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감성수집가를 위한 런던의 큐레이션 공간

2025-09-19

| London |


런더너의 취향이 듬뿍 담긴 런던의 큐레이션 공간들


런던은 언제나 선택의 도시다. 어디로 발걸음을 옮길지, 무엇을 보고 들을지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무수히 많은 골목과 박물관, 서점과 갤러리가 얽혀 있는 런던에서 오직 나를 위해 큐레이션 된 공간들을 찾아 나섰다. 그곳들은 단순히 예쁘거나 유명한 장소가 아니었다. 오감을 깨우고, 마음에 작은 울림을 남기는 공간들이었다. 런던이라는 도시가 여행자에게 건네는 세심한 선물세트 같은 3곳을 소개한다.




회색 도시 속에서 예술과 책이 흐르는 정원
바비칸 센터 (Barbican Centre)



바비칸 센터


바비칸 센터는 유럽 최대 규모의 예술센터다. 브루탈리즘 건축의 상징, 공연·전시·영화·식물원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콘크리트 성채 같은 외관이지만, 그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서면 바비칸 센터는 전혀 다른 공간으로 여행자를 초대한다. 공연장, 전시장, 카페와 식물원, 그리고 여행자들이 종종 놓치는 숨은 보석 바비칸 라이브러리(Barbican Library)가 있다.



이곳은 런던 시가 운영하는 공공 도서관으로, 예술 전문 자료실, 음악 CD·악보 컬렉션, 북 라운지까지 갖추고 있다. 고요한 공간에 앉아 창밖 연못을 내려다보며 책장을 넘기고 있으면, 마치 도시 전체가 잠시 멈춘 듯한 기분이 든다.


바비칸 센터 서가


특히 클래식 음악, 연극, 건축 관련 서적과 잡지가 충실하게 비치돼 있어 예술을 사랑하는 여행자라면 꼭 들러야 할 공간이다. 여행 중에도 잠깐의 고요와 책 냄새가 그리워진다면, 이곳에서 조용히 마음을 내려놓아 보자. 특히 ‘와이파이 빵빵’이 필수인 노마드족에겐 최고의 안식처다.


또, 바비칸 센터의 기념품샵은 ‘선물 가게’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전시, 공연, 영화 등 예술의 집합소답게 이곳은 예술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디자인 숍이나 다름없다. 자체 디자인 굿즈부터 전시 연계 상품, 예술 서적, 인디 브랜드 액세서리, 건축·디자인 관련 소품까지 감각적인 아이템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아트 프린트는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한정판들이 많아 예술적 감각을 여행의 추억으로 가져가기 딱 좋다.


기념품샵과 카페


  • 꿀팁 3!
    • 실내 열대식물원이 숨어 있으니 주말 오후에 산책 추천!
    • 저녁에는 콘서트홀에서 클래식 공연이나 실험영화 상영이 자주 열린다. 현장 예매도 가능!
    • 바비칸키친이라는 식당에서 중앙호수광장을 바라보며 식사하는 것도 추천!


바비칸 센터 (Barbican Centre)
주소 : Silk St, Barbican, London EC2Y 8DS 영국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다운트 서점 (Daunt Books)

 


다운트 서점 메릴본


다운트 서점은 단순한 동네 서점이 아니다. 1912년에 설립된 이곳은 오크 목제서가, 스테인드글라스 창, 자연광이 쏟아지는 아치형 천장으로 유명하다. ‘여행서를 위한 서점’이라는 독창적인 콘셉트는 물론,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섬세한 큐레이션 덕분에 수많은 책 애호가들의 버킷리스트가 되기도 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곳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로 여러 언론과 여행지 에 꼽혔다는 사실이다. BBC, 가디언, 내셔널지오그래픽, 타임아웃(Time Out) 같은 매체에서 “런던에서 가장 아름답고 특별한 서점”으로 극찬을 받았고, 독립서점상(Independent Bookseller of the Year)까지 수상하며 그 명성을 입증했다.


서가에는 영국은 물론, 전 세계의 여행서들이 나라별로 분류되어 여행자들을 기다린다. 무엇보다 이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여행서에 대한 남다른 큐레이션이다. 나라별로 정리된 책장을 따라 걷다 보면, 파타고니아, 이스탄불, 교토, 아이슬란드… 수많은 장소들이 찾아오라며 손짓한다.


특히 직원들의 섬세한 추천, 시차를 넘어 마음을 건네는 독립 출판물, 저자와 독자의 만남을 이어주는 이벤트까지, 이 모든 것이 이곳을 런던에서 가장 사랑받는 서점 중 하나로 만든 비결이다.


한국 문학 섹션도 있다.


  • 꿀팁 3!
    • 여행서를 고른 후 서점 안에서 바로 읽을 수 있는 작은 의자가 배치되어 있다.
    • 메릴번 하이 스트리트 자체가 소박하고 예쁜 상점들이 많아 산책 코스로 강추!
    • 런던에서 특별한 기념품을 찾는다면 이곳에서 책 한 권은 어떨지?


다운트 서점 (Daunt Books) 메릴본
주소 : 84 Marylebone High St, London W1U 4QW 영국
영업시간 : 월~토 09:00~19:30 / 일 11:00~18:00




낯선 시선과 마주하는 현대미술의 성소
헤이워드 갤러리 (Hayward Gallery)



헤이워드 갤러리


사우스뱅크 센터 한 쪽, 템스강을 따라 걷다 보면 독특한 외관의 콘크리트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이 바로 헤이워드 갤러리다. 1968년 문을 연 이곳은 런던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전시장으로, 브루탈리즘 건축의 거칠고 대담한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공간이다.


헤이워드 갤러리는 전통적인 미술관의 정적과는 다른 공기를 품고 있다. 이곳에서는 유명 작가의 회고전에서부터 신진 예술가들의 실험적인 전시까지, 예측 불가능한 전시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루이스 부르주아, 안야 갈라치오, 브리지트 라일리 등 이름만 들어도 숨이 차오를 만한 예술가들이 이 공간을 거쳐 갔다. “예측할 수 없기에 더욱 기대되는 공간”이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놀라움이 가득하다. 가수로 따지자면 딱 레이디 가가 같은 미술관이다. 관객을 당황시키면서 완벽한 만족감을 준다. 일부 전시 기간에는 옥상 테라스가 개방돼, 템스강과 런던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예술 작품뿐 아니라 도시 풍경까지 작품으로 만드는 이 갤러리의 센스는 특별하다.


갤러리 내 전시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몰입형 관람 경험이다. 관람객은 단순히 ‘보는 사람’이 아니라, 때로는 작품 속으로 들어가고, 작품을 건너가고, 그 한 부분이 되기도 한다. 작품 속에 스스로를 투영하며 관객을 예술작품의 한 부분으로 만드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 꿀팁 3!
    • 브루탈리즘 건축 사진을 찍고 싶은 분들에겐 최고의 촬영 명소!
    • 건물 옥상 테라스에서 보는 사우스뱅크 풍경!
    • 같은 건물 내 사우스뱅크 센터 북숍과 카페도 훌륭한 감성 충전 공간!


헤이워드 갤러리 (Hayward Gallery)
주소 : Hayward Gallery, Southbank Centre, Belvedere Rd, London SE1 8XX 영국
운영시간 : 10:00~18:00 (월요일 휴무)




글·사진 | 차현진

서울에서 방송 작가로 살다가 먼 북소리를 듣고 포틀랜드로 떠난 여행 요정. 에세이 『내겐 아직 연애가 필요해』를 썼다.
www.instagram.com/bborichaa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