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식] 시칠리아 타오르미나에서 보내는 맛있는 하루

2025-11-13

| Taormina |


시칠리아의 지상 낙원, 타오르미나 미식 여행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타오르미나는 작지만 밀도 높은 도시이다. 고대 유적, 돌담길, 가파른 언덕과 해안 절벽, 그리고 그 사이를 부드럽게 흐르는 바람과 햇살. 괴테도 "지상 낙원의 문 앞에 섰다."고 표현할 정도로 아름다운 타오르미나의 리듬에 맞추어 맛있는 하루를 보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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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 타오르미나의 풍경




밤 바(Bam B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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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바(Bam Bar)

 

시칠리아 사람들은 아침에 뜨거운 커피보다 그라니따(Granita)를 즐긴다. 살얼음처럼 곱게 간 얼음에 생과일이나 견과류를 갈아 넣고, 설탕과 버터로 맛을 낸 둥근 빵인 브리오슈(brioche)와 함께 먹는 게 일반적이다. 아침부터 차가운 음료를 먹는 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먹어 보면 이곳의 습하고 더운 기후에 딱 맞는 선택임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타오르미나에서 유명한 곳은 밤 바(Bam Bar)다. 시내 중심에서 가까워 접근성도 좋기 때문에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가 찾는 그라니따 전문 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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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바의 그라니따

 

그라니따는 한국의 슬러시와 비슷하지만, 인위적인 단맛 대신 재료 본연의 맛이 제대로 살아 있다. 위에 얹은 생크림도 무겁지 않고 고소해서 조화롭다. 특히 Bam Bar의 좋은 점은 두 가지 맛을 선택 할 수 있어서 원하는 조합의 그라니따를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카페 안은 화사한 타일 장식과 손그림이 가득한 벽, 파란색과 노란색이 어우러진 시칠리아풍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다. 조금은 유쾌하고, 조금은 정열적인 색감 속에서 그라니따를 천천히 떠먹는 일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작은 여행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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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바의 내부


그라니따는 취향에 따라 다르게 즐길 수 있고, Bam Bar는 메뉴 구성도 다양해서 기회만 된다면 여러 번 가 보길 추천한다. 화려한 실내에 앉아서 먹는 맛과 시칠리아의 뜨거운 태양을 피한 테라스에서 먹는 맛이 다르다는 것도 이곳이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이다.


Bam bar
주소 : Via di Giovanni, 45, 98039 Taormina ME, 이탈리아
영업시간: 매일 7:30- 21:00 (월요일 휴무)




빌라 주카로(Villa Zuccaro)


6bcf83895555b.png빌라 주카로

 

Bam Bar에서 더운 몸을 식혔다면 타오르미나 중심 쇼핑 거리를 걸어보자. 걷다 보면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식당을 만나게 된다. 그 문 앞에 서면 누구나 사진을 찍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아름다워 눈길을 사로잡는, 빌라 주카로(Villa Zuccaro)다.

 

도착하자마자 친절한 직원이 식전주를 내주며 반겼다. 이런 작은 배려가 식당의 첫인상을 한층 따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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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라 주카로 내부

 

자리는 정원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안쪽 자리와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입구 근처 등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와인이 가지런히 진열된 선반 옆에 앉아 한 접시 한 접시 세심하게 플레이팅된 음식을 제공 받았다. 눈도 즐거운 예쁜 플레이팅이었다. 음식은 꽤 고급스럽지만, 실제로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도 이 식당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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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 빵, 생선요리, 오징어 튀김

 

점심 메뉴로 주황빛 소스가 뿌려진 신선한 생선 요리, 바삭함이 살아 있는 오징어 튀김, 그리고 무엇보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가지 요리인 파스타 알라 노르마를 주문했다.

 

파스타 알라 노르마는 부드럽게 조리된 가지와 상큼한 토마토 소스가 어우러진 전통 시칠리아 파스타로, 이름은 시칠리아섬의 카타니아 지역 출신의 작곡가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에서 유래했다. 아름다운 노래라는 뜻인 '벨칸토(Bel canto)' 시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빈첸쪼 벨리니Vincenzo Bellini(1801-1835)와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후대들이 그의 작품 제목을 따 만든 요리이다. 


801c68ad38a10.png 파스타 알라 노르마

 

함께 나온 바게트 조각을 가지 요리 위에 올려 먹는다. 마치 브루스케타처럼 고소하고 신선한 맛이 입안에 퍼진다. 오징어 튀김 역시 통통한 식감은 아니었지만 바삭한 튀김에 레몬을 살짝 뿌려 먹으면 바다의 도시에 온 게 실감이 날 것이다.


Villa Zuccaro Pizzeria Taormina
주소 : Piazza Carmine, 5, 98039 Taormina ME, 이탈리아
영업시간: 매일 12:00- 23:30 (토요일은 24:00까지)




사포리 디 마레(Sapori di M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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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포리 디 마레

 

관광객이 북적이는 메인 거리에서 벗어나 식사를 하고 싶다면 사포리 디 마레(Sapori di Mare)가 제격이다. 카스텔몰라(Castelmola)로 올라가는 버스 정류장 바로 근처에 있는 이 식당은 중심 거리에서 살짝 떨어져 있어 조용한 분위기다.

 

겉모습이나 인테리어가 세련되거나 감각적인 느낌은 아니지만, 오히려 오래된 가게 특유의 안정감과 신뢰가 느껴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 지배인과 주방에서 잠깐 얼굴을 내민 할아버지를 보면 ‘여긴 맛있겠다’는 확신이 절로 든다.

 

이곳의 인기 메뉴는 한국인들에게도 호평이 많은 해산물 파스타다. 국물에 은근히 매콤한 맛이 돌아, 느끼한 음식을 며칠간 먹어온 입맛을 환기시켜 준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그 매콤함이 좀 부족할 수 있으니 매운 소스를 부탁하도록 하자. 빨간 고추가 가득 담긴 고추오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지체 없이 고추오일을 가져다 주는 세심한 배려도 음식 맛에 대한 믿음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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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 요리, 파스타

 

음식은 전반적으로 양이 많고 맛도 훌륭했다. 다양한 해산물 요리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파스타나 피자 종류를 추천하고 싶다. 특히 콰트로 포르마지(네 가지 치즈 피자)는 단연 최고였다.


f5b285cd7456a.png 콰트로 포르마지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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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가격대도 합리적인 편이다. 중심가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는 점과, 친근한 서비스,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까지. 사포리 디 마레는 여행 중 ‘다시 가고 싶은 집’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그런 곳이다.


여담으로 우리는 이 식당에 총 세 번을 갔는데 갈 때마다 아저씨는 우리를 기억하고 별말 없이 고추오일을 가져다 주었다. 한국인은 정말 매운 걸 잘 먹는다고, 대단하다며 웃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87d0e550ddf99.png고추 오일


Ristorante Sapori Di Mare
주소 : Viale S. Pancrazio, 26, 98039 Taormina ME, 이탈리아
영업시간: 매일 11:00- 22:30 (목요일 휴무)




피제리아 니나(Pizzeria N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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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제리아 니나

 

타오르미나는 크게 해안가(Giardini Naxos), 언덕 위 중심부, 그리고 그보다 더 높은 전망 지역 카스텔몰라(Castelmola) 세 구역으로 나뉜다. 중심부에서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타오르미나를 내려다보는 듯한 작은 마을 카스텔몰라다. 작고 조용한 이 마을은, 타오르미나보다 훨씬 한적하고 로컬스러운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탁 트인 전망대에서는 에트나 화산과 바다, 그리고 타오르미나 시내까지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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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보는 뷰가 아주 아주 좋다.

 

카스텔몰라 마을 입구에 가장 먼저 보이는 식당이 바로 피제리아 니나(Pizzeria Nina)다.너무 눈에 띄는 위치라 처음엔 단순한 관광객용 식당 아닐까 싶은 의심이 들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 식당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압도적이다. 탁 트인 전망을 갖춘 외부 테라스에서 와인 한 잔을 앞에 둔 여행자들이 햇살 아래 여유를 즐기는 모습도 호기심을 부추긴다.

 

실내는 앤티크한 소품과 오래된 가구들로 채워져 있었는데, 지나치게 연출된 분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진짜 마을 식당’ 같은 편안함이 느껴진다. 벽 한쪽에 놓인 쿠키, 티백, 엽서, 소형 와인 병 등 소박한 기념품도 오래 한 자리를 지킨 내공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기대에 부응하듯 음식의 맛도 훌륭하다.

 

브루스케타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맛있고 피자도 꽤 괜찮다. 거기에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마을과 바다의 풍경이 이 식사를 단순한 한 끼가 아닌 기억에 남을 경험으로 만들어 준다.

 

늦은 밤까지 문을 열기 때문에 카스텔몰라를 구경하고 저녁을 먹으며 타오르미나로 내려가는 버스를 기다리기에도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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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와 브루스게타


피제리아 니나(Pizzeria Nina)
주소 : Via Tutti I Santi, 98030 Castelmola ME, 이탈리아
영업시간: 매일 8:00- 22:00




글·사진 | 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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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는 프라하 음악 예술 아카데미 성악과 최초 한국인 졸업생이다. 체코어와 고군분투 하며 체코를 넘어 전세계를 정복 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https://www.instagram.com/sop_hee_