니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그럼에도 메밀 요리를 하는 식당이 그렇게 많이 보이진 않는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흑돼지집과 비교해서 그 반도 안 되는 것 같네요. 관광객들이 제주까지 와서 메밀은 좀… 하는 걸까요? 그래도 도민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메밀국수 맛있게 하는 두 식당을 소개해 봅니다. 특히 요즘처럼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메밀국수만 한 게 없으니까요. 마침 브릭스 매거진에서도 소개한 신간 『박승흡의 메밀 순례기』에도 등재된 곳들이랍니다.
| 한라산아래첫마을 제주민속촌점
본점은 서귀포시 안덕면 중산간에 있지만, 표선에도 본점에서 직영하는 분점이 있습니다. 제주민속촌점인데요. 우선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깜짝 놀랍니다. 해비*라든가 소*캄 정도라면 모를까 표선면에서 이렇게 세련되고 큰 공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인기 메뉴는 제주메밀 비비작작면과 물냉면입니다. 우선 이름도 독특한 비비작작면은 들기름 막국수를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제주산 제철나물에 들깨, 들기름이 잔뜩 들어가서 고소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100% 메밀면의 양도 푸짐하고요, 메밀 특유의 향도 강하게 느껴지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좋았던, 특히 평양냉면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제주메밀 물냉면입니다. 제주 한우 양지로 우린 육수는 너무 밋밋하지도, 너무 육향이 강하지도 않은 좋은 밸런스라 저처럼 이제 평양냉면 좀 먹어볼까 하는 평린이들에게 딱입니다. 비비작작면처럼 양껏 들어간 면을 후루룩 삼키다가 놋그릇째 육수를 마시다가 정신이 없더군요.
제주에서 돼지를 우린 국물 찾기는 쉬운데 소를 우린 국물 찾기는 쉽지 않지요. 물냉면을 먹어 보니 다음에는 한우 맑은 곰탕에도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제주민속촌의 넓은 주차장을 이용하면 되니 주차는 쉽습니다. 가족 여행 중 한식당 같은 괜찮은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고 싶으실 때도 추천하고요. 각종 메밀차나 메밀 베개 등 ‘메밀 굿즈’도 판매한답니다. 제주민속촌 바깥에 있어 입장은 자유롭긴 하지만, 빛의 섬 루미버스가 생기면서 핫(?) 해진 제주민속촌과 함께 방문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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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밀밭에가시리
조심스럽게 이곳은 이미 단골이라 불러도 되겠네요. 차일피일 미루다가 제주 생활 1년 만에 처음 찾아갔는데, 그때부터 매달 방문하고 있거든요. 메밀밭에가시리도 100% 제주 메밀로 면을 뽑고 있으며 수확부터 도정, 제분에 제면까지 직접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산한 메밀면을 따로 파는 건 물론 소바장국과 비빔양념장도 판매하고요. 당장 제주에 못 오시더라도 스마트스토어에서 이곳의 맛을 얼추 느껴보실 수 있는 거예요….
메밀밭에가시리에서 꼭 드셔보셔야 하는 메뉴는 메밀들기름면입니다. 그런데 비벼 보시면 놀라실 거예요, 왜 이렇게 초록빛이지? 바로 해초가루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타 들기름 막국수와는 텍스처나 향이 다릅니다. 뭐랄까, 고소함을 넘어 건강해지는 기분이랄까요. 이 메뉴는 약간의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꼭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주식'이라는 아이덴티티가 확실하니까요.
그러나 이번에도 개인적으로 더 좋았던 메뉴는 메밀 동치미물냉면입니다. 동치미 육수가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100% 메밀임에도 찰기가 있는 이곳 메밀면의 진가를 가장 잘 느낄 수 있기도 하고요. 주문할 때 보면 키오스크에서 조금 뒤로 밀려 배치되어 있는데, 물냉면이 '메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해 보세요. 메밀도 메밀이지만 제주 하면 또 ‘무’ 아니겠습니까. 김장철에 마트 가보시면 ‘제주 무’가 좀 더 비싸게 팔리는 걸 보셨을 텐데, 아무튼 그 무로 만든 동치미라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반대로 제주의 김장철엔 ‘육지 배추’가 비싸게 팔리고요.)
아직 도전해 보진 못했는데, 이곳엔 특이한 메뉴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글루텐프리 부대찌개입니다. 돈육 함량 100%의 글루텐프리 소시지를 쓴다는데요, 메밀집에서 부대찌개라니 상상이 안 되는데, 곧 도전해 보고 평가를 남겨 보겠습니다.
글·사진 | 신태진
브릭스 매거진의 에디터. 『진실한 한 끼』『꽃 파르페 물고기 그리고 당신』를 냈고, 『홍콩단편, 어쩌면 익숙한 하루』를 함께 썼다.
https://litt.ly/ecrire_lire_viv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