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미식] 술과 음식으로 입이 즐거운 교토 여행 맛집 3곳!

2025-09-26

| Kyoto |


대중적인 이자카야부터 현대적인 미식까지 교토 여행 맛집 3곳!


천년 넘게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는 고궁, 사찰, 문화 유산이 어우러진 고즈넉한 도시다. 골목마다 깃든 전통의 아름다움만큼이나 교토의 식문화는 옛 맛을 보존하며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한국의 백반처럼 정갈한 오반자이, 예술적인 플레이팅의 가이세키, 식초 절임으로 완성된 하코스시는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교토 만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교토는 이러한 전통적인 음식뿐 아니라 대중적인 이자카야와 현대적 미식까지 아울러 여행자의 입을 즐겁게 할 맛집이 많이 있다. 도시 경관과 문화뿐 아니라 술과 음식까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교토 여행 맛집 세 군데를 소개한다. 




저렴하게 먹고 마시는 편안한 분위기의 이자카야 
주카이(寿海千丸店)


주카이 외관


교토의 니시키 시장 근처, 번화가에서 살짝 벗어난 조용한 골목에 자리 잡은 이자카야 주카이는 40년 넘게 지역 주민과 여행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아담한 이자카야다. 이곳은 노부부가 오랜 세월 운영해 오다 현재는 할머니와 아들이 가게를 이어가고 있다.


메뉴판이 벽에 다닥다닥 붙어있다.


가게에 들어가기 전에 빨간 벽돌 건물에 흰색 큰 글씨로 대중주점 주카이라고 적힌 파란 천막이 눈에 띈다. 가게 외관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투박한 스타일로 화려하지 않지만 정감 있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소박한 분위기와 오래된 인테리어가 따뜻하다. 가게 안은 10~15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아담한 공간으로, 카운터석과 소규모 테이블 2~3개로 이뤄져 있다. 벽에는 손님들이 남긴 메모나 오래된 사케 병, 지역 축제 포스터 등이 장식되어 있고 메뉴를 적은 종이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주카이는 저렴한 가격, 소박한 매력, 그리고 배불리 먹고 마실 수 있는 푸짐한 음식으로 유명하며, 일본 유명 매거진 <뽀빠이>에서도 “아무리 먹어도 1인당 5,000엔을 넘기기 어려운 가성비 맛집”으로 소개된 바 있다. 주카이의 대표 메뉴는 깊은 감칠맛이 일품인 오뎅 탕으로, 무, 곤약, 어묵, 등이 다시마와 가다랑어 육수에 푹 끓여져 나온다. 특히 무는 오랜 시간 끓여 부드럽고 짭짤한 맛이 배어 술안주로 제격이다. 오늘의 생선회는 500엔이라는 놀라운 가격으로 사케와 좋은 궁합을 이루며 구운 주먹밥과 돈까스, 멸치튀김, 비엔나까스, 튀긴 두부인 아게다시 도후 등 일본 가정식에 가까운 가벼운 안주가 많다.


이처럼 주카이의 안주는 화려하지 않지만, 집밥처럼 정성스럽고 담백한 맛으로 할머니 집에 놀러 온 듯한 정겨움을 선사한다. 음료는 생맥주, 지역 양조장의 사케, 소주, 하이볼, 레몬 사와 등 다양하며, 가격은 400~800엔 정도이다. 1인당 음식과 음료를 포함해 2,500~4,000엔이면 배불리 즐길 수 있다. 교토에서 소박한 분위기의 이자카야에서 저렴하고 배불리 먹고 마시고 싶다면 주카이 만한 곳이 없다.


아게다시 도후와 하이볼


주카이(寿海千丸店)
주소 : 491-3 Nakatsukasacho, Kamigyo Ward, Kyoto
전화번호 : +81758413609
영업시간 : 오후 5시~오후 11시 (일요일 휴무)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모츠나베 토라야(もつ鍋 寅屋)



토라야의 모츠나베


교토의 미식 골목인 폰토초에 자리 잡은 토라야는 모츠나베로 유명한 가게이다. 모츠나베는 신선한 소 곱창과 채소를 푹 끓여 깊은 국물과 쫄깃한 곱창의 풍미가 어우러진 곱창 전골이다. 1층은 긴 테이블의 다찌석으로 혼밥에 적합하고, 2층은 테이블석으로 여러 명이 함께 식사하기 좋다. 기본 모츠나베는 1,815엔, 곱창 듬뿍 모츠나베는 2,178엔이며, 1인분 주문도 가능해 혼자 방문해도 부담 없다. 기본 모츠나베는 곱창 양이 적은 편이라 나중에 곱창을 추가하면 비용이 더 많이 든다. 따라서 곱창을 넉넉히 즐기고 싶다면 처음부터 곱창 듬뿍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주문하면 양배추, 숙주, 부추, 곱창 등이 냄비에 담겨 나오며, 테이블의 인덕션에서 직접 조리해 먹는다. 직원이 조리 과정을 도와주고 적절한 타이밍에 먹을 시간을 알려줘 편리하게 식사할 수 있다.


토라야의 모츠나베는 신선한 일본산 곱창, 에도 시대부터 이어온 노포 된장 가게의 흰 된장, 그리고 천연 재료로 10시간 이상 우린 육수를 사용한다. 곱창은 쫄깃하고 곱이 풍부하며, 비린내 없이 부드럽다. 흰 된장 베이스의 국물은 진하면서도 담백하고 은은한 단맛이 감돈다. 끓이는 시간에 따라 담백한 맛에서 농후한 맛으로 변해 다양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 매운 곱창 전골에 익숙한 한국인 입맛에는 다소 심심할 수 있지만, 고춧가루, 깻가루, 산초가루, 시치미, 가쓰오부시가 제공되어 취향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인덕션에 끓여 먹는 모츠나베


모츠나베를 다 먹은 뒤에는 죽, 통밀면, 또는 우동 사리를 추가해 국물의 깊은 맛을 마무리할 수 있다. 모츠나베 자체는 가격이 합리적이지만, 자릿세 495엔과 추가해 먹는 죽과 면의 요금이 따로 붙어 예상보다 비용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기름진 모츠나베에 술이 빠질 수는 없다. 생맥주, 하이볼, 소주 외에도 사케 한 병이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해 300ml 소용량 사케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취향에 맞게 곁들일 수 있다. 식사 후에는 녹차 아이스크림과 차 한 잔이 디저트로 제공되어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남은 국물로 죽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가격은 다소 높은 편이지만, 세련된 분위기와 친절한 서비스로 대접받는 느낌을 줘서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하다. 폰토초의 좁은 골목을 걷다 발견한 토라야에서 뜨거운 모츠나베와 차가운 맥주로 교토의 밤을 만끽해보자. 예약도 가능하다.


느끼한 모츠나베에는 맥주가 궁합이 좋다.


모츠나베 토라야(もつ鍋 寅屋)
주소 : 205-1 Shimokorikicho, Nakagyo Ward, Kyoto
전화번호 : +81752221660
영업시간 : 오후 5시~오후 11시
예약하기 : retty.me/area/PRE26/ARE108/SUB10803/100000035765/
www.hotpepper.jp/strJ001187782/yoyaku/?vos=othpporgzzzzx00000001




교토의 전통적인 스시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이즈쥬(いづ重)



전통적인 분위기의 외관 <출처 : 이즈쥬 공식 홈페이지>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기온의 길을 고즈넉하게 걷다 보면 야사카신사 입구 건너편에 이즈쥬를 만날 수 있다. 1910년부터 100년 넘게 이어온 이즈쥬는 교토 스시의 전설이자 초밥 애호가들의 순례지이기도 하다. 가게 내부는 전통적인 교토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입구의 운치 있는 정원과 가게 안의 나무 카운터, 소박한 인테리어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사바 스시, 즉 고등어초밥이며, 교토의 전통적인 스시 문화를 따른다. 내륙에 위치한 교토는 신선한 생선을 구하기 어려워 예로부터 초절임 기법으로 초밥을 만들었다. 이즈쥬의 사바 스시는 내장과 뼈를 제거한 고등어를 소금과 식초에 절여 김밥처럼 말고 다시마로 감싼 요리다. 한 입 베어 물면 부드럽고 짭짤한 고등어의 풍미와 쫀득한 밥, 다시마의 감칠맛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퍼진다.


고등어초밥과 디럭스 하코스시 등을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3인 세트


고등어초밥 외에도 교토 스타일 스시인 하코스시와 이나리스시도 이즈쥬의 대표 메뉴이다. 하코스시는 “상자”를 뜻하는 하코(箱)에서 유래하며, 나무 틀에 쌀밥과 생선을 층층이 쌓아 눌러 만든 직사각형 스시다. 이나리스시는 양념한 유부에 쌀밥과 채소를 채워 만든 스시로, 달콤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사바 스시는 6피스에 2,820엔, 이나리스시는 5피스에 950엔, 디럭스 하코스시는 2,160엔이다. 고등어 초밥을 포함해서 이런 다양한 스시를 먹고 싶다면 세트 메뉴를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매장에서는 전통적인 포장 방식인 대나무 잎에 싼 초밥도 판매해 기차역에서 먹거나 선물용으로도 좋다.


고등어 초밥과 세트에 포함된 초밥


이즈쥬는 점심시간에 특히 붐비니, 한적한 오후 시간인 2시부터 4시를 노리는 것이 좋고, 아니면 예약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가게에서 먹는 것이 가장 좋지만 만약에 시간이 없을 경우 기온 매장, 신칸센 교토역, 다카시마야 교토점, 다카시마야 오사카점 중에서 수령할 수 있는 곳을 골라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수령해서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온 매장이야 말로 교토적인 정취와 함께 교토만의 독특한 스시 문화를 즐기기에 적합한 장소인 것은 분명하다.


맥주를 빼놓을 수는 없다.


이즈쥬(いづ重)
주소 : 292-1 Gionmachi Kitagawa, Higashiyama Ward, Kyoto
전화번호 : +81755610019
영업시간 : 금요일~화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7시 (수, 목 휴무)
홈페이지 : gion-izuju.com/




글·사진 | 김재은(젠젠)

세상의 모든 술을 다 먹어 보고 싶은 여행자. 길 위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재미나게 사는 게 인생 최고의 목표.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크루즈를 타고 바다를 항해한 후 <어쩌다. 크루즈>를 썼고, 크루즈 세계 일주를 천천히 이어가고 있다. 춘자와 <카페, 라다크>를 공저했고 지금은 전 세계를 다니며 마신 술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고 있다.
www.instagram.com/zenzen_cru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