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식] 트롬쇠의 하루를 책임진다, 삼시 세끼 코스 추천

2025-10-10

| Tromsø |


트롬쇠에서의 맛있는 하루


Tromsø에는 서서히 겨울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눈이 심심찮게 내리고 공기는 차갑습니다. 아직 눈쌓인 겨울이 오지 않은 이 시기, 트롬쇠에서 어딜 가서 무얼 해야 좋을지 이곳저곳 간을 보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참에 그리게 된, Tromsø 시내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먹고 마시면 좋을 ‘삼시세끼’ 동선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Risø mat & kaffebar


Risø mat & kaffebar


2년 전 북극의 겨울이 시작 될 무렵, Tromsø에 처음 도착하자마자 갔던 카페입니다. 트롬쇠에서는 꽤 드물게 북적북적,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원래도 Tromsø 주민들이 자주 발걸음하는 곳인데 근 몇 년 사이 여행객들의 must-visit 카페가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Risø mat & kaffebar 실내


고품질의 커피 맛은 물론, 진한 스칸디나비아 분위기와 친절한 카페 직원들이 입소문을 탄 듯합니다. 처음 Tromsø에 와 우연히 들어온 날부터 단골이 된 저 또한 백 번 동의합니다. 내향인으로서 마음이 편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지는 응대와 분위기여서 자주 오게 되는 카페입니다.


Tromsø 중앙 터미널에서도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인지 캐리어를 들고 온 손님들도 많습니다.


언제나 아늑한 카운터


기본 커피 메뉴들과 차 외에도 수제 샌드위치, 오믈렛, 매일 바뀌는 오늘의 수프 등과 같은 브런치 메뉴, 시나몬 번(강추!)과 브라우니 같은 디저트들을 주문할 수 있고, 모두 신선한 로컬 재료들로 만들어집니다. 카페 천장 북부 노르웨이 방언(dialect)으로 적힌 문장이 눈에 띄었어요.


카페 내부 및 테이블. 피크 타임이 아닐 때에는 책 읽기 좋은,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더 잘 살아나는 듯합니다. 사람이 많을 때는 옆자리에 낯선 사람과 앉게 될 수도 있는데, 카페 분위기를 따라가는 건지 이곳에선 그런 조우도 따뜻하고 매력 있게 느껴집니다.


아점 메뉴로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서 주문한 오늘의 수프(렌틸 콩 수프)와 카푸치노

Hylleblomstdrikk은 엘더플라워(elderflower) 음료입니다.
노르웨이 로컬 음료는 아니고 자주 보이지도 않지만,  그 은은한 향긋함을 좋아해서 소개해 봅니다.


Risø mat & kaffebar
주소 : Strandgata 32, 9008 Tromsø
영업시간 : 평일 08:00~20:00, 토요일 09:00~17:00 (일요일 휴무)




Svermeri Kafé og Redesign
 


Svermeri Kafé og Redesign


Tromsø 시내 중심가에 있는,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숨겨진 보석 같은 빈티지 카페입니다. 앤틱한 실내 인테리어와 다양한 수제 케이크, 수프로 유명합니다. Polar Museum 근처에 위치해 있고, 곧 이어 소개할 산책로 가는 길에 있어서 여러모로 Tromsø 시내 여행 동선에 넣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카페 카운터 너머 풍경.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빈티지한 느낌의 머그컵과 그릇 진열장이 보입니다.


날씨가 정말 화창했지만 기온은 0도를 겨우 웃도는 날이었는데요, 햇볕이 귀한 노르웨이에서는 햇빛이 비치는 한, 두꺼운 울 스웨터와 선글라스를 걸친 채 노상에서 커피를 홀짝이는 현지인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아직 그 레벨에는 미치지 못해 망설임 없이 실내로 들어갔습니다.


실내 소품과 쇼케이스


모든 커피는 디카페인과 오트 밀크 옵션으로도 주문이 가능하고, 비건 수프와 채식주의자를 위한 일부 식사 메뉴도 제공됩니다.


소문대로 케이크 종류가 많아 고르는 동안 행복한 고민을 했습니다! 머랭이 올라간 아몬드 베이스에 신선한 라즈베리 소스를 곁들인 Gubbens Tøffelkake와 코코넛 베이스의 Islandkake를 추천해요. 이날은 친절한 카페 직원의 설명을 참고해 시그니처 메뉴인 Islandkake부터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이곳의 모든 케이크를 도장 깨기 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카페 내부 모습 및 전경


카운터에서 반 층 아래로 내려가면 자리를 잡을 공간이 나옵니다. 오렌지 빛 햇볕에 비춰지는 녹색 톤의 공간과 그 안에 놓인 손때 묻은 빈티지 가구와 소품들이 조화롭고 아늑했습니다. 참고로 노트북 사용은 지양하는 카페입니다. 대신 들고 온 책을 꺼내 읽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후식으로 주문한 디카페인 카푸치노와 Islandkake


한국인이 디저트를 칭찬하는 방법에 ‘달지 않다‘가 있지요. 노르웨이 케이크들은 사실 유럽 내에서도 꽤 많이 단 경향이 있는데 여기서 먹은 Islandkake는 달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향과 코코넛 베이스의 쫀득한 식감이 정말 맛있습니다! 당근 케이크도 호평이 자자하던데, 벌써 다음 방문이 기다려져요.


Svermeri Kafé og Redesign
주소 : Skippergata 2, 9008 Tromsø
영업시간 : 화~토 10:00~16:00, 일 11:00~16:00 (월요일 휴무)




Porten til Ishavet
 


Porten til Ishavet


Porten til Ishavet는 Tromsø 해안가에 설치된 예술 작품으로, ‘북극으로 향하는 관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이곳 Tromsø 출신의 예술가 Marit Bockelie가 제작하였으며, Tromsø의 북극 도시라는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기념합니다.


2024년 9월에 설치되어 꽤 최근에 생긴 도시 랜드마크입니다. 조형물 자체 뿐 아니라 Arctic Cathedral과 Tromsø대교, 그 주변 자연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뷰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Polar Museum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고, 시내 중심에서 걸어서 가기에 좋습니다. 즉슨, Svermeri Kafé og Redesign 에서도 가깝다는 이야기이지요.


가는 길 팁!
구글맵에 나와 있는 원 주소를 치고 따라가기보다는 Vervet Adventures로 검색해서 가시기를 추천합니다.
걷기 훨씬 좋은 해안가 산책로가 나오거든요. 


Vervet 건물 단지 옆 산책로. 이 길을 따라 가다 보면 ‘북극으로 향하는 관문’에 도달하게 됩니다.

가는 길에 곳곳에 놓여 있는 벤치에는 북극 탐험가들의 이름과 얼굴이 새겨져 있습니다.


Tromsø에서 보이는 해안은 Tromsøysundet라는 이름의 해협으로 노르웨이 해의 일부입니다. 북극해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해협인 셈이지요. 이 먼 북극 도시에 오기 전까지는 북극의 봄여름을 상상도 못했는데요, 거의 7개월간의 긴 겨울 끝에 4월 말이면 드디어 봄이 오는 게 느껴지고 짧은 여름을 지나 10월이면 다시 기나긴 겨울에 접어듭니다. 


관문 너머로


관문의 아치를 렌즈 삼아 앞에 놓인 푸른 바다와 건너편 Arctic Cathedral과 Tromsdalstinden의 설산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특히 구름 한 점도 없이 화창한 날씨 덕분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게 푸른 팔레트의 향연이었어요. 그 풍경에 넋을 놓고 있자니, 북유럽 신화 속 세계관으로 입수할 것만 같은 관문에 서 있는 듯했습니다. 약 6m 높이의 아치 모양의 작품 앞뒤 면에는 노르웨이의 화강암을 주요 소재로 한 모자이크가 수놓아져 있습니다.


Tromsø 대교(Tromsøbrua)


관문에서는 Tromsø의 상징적인 풍경 중 하나인 Tromsø 대교(Tromsøbrua)도 볼 수 있어요. 이 다리는 Tromsøya 섬과 본토의 Tromsdalen 지역을 연결합니다. Tromsø 공항과 시내 중심가는 모두 Tromsøya 섬에 있어요. 걸어서도 다리를 건너갈 수 있고, 겨울철에는 특히 오로라를 관찰하기 좋은 스팟으로도 알려져 있어요.


Porten til Ishavet
주소 : Nordøstpassasjen 33, 9008 Tromsø




Tapas Tromsø
 

 

Tapas Tromsø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타파스 레스토랑입니다. 전통적인 스페인 타파스에 노르웨이 북부의 지역 식재료를 접목시킨 독특한 메뉴들로 인기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 킹크랩, 대구, 홍합, 순록고기 등을 활용한 다양한 타파스가 있습니다. 최근에 다비치 강민경님의 노르웨이 여행 유튜브 영상에도 맛집으로 소개 되었더라고요! 제 가게도 아닌데 괜한 뿌듯함이 들었달까요.


넓고 아늑한 분위기의 내부. 새삼 노르웨이 건물은 어디든 채광이 잘 되도록 설계되어 있는 걸 깨닫습니다.

식사 메뉴판


타파스라는 메뉴의 특성상 혼자보다는 여럿이 같이 와서 다양한 메뉴를 주문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이 지역에서 신선하게 공급되는 순록 고기와 조개류 메뉴가 특히 인기가 많다고 해서 훈제 순록 고기 메뉴인 Reinsdyrtrio와 홍합 찜 Blåskjell을 주문했습니다.


코코넛과 페퍼소스가 곁들여진 홍합찜과 노르웨이 전통 방식으로 훈제 요리한 순록 고기


순록 고기에는 사워크림과 링곤베리(lingonberry)가 곁들여져 나옵니다. 사워크림과 링곤베리는 노르웨이 육류 요리에 자주 쓰이는 재료인데, 순록 고기 요리에도 자주 어울리는 재료입니다. 링곤베리의 새콤달콤함(새콤함 90%, 달콤함 10%)이 고기 특유의 텁텁함을 잡아주는 듯해요. 추가로 노르웨이의 Flatbrød(flat bread)도 같이 곁들여져 나왔습니다. 노르웨이 플랫 브레드(Flatbrød)는 굉장히 얇고, 한국의 조미김 같이 아주 바삭한 식감이에요. 정말 맛있었어요! 


바삭한 플랫브레드 위에 순록 고기를!


Tapas Tromsø
주소 : Stortorget 5, 9008 Tromsø




Emmas Drømmekjøkken og Vinbar
 


Tromsø 대성당 맞은 편에 위치한 Emmas Drømmekjøkken og Vinbar


시내 중심가의 대성당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겸 와인바입니다. 1층은 와인바, 2층은 레스토랑, 3층은 특별한 모임을 위한 ‘Kammerset’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레스토랑의 경우 계절에 따라 6코스 및 9코스 메뉴를 제공하며, 와인바에서는 와인, 칵테일과 함께 간단한 식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날은 저녁 식사 이후 와인바로 방문해 보았는데요, 저녁 식사 후 2차로 아늑하고 조용한 곳에서 와인이나 칵테일을 마시러 오기에 좋습니다.


1층 주방과 와인바 내부


이렇게 환한 곳에서 즐기는 아늑하고 아기자기 한 느낌의 와인바는 색다른 매력이었습니다. 벽에 진열된 와인 병마다 글라스/보틀 가격이 적혀 있습니다. 와인바인데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아기자기 귀여운 인상이에요.

 

1층 와인바 창밖으로 보이는 Tromsø 대성당과 테이블


운전을 해야 하는 관계로 루바브와 레몬맛 무알코올 칵테일을 주문했습니다. 무알코올 맥주도 있고요. 술알못이라 원하는 맛을 바텐더 직원에게 설명했더니 최상의 조합으로 척척 만들어주셨습니다. 비록 무알콜이지만 안주를 놓칠 순 없죠! 오늘의 수프와 계절 테이스팅 메뉴인 Local cured meat platter를 주문했습니다. Meat platter에는 씨앗 플랫 브레드와 올리브, 그리고 세 가지 종류의 숙성된 육류(양고기, 살라미, 순록 고기)가 제공되었습니다. 확실히 북부에서 순록 고기를 보다 흔하게 먹긴 하네요.


감자 수프와 미트 플래터


이날의 수프는 오리 고기를 곁들인 크림 감자 수프였는데요, 수프 위에는 허브로 만든 비스킷이 올려 나왔습니다. 정말 부드럽고 깔끔해서 Tromsø 에서 먹어본 수프 중에서 제일 맛있었어요! 와인바에서 나오는 수프 맛이 이 정도인데 코스 요리는 얼마나 맛있을까, 하고 셀프 영업 당했습니다.


2층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공간. 파인 다이닝을 이용할 경우 미리 예약을 해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Emmas Drømmekjøkken og Vinbar
주소 : Kirkegata 8, 9008 Tromsø
영업시간 : 17:00~01:00 (일, 월 휴무)




글·사진 | 김다래

여름을 사랑하지만 어쩌다 보니 겨울 왕국에 살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여름에 반했거든요. 해가 뜨지 않는 계절에도 여름의 온기를 떠올리며 씩씩하고 낭만 있게 사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