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ohsiung |
혼자도 좋고 여럿도 좋은 가오슝 카페 투어
2주 남짓 갑작스런 여유가 생겨 대만행 티켓을 끊었다. 수많은 도시 중 내가 선택한 곳은 가오슝(高雄). 비행기로 단 2시간 30분이면 닿는 이 도시는 언제나 조용하고 한적하고 여유롭다. 무엇보다도 곳곳에 맛있고 향긋한 커피를 파는 카페가 많다. 대만의 가오슝에 가면 들러보면 좋은 개성 넘치는 카페들을 소개한다.

빠다러우
가오슝의 좁은 골목 안쪽 '빠다러우' 카페는 그 이름처럼 소박하다. '8번 건물의 카페'라는 단순한 의미를 지닌 곳으로 오후 1시에 문을 열고, 밤 늦게까지 문을 연다. 주인은 서툴지만 인내심 있게 영어로 외국 손님을 맞아 준다. 대만의 더위에 적응이 안 됐을 손님을 위해 서둘러 에어컨과 선풍기를 켜고 편한 자리에 앉으라 한다. 1층은 바와 자그마한 좌석이 있고, 2층은 상대적으로 넓은 자리가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감 있는 인테리어와 따스한 공간. 빈 액자들은 곧 열릴 행사 포스터로 채워져 있었고, 관련 팸플릿들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정겨운 실내 장식
커피는 주인장의 추천을 받은 핸드 드립 커피. 가볍고 산미가 느껴지는 아로마커피로 주문했다. 바깥의 더위에 지쳐있던 터라 아주 차갑게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10분이 지나고 나서야 커피가 나온다. 에스프레소보다 오래 걸렸지만, 그 기다리는 시간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입안에 퍼지는 아로마의 풍미, 혀끝을 깨우는 생동감 있는 산미, 그리고 깔끔한 여운이 남았다.

이름 그대로 풍미가 좋았던 커피
잇따라 들어오는 현지인들이 줄줄이 주문하던 애플파이는 얇은 페이스트리 속 잼이 과하게 달지 않아 커피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현지인들처럼 꼭 하나 주문해서 커피와 곁들이기를.

커피와 곁들이면 좋을 애플파이
빠다러우 捌邸樓 咖啡
주소 : No. 46-1號, Bade 2nd Rd, Sinsing District, Kaohsiung City, 대만 800
영업시간 :13:00~18:00 (월화 휴무)

이동이 카페 차음
독특하고 기깔나게 맛있는 커피를 마셔보고 싶은 곳에 찾은 ‘이동이 카페 차음’. 구글 평점이 무려 4.8점이고, 사진만 보아도 분위기가 독특해 보인다. 카페명 '이동이 카페 차음(一等一咖啡茶飲)'은 직역하자면 '1등 커피'라는 뜻이다. 이 카페는 구석에 작게 걸린 간판과 입구에 잔뜩 서 있는 화분 때문에 쉽게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다. 확신이 서지 않은 상태에서 안으로 들어서니 골동품점을 연상케 하는 묘한 물건들이 벽과 천장까지 장식하고 있었다.

이동이 카페 차음의 내부
손님은 소수의 나이 든 사람들뿐. 내가 들어서자 백발의 단발머리 할아버지가 다가와 중국어로 무언가를 말한다. 내가 외국인임을 파악하자마자 그는 단순하게 "HOT? ICE?"라고 물었다. 무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걸어온 터라 차가운 음료로 부탁했다.
잠시 후 유리잔에 얼음이 떨어지는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이내 차가운 커피 한 잔이 내 앞에 놓였다. 할머니 집에서나 볼 법한 묘하게 화려한 유리컵에 담긴 모습이 매력적이다.

첫 모금을 들이켜면 예상 외로 짙고 깊은 맛이 입안을 감싼다. 흐릿할 것만 같았던 외관과 달리, 그 맛은 인상적인 깊이를 지니고 있다. 카페 주인장은 커피를 내어준 후 우측의 다도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손님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원두를 갈고, 손님과 대화하며, 커피를 내리는 모든 일이 그 자리에서 이루어졌다. 때로는 전화로 주문을 받고 미리 커피를 준비해 두기도 했다. 마치 옛 다방을 연상케 하듯 중년의 단골들만이 끊임없이 오가는 사랑방 같은 분위기였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 공간에서, 나는 현대적 카페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정취를 만끽했다.
이동이카페차음等一咖啡茶飲
주소 : No. 28之1號, Xinxing St, Yancheng District, Kaohsiung City, 대만 803
영업시간 : 오전 10:00~18:00 / 20:00~22:00

가오슝의 조용한 거리를 걷다 마주한 '진심두행(真心豆行)'의 치셴점은 가볍게 빵 한조각과 커피를 마시기 좋은 곳이다. 깔끔한 목재와 투명한 유리창으로 마감된 외관은 현대적이면서도 따뜻한 감성을 담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은은하게 퍼지는 갓 볶은 원두 향이 방문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내부는 미니멀하면서도 세심한 디테일이 돋보였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따뜻한 조명, 나무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벽에 걸린 대만 로컬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한쪽 벽면에는 다양한 원두가 정갈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평범하게 아메리카노와 프렌치 토스트를 주문.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딱 상상했던 그 맛이었다. 예상보다 약간의 산미를 더한. 계란물에 푹 젖어 고소하게 구운 프랜치토스트는 부드러웠다. 여기에 시럽까지 뿌려먹으니 완벽 그 자체. 조용한 아침식사를 즐기기에 딱 알맞다.

현대적이면서도 따뜻해 보이는 실내
방문객 대부분은 현지인들이었고, 그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여유롭게 커피를 음미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어떤 이들은 노트북을 펼쳐 조용히 작업에 몰두하기도 했다. 대화 소리, 커피 내리는 소리, 그리고 잔잔한 재즈 음악이 어우러져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커피와 프렌치토스트
真心豆行 - 七賢分店
주소 : No. 365號, Qixian 2nd Rd, Qianjin District, Kaohsiung City, 대만 801
영업시간 : 09:00~18:00
미니 디 커피 자립관(MINI.D COFFEE自立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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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디 커피 자립관
가오슝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주택가에 위치한 'MINI.D COFFEE 자립관(自立館)'은 그 이름처럼 작지만 독립적인 정체성이 돋보이는 카페였다. 늦은 시각까지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기에 좋은 곳이랄까.
내부는 뜻밖에도 넓고 탁 트인 공간이었다. 높은 천장과 커다란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이 공간 전체를 따스하게 비추고 있었다. 인테리어는 심플한 북유럽 스타일. 단정한 목재 가구와 흰색 벽면, 그리고 곳곳에 배치된 녹색 식물들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가오슝 도시 풍경과 실내가 대비를 이룬다.
'MINI.D 스페셜'이라는 메뉴가 눈에 들어와 스페셜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디저트 종류가 다양하게 있었지만 저녁을 배부르게 먹었기에 꾸욱 참았다. 커피는 테이크아웃 잔에 내어주었고, 2층으로 올라가 사람들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카페라테는 기대 이상. 고소하면서도 단맛이 느껴지는 커피는 한 모금만 맛보아도 퀄리티가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카페는 조용히 북적였다. 노트북을 펼쳐 작업하는 사람들, 친구와 담소를 나누는 이들, 그리고 혼자 책을 읽는 사람들까지. 각자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묘하게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듯했다.

커피 맛도 굿!
MINI.D COFFEE自立館
주소 : No. 117號, Zili 2nd Rd, Qianjin District, Kaohsiung City, 대만 801
영업시간 07:30~22:00
글·사진 | 엄지희

8년 차 프리랜서 여행 에디터. 관광청 잡지, 가이드북, 여행 매거진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을 한다. 콘텐츠를 위해 여행하기보다는 여행 속에서 콘텐츠를 발견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일과 여행을 늘 병행하며 산다.
www.instagram.com/jimongmong_
편집 | 이주호 · 신태진 에디터
| Kaohsiung |
혼자도 좋고 여럿도 좋은 가오슝 카페 투어
2주 남짓 갑작스런 여유가 생겨 대만행 티켓을 끊었다. 수많은 도시 중 내가 선택한 곳은 가오슝(高雄). 비행기로 단 2시간 30분이면 닿는 이 도시는 언제나 조용하고 한적하고 여유롭다. 무엇보다도 곳곳에 맛있고 향긋한 커피를 파는 카페가 많다. 대만의 가오슝에 가면 들러보면 좋은 개성 넘치는 카페들을 소개한다.
빠다러우 카페 (捌邸樓 咖啡)
빠다러우
가오슝의 좁은 골목 안쪽 '빠다러우' 카페는 그 이름처럼 소박하다. '8번 건물의 카페'라는 단순한 의미를 지닌 곳으로 오후 1시에 문을 열고, 밤 늦게까지 문을 연다. 주인은 서툴지만 인내심 있게 영어로 외국 손님을 맞아 준다. 대만의 더위에 적응이 안 됐을 손님을 위해 서둘러 에어컨과 선풍기를 켜고 편한 자리에 앉으라 한다. 1층은 바와 자그마한 좌석이 있고, 2층은 상대적으로 넓은 자리가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감 있는 인테리어와 따스한 공간. 빈 액자들은 곧 열릴 행사 포스터로 채워져 있었고, 관련 팸플릿들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정겨운 실내 장식
커피는 주인장의 추천을 받은 핸드 드립 커피. 가볍고 산미가 느껴지는 아로마커피로 주문했다. 바깥의 더위에 지쳐있던 터라 아주 차갑게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10분이 지나고 나서야 커피가 나온다. 에스프레소보다 오래 걸렸지만, 그 기다리는 시간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입안에 퍼지는 아로마의 풍미, 혀끝을 깨우는 생동감 있는 산미, 그리고 깔끔한 여운이 남았다.
이름 그대로 풍미가 좋았던 커피
잇따라 들어오는 현지인들이 줄줄이 주문하던 애플파이는 얇은 페이스트리 속 잼이 과하게 달지 않아 커피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현지인들처럼 꼭 하나 주문해서 커피와 곁들이기를.
커피와 곁들이면 좋을 애플파이
이동이 카페 차음(一等一咖啡茶飲)
이동이 카페 차음
독특하고 기깔나게 맛있는 커피를 마셔보고 싶은 곳에 찾은 ‘이동이 카페 차음’. 구글 평점이 무려 4.8점이고, 사진만 보아도 분위기가 독특해 보인다. 카페명 '이동이 카페 차음(一等一咖啡茶飲)'은 직역하자면 '1등 커피'라는 뜻이다. 이 카페는 구석에 작게 걸린 간판과 입구에 잔뜩 서 있는 화분 때문에 쉽게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다. 확신이 서지 않은 상태에서 안으로 들어서니 골동품점을 연상케 하는 묘한 물건들이 벽과 천장까지 장식하고 있었다.
이동이 카페 차음의 내부
손님은 소수의 나이 든 사람들뿐. 내가 들어서자 백발의 단발머리 할아버지가 다가와 중국어로 무언가를 말한다. 내가 외국인임을 파악하자마자 그는 단순하게 "HOT? ICE?"라고 물었다. 무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걸어온 터라 차가운 음료로 부탁했다.
잠시 후 유리잔에 얼음이 떨어지는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이내 차가운 커피 한 잔이 내 앞에 놓였다. 할머니 집에서나 볼 법한 묘하게 화려한 유리컵에 담긴 모습이 매력적이다.
첫 모금을 들이켜면 예상 외로 짙고 깊은 맛이 입안을 감싼다. 흐릿할 것만 같았던 외관과 달리, 그 맛은 인상적인 깊이를 지니고 있다. 카페 주인장은 커피를 내어준 후 우측의 다도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손님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원두를 갈고, 손님과 대화하며, 커피를 내리는 모든 일이 그 자리에서 이루어졌다. 때로는 전화로 주문을 받고 미리 커피를 준비해 두기도 했다. 마치 옛 다방을 연상케 하듯 중년의 단골들만이 끊임없이 오가는 사랑방 같은 분위기였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 공간에서, 나는 현대적 카페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정취를 만끽했다.
진심두행(真心豆行)
가오슝의 조용한 거리를 걷다 마주한 '진심두행(真心豆行)'의 치셴점은 가볍게 빵 한조각과 커피를 마시기 좋은 곳이다. 깔끔한 목재와 투명한 유리창으로 마감된 외관은 현대적이면서도 따뜻한 감성을 담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은은하게 퍼지는 갓 볶은 원두 향이 방문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내부는 미니멀하면서도 세심한 디테일이 돋보였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따뜻한 조명, 나무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벽에 걸린 대만 로컬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한쪽 벽면에는 다양한 원두가 정갈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평범하게 아메리카노와 프렌치 토스트를 주문.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딱 상상했던 그 맛이었다. 예상보다 약간의 산미를 더한. 계란물에 푹 젖어 고소하게 구운 프랜치토스트는 부드러웠다. 여기에 시럽까지 뿌려먹으니 완벽 그 자체. 조용한 아침식사를 즐기기에 딱 알맞다.
현대적이면서도 따뜻해 보이는 실내
방문객 대부분은 현지인들이었고, 그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여유롭게 커피를 음미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어떤 이들은 노트북을 펼쳐 조용히 작업에 몰두하기도 했다. 대화 소리, 커피 내리는 소리, 그리고 잔잔한 재즈 음악이 어우러져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커피와 프렌치토스트
미니 디 커피 자립관(MINI.D COFFEE自立館)
미니 디 커피 자립관
가오슝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주택가에 위치한 'MINI.D COFFEE 자립관(自立館)'은 그 이름처럼 작지만 독립적인 정체성이 돋보이는 카페였다. 늦은 시각까지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기에 좋은 곳이랄까.
내부는 뜻밖에도 넓고 탁 트인 공간이었다. 높은 천장과 커다란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이 공간 전체를 따스하게 비추고 있었다. 인테리어는 심플한 북유럽 스타일. 단정한 목재 가구와 흰색 벽면, 그리고 곳곳에 배치된 녹색 식물들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가오슝 도시 풍경과 실내가 대비를 이룬다.
'MINI.D 스페셜'이라는 메뉴가 눈에 들어와 스페셜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디저트 종류가 다양하게 있었지만 저녁을 배부르게 먹었기에 꾸욱 참았다. 커피는 테이크아웃 잔에 내어주었고, 2층으로 올라가 사람들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카페라테는 기대 이상. 고소하면서도 단맛이 느껴지는 커피는 한 모금만 맛보아도 퀄리티가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카페는 조용히 북적였다. 노트북을 펼쳐 작업하는 사람들, 친구와 담소를 나누는 이들, 그리고 혼자 책을 읽는 사람들까지. 각자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묘하게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듯했다.
커피 맛도 굿!
글·사진 | 엄지희
8년 차 프리랜서 여행 에디터. 관광청 잡지, 가이드북, 여행 매거진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을 한다. 콘텐츠를 위해 여행하기보다는 여행 속에서 콘텐츠를 발견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일과 여행을 늘 병행하며 산다.
www.instagram.com/jimongmong_
편집 | 이주호 · 신태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